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를 보는 명원제의 안목목여태감이 가고 부부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주보고 웃다가 원경릉이 갑자기 눈물을 떨궜다.원경릉은 갑자기 마음이 아파오며 줄 끊어진 진주처럼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멈출 줄을 몰랐다.우문호는 처음엔 원경릉이 척 하는 줄 알았는데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진짜 구슬프게 우는 것이다.우문호는 긴장해서 두손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감싸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눈물을 닦아내며, “왜 그래? 왜 갑자기 울어? 힘들어?”원경릉은 울면 울수록 마음이 찢어져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이 상황에 다들 초조 해져서 희상궁이 바로 어의를 불러오겠다고 했다.원경릉이 그제서야 흐느낌을 멈추고: “됐어요, 전 괜찮아요.”두 눈은 울어서 복숭아씨처럼 빨갛게 부었다.“왜 그래? 나한테 말해!” 우문호가 마음 아파서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니 가슴이 다시 아려 오면서, “우리가 싸우면서 하던 말을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워요. 내가 떠나겠다니까 당신은 이혼하겠다고 하고, 아이는 떼라고 하는 게 가짜인 걸 알면서도 왜 인지 모르게 슬프고 서러운 게 이런 얘기들이 마치 바늘로 심장을 찌르듯 아파요.”우문호도 가슴이 아려 순간 원경릉을 꼭 끌어 안고 힘껏 자신의 가슴에 그녀를 품었다. 우문호는 코끝이 찡해지고 심장이 원경릉의 말처럼 찌르듯 아파왔다.이 순간 우문호는 자신이 앞으로 원경릉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우문호는 아픔을 참으며 강렬한 목소리로: “앞으로 우리 다시는 이런 말 할 일 없어, 거짓으로 라도 이런 소리 안 할거야. 아니, 우린 연극조차 안 할 거야.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내가 거절 하겠어.”원경릉은 우문호의 가슴에 엎드려 여전히 붉어진 눈으로 몇 번이고 ‘응’하고 답했다.그리고 목여 태감은 궁으로 돌아가서 비밀을 지키라는 희상궁의 말을 어기고 시시콜콜 전부 명원제에게 전했다.명원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왕비가 정말 자진을 했단 말이냐?”“사실 여부는 알 수
기왕의 황룡포와 원경릉의 첫 외출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하지만 원경릉과 우문호 둘 다 때가 되면 다시 이 문제에 맞닥뜨릴 것을 알고 있으며, 다음엔 또 어떤 방법으로 피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원경릉은 사실 아주 기쁘다.왜냐면, 원경릉 혼자 관계를 애써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우문호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이번 같은 일을 겪고 나면 두 사람 사이가 더욱 깊어진다.고생고생 한달을 보내고,입동이 되었다.날씨가 추워 원경릉은 움직이기가 싫었다.이제 먹고 마시는 것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 가끔 토하긴 하지만 전에 비하면 양반이다.배 속에 아이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서 어의가 매번 진맥을 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전이 빠르 군요. 진전이 빨라요.”제왕은 이 날 후궁을 맞았는데 마침 첫 눈이 내렸다.친왕이 후궁을 맞아들이는 일은 큰 일이라 제왕부는 주연을 성대하게 준비하고 형과 형수인 우문호와 원경릉은 축하인사를 해야 했다.기왕이 공을 세우고 수도 경성에 돌아온 날도 공교롭게도 마침 이 날이다.황제 폐하는 크게 상을 내리고 기왕이 고작 한달 보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정강부의 비적 떼를 전멸한 것을 치하했다.명원제는 기왕에게 황룡포를 내렸다.물론 밝은 황색은 아니지만 황제가 황룡포를 하사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만조 백관의 마음 속에 추측이 난무했다.역대 황제는 황룡포를 오직 태자에게만 하사했다. 현 황제의 이와 같은 행동은 기왕이 태자라는 암묵적 의미가 아닐까?그렇다, 기왕은 원래 공적이 남달랐고 이젠 비적 떼를 토벌해서 황룡포까지 받았다. 기왕은 황제의 장자로 황제가 그를 황태자로 세우고자 하면 말 그대로 순리대로다.불쌍한 건 초왕으로 왕비가 회임을 한 덕에 태자의 자리에 안정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모양이니 말이다. 배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아직 결정된 것도 없지만 아들이라고 쳐도 그 아이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장자와 적자가 모두 있는데 후사
제왕이 후궁을 맞는 연회안에는 문영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가 자리를 잡고 있고, 친왕비는 기왕비를 제외하고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손왕비, 위왕비(魏王妃), 안왕비(安王妃) 모두 곱게 화장을 하고 신분에 걸맞는 화려함과 귀티가 흘렀다.제왕비 주명취는 중심에 앉아 있는데 크고 붉은 모란이 수놓아진 옷을 입고 머리엔 자옥 비녀를 꽂고 아름답게 화장한 모습이 고상하고 품위가 있다.원경릉은 주명취의 얼굴에서 싫은 기색을 발견할 수 없고,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도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그렇다. 제왕이 후궁을 맞는 것을 주명취는 자기 손으로 준비했다.원경릉이 손왕비의 말을 듣기론 제왕이 후궁을 얻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주명취가 나서서 황후에게 주선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주명취는 원경릉에게 들어오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초왕비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제왕비 고마워요!” 원경릉이 말했다.임신하고 처음 외출한 원경릉은 국보 팬더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데, 공주와 친왕비들이 전부 세심하게 배려해서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더니 차와 간식을 종류별로 잘 살피고 나서 원경릉이 먹도록 했다.원경릉이 음모라도 빠지는 날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무사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원경릉은 자기가 여기 있으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고: “다들 천천히 앉아 계세요. 저는 나가서 좀 걸을 게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나, “나도 나가서 좀 걷죠. 맞아요, 초왕비는 아직 제왕비에게 축하 인사 안 했죠?”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축하? 손왕비가 비꼬는 건가? 축하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원경릉이 손왕비를 보니 손왕비 얼굴에 농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원경릉은 최근 계속 사람들의 덫에 걸려들어서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잠시 후 제왕을 뵙는데 제왕전하에게 축하 드려야 맞죠.”주명취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이 왔으면 체면은 서지요. 축하야 입에 발린 말이니, 신경 쓰지 않아요.”원경릉은 정말 상당히 당황했다. 정비 입장에서 오늘은 그녀에게 가장 불쾌한
사랑하는데 어떻게 후궁을?제왕은 주명취를 사랑하는데 왜 후궁과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을까?원경릉은 줄곧 주명취에 대한 제왕의 사랑이 수도 경성에서 최고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런 사랑도 결국 제삼자를 받아들여야만 하다니.원경릉은 여기 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손왕비에게: “저 좀 불편해서, 돌아가게요.”“이렇게 일찍 돌아간다고?” 손왕비가 어리둥절해서 원경릉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왕비가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지? 그럴 필요 없어. 제왕비는 시켜서 하는 거지만 오늘 기분이 좋아, 믿을 수 있겠어?”원경릉이 손왕비에게, “어째서 기쁠 수가 있죠?”손왕비가 냉랭하게 웃으며, “원 대장군은 계속 중립의 위치로 어떤 친왕에게도 아부하지 않았는데 이제 제왕이 원 대장군의 손녀와 결혼했으니 원 대장군은 제왕 쪽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됐지. 제왕비가 안 기쁠 수 있겠어? 제왕비는 자신에 대한 제왕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걸 잘 알아. 후궁은 장식품에 불과한 거지, 후궁을 맞은 덕에 자신을 태자비로 등극시킬 유력한 조력자를 얻은 셈이 되는 거야. 그러니 제왕비 생각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차라리 원용의를 불쌍히 여겨줘.”원경릉은 후궁을 맞는 것이 태자의 지위와 결부되어 있을 줄 생각치 못했다. 캘 수록 뒤가 구려지는 곳이니 여기 더욱 더 머무르고 싶지 않다.“전 누굴 생각해 아파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긴 너무 암담해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원경릉이 녹주를 불러, “서일에게 마차를 준비시켜라, 나는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야겠다.”녹주가 긴장해서: “왕비마마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아니……”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이마를 짚으며: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왕야께 말씀 드릴 정도는 아니야, 서일을 시켜 날 먼저 데려다 주면 돼.”왕비가 불편하시다는데 왕야께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거의 탁자를 날려버릴 기세로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고 바람같이 달려나갔다.잠시 후 초왕이
원용의의 첫날밤제왕부의 연회가 끝나고 제왕은 신방으로 갔다.제왕은 붉은 덮개를 젖히고 신방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린 후 원용의의 동그란 얼굴을 향해: “너랑 할 말이 좀 있다.”원용의는 눈을 깜박이며 목을 돌리며 풀더니, “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오늘밤, 난 여기 남아 밤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원용의는 가슴에 손을 얹고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혀를 내밀고: “진짜 너무 잘됐어요.”제왕이 어리둥절해서, “너…… 슬프지 않아?”원용의가 일어나서 머리에 쓴 쪽두리를 벗어 던지고 탁자로 가서 앉더니 냠냠 맛있게 먹으며, “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아침 일찍 단장할 때 수제비 조금 먹은 거 빼고, 하루 종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등가죽에 찰싹 붙었거든요.”제왕이 그녀를 보니 정말 조금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심하며, “그럼 너는 먹어, 난 먼저 갈게.”“기다려요.” 원용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덜컥 마음이 내려 앉았다.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가 없지. 얼굴이 점차 침울해 졌다.원용의가 제왕에게 비위를 맞추는 표정으로, “초왕비와 친해요?”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뭐 그렇지, 왜?”“그럼 초왕부 가실 때 저 데리고 가실 수 있어요?” 원용의가 애원하듯 쳐다본다.“초왕부에 가서 뭐하게?” 제왕의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초왕비랑 얘기 하게요.”제왕은 그녀를 보며 마음속으로 ‘이 여자 진짜 교활하군, 뒷걸음치는 척하며 앞으로 나가다니. 원용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스럽게 같이 있을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이거 만만치 않은 상대다.제왕은 평소처럼: “다음에 갈 때 너에게 말해주마.”“내일 가요?”“안가!”원용의가 고민하며, “그럼 모레?”제왕이: “모레는 처가에 인사하러 가는 날이 아니냐?”“글피는?” 원용의가 또 캐묻는다.제왕이 쌀쌀맞게 홱 소매를 뿌리치고 나가며, “떽떽거리지 마라, 먹는 모습이 흉하구나.”원용의는 당황스럽다. 먹는 모습이
태후전 앞에서 만난 네 사람희상궁, 녹주, 서일이 같이 입궁했다.오늘 친왕비가 입궁해서 문안을 드리는 것 외에도 봉호를 받은 여인들도 부름을 받아 입궁했다.원경릉은 궁중의 사정을 잘 몰라서 궁에서 뭔가 큰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모르지만 순수하고 파릇파릇한 아가씨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태후의 침전밖에서 기다리는 데 주명취가 원용의와 주명양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주명취는 붉은색 비단의상을 입었는데 다소 고루하지만 법도를 정확히 따른 것으로 원경릉이 자세히 뜯어 보니 친왕비의 조례 관복이다.주명양은 여의무늬 흰 주름치마에 목에 진홍색의 산호 목걸이를 걸었는데 알알이 불꽃처럼 빛나서 이목을 끌었다.마치 주명양의 얼굴 같고, 복숭아나 자두처럼 요염하게 아름답다.이와 달리 원용의는 다소 통통 튀게 황색과 녹색을 섞어 입고, 머리는 하나로 틀어 올려 방울 소리가 나는 비녀를 꽂았는데 이런 복장은 결혼한 여지 같기보다는 과년하도록 시집가지 않은 소녀 같다.원용의는 원경릉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폴짝 뛰어왔다. 고지식하면서도 열렬하게 원경릉을 바라보며, “초왕비 언니, 언니도 계시네요.”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동글동글한 얼굴을 봤다. 샤오란 사건 직후라 원경릉은 귀여운 동그란 얼굴에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 조금 냉담하게, “그래요, 원후궁 안녕하세요.”하지만 원용의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배실 배실 웃으며: “초왕비 언니 안녕하세요.”언니, 언니 하는 건 뭔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일 가능성이 높다. 원경릉은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 하고 있다.주명양은 차갑게: “아는 얼굴이라고 쌀쌀맞게 구는데 들러 붙는 꼴이라니, 부끄러움을 모르네. 초왕비 눈에 들기나 하겠어요? 초왕비께선 지금 황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어서 눈이 이마에 가서 붙었을 텐데.”원경릉은 대꾸하지 않았다. 주명양의 말발이 날카로워서 적수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대답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원용의는 받은 적 없는 모욕을 겪었지만 원경릉이 나서서 간섭할 수는 없다. 원
태후와 현비의 관심, 원용의의 어머니두사람이 목여 태감 앞에서 한바탕 연극을 한 그 날 이후로 한동안 후궁을 맞아들이라는 어명이 없었다.원경릉은 다행히 이 일은 끝났구나 싶었는데, 눈 앞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춰질 줄 몰랐다. 황제 폐하께서 어명을 내릴 생각이 없어도, 주명양의 말이 입밖으로 나온 이상 만약 결혼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씨 집안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다.주씨 집안이 체면을 구기려 들까?원용의가 회한의 얼굴로 주명양을 쳐다봤다. 원래 초왕도 후궁을 들인다고? 미리 알아봤으면 초왕에게 시집갈 걸, 그럼 초왕비 언니 동생이 되는 건데.희상궁은 숨죽이고 원경릉을 부축하며, 행여 주명양의 말로 원경릉이 실태를 범할까 걱정했다.주명양은 음험하게 원경릉을 보며 답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침착하게: “나랑 그대는 절대 자매가 될 수 없습니다.”주명양도 이 말의 의미를 눈치 챘고, 주명양이 알아 들었다는 걸 원경릉도 알았다.말 나온 이상, 너에게 주재상이 있으면 나에겐 태상황이 있으니 우리 한번 끝까지 가보자.주명양이 냉소를 지으며,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사람 맘대로 되지 않더군요.”“인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원용의가 나섰다. 초왕비 언니는 주명양을 데려올 생각이 없으니 의리 있게, “네가 초왕 후궁이 되려면 정말 누군가의 결정이 필요한데, 초왕비 언니가 허락하지 않는 다니 넌 갈 수 없어. 네가 홀딱 벗고 가서 초왕을 꼬셔도 안돼. 초왕은 너 같은 걸레 안 좋아하거든.”주명양이 쌀쌀맞게 몸을 돌리며 원용의와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뜻을 표시했다.주명취는 전혀 도울 수 없었는데, 어쩌면 도울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저 냉정하게 수수방관할 뿐이다.원용의가 원경릉에게 고민스런 표정으로: “초왕비 언니, 제 말이 너무 막 나간 거예요?”원경릉이 원용의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하지만……내 속마음도 그래.”동그란 얼굴이 순간 찬란하게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화사하게 빛났다.같이 들어가 태후 마마께 인사를 드리는데
태상황을 만나러원경릉은 문득 어떤 부인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인은 양부인 예친왕비와 일행으로 부인은 손을 다쳐서 원경릉이 지혈해 줬다.“네 엄마가 손을 다치셨던 분이야?” 원경릉이 물었다.“맞아요. 맞아요!” 원용의는 원경릉이 생각해 낸 것에 더욱 감동해서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왕비 언니, 우리 엄마 좀 만나주실 수 있어요?”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좋아, 그럼 내일 네가 부인을 모시고 오렴, 난 초왕부에서 기다리도록 할게.”“잘됐다. 너무 잘됐다!” 원용의가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한다.원경릉은 다시 한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말한다면 원용의는 정말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사람임이 분명하다.이 시국에는 모두 가면을 쓰고 있으니, 원경릉도 조심하는 게 상책이고, 이 원부인을 한 번 오시라고 하는 게 앞으로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지내기 편하다.원용의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라 가고 마침 제왕도 입궁해 태상황 폐하께 문안하러 가는 길에 원용의와 얼굴이 마주쳤다. 원용의는 폴짝폴짝 뛰어올라 바로 제왕을 끌어 안고 ‘쪽쪽’하고 뽀뽀하더니 발그레한 얼굴이 아름답고 요염한 한 떨기 꽃처럼, 허리를 굽히고 예를 취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왕야께서 초왕비 언니에게 저에 대해 잘 말씀해 주신 게 틀림없어요.”말을 마치고 또 폴짝폴짝 뛰어 간다.제왕은 전기 충격을 받은 사람 같다.그 자리에 멍하니 한참을 서서 한 걸음도 꼼짝할 수 없었다.“무엄하다!” 한참 있다가 제왕은 겨우 반응이 터져서 고개를 돌려 분개하며 소리쳤으나, 원용의는 애진작에 즐거운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없다.원경릉과 희상궁, 녹주도 이 상황을 목격했다.녹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제왕 전하 얼굴이 엄청 빨간 데요.”원경릉은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 알 수 없는 빨간 얼굴의 제왕을 보니, 빨게도 진짜 농익어서 곧 터질 것 같은 토마토같이 빨갛다.제왕이 입으론 꿍얼꿍얼 욕을 하면서도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미혹되었음을 감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