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원은 그녀의 말을 외면하고 곧장 할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 정씨 가문의 지분을 이미 정리하셨으니 저는 이 기회에 분가하고 싶어요.”
“분가라고?”
강연희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지원아, 그게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쉰 뒤 조용히 말했다.
“송씨 가문은 함께 살아도 경제적으로는 늘 따로여서 실질적으로 분가한 거나 마찬가지였어. 굳이 정식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단다.”
그러자 송지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씨 가문은 앞으로도 제가 계속 책임질 겁니다. 그 대신 송씨 가문 식구들의 일은 각자 알아서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고 천천히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인아의 수술 문제는 큰아버지 가정의 일이죠. 인아에게는 어머니도 있고 외가 쪽 가족도 있어요. 그런데 왜 매번 밤마다 저에게 전화가 오는 거죠?”
말투는 나직했지만 단호했다.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제 업무 시간에 찾아와 주세요. 밤은 저와 수아의 시간입니다. 저희는 아이를 가지려 준비하고 있는데 자꾸 밤마다 연락이 오면 수아가 오해하게 되고 저도 설명하기 어려워요.”
송창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원아, 무슨 말 하는 거야? 인아는 네 조카잖아. 왜 인아가 심장병에 걸렸고 왜 아버지를 잃었는지 너도 잘 알잖니.”
강연희도 눈가가 붉어지며 울먹였다.
“그래 지원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하지만 송지원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혹시 제 말이 부족했다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앞으로는 각자의 문제는 각자 해결해 주세요. 밤에 저에게 연락하지 마세요. 저와 수아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그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 결과가 수아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혹시 의문이 있으시다면, 당시 기록은 모두 제가 보유하고 있으니 원하시면 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