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냐. 할미가 돼서 손자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해 주는 게 당연한 일인데. 신경 쓰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신경 써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김서진이 거절 의사를 돌려 말하지 않았지만, 노부인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부인은 김서진이 거절할 거라는 걸 진작에 예상했다.
“게다가 너희 같은 젊은 사람들은 몰라. 임신했을 때 많이 쉬는 건 맞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누워 있어도 안 돼. 이건 임산부에게도 아기에게도 다 좋지 않아! 임산부는 가끔 나가서 걷기 운동도 하고 그래야지, 밖 안 공기도 좀 마시고!”
“넌 어려서부터 네 할아버지 곁에서 자랐으니 이 할미와 지낸 시간이 적잖아. 다 커서는 바빠서 시간이 없다 그러고. 지금 마침 시간이 되니 그냥 이 할미 소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냐? 이 정도 요구도 들어줄 수 없는 거니? 나도 이제 늙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남은 시간 동안 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데 그것도 안 되는 거야?”
노부인은 많이 상심한 듯 눈에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이에 김서진과 한소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이 두 사람은 항상 약하게 나오는 사람에게 마음이 약했다. 만약 노부인이 강경하게 나왔다면 오히려 대처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울며 호소하고, 할아버지 얘기까지 꺼내니 김서진도 거절하기 어려웠다.
“할머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김서진이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서진씨는 할머니께서 힘드실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그가 난감해하자 한소은이 그의 말을 끊고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할머니께서 좋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을 싫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할머니께서 힘드실까 봐 그래요. 하지만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가끔 집 밖을 나가 돌아다니기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전에 서진 씨에게 나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계속 안 된다고만 하니... 내 생각엔 서진 씨가 너무 호들갑인 거 같아요.”
“거 봐요. 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