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동창 모임인데 내가 거길 왜 가?”
진서준이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그 남자가 예전에 날 쫓아다녔거든. 듣자 하니 이번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백할 생각인가 봐.”
김혜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녀석 눈이 멀었네? 널 좋아하는 걸 보니.”
진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비꼬았다.
“눈먼 건 너겠지.”
김혜민이 분노하며 소리치자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날 방패 삼아 화력을 내게 돌리려는 거야? 그런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
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곤해지기만 할 것이고 쓸데없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었다.
이번에 강남에 온 목적은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김연아와 서지은을 만나러 온 것이었고 둘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과중한 임무를 안고 왔는데 남의 연애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너 그래도 국안부 소속이잖아. 이 정도 일로 쫄아?”
김혜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한데 자극적인 말로 날 도발해도 난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냥 포기해.”
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진서준이 요지부동하자 김혜민은 결국 김연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설득 좀 해줘.”
김연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혜민아, 너 그 남자가 그렇게 싫어?”
“아니, 싫지는 않은데 관심이 없어.”
김혜민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 술자리에서 분명 고백할 거야. 그러면 다른 애들도 분위기 맞추려고 부추기겠지. 내가 거절하면 모임 분위기가 싸해질 게 뻔해.”
그 말을 듣고 진서준이 피식 웃었다.
“결국 체면 문제잖아.”
“나 친구가 몇 명 없단 말이야. 이런 어이없는 일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나중에 누구랑 만나야 해?”
김혜민이 툴툴거렸다.
김혜민에게는 대학 동창들이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런 일로 관계가 어색해지면 나중에 결혼할 때 들러리도 못 구할 판이었다.
그런 처참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서준아, 점심때 혜민을 좀 도와줘. 난 마침 회사에 가봐야 해.”
김연아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