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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Author: 김원호
노인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7, 80대로 보였는데 사실 그녀의 나이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비록 그녀는 나이가 아주 많았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살벌했다.

그녀는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지팡이의 머리 쪽에 ‘여’ 자가 새겨져 있었다.

신급 강자의 기운을 띤 그녀는 말을 하면서 눈앞의 불빛이 환한 도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르신, 왕이 생기면서부터 우리 화진은 세계 강대국 중 하나가 되었어요. 강성은 연해 도시라서 교통도 편리하고 산업도 발전해서 아주 부유한 곳이에요.”

한동석이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좋은 도시가 곧 피바다가 되겠어요.”

여선희는 기괴하게 웃었다.

“한동석 장군, 국방부에서 암부가 적과 결탁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얻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이번에는 우렁찬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말을 한 사람은 키가 작은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여선희와 마찬가지로 신급 강자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고 있었다.

노인의 뒤에는 1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다.

한동석은 노인의 말을 듣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법위는 항상 공정하고 엄격합니다.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암부에서 적과 결탁한 건 확실한 일이죠.”

신급 강자의 노인 황정두는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전 국방부에서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을 처리하려고 그런다고 들었는데요. 그리고 구주왕의 충실한 부하였던 자들을 다 죽일 생각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동석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차갑게 돌변하면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어르신, 저희 국방부를, 이황왕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황정두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쓸데없는 말은 삼가시죠. 우리는 이황왕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암부가 적과 결탁한 증거를 국방부에서 확보했다고 하니 우리 3대 문벌은 당연히 따라야죠.”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눈이 하나뿐인 노인이었다.

그 노인도 그들처럼 신급 강자였다. 하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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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구주, 왕의 귀환   제918화

    국방부 장군 한동석이 3대 문벌의 강자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공항 활주로에 있던 영문 구성원들은 곧바로 경례를 했다.수백 명의 강자들이 강성에 모습을 드러내니 곧 어둠의 파도가 강성을 휩쓸 것 같았다.“정태웅의 위치는 확인했어?”한동석이 한 영문 구성원에게 물었다.“장군님, 위치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강성의 윈워터힐스에 있습니다.”영문의 킬러는 곧바로 대답했다.“좋아. 오늘 암부를 일망타진해야겠어.”한동석은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큰 손을 움직였고 수백 명의 강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했다.한동석이 3대 문벌의 강자들을 데리고 윈워터힐스로 가고 있을 때, 윈워터힐스에서는 소채은의 부모가 소채은을 간호하고 있었다.비록 윤구주가 소채은 체내의 시독을 전부 없애긴 했지만 소채은은 몸이 너무 허약해서 천천히 회복해야 했다.윈워터힐스 거실 안.윤구주와 정태웅, 주세호, 백경재 등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다.원래는 달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야심한 시각이 되니 빛이 어두워졌다.하늘에서 별들이 사라진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거실에 앉아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더니 밖을 바라보았다.“왔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백경재, 정태웅, 주세호 모두 당황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 뭐라고 하셨습니까?”윤구주는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잠시 뒤, 윤구주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나 왔군.”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갑자기 일어나면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 국방부 사람들이 왔어.”‘뭐?’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곧바로 몸을 돌려 어둠을 바라보았다.“저하, 그들을 감지하신 겁니까?”“그래.”윤구주가 말하자마자 정태웅은 펄쩍 뛰었다.“제기랄, 이 잡놈들이 감히 죽으려고 찾아오는 걸까요? 저하, 명령을 내려주시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손을 저었다.“조급해할 필요 없어.

  • 구주, 왕의 귀환   제919화

    “상대방의 실력이 아주 강하거든요. 전 주세호 씨 사람이 헛되이 죽는 걸 원치 않아요.”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그 기운들을 느낀 순간, 윤구주는 그들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파악했다. 주세호의 경호원들이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저하, 제 사람들이 물러나면 저희 쪽에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주세호의 질문에 윤구주는 웃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사람이 있으니까요.”사람이 있다는 말에 주세호뿐만 아니라 정태웅도 답답했다.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그들에게 설명해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 밤은 더욱 깊어졌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 뒤 주세호는 윤구주의 말대로 윈워터힐스에 있던 100여 명의 경호원들을 전부 철수시켰다.현재 윈워터힐스는 텅텅 비어서 쥐 죽은 듯 고요했다.썰렁하고 차가운 건축물을 제외하면 윤구주 일행과 소채은의 부모님, 그리고 혼수상태인 소채은뿐이었다.이때 윤구주는 시괴 동산을 데리고 소채은의 방에 왔다.방 안, 소채은의 곁을 지키던 소채은의 부모님은 윤구주가 거구의 시괴 동산을 데려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구주야, 여긴 어쩐 일이야?”윤구주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병상 위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채은이 보러 왔어요. 참, 아버님, 어머님. 잠시 뒤 밖이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는 방 안에만 계세요.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절대 방에서 나오지 마세요.”윤구주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소청하와 천희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구주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오늘 밤에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거야?”“죄송해요. 이 일은 모르시는 게 좋아요. 그저 제 말대로 하시면 돼요. 그리고 채은이 잘 돌봐주세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소청하는 비록 의문이 들었지만 윤구주를 굳게 믿었기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두 사람에게 당부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시괴 동산에게 말했다.“지금부터 넌 한 발짝도 움직이지

  • 구주, 왕의 귀환   제920화

    밤하늘 아래, 한 무리의 강자들이 윈워터힐스 주변에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국방부 장군 한동석이었다.그는 반보 신급 강자 실력을 지닌 집법위 총사령관이지만 진짜 국방부 구성원은 아니었다.그는 사실 문씨 일가의 사람이었다.문아름은 왕이 된 뒤 군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다지려고 일부러 한동석을 집법위 총사령관 자리에 앉혔다.한동석의 뒤에는 서울 3대 문벌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있었다.3대 문벌에는 총 10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고 그들 외에 200명 가까이 되는 영문의 킬러들도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기세가 아주 대단했다.“바로 이곳인가요?”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3대 문벌 중 여씨 일가의 여선희였다.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눈빛이 아주 기묘했다.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눈앞의 윈워터힐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네.”한동석이 대답했다.“여기까지 왔으니 그 정태웅 지휘사를 보러 가죠.”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잔영만 남긴 채 윈워터힐스로 날아갔고 뒤에 있던 고수들은 곧바로 그녀를 뒤따랐다.수만 평의 윈워터힐스는 조명 때문에 환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호화로운 곳 입구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더욱 이상한 것은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점이었다.열려 있는 문과 텅 빈 내부를 본 3대 문벌 사람들과 한동석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좋은 곳에 경호원 한 명 없다고요?”말을 한 사람은 황정두였다.“매복해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요?”다른 대가급 노인이 말했다.“뭐 두려울 게 있나요? 매복이 있다고 해도 우리 세 문벌이 암부의 지휘사 한 명 상대하지 못하겠습니까?”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급 강자인 당의전이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을 휘둘렀고 음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윈워터힐스를 감쌌다.“당의전 씨 말이 맞아요. 우리 서울의 3대 문벌은 지금까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여선희는 그렇게 말한 뒤 검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순간 수십 명의 대가급 강자들이 일제히 뛰어올라서 윈워터힐스

  • 구주, 왕의 귀환   제921화

    “건방진 놈! 겨우 암부 지휘사 따위가 감히 우리 왕에게 불경을 저질러? 죽고 싶어?”한동석은 정태웅이 문아름의 이름을 얘기하자 버럭 화를 냈다.정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별 같잖은 놈이 말이 많아. 내가 국방부에 있을 때 넌 아마 소꿉놀이나 하고 있었을걸?”정태웅은 경멸에 찬 얼굴로 말한 뒤 3대 문벌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흠, 나쁘지 않네. 화진의 다섯 문벌 중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왔네?”정태웅의 말을 들은 여선희는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단번에 우리 세 가문을 알아보다니 정태웅 지휘사는 보는 눈이 있네.”“하하. 여씨, 황씨, 당씨 일가의 선조들이 당시 곤륜산에서 개처럼 우리 저하 발밑에 엎드린 적이 있으니까.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정태웅은 웃었다.당시 곤륜에서 윤구주는 혼자 문벌, 종문, 세가와 화진의 고대 무도의 모든 연맹을 휩쓸어서 천 년 만에 처음으로 화진 고대 무술계의 대통합을 이루었다.그러니 정태웅이 한 말은 사실이었다.당시 그들이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던 일이 언급되자 세 문벌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났다.당시 곤륜에서 있었던 일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치욕이었다.특히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그랬다.그러나 정태웅의 독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내가 묻겠어. 세 문벌 모두 국방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개가 된 거야?”여선희는 호통을 쳤다.“정태웅 지휘사, 우리는 그저 왕의 명령대로 나라를 배신한 당신을 잡으러 온 것뿐이야!”“결국엔 문씨 일가의 개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그걸 인정하는 게 싫어? 날 봐봐. 난 아주 떳떳하니까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않잖아. 그래, 세 문벌 모두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의 개가 되었다는 건 이미 준비가 됐다는 걸 의미하겠지?”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서면서 호되게 말했다.“빌어먹을, 정태웅! 지금의 암부가 그때랑 같은 줄 알아? 솔직히 얘기할게. 우리 세 문벌은 언제든 암부를 없앨

  • 구주, 왕의 귀환   제922화

    설인의 길이는 손바닥만 했다.정태웅이 설인을 휘두르자 7미터쯤 되는 흰색 빛이 번뜩였다.설인은 그를 향해 날아오던 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두 명을 베었고,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정태웅에 의해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두 쪽 난 몸이 마당에 떨어지는 순간,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국방부 장군 한동석도 마찬가지였다.사람들은 암부의 지휘사 정태웅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수련은 게을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정태웅은 무도 재능이 아주 뛰어났고 심지어 민규현, 천현수보다도 더 훌륭했다. 하지만 그 점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정태웅은 게으르고 수련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약한 건 절대 아니었다.정태웅은 단칼에 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의 대가들을 죽였다. 그는 입가를 핥더니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설인을 가지고 놀면서 말했다.“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어차피 난 오늘 너희들을 전부 다 죽일 거니까.”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 당의전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암부의 3대 지휘사답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오늘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다들 저 자식을 죽여!”당의전이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20여 명의 대가들이 정태웅을 공격했다.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는 서울 문벌 대표로 아주 유명했다.심지어 여씨, 황씨 일가보다 더 대단했다.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20여 명이 전부 나섰고 그 순간, 대전이 시작되었다.“제기랄, 패싸움이라도 하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정태웅은 들고 있던 설인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쉭 소리와 함께 흰색의 서늘한 빛을 띤 칼날이 찬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으면서 대가급 강자들을 공격했다.정태웅이 당씨 일가의 대가 20여 명에게 포위당해서 공격을 받고 있을 때, 백경재가 태현문의 춘신도를 든 채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정태웅 지휘사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백경재는 당연히 정태웅

  • 구주, 왕의 귀환   제923화

    “세상에, 원성일 씨. 천하회에서는 왜 온 겁니까?”싸우고 있던 정태웅은 멀리서 오는 그들을 보자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들고 있는 설인으로 자신에게 달려들던 당씨 일가의 대가를 찔러서 죽였다.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경의 천하회였다.원성일의 뒤에는 예쁜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노정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하면 천하회의 대가급 경지의 10개 당의 당주가 있었다.“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뒤 우리 천하회는 곧바로 서경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왔습니다. 다행히도 늦지 않았네요!”원성일이 큰 목청으로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역시 원성일 씨답네요. 아주 의리가 넘쳐요!”원성일도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우리는 천하회 암부와 함께 전장에서 싸우면서 적을 죽였었죠. 지금 암부에 문제가 생겼는데 저희 천하회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1000여 명의 천하회 사람들이 도착하자 국방부 장군 한동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해?”지팡이를 짚은 여선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동석 장군은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저 사람들은 천하회 사람들이에요.”“천하회요?”한동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네. 당시 천하회는 서경을 지켰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는 구주왕을 섬겼었고요. 그런데 그들이 오늘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천하회가 구주왕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말에 한동석의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그 죽은 남자의 부하였군요. 흥!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하다니, 오늘 암부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전부 죽여!”한동석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국방부 사람들과 영문 킬러들은 곧바로 천하회와 대립했다.비록 천하회의 1000여 명 되는 무인들이 도착했지만 한동석과 3대 문벌에 실질적인 영향은 가지 않았다.3대 문벌 측에는 무려 10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여

  • 구주, 왕의 귀환   제924화

    연규비가 수백 명의 백화궁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정태웅은 매우 기뻤다.“역시 연규비 씨가 저한테 제일 잘해주네요!”말을 마친 뒤 그는 거만한 얼굴로 자신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국방부 장군 한동석, 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롱했다.“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아까는 여럿이서 날 공격하려고 했지? 이제 누가 더 수가 많은지 봤지?”천하회 사람들과 백화궁의 예쁜 미인들은 무기들을 꺼내며 싸울 준비를 했다.윈워터힐스에는 천하회, 백화궁의 100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비록 대사급 경지가 수십 명밖에 되지 않지만 수만 봤을 때는 한동석 쪽보다 훨씬 더 많았다.천하회와 백화궁 사람들이 국방부와 3대 문벌 등 사람들을 포위하고 난 뒤 여선희의 입에서 엄청난 한기가 나왔다.검은 지팡이를 짚은 그녀는 갑자기 땅을 쿵 내리쳤고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신급 강자의 기운이 엄청난 기세로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그 여파로 윈워터힐스의 건물들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어져 나가는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심장이 철렁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급 강자였다.“개미처럼 보잘것없는 것들이 수가 많아서 뭐 해?”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일가에서는 오늘 세 명의 신급 강자를 파견했다.게다가 국방부의 장군 한동석도 사실은 반보 신급 강자였다.그 외에 3대 문벌에서는 전부 대가급 강자들을 데려왔다.정태웅이 천하회, 백화궁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오늘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퉤! 신급 강자 따위가 뭐라고. 당신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정태웅이 날아갔다.정태웅은 신급 강자 따위 두렵지 않았다.일촉즉발의 순간, 쿵쿵 소리가 다시 한번 뒤에서 들려왔다.그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얼마나 심하냐면 주변 건물 위 벽돌도 지붕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무슨 상황이지?”“지진인가?”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쿵쿵대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곧 모두의 놀란 시선 속에서 10여 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925화

    “정태웅, 나 늦지 않았지?”우레와도 같은 소리가 탱크 위에서 들려왔다.말한 사람은 당연히 창용부대의 총사령관 박창용이었다.박창용이 탱크를 타고 기세등등하게 도착하자 정태웅은 흥분해서 펄쩍 뛰었다.“세상에, 창용 씨. 여긴 어쩐 일입니까?”“글쎄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나 박창용의 형제를 건드렸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안 올 수가 있겠어?”탱크에 앉은 박창용이 호탕하게 말했다.“하하하하! 창용 씨는 역시 의리가 넘치시네요. 오늘 창용부대가 탱크까지 가져온 거 봤지? 오늘 너희들이 어떻게 죽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한동석과 세 문벌의 사람들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당신, 그리고 국방부 놈들아. 아까는 싸우려고 했잖아. 어디 한 번 덤벼봐! 오늘 누가 죽을지 한번 해보자고!”창용부대가 부대를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도착하자 서울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들은 조금 전에는 천하회와 백화궁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창용부대는 무려 군대였다.게다가 그들은 탱크까지 끌고 왔다.만약 그들이 대포라도 쏜다면 신급 강자라고 해도 상처를 입을 것이었다.“한동석 장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창용부대는 국방부에서 장악한 거 아닙니까? 왜 대놓고 암부를 돕는 거죠?”지팡이를 짚은 여선희가 매서운 목소리로 한동석에게 물었다.황씨, 당씨 일가도 한동석을 바라보았다.한동석은 당연히 3대 문벌의 뜻을 알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서 차가운 시선으로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전 서울 국방부 집법위 총사령관 한동석입니다. 당신이 바로 창용부대의 총사령관이죠?”“그래.”박창용은 탱크 위에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이라면 말이 통하겠군요. 박창용 사령관님, 이게 지금 무슨 뜻입니까?”한동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용부대의 군인들을 가리켰다.박창용은 차갑게 웃었다.“내 뜻은 충분히 명확하지 않나? 당연히 내 형제를 지키려고 그러는 거지!”“박창용 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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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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