“어쨌든 저도 그 경호원의 가족을 만나야 해요.”
“그분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동생만 남겨졌대요. 동생이 오면 다시 예진 씨한테 연락드릴게요. 예진 씨, 지금 우리 집안이 난장판이라 제가 먼저 집안일을 처리하게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네.”
하예진이 대답했다.
이윤미는 전화를 끊었다.
“이거 놔요! 저 엄마 볼래요. 엄마 보게 해주세요. 이거 놓으라고요!”
정신을 차린 이윤정은 옷을 단정히 입었지만 결국 박수아와 김여희에게 끌려 내려갔다.
그리고 조윤이 옷 몇 벌을 챙겨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정일범 형제는 말도 못 하고 정군호를 바라보기만 했다.
정군호의 머릿속에는 하얀 종잇장처럼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정군호는 주저앉아 일어설 기력이 없었고 정일범 형제가 옷을 정리해 주는데도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는 지금 머리가 텅 비어 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몰랐다.
정군호는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한 채 이윤정이 조윤 일행에게 질질 끌려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군호의 결말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이은화가 얼마나 모질고 악랄한지 정군호는 잘 알고 있다.
그녀를 화나게 하면 정군호와 그의 정씨 집안 사람들도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정군호는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
이은화는 정군호를 죽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한 생활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아빠.”
정일범은 여전히 이윤정을 아꼈다.
정일범 형제는 이윤정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그들은 이윤정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될 신분이기 때문에 그녀와 남매간의 정을 잘 키우려고 했다. 이윤정이 가주 자리에 오른 후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정이 그들의 친동생이 아닐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하인의 딸이었다!
그들의 친여동생 이윤미는 하인의 집에서 자랐고 그 하인의 가족들은 이윤미를 괴롭혔다.
정일범 형제도 친동생 이윤미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