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93화

Author: 김원호
그 말인즉 혹시 몇 년 뒤 북라국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윤구주는 북라국을 철저히 역사 속으로 보내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데이로는 이내 간담이 서늘해졌다.

구주왕은 결코 자신이 뱉은 말에 전혀 에누리를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늘을 무너뜨린대도 이 남자가 말하면 믿을 수밖에......”

데이로는 그 말에 의심을 표할 용기조차 없었다.

“이 데이로가 북라국의 국주가 되겠습니다! 구주왕 님께 맹세컨대 제가 즉위한 후 절대 화진을 선제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데이로는 더 이상 명장이라는 연연함에서 벗어나 푯말에 매달리지 않았다. 자칫 망설이기라도 하면 기회가 사라질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좋아 한번 믿는다.”

“나도 약속하노라. 북라국이 본분을 지키는 한 화진은 영원히 너희와 전쟁하지 않겠다.”

곧바로 준비된 금색 책봉 문서 위에 윤구주가 주술 부적으로 데이로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너를 북라국 친왕으로 책봉하는 바 왕의 예법으로 왕정을 세우고 오조용포를 입을 권한을 준다!”

헉!

졸지에 데이로는 큰 들숨과 함께 두 눈이 을방울처럼 켜졌다.

북라국과 화진은 완전히 다른 문명을 가졌는 바 전혀 신룡의 도를 믿은 적이 없었다.

“이제 막 맹세해 놓고 이내 후회하는 거야? 금인은 이미 찍혔어. 만약 지금 명을 거부하려고 한다면......”

풍덩!

윤구주의 눈초리가 날아가자 데이로는 순간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감히 그럴 생각 없습니다. 화진의 책봉은 제 영광입니다.”

“... 그러지. 이 앞으로 두 나라가 평화롭게 지내길 바라노라.”

“이미 진동왕한테 북역 1개 주의 군량 조달을 지시했으니 곧 북라국에 도착할 것이며 동시에 무역 관문을 개방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북라국으로 생필품을 공급하겠다.”

“새 나라를 세울 테니 왕정의 장수 임명은 네가 결정하라. 친왕 작위는 세습 가능하지만, 부하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권한은 없어. 북라국에 새로운 귀족이 태어나선 안 된다!”

윤구주의 목소리에 위엄이 깃들었다.

이 조건에 데이로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894화

    ”감옥에?” 천해가 잠시 놀라더니, 이내 억제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목숨만 살려준다면 다른 죄목 따윈 문제되지 않았다.극 신급 절정 중기의 실력자라면 화진에서 윤구주 다음 가는 존재였다. 주인이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누구랴?백호만 찾아낸다면 그의 지위는 확고해질 터였다.“주인님께 솔직히 고하자면 당시 저희는 주인님이 사해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대 군신을 노렸습니다.”“문아름이 청룡을 함정에 빠뜨려 관외의 제신법진으로 유인해 혼백을 빼앗고 나머지 셋 한테도 차례로 손을 댈 계획이었습니다.”윤구주를 제외한 문씨 가문이 가장 두려워한상대는 바로 청룡이었다.당시 청룡은 화진의 형법을 완전히 틀어쥐고 오직 윤구주만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국주 임정설조차 그에게 명령 한 줄 내리지 못할 정도였다.이 때문에 청룡을 말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국주 임정설은 문씨 가문이 청룡을 공격할 때 현모와 주작은 보호했지만 백호는 우리 빙신전이 직접 손을 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윤구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내가 들은 바에선 청룡이 내 사해 사건을 알고 혼자 관외로 뛰쳐나가 열 국에게 복수했다더라. 그게 문아름의 계략이었단 말이냐?”천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 문씨 가문이 열 국의 고수를 모아 청룡을 공격하게 했지요. 결국 청룡과 열 국이 모두 부상을 입었고 문씨 가문이 그 틈을 타 청룡의 혼을 빼앗아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렸습니다.”“문씨 가문이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린 이유는 모르겠으나 문아름의 왕위 계승을 위한 발판이었을 겁니다. 큰 그림으론 문씨 가문이 이씨를 대신해 국주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헛소리 말아라! 내가 어린애로 보이느냐?”“문씨 가문은 곤륜의 꼭두각시다!”“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종맹이 화진을 갈가리 찢으려 든다는 계획이 성공할 거 아닌가!”주작이 칼날 같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천해가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주작 님! 저는 단지 객관적인

  • 구주, 왕의 귀환   제1895화

    일찍 윤구주는 이런 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화진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이 다른 일에 잡혀 있다면 사대군신이 수신령을 합체시켜 그 인물을 출동하게 하라!현모와 주작은 윤구주의 눈빛에서 깊은 의도를 읽어내듯 서로를 바라보았다.“저하, 혹시 저하의 생각은...”주작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난 무사하지 않았느냐. 그는 내 손의 밑천 중 하나야, 일단 청룡부터 찾고 보자.”“청해, 백호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윤구주가 팔짱을 끼며 이어 물었다.“사람은 무사합니다만... 저희 빙신전 세자에게 감금당한 상태입니다.”청해가 말을 중간에 끊으며 고개를 숙였다.“계속 말해.”“성자는 바로 우리 빙신전의 후계자이자... 황자의 제자입니다.”“황자?!”현모와 주작은 그 단어에 얼굴이 굳었다. 눈썹이 경련하듯 떨렸다.황자는 왕 급이다. 이론상 구오지존 신급에 도달하면 모두 왕 급으로 칭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인정받는 왕의 인물로 가능한 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극 신급 절정 역시 마찬가지. 황자의 이름은 피로 쓴 칭호였다.지금 백호는 목숨은 건졌으나 황자의 제자에게 옭매인 상태.다른 이라면 주저앉을 상황이었지만 윤구주의 얼굴엔 오히려 흥분이 어렸다.“황자라... 좋아! 그럼 먼저 황자의 제자부터 만나봐야겠네!”군용기가 구변산 기지로 접근하는 동안, 곤륜역 아사신전 영역에서는 신들이 봉인술을 깨트리기 위해 집결했다.봉인이 해제되자 신들은 사자를 곤륜역 밖으로 내보내 정황을 탐색 시켰다.첫눈에 들어온 건 종말산의 모습이었다.얼음으로 뒤덮인 산을 바라보던 아사 신전 신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스쳤다.“개자식들! 빙신전이 감히 윤구주와 손잡고 우리를 농락하다니!”“문씨 가문의 간계일지도 모른다. 그 늙은이가 귀환한 뒤 빙신전을 끌어들여 우리를 공격하려는 건 아닐까...”신들은 분노로 몸을 떨었으나 이성을 잃지 않았고 일단 문창정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결국 아사 신전의 최고신 오딘까지 나섰으나 역시 문창정과의 연락에 실패했고, 이는 그들로

  • 구주, 왕의 귀환   제1896화

    아래에 있던 소장과 여러 교위들은 몸을 더욱 곧게 펴고 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기내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두 윤구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사 신전은 감히 우리 구주군에게 손을 대지 못할 거예요. 마치 문씨 가문이 저를 제거하기 전에는 감히 제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처럼요. 제가 시킨 대로 처리하세요. 다른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윤구주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기내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진동왕과 통화 중이었다. 진동왕은 아사 신전의 신식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강대한 기운이 나타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즉시 윤구주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윤구주의 몇 마디 말은 위로의 의미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동왕과 현모, 주작 그리고 다른 장군들은 달랐다. 장군들은 윤구주를 무조건 믿고 명령만 내리면 그대로 따르지만 진동왕 같은 영리한 사람은 달랐다. 그를 달래야 했다. 통화를 마친 윤구주는 군용기에서 내렸다. 소장을 필두로 한 교위들은 일제히 윤구주에게 경례하며 국주를 뵙기 위한 큰절을 올리려 했다. “여기는 군영이다. 군부에서는 군례를 해야지! 이 기본 규칙까지 내가 다시 가르쳐야겠어?” 윤구주가 꾸짖었다. 교위들은 다급하게 군례를 했다. 소장 한 명만 보이자 윤구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계급이 낮아서 일부 군사 정보를 알지 못했다. 이를 본 소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왕, 흥주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흥주 사령관이 제게 왕을 접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긴급 상황?” 이때 윤구주는 한 특수 부대가 수송기에 올라 긴급히 이륙하여 구변산 산맥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했다. ‘지금 진동왕은 삼주 시장인데 이 일을 왜 나에게 보고하지 않았지?’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흥주 사령관은 상황을 처리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외적이 국토를 침범했을 때만

  • 구주, 왕의 귀환   제1897화

    윤구주는 기지에 도착했다. 그 소장은 그제야 흥주에서 발생한 일을 보고했다. “조양국이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화진의 규조를 대놓고 훔쳐 가고 우리 흥주도 그들의 국토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그들의 땅을 침범했다고 합니다. 지금 군사를 일으켜 흥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소장이 보고했다. 흥주 사령관은 이 일을 처리하러 갔다. 흥주 전역이 경계 상태에 들어가고 군대는 모두 분계선으로 이동하여 구변산에 집결했다. 외적을 분계선 밖에서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미 일부 적군이 분계선을 넘어온 상태였다. “조양국? 남북 두 나라 모두 소란을 피우려는 건가?” 현모가 물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로 북양국이고 남양국은 견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소장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조양국은 그런 배짱이 없어. 그냥 어중이떠중이들이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겠어? 역사를 따지면 남북 두 나라는 원래 우리 화진의 속국이었다.” 윤구주는 차갑게 비웃었다. 전에 그가 왕으로 책봉될 때 두 나라는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기에 바빴다. “왕의 뜻은 뒤에 다른 지시자가 있다는 건가요?” 이때 청해가 나서서 분석했다. “아마도 빙신전이 뒤에서 지시한 것 같습니다. 아뇨, 곤륜 구역에는 신격이 인간 세계에 나라를 세우는 것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성자는 황제의 제자로서 아직 신위를 받지 못했으니 엄밀히 따지면 곤륜 구역의 사람이 아니에요.” 비록 청해는 빙빙 돌려 말했지만 모두가 이해했다. 성자가 나라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흥주가 바로 그 국토다. 그리고 신이 직접 인간 세상을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신규는 사실 인간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곤륜 구역의 세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신들이 모두 나와서 나라를 세우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질서가 무너지면 이미 배분된 이익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왕, 제가 나설까요?” 현모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조양국을

  • 구주, 왕의 귀환   제1898화

    문씨 가문의 사람들을 매수한 적이 있고 또 육도진과 관계를 맺었기에 후에 윤구주가 새로운 국주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이에 따라 윤구주가 흥주에 오자 주승진은 감히 구주왕을 만나지 못했다. 구주왕의 심기를 건드려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마침 남조국이 문제를 일으키자 그는 구변산에 숨어 국사를 빌미로 윤구주의 반응을 탐색했다. 하지만 군령이 전해지자 주승진은 즉시 이 군령의 숨은 뜻을 이해했다. 한 마디로 국가에 충성하고 국가를 위해 일한다면 다른 일은 원칙을 어기지만 않으면 구주왕이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승진은 무릎을 꿇고 윤구주가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감탄했다. “역시 구주왕이네. 내가 소인배였어.” 곧이어 주승진은 일어났다. 평소 교활하던 그가 지금은 매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군령은 절대적이다! 우리 화진 분계선에 들어온 자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여 즉시 처형하라!” “네!” 장군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구변산 방어선은 전면 경계 상태에 들어갔다. 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화진 군부에 속하지 않은 한 부대가 구변산 방어선에 들어왔고 지금은 구변산맥의 태백산 아래에 도착했다. 이는 태백산 순찰대가 이들을 발견하고서야 주승진에게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이때, 한 통의 편지가 주승진의 부장에 의해 군영으로 전달되었다. 주승진은 이미 그들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편지에 크게 쓴 남궁 가문이라는 네 글자를 보자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남궁 세가는 화진의 오래된 세가로 현재 입장은 불분명하지만 남궁 세가의 후계자이자 화진 제일의 어린 검술자 남궁서준은 구주왕과 각별한 친분이 있다. 주승진은 곧바로 편지를 뜯었다. 편지는 남궁 세가의 가주인 남궁인이 직접 쓴 것이었다. [화사령, 조양의 두 나라가 꿈틀거리며 최근 우리 화진을 자주 도발하고 우리 화진 분계선을 침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이 두 작은 나라는 자신들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데 감히 우리

  • 구주, 왕의 귀환   제1899화

    주승진은 마침내 기운을 차렸다. 한편, 윤구주는 주승진이 전해준 편지를 받았다. “남궁 가문이 태백산으로 갔어!” 윤구주는 더 이상 침착할 수 없었다. 남궁 가문은 그의 계획을 알지 못했다. 남궁 가문은 단지 구주왕이 곤륜 구역의 두 대신전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 흥주를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윤구주가 이미 흥주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주인님, 남궁 세가 말인가요? 그 가문에는 남궁서준만이 그래도 좀 쓸 만하죠. 하지만 그 녀석은 아직 어린데 뭘 하러 갔대요? 목숨을 바치러 갔어요?” 옆에 있던 청해는 입을 쩝쩝거리며 말했다. 말은 거칠지만 현실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남궁 가문 하나가 목숨을 내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윤구주는 이전 청관 전투에서 남궁 가문이 왜 사람을 보내지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았다. 그들은 흥주 전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미리 출발해야겠군.” 윤구주는 즉시 현모를 데리고 태백산으로 향했다. 정보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남궁서준은 화진의 큰 인재다. 비범한 인재이자 왕실에서 봉한 어린 후작이다. 화진 무술의 미래를 이끌 인물이며 윤구주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동료다. 그는 절대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흥주 군무는 주승진에게 맡긴 윤구주는 곧바로 현모와 함께 출발했다. 원래 청해도 따라가려 했지만 윤구주는 그를 흥주에 남겨 두고 지키게 했다. 이것은 청해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그가 쓸모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용당하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이용당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다. 태백산은 구변산의 최고봉으로 산의 절반은 조양국에 속해 있다. 따라서 조양국이 원한다면 곤륜 구역의 사람들이 여기서 수련해도 화진은 간섭할 수 없다. 이 눈 덮인 산은 빙신전의 황자 제자가 수련하고 은둔하는 곳이다. 하얀 도포를 입고 검을 메고 있는 한 무리의 검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곤

  • 구주, 왕의 귀환   제1900화

    세 부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동안, 태백산의 기상이 갑자기 변하며 대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 층의 붉은 빛이 번쩍였고 수백 리 밖에서도 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무도 이 갑작스러운 붉은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태백산 기슭에서 윤구주와 현모가 동시에 붉은빛을 보았다. “왕, 이건 봉인 술법인 것 같아요.” 현모가 의심하며 말했다. “그래, 빙신전의 놈들이 이미 남궁 가문을 발견한 모양이야. 그 술법은 내외계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한 거야. 이 폭설도 그들이 일으킨 것이다.” 윤구주는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이 술법이 수련자가 발동한 것이라면 윤구주는 그것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술법은 어떤 법기를 통해 천지의 기운을 끌어와 발동된 것이고 그 법기는 매우 잘 숨겨져 있어 윤구주의 신념술로도 탐지할 수 없었다. 따라서 술법을 파괴할 수 없었다. 윤구주가 황자 제자의 궤변을 비난하는 순간, 또 다른 술법이 더해져 윤구주의 신념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념술에도 문제가 생겼어.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면 그 법기의 등급이 낮지 않아.” 윤구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왕, 그럼 남궁 가문의 사람들은...” 현모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궁 가문은 단지 무술 세가일 뿐이다. 전통 무술은 곤륜 구역의 수도 세력과 비교할 수 없다.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두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남궁 가문이 전멸할까 봐 걱정되었다. “남궁 가문의 사람들은 정말 안 되겠어. 가주도 겨우 팔부 동천 신급 경지에 진입했고 그 외의 남궁 가문 고수들은 단지 무술 대가일 뿐이야. 단련도 제대로 되지 않아 수련자를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남궁서준은 실력이 많이 늘었어. 위험에 처하면 내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 윤구주가 말했다. “서준 동생이요? 지금 어떤 경지에 올랐는지 궁금하네요.” 현모의 눈이 반짝였다. 남궁서준은 4대 군신과도 매우 친한 사이였다. “왕, 지금 핵심은 남궁 가문이 우리가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1901화

    폭설은 산을 오르는 것에 큰 영향을 주었다. 더 심각한 것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이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다. 계절을 감안하면 5시나 6시가 되어야 해가 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른 시간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산 중턱의 남궁 가문 일행은 손을 뻗어도 손이 보이지 않았다. 중대 병사들은 탐조등을 켰지만 그래도 시야는 매우 나빴다. 그때,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한기를 느꼈다. 모두가 몸을 떨었다. 일행 중 청포를 입은 사람의 등의 검이 자동으로 칼집에서 빠져나왔다. “아버지, 살기가 느껴집니다.” 그 사람은 일행 맨 앞에 있는 남궁인에게 경고한 후, 천천히 청포를 벗고 바람 속으로 던져 버렸다. 청포를 벗자 약간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겨우 열다섯, 열여섯 살 정도로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비범한 인재, 어린 후작, 남궁 가문의 후계자 남궁서준이었다. 남궁서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그의 윤구주 형이 준 갑옷이었다. 갑옷은 곤륜 구역에서 만들어졌다. 화공두타를 위해 직접 제작했으며 곤륜 구역의 신철 청석으로 만들어졌다. 갑옷은 법기에 속하며 불 속성을 가지고 있어 물 속성을 억제하는 특성이 있다. 이 갑옷을 남궁서준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항상 보물처럼 간직해 왔다. 이제 이 갑옷을 입은 것은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 슉! 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왔고 검의가 삼척 청봉에 모였다. 검 안에는 신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남궁인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아들이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는 적의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남궁인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외쳤다. “남궁 가문, 검진을 펼쳐라!” 백 명의 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왔고 남궁인도 세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검을 뽑아 검진의 선두에 서서 진을 주관했다. 남궁 가문이 이렇게 긴장하자 따라온 중대 병사들도 긴장했다. “1소대, 2소대, 3소대, 모두 전투 위치로 이동해! 잘 지켜봐!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44화

    선조가 구중현천으로 승천하고 종주였던 풍무극은 죽음을 맞이하며 도마저 끊겼다. 요마도 모두 제거되었으니 이제 서요산은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서요산의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진요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구주야!”장인 대장인과 서요산 제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하게 다친 몸을 이끌고서도 윤구주를 맞이하려고 했다.하지만 눈앞의 윤구주는 눈빛이 텅 비어,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생기가 없었다. 만약 진인들이 신념으로 윤구주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이미 마인에게 빙의된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아마 전설 속의 원신출교를 쓴 것 같아.”그때 도착한 임정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신출교는 성인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가능한 일이다.”장인 대장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련이 부족한 사람이 억지로 원신출교를 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윤구주의 양혼이 하늘 위로 떠 올랐고 수천 자에 달하는 양혼 성령의 기운이 화진의 절반을 덮었다.“장인 대장인,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은 서요산의 미래를 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지금은 진을 세워 저를 호위해주시고 제 원신을 육체로 돌아가게 한 뒤 얘기합시다. 운이 나쁘면 나중에 혼수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무명 마인처럼 사도로 들어서야 할지도 모르니까요.”장인 대장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요산의 존재 여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모든 제자는 들어라! 수령진을 세워 구주왕을 호위하라!”멀리서 이 말을 들은 백호는 윤구주가 죽은 줄 알고 울부짖으며 달려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무덤이라도 파려는 기세였다.“이 자식! 그렇게 내가 죽길 바랐냐?”윤구주의 음성이 들려오자 백호는 또 깜짝 놀라서 얼어붙었다...그 후 며칠 동안 서요산은 윤구주를 보호하며 호법을 세웠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서요산의 영기 흐름을 안정시켜 윤구주의 원신이 무사히 육체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함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43화

    인간 세상에서의 수련은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구주왕의 명성을 얻는 것이었고 이 모든 것은 인황번을 제작하기 위함이었다.그때부터 이미 윤구주의 스승들은 그에게 목표를 정해주었다.언젠가 윤구주가 혼자 힘으로 무명의 마인을 죽일 수 있게 되면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출사의 날이 온 것이다.인황번은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 인간계의 황제 기운을 더하고 ‘반드시 죽이고 반드시 이긴다.’는 굳건한 신념이 실체화된 에너지로 변하여 무명 마인을 향해 쏟아진다.일격으로 마를 처단하는 기술, 이 기술은 인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절기라고 할 수 있다.무명의 마기가 무너지며 인황번은 바로 음신사체를 강타했다.만장의 무지갯빛이 무명 마인의 신혼을 단숨에 관통했다.이 모든 과정에서 막강한 반선인 무명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윤구주, 나는 인정 못 해. 왜 화진에서 너 같은 괴물이 나온 거냐. 하늘이 불공평하다.”무명 마인은 수백 년 동안 쌓은 도행을 믿고 있었기에 신혼이 관통당했음에도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그러나 그 마지막 포효가 끝난 후 신혼은 한순간에 무너졌다.윤구주의 말이 또 맞았다.무명은 끝내 도에 들지 못했고 따라서 ‘의지’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몸과 신혼이 무너지면서 의식도 함께 흩어졌다.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신혼을 쓸어가듯 흩어지게 만들며 결국 티끌조차 남기지 않았다.“무명은 평생을 수련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구나.”서요산의 선조가 탄식하며 말했다.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대재앙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해결되었고 그로 인해 산조의 오래된 근심도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선조 님, 정말로 ‘구중현천’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그 위에는 대체 뭐가 있죠?”윤구주가 호기심에 물었다.그 질문에 선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윤구주, 보아하니 이번 여정에 꽤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군. 무명 같은 마인을 처단하는 그 큰 업적을 세우고도 오히려 구중현천이 더 흥미롭다니.”“무명을 죽이는 건 예정된 일이었어요.

  • 구주, 왕의 귀환   제2042화

    그는 다시 한 번 서요산 검종의 선조에게 봉인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윤구주의 손에 패배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다.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 왔는데 고작 윤구주 하나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수련 따위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그래? 근본도 없고 이름도 없는 네가 날 죽이겠다고? 넌 자격 없어.”윤구주는 손가락을 펴 검을 형성했고 만법귀일하더니 선기가 검으로 응집되었다.그가 만들어낸 한 자루의 주선검은 허공을 가르며 떠올랐고 그 검의 날카로움은 서요산 선조조차 압도했다.무명의 마기는 검의 기세에 의해 모두 흩어져 사라졌다.마기가 사라지자 무명의 진면목이 드러났다.소위 반선이라는 자도 결국엔 그저 음신사체일 뿐이었다.예전에 윤구주와 싸웠던 그 사악한 사술들과도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너 같은 자가... 감히 신선이 되겠다고? 이 길은 너는 오를 자격이 없어.”윤구주가 검을 휘두르니 막강한 선력이 무명을 완전히 억눌렀다.이로써 승부는 분명해졌다. 무명은 잠시 놀라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네가 날 이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넌 날 죽일 수 없어!”“수련이 부족하다면 네가 아무리 선도를 미리 깨달았다 해도 경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넌 날 죽일 힘이 없어.”“서요산 늙은이, 너도 날 다시 봉인하려는 생각은 접어. 내가 이 세상을 뒤엎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세상과 함께 죽어버리겠다.” 마기가 다시 한 번 폭발하듯 분출되고 위험을 감지한 서요산 선조는 즉시 나서려 했다.“윤구주, 저 녀석 지금 자폭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 자가 자폭에 성공한다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더라도 우리 화진 9주 중 최소 세 개 주의 생명이 몰살될 것이다.”“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화진의 국운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이에 소요산 선조도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하지만 인간 세계의 시비는 나 윤구주가 직접 심판하겠다. 무명은 인간 세계의 마이니 반드시 내가 처단할 것이다.”윤구주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41화

    임정설과 청해는 하늘의 호천경 하나가 백만 마리의 요괴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임정설의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신의 경지를 넘는 존재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인간이 정말 신선이 될 수 있단 말인가?’서요산 검종의 장인 대장인과 제자들이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다.“서요산 선조님께 인사 올립니다.”백호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늘 미치광이 같던 그에게 있어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요괴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저 거울이 재앙의 근원이었던 건가?”백호는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하늘로 솟아올라 거울을 부수려 했으나 청해가 간신히 그를 막았다.한편 진요탑에서는 서요산 선조의 법신이 강림하며 온몸에 감도는 선기로 무명을 억누르고 있었다.“서요산의 늙은이, 네놈 아직도 죽지 않았어? 구현천도 널 죽이지 못했단 말이냐!”무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이 성가신 서요산의 늙은이가 나타날 줄이야.“나는 하늘과 함께 움직이며 하늘의 도를 대신해 정의를 집행한다.네가 죽지 않으면 하늘의 재앙이 끝나지 않는다. 너를 죽이지 않고서야 어찌 구현천도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겠느냐!”선인의 목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그 선기는 무명을 억제하는 동시에, 이번에는 윤구주를 돕기 위한 것이 확실했다.“구주야, 마음껏 싸워라! 만약 네가 이 마귀를 죽이지 못하면 그때는 내가 나서겠다.”이보다 더 확실한 지원군이 있을까. 누구라도 이런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하늘이 내린 영광을 지닌 자이자 천하의 구주, 오방의 통치자로서 절대적 존재이다.“선조님의 말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오늘 선조님께서 오지 않으셨어도 저는 아마 그를 반드시 죽였을 것입니다.”“저 윤구주가 어떻게 이 자를 베어버리는지 지켜보십시오.”윤구주의 기세 넘치는 말에 서요산 선조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40화

    임정설이 일으킨 이씨 가문의 기세조차 마물들에게 잠식당해 사라지고 있었다.청해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이젠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임정설이 죽을 각오로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목숨이 끊겼을 터였다. 결국, 화진의 국주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죽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화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줘.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줘... ”청해는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외쳤다. 임정설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한 번 더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황자의 기운을 불러왔고 서요산 일대의 천기와 섞여 거대한 진룡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황도기운과 진룡을 하나로 모든 요마를 베어낸다! ”그 역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면 풍무기처럼 자신의 마지막 의지를 국운에 녹여야 할 것이다. 진요탑 안. 이 일대 세계 전체가 마기에 잠식되어 만물은 스스로 죽음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데 무명은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었다. “하하! 인황이 뭐라고? 도를 얻은 건 나다. 나는 이미 진정한 길의 끝을 보았다. 내 의지는 구천 현천을 관통한다. 하늘도 날 감당할 수 없어.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컥하며 뒤틀렸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깨어나는 기운이었다. 이 작은 진요탑 속 공간조차 그걸 담아낼 수 없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명이 눈을 치켜떴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윤구주 너 나를 봉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네 실력으론 날 봉인 못 해. 아니, 가능하다 쳐도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하지. 하지만 지금 넌 그 목숨을 걸어도 겨우 나를 세 손가락만큼 다치게 할 수 있을 뿐이야. 그 정도 피해라면 기꺼이 감수하지. 와봐, 날 얼마나 벨 수 있나 보자고. 병이 오면 장수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는 법이지. 그러니 한번 보자고 구주왕이라는 놈의 마지막 발악이 어떤지. ”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9화

    “인간마가 세상에 나왔는데, 대체 누가 막을 수 있겠냐. 왜 그 무게를 전부 화진이 짊어져야 하는데? 이건 너무 불공평해.”청해는 처음으로 곤륜영역에 혐오감을 느꼈다.그리고 그제야 윤구주가 말했던 위선의 신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련의 이야기가 아님을 이해했다.그들은 입만 열면 도덕과 정의를 떠들지만, 정작 하는 짓은 불의 그 자체였다. 위선적이기 짝이 없었다.“아아아!청해무극! 지은살결!!”청해는 모든 정원을 끌어 올렸고, 심지어 음혼까지 태워버렸다.음혼이 하늘의 뇌격을 불러오자, 그의 기운 속에는 놀랍게도 정의로운 황기가 피어올랐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도에 들어선 것이다.그 수련은 폭발하듯 치솟아 극점 신경 후기에 이르렀고, 잠시나마 이성설과 맞먹는 기세를 뿜어냈다.“카! 이제야 좀 신 같은 포스가 나오네!”백호는 멀리서 엄지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하지만 청해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백호는 원래 미친놈이었으니까.누구든 이 상황이면 절망했을 전황.하지만 백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율로 들떠 있었다.그는 전투를 위해 태어났고, 결국 전장에서 죽을 운명이었다.그게 백호가 택한 길 죽음을 향한 도였다.세 사람 모두 이미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었다.살아남을 생각 따윈 없었다.마물들과 함께 미쳐 날뛰며 생사의 끝자락을 오갔다.진요탑.풍무기는 전사했다.이제 남은 건 윤구주 단 한 사람.그가 인간마와 맞서야 할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윤구주! 풍무기는 죽었다. 이젠 네 차례야! 혼을 꺼냈다고 해서 날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내 육신이 남아있는 이상, 나는 이미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 지금의 반성 상태만으로도 네 인황 따위가 감당할 수는 없어. 그래, 네 선술은 순수하겠지. 그래서 네 육신엔 손댈 수 없지만 혼을 지워버리면 넌 끝이야. 마도무영,도파무극! 혈음마도, 현세에 나타나라!”그의 손에 한 자루의 절세마도가 출현했다.그 칼끝에서 피의 바다가 솟구치고, 살기는 윤구주의 황기조차 압도했다.이런 마도를 길러내기 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8화

    잠금요탑 밖, 무너졌던 마기가 흩어지자 서요산 검종 제자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졌다. 500년 만에 다시 햇살을 본 그 순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서요산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도움 없이 혼자서 마를 억눌러왔다. 그 현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무명이 죽은 건가? ”장인대진인이 순간 멍해졌지만 곧 신념술로 본 광경에 얼굴이 굳어졌다. 귀물들이 미친 짐승처럼 날뛰며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제부터가 진짜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윤구주가 무명의 목에 칼을 들이댄 건 확실해. 지금이 바로 마지막 승부의 시점이다.”말이 끝나자마자 흩어진 마기가 다시 거칠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기가 응집되더니 거대한 마영체가 형성됐다. 그 거대한 그림자는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고 대지를 집어삼키려는 듯 광폭하게 움직였다. 그건 이제는 환상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잠금요탑 위로 백장 크기의 마존이 강림했다. “윤구주! 네가 이 정도였다고? 실력만큼은 서요산 시조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겠군.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미 흐름은 정해졌다. 대세는 되돌릴 수 없어. 그 시조가 도력이 하늘을 찌르고 능력이 천하를 뒤흔든다 해도 결국 날 죽이지 못했지. 결국엔 구천을 떠돌며 외도계에서 날 베어낼 무언가나 찾고 있겠지. 외도계엔 나를 죽일 보물이 있을지도 몰라도 이곳 인간계 구주의 오방 안에서는 절대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넌 여기서 끝이다. 죽어라!! 윤구주. 마의 경계는 끝이 없고 마의 바다는 만 리를 삼킨다! ”하늘이 찢기고 무한한 마해가 대지를 뒤덮었다. 잠금요탑은 순식간에 요산으로 변했고 주변은 온통 사기와 혼란으로 뒤덮였다. 무명은 드디어 자신의 사혼체를 드러내며 윤구주와 마지막 일전을 준비했다. 윤구주의 손에 들린 참마검이 떨리기 시작했다. 풍무기의 상태가 이미 한계라는 증거였다. “구주야, 내 양혼신체는 거의 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37화

    ‘선술? 크하하하!’무명이 미친 듯 웃었다.“네가 황자면 뭐 어쩌라고? 결국에는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인간 세상의 유성일 뿐이지.”“나는 무명이다.하늘은 이미 내 발 아래 있다.세상의 법? 그런 건 내가 정하는것이다.”“윤구주! 과연 네놈이 날 어떻게 상대할지 두고 보겠다!”‘원신출체도 못 한 놈이 선술을 깨달았다고? 어이없네.’무명의 눈에는 윤구주란 놈은 선술의 겉껍데기나 훔쳐본 수준에 불과했다.입만 산 허세쟁이 꼬맹이였지 그딴 놈은 애초에 눈에 들어올 가치조차 없었다.게다가 진짜 선술을 논하려면 그 참마검조차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는 주제에.하지만 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신의 경지에 머물던 시절,우연히 소요산에 들렀을 때 그때 이미 선술의 근본을 깨달았지.”윤구주의 눈이 빛났다.“지금, 네게 그걸 보여주마.”“구기신통 , 등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몸을 감싸고 있던 하얀 기운이 순식간에 실체의 불꽃으로 응결되었다.기운이 ‘기’에서 ‘힘’으로 승화된 것이다.무명의 눈동자가 순간 가늘어졌다.이게 뭔지 무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제 윤구주는 몸 자체에서 영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마음만 먹으면, 주변 땅의 기운조차 자기 위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윤구주는 이제 한 종파의 시조로 불릴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더 이상 강자를 넘어서 자신만의 도를 세우고, 전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무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저건, 설마 성력?!”그 힘은 그렇게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문제는 진짜였다. 가짜가 아닌, 순도 100%의 성력이었다.“말도 안 돼...저놈이 어떻게...”무명의 내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수행자에겐 한 단계 한 단계가 천벽과도 같다.특히 성의 경지에 이르기 까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하늘 사이를 걷는 자들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였던것이다그리고 지금 윤구주는 그 문턱을 스스로 넘고 있었다.“무명! 넌 반성자일뿐! 육신만 있었으면 성인이 됐을지도 몰라.하지만 지금 넌 가짜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