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아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저녁에 아이들의 귀가를 준비한 후 송지원의 차가 임정아 회사 앞에 도착했고 차 안에서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송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힘차고 경쾌했다.
“이 녀석, 또 매 맞을 준비나 하는구나. 날 이렇게 급하게 부른 이유가 뭐야? 친구들이랑 낚시 대회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거의 우승할 참이었단 말이야. 그 최첨단 낚싯대는 네가 책임지고 배상해야 해.”
송지원은 웃으며 답했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낚싯대는 제가 꼭 구해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재빠르게 말했다.
“그것만으론 안 돼. 사람을 더 불러서 내 텃밭과 낚시터를 다시 손보게 해. 며칠 전 비가 와서 울타리가 좀 느슨해졌어.”
“네. 제가 다 처리해 드릴게요.”
“그런데 왜 날 이렇게 급하게 불러들인 거야? 무슨 일이야?”
송지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수아가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요.”
“거짓말 마. 수아는 그런 말 하지 않아. 정말 보고 싶었다면 표를 끊어 왔겠지. 경원시에서 수황도까지 얼마나 먼데? 빨리 말해 무슨 일이야?”
“수아와 제가 약간의 갈등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설득하지 못했어요.”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낮추며 꾸짖었다.
“무슨 갈등이야? 밖에서 여자라도 만났냐?”
송지원은 급히 부인했다.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수아가 저를 오해하고 있어요. 제가 송인아 모녀를 지나치게 챙긴다고 생각해 기분이 상해서 이혼을 요구했는데 저는 어쩔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다.
“뭐라고? 이혼? 수아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태도가 꽤 단호했고 이미 집을 나간 상태예요.”
“아니. 수아는 그렇게 옹졸한 아이가 아니야. 분명 그 사건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거야. 내가 이미 말했잖아 그 일은 수아가 저지른 게 아니라고. 그런데 너희는 수아가 관련 있다고 생각했지. 내가 수아라면 나도 힘들었을 거야.”
“잘 들어. 수아는 아버지를 꼭 닮았어. 자존심이 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