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승준이 황급히 답했다.
“어머니 정서가 안정되면 너한테 사과하라고 내가 잘 얘기해볼게.”
“필요 없어.”
박지연이 사양했다.
“온승준, 내가 원하는 건 너와 너희 가족들이랑 거리를 두면서 조용히 지내는 거야.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는 걸 원한 게 아니라고. 내가 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 때문에 다들 네가 재혼하겠다고 말만 꺼내면 내가 쉽게 돌아설 거라고 오해한 것 같은데 난 너에게 목맬 생각이 없어.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난 한 번 결정 내리면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아. 사랑할 땐 내 전부를 퍼줄 수 있지만 손 놓겠다고 마음먹기만 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
“지연아...”
“자책할 필요 없어. 적어도 난 후회 없이 널 사랑했었으니까.”
‘비록 내가 일방적으로 사랑한 거지만.’
박지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온승준, 이런 의미 없는 일은 더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너랑 재혼할 생각 없어. 너랑 더는 엮이고도 싶지 않아. 넌 좋은 의사가 맞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어.”
“지연아, 이후로 선물도 사주고 네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모 집도 같이 가줄게. 또 따로 요구하는 게 있어? 얼마든지 말해. 내가 다 고칠게.”
온승준이 다급하게 말했다.
종래로 자신의 감정을 표달하지 않던 온승준치고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아무것도 요구하는 게 없어. 날 위해 고칠 필요도 없어.”
박지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네 성격 자체가 사랑에 대해 큰 욕망이 없고 담담한 편이잖아. 하지만 난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와 함께 기뻐해 주고 슬퍼해 줄 사람이 필요해. 네가 아무리 고친다고 해도 내 요구에 도달할 수 없단 말이야. 난 너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해 가기 위해 내 모든 열정과 진심을 퍼부었어. 더는 네가 개변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 없어. 네 가족들의 비위를 맞춰줄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 없어. 우리끼리 지내면서 더는 우리 부모님 눈치 보지 않아 돼.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않아도 돼. 응?”
온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