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아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내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서 피가 나자 나는 그제야 손을 놓았다.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를 한참 주의 깊게 바라봤지만 뭔가 이상했다.
임수아는 혈우병이 있어서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출혈이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출혈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무심코 임수아의 팔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임수아는 흠칫 놀라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황급히 팔을 빼냈다.
“뭘 보는 거야? 피 나는 거 처음 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피 나는 건 많이 봤지만 혈우병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 피를 적게 흘리는 건 처음 봤다.
“그러니까 혈우병은 네가 꾸며낸 거짓말이었던 거지?”
나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임수아에게 더 이상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침묵으로 내 질문에 답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친자 확인 검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면 다른 것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강렬한 시선에 임수아의 얼굴에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모든 진실을 깨달았다.
임수아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나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 임수아의 전화가 울렸다.
임수아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방은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 왔다.
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전화 받아 봐. 누구 전화인지 들어보자고.”
나는 임수아 대신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을 켰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거칠고 퉁명스러웠다.
“임수아 씨, 댁 때문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는데 보상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일도 끝났으니 용역비도 줘야지. 우리도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 다들 힘든 세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