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의 저택.
새벽 12시 15분.
박시준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는 오늘 업무가 많아 진아연한테 가지 못했다.
저녁에 술을 조금 마신 그는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5월 휴가 때 진아연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했지만 지금 장소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로맨스를 잘 몰랐다.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 늘 별 의견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이 과정을 깜박한 것이다.
그는 휴대폰을 켜고 사진첩을 클릭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프러포즈하면 더 낭만적일 것 같았다.
다음날.
부동산 영업부.
최경규와 큰아들 최운철이 집 보러 갔다.
그들은 어젯밤에 임대하고 있던 주택에서 이사해서 지금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늘 호텔에서 지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박시준이 20억만 줬기 때문에 그들은 이 정도 돈에 만족할 수 없었다.
박시준과의 전투는 지구전이 될 게 뻔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의논을 한 뒤 집 하나를 사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
부동산 관리사는 그들을 훑어보고 나서 열성스레 여러 가지 방을 추천했다.
"큰 집으로 할 거죠? 마침 50평짜리 잡이 있는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도 잘 들어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12층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이게 마지막 평수가 큰 집인데 어제도 보러 오는 분이 계셨어요. 가 보실래요?" 부동산 관리사가 말했다.
"그럼 한 번 가 보죠." 최운석은 하루빨리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부동산 관리사가 그들을 데리고 집을 돌아본 후 다시 영업부로 돌아왔다. 그때 또 다른 남성 부동산 관리사 한 명이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미스 황, 50평짜리 그 집을 안내해 줄래요? 어제 보러 오셨던 분이 사겠대요."
그러자 미스 황이라는 부동산 관리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분도 그 집을 살 의향이 있으세요."
"내가 먼저 보여 드렸으니 내 고객에게 넘겨줘야 하는 게 맞아요." 남자 부동산 관리원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미스 황이라는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