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임수아가 내 집에 쳐들어왔다.
예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나를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간미연,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소리치며 내 목을 졸랐다.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모습은 정말 섬뜩했다.
숨이 막혀 죽기 직전, 누군가가 그녀를 떼어 던졌다.
그렇게 나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서연호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이런 사달을 만든 것도 그였다.
“미안해. 내가 잘 감시할게. 앞으로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지금의 서연호에게서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았다.
그에 대해 나는 이미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앞으로 당신도 날 찾아오지 마.”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두 사람을 어떻게 흔적 없이 처리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서연호는 내 생각을 읽은 듯 씁쓸하게 웃었다.
“알았어.”
그는 돌아서서 임수아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 서연호는 약속을 어겼다.
나는 납치되어 낡은 공장으로 끌려갔던 것이다.
눈이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미지의 상황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어머, 이게 누구야? 간미연 아니야? 꼴이 왜 이래?”
임수아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가린 천이 벗겨지자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며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임수아와 함께 죽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놈들의 수를 보니 함께 죽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뭘 원하는 거야?”
그녀는 독기가 서린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지분 양도하고 해외로 도망칠 돈도 줘. 경찰만 피할 수 있으면 어디든 좋아.”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