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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Author: 김원호
“도련님을 뵙습니다!”

남궁서준은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정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은 왜 데리고 온 겁니까?”

마치 남궁 세가 사람들의 얼굴은 보기도 싫었다는 양 원망과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정태웅은 억울한 얼굴로 대꾸했다.

“왜 나한테 그래? 네 가족들이 멋대로 찾아온 거야.”

소년은 그 말을 듣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선을 돌렸다.

그때 구씨 장로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 집까지 모시겠습니다.”

“집?”

정태웅은 뭔가 생각난 듯 구씨 장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인네, 잠깐 기다려!”

그러고는 남궁서준을 향해 물었다.

“꼬맹이, 너 여기서 뭐 했어?”

“뭐하긴요. 검술을 배우는 중이었죠.”

“하하하, 노인네, 들었지? 그 집 도련님이 여기서 검술을 배운다고 내가 그렇게 말해도 안 믿더니, 이제는 믿겠어?”

정태웅은 구씨 장로를 향해 조롱 가득 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심기가 언짢아진 장로가 혀를 찼다.

“헛소리! 우리 남궁 세가의 검도는 세계 제일이며 도련님은 검도 귀재입니다. 그런 도련님을 가르친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하, 정말 못 들어주겠네. 남궁 세가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세상은 넓고 당신들보다 대단한 사람은 많아. 정말 진심으로 자기들 검도가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구씨 장로는 여전히 고고한 태도로 일관했다.

“흥, 우리 도련님께 검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남궁서준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방금 뭐라고 했지? 자격이 뭐가 어쩌고 어째?”

“소인은 사실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이신 도련님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검술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

“들었지? 저 노인네 아까부터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다고 떠들어댔어. 아까는 백화궁에 있는 여자들에게 손도 댔고 말이야. 그리고 궁주님한테는 백화궁이 남자들 욕구나 풀어주는 곳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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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749화

    “형님? 형님 누구?”남궁원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러자 남궁서준이 차갑게 대답했다.“우리 형님 이름은 아무한테나 얘기해줄 수 없습니다.”그 말에 남궁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넷째 대장로인 자신이 아무나 인가?기가 막힌 듯 소년을 바라보니 그 소년은 다시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정말 저를 막으시겠다고요?”그 말과 함께 남궁서준의 몸에서 살의가 흘러나왔다. 이 근방을 다 에워쌀 정도의 살의에 남궁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민약 이대로 계속 막아섰다가는 이 15살 꼬맹이의 손에 자신이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살의는 점점 더 짙어졌고 남궁 세가 사람들은 다리가 저절로 휘청거렸다.남궁원은 소년과 구씨 장로를 번갈아 보더니 어쩔 수 없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씨, 미안하네. 나도 더는 안 되겠어.”“어르신!!”남궁원의 말에 구씨 장로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입을 열어 마지막으로 빌어보고 싶었지만 남궁서준의 검이 더 빨랐다.쉬잉.날카로운 칼끝이 구씨 목에 닿자마자 빠르게 뼈와 살을 뚫고 나왔다. 구씨 장로의 머리는 허공에 잠깐 떠 있더니 이내 바닥으로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남궁 세가의 내문 장로가 남궁서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피가 흥건히 흘러나오는 머리를 본 정태웅은 신이 나서 달려가 발로 그 머리를 꾹꾹 밟으며 웃었다.“노인네, 이제야 좀 후회해? 하지만 늦었어, 하하하!”남궁원을 포함한 남궁 세가 사람들은 정태웅이 구씨 장로의 시체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단칼에 구씨 장소를 베어버린 남궁서준은 그제야 유용검을 거두어들이며 정태웅에게 말했다.“이제 됐어요? 죽일 사람도 죽였으니 저는 이제 가볼게요.”“뭐? 간다고? 야 꼬맹이, 어딜 가?”정태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검옥으로 돌아갈 겁니다.”“진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네.”“저하는 어쩌고 이렇게 가겠다는 거야?”정태웅의 질문에 남궁서준은 빨개진 두 눈으로 외쳤다.“나라고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세요? 형님이 나보

  • 구주, 왕의 귀환   제750화

    남궁 세가 사람들이 떠나간 후 정태웅의 뒤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기척을 느낀 정태웅이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서 있었다.“저하, 줄곧 여기 계셨군요?”“그래.”윤구주는 짧게 대답한 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남궁서준이 떠나간 곳을 바라보았다.“꼬맹이가 떠나서 많이 아쉬우신가 봐요?”정태웅은 그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아쉽지 않을 수 있겠어. 내 동생인데. 하지만 꼬맹이의 미래를 위해서 이대로 보내주는 게 맞아.”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꼬맹이를 위한 선택이셨군요.”윤구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화궁.윤구주는 정태웅과 함께 백화궁으로 돌아왔다.백화궁 입구에 막 도착해보니 거기에는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경찰차도 보였다.이에 사람들 쪽을 바라보니 바로 앞에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은 윤구주와 정태웅을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지휘사 님을 뵙습니다.”원건우는 윤구주의 정체를 아직 모르기에 정태웅에게만 인사를 올렸다.정태웅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두 사람을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 특별한 일 없으면 찾아오지 말랬잖아.”원건우가 답했다.“중요한 보고가 들어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뭔데, 빨리 얘기해.”정태웅이 귀찮은 얼굴로 물었다.원건우는 윤구주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외부인 앞에서는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 뜻을 눈치챈 정태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뭐해, 말 안 하고. 그리고 옆은 왜 자꾸 힐끔거리는 건데? 얘기하기 싫으면 이만 돌아가. 나 피곤해.”그 말에 원건우는 서둘러 그를 붙잡았다.“아닙니다. 지금 당장 얘기하겠습니다. 크흠, 저희가 입수한 소식에 의하면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명의 킬러가 서남지역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 킬러들은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놈들이고요.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미

  • 구주, 왕의 귀환   제751화

    암부 지휘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국제킬러들을 막지 않고 그냥 들여보내는 걸까?원건우와 육명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태웅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어 밖으로 나갔다. 서남 여단장과 육명진이 나가고 나서야 정태웅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저하, 그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정말 온 것 같습니다.”윤구주는 백화궁으로 향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전부 다 올 때까지 기다려서 죽일 거야.”윤구주는 열 팀의 국제킬러들이 제 목숨을 노리는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내일은 소채은과 쇼핑도 하며 맛있는 것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대스타의 은설아의 방.탁시현의 일을 계기로 은설아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그 대가가 지금 바로 치르는 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치러야 할 것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어차피 천음 엔터의 일로 공연과 활동도 전부 정지되어 이미 연예계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지금 은퇴한다 해도 아무도 저를 잡지 않을 것이다.“됐어!”“나 안 해! 은퇴할 거야! 이런 생활 이젠 지긋지긋해.”은퇴를 결심하자 은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2년 동안 연예인을 한다고 그래도 돈을 꽤 모아놓은 데다 예쁜 미모까지 있으니 연예인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마음의 짐을 덜어낸 은설아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는 그 위에 장미꽃 잎을 떨어트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그렇게 온몸으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으니 또 그놈의 윤구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밤에 잠을 잘 때도 그러더니 젠장.“설마 내가 은인님을 좋아하나?”윤구주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은설아가 빨개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은인님은 이미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도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내 맘엔 영웅님 말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도 없어.”...어느 화려하기 그지없는 별

  • 구주, 왕의 귀환   제752화

    처음에는 은설아를 천음 엔터에서 잘 키워서 대스타를 며느리로 맞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제 아들이 그런 연예인 나부랭이 때문에 죽었으니 은설아도 살려둘 수 없었다.“내가 그년 사는 게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음침한 말을 뱉은 탁천수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로비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로비 뒤쪽에는 비밀공간인 암실이 있었는데 그 앞에는 마침 향문에서 온 주술사 명재경이 있었다.그는 다가오는 탁천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회장님!”“사부님께서는 회장님 말씀대로 그 연예인에게 피의 저주를 걸고 계십니다.”“들어가서 확인해보지.”명재경은 탁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돌로 된 문을 열어젖혔다.문이 열 리가 스산한 암실이 탁천수의 시야에 펼쳐졌다.암실은 아주 컸는데 내부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침했다.명재경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내부에는 큰 제단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외눈 나사의 조각상이 놓여있었다.그리고 백발의 얼굴에는 노란빛을 띠는 노인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그 모습으로 보아 그가 바로 마재경이 말한 사부님이라는 향문 태현문에서도 내공이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 같아 보였다.그의 이름은 진구양이었고 나이는 불혹을 넘어섰는데도 온몸에서 뿜어내는 음습한 기운에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탁천수마저 진구양을 보고 몸을 떨어댔다.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에는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은설아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그리고 사진의 뒤에는 검은 개의 피로 쓰여진 은설아를 사주팔자가 적혀져 있었다.이게 바로 지금껏 지현과 주문으로 이름을 날려온 향문 술법이었다.그중에서도 진구양은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였으니 그 명성이 더 대단했다.탁천수가 그런 진구양을 제 아들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이리 부른 것이었다.“음귀오로, 주술개천!”“사세피고, 태현귀일!”“피의 저주!”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들어 빠르게 허수아비를 향해 3번의 주술법인을 퍼부었다

  • 구주, 왕의 귀환   제753화

    그리고 향문에서 왔다는 주술사가 주문을 외울 때 백화궁에도 바람이 일었다.음풍이었다.그 음풍에 창문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집에서 소채은과 시간을 보내던 윤구주도 그 음풍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바람이 부는 거야?”소채은도 어디서 온 음풍인지 몰라 일단 창문부터 닫았다.“채은아, 이리와!”“응? 왜 그래 구주야?”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자 소채은이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윤구주가 아무 말 없이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 대고 휘젓자 윤구주에게서 뿜어져 나온 현기에 맞은 음풍은 귀신이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난생처음으로 들어보는 괴이한 소리에 소채은 얼른 귀를 틀어막으며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 뭐야? 나 너무 무서워 구주야...”윤구주는 소채은을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괜찮아, 진정해 채은아.”“죽으려고 환장했나, 누가 감히 격공주술을 걸어!”격공주술이 뭔지 몰랐던 소채은이 윤구주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야?”“나중에 알려줄게. 일단은 장에 얌전히 있어. 알겠지?”“응.”소채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본 윤구주가 술법으로 순식간에 방 밖으로 나왔다.정원에 도착하자 윤구주의 시린 두 눈에서 금색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금색 눈동자로 주변의 훑어보던 윤구주의 눈에 은설아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보였다. “은설아 씨한테 보낸 거였네.”윤구주는 다시 몸을 흔들더니 순식간에 은설아의 방앞으로 와 소리쳤다.“은설아 씨!”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은설아에 윤구주는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윤구주가 들어오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은설아의 방을 겹겹이 에워쌌다.윤구주는 코웃음을 치고는 손바닥으로 그 기운들을 밀어내자 또 아까와 같은 귀신 울음소리를 내며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져버렸다.그리고 윤구주가 다급히 은설아를 찾아 뛰어갔을 때는 목욕을 하고 있던 은설아의 얼굴이 원래의 미모를 잃고 귀신보다 더 무서울 정도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

  • 구주, 왕의 귀환   제754화

    남은 4기는 윤구주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시행 중인 술자지는 윤구주가 천하의 술법들을 교묘하게 섞어서 만들어 낸 신통이었다.신통에는 술법의 근원부터 화진 전체 술법의 핵심들이 다 들어있었다.윤구주는 “술” 자지를 시행한 뒤 두 손을 교차시켜 은설아의 머리 위로 눌렀다.펑!말로 이루 다 형용할 수 없는 하늘도 놀랄만한 술법의 기운이 은설아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그리고 윤구주가 팔기지의 “술” 자지를 쓸 때 천 리 밖 밀실에서 탁천수와 얘기 중이던 진구양은 심장이 '쿵' 하는 느낌에 얼른 은설아의 사진을 붙여놓은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는데 그때는 이미 허수아비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뭐야!”“내 피의 저주를 푼 놈이 있어!”깜짝 놀란 진구양이 두 손을 움직이며 다시 주술을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이 심장을 짓누르며 '펑' 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태현문 주술사의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진구양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사부님!”“진 술사!”옆에 서 있던 수하와 탁천수가 단번에 쓰러져 피를 흘려대는 명망 높은 향문 주술사를 보며 다들 어안이 벙벙해 했다.현기에 제대로 맞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진구양이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고수야! 젠장! 이번에는 진짜 고수라고!”“진 술사, 왜 그러십니까?”다급히 물어오는 탁천수에 진구양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아무래도 그년 옆에 저와 같은 고수가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술법이 너무 강해서... 제 피의 저주를 풀고 또 격공으로 저를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저도 처음입니다. 아까 제가 저주를 빨리 풀지 않았더라면...”진구양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탁천수 같은 사람이 그 뒤에 이어질 말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럼 그 년을 못 죽인단 말씀이시죠 지금?”탁천수의 질문에 진구양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제가 회장님 돈을 받은 이상 무슨 수를 써서든 성공시키겠습니다. 그전에 그 고수와 맞설

  • 구주, 왕의 귀환   제755화

    “네.”윤구주는 아까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그리고 자신이 정말 죽을 뻔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은설아는 눈물까지 흘렸다.“걱정 마요. 그 주술은 이미 내가 막아냈어요. 그리고 그 사람도 다치게 만들었으니까 당분간은 아무 짓도 못 할 거예요.”윤구주의 위로를 듣고 있던 은설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고마워요, 은인님!”그러자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은설아의 백옥같은 몸이 윤구주의 시야에 들어왔다.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몸에 긴 다리까지 더해지는 윤구주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제야 제가 목욕을 하느라 옷을 다 벗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린 은설아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은설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윤구주에게 제 알몸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려와 다시 욕조 속으로 몸을 숨겼다.“그... 은인님, 제...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고양이처럼 바들바들 떠는 은설아를 보던 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리고 이젠 안전하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말을 마친 윤구주가 밖으로 나오자 연규비와 정태웅이 인기척을 듣고 달려왔다.“저하!”“제가 아까 자다가 사악한 기운을 느껴서 바로 은스타님 방으로 달려왔어요!”“저하, 그 연예인분은 괜찮으십니까?”정태웅과 연규비 모두 대가 경지에 오른 상급 대무사였기에 당연히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둘은 기운을 느끼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아까 어느 미친놈이 격공주술을 걸어서 은스타님을 죽이려고 했어. 지금은 다 해결했어.”“격공주술이라고요? 누가 그런 짓을 합니까?”수련자라면 태허경지에 올라도 함부로 격공으로 사람을 죽이는 짓은 못 하는데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정태웅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게다가 그 주술 대상자가 은설아였으니 정태웅과 연규비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천 리 밖에서 거는 격공주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

  • 구주, 왕의 귀환   제756화

    “은스타님을 죽이려 한 건 분명 천음 엔터 그 망할 놈의 사장일 거예요.”정태웅이 화가 나서 소리치는 말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우리도 좀 움직여봐야겠지.”말을 마친 윤구주는 정태웅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뚱땡이, 네가 해줄 일이 있다!”정태웅은 윤구주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저하!”“암부에 가서 전해. 오늘 서남경찰서 전체 휴가라고. 아무도 당직 서지 못하게 해!”윤구주의 명령에 의아했던 정태웅이 되물었다.“휴가요?”“그래.”“왜 갑자기 휴가를 주시는 겁니까 저하?”“오늘 밤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으니까.”정태웅은 그제야 이해한 듯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저하 말씀 그대로 전하겠습니다!”“그리고 하나 더.”“말씀하십시오.”“암부에 내일 아침 성에 널린 시신들 거둬 가라고 해.”시신 수거라는 말에 정태웅과 연규비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정작 윤구주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늘 높이 뛰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렸다.그들은 오늘 밤에 화진에 피바람이 불 걸 예상했다.누군가가 감히 화진 제일 신왕을 건드렸으니....달이 뜬 밤이 되자 백화궁 근처의 30층이 넘은 고층 건물 위에 누군가 신처럼 올라 서 있었다.그 훤칠한 얼굴에 달빛이 비추자 길게 뻗은 기럭지가 그림자가 되에 건물 위에 드리워졌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의 화려한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이제 시작해야지.”말을 마친 윤구주의 눈에서 갑자기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바로 신념술이었다.수련자의 신식과 비슷한 신념은 내공의 힘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내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념술이 더욱 강했다.주위의 풀들도 윤구주의 신념을 느낀 건지 가볍게 떨어댔다.그리고 신념술을 행하고 있는 윤구주는 주위의 풀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람 신혼의 움직임까지 다 느낄 수 있었다.윤구주의 전성기에는 반경 10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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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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