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0년 차 먼지 같은 엑스트라, 압도적인 연기로 전 세계를 집어삼키다!" 대사 한 줄 없는 엑스트라로 10년을 버틴 이현준. 그에게는 어떤 배역이든 완벽하게 영혼을 동기화시키는 기이한 몰입의 재능이 있었다. 우연히 톱스타의 눈에 띄어 거장 감독의 신작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된 그는, 텅 빈 내면을 무기 삼아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남규만'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단숨에 주연 자리를 꿰찬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조롱과 선배 배우들의 텃세를 오직 '압도적인 연기력' 하나로 짓누르며 충무로의 괴물로 진화하는 이현준. 스크린 속 악마의 얼굴과 현실 속 따뜻한 인간미를 오가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의 중심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비상하는 천재 배우의 위대한 서사시.
View More그는 냅킨을 뽑아 젖은 손을 우아하게 닦으며, 조민극을 향해 기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러니... 앞으로는 잔을 넘치게 하는 실수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인내심도... 저 물잔처럼 언제나 넘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왕좌의 주인이 바뀌다정적.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 조민극은, 자신의 다음 대사가 무엇이었는지 새하얗게 잊어버린 채 그저 현준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그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연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괴물에게, 심장을 붙잡혔다.다른 배우들의 표정도 경악 그 자체였다. 그들은 더 이상 현준을 풋내기 신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앞으로 상대해야 할 주인공 '남규만'의 실체를 목격했다. 그들은 앞으로 스크린 속에서 저 괴물에게 처절하게 유린당할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했다.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이 모든 것을 즐겁게 지켜보던 안성현이었다."크흐흐...!"그는 참지 못하고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조민극을 향해 말했다."조 선배, 어때? 우리 주인공, 패가 좀 묵직하지? 뻥카는 아닌 것 같지 않아?"조민극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현준을 향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노, 당혹감, 그리고 마지막에는 배우로서의 순수한 경외감."...너... 너, 이 자식... 진짜구나."그의 거친 한마디는 최고의 찬사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미안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잘... 부탁한다."
* 사자들의 우리대본 리딩이 열리는 청룡 필름 지하 1층, 대형 회의실의 공기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팽팽했다. 길게 이어진 테이블에는 이미 대한민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왕'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주인공 '오기철'의 파트너인 베테랑 형사 역의 배우 오달수, 남규만의 비리를 돕는 부패한 검사 역의 조민극, 그리고 판을 뒤흔드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할 여배우 김혜선까지. 이름 하나하나가 영화 한 편의 무게감을 갖는, 그야말로 '연기 사자'들의 우리였다.그들은 서로 익숙하게 안부를 물으며 웃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모두 회의실 입구를 향해 있었다. 오늘, 이 위대한 왕들의 영토에 겁 없이 발을 들인 이단아, '이현준'이 나타나는 날이기 때문이다.문이 열리고, 이현준이 김동진, 박성철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순간, 회의실을 채우고 있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수십 개의 날카로운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호기심, 경멸, 의심, 그리고 약간의 동정심까지. 복잡하게 뒤섞인 시선들이 창처럼 날아와 꽂혔다.하지만 이현준은 그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듯, 텅 빈 눈으로 자신의 이름표가 놓인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미세한 기계음이라도 들리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정확성이 있었다.그의 자리는, 안성현의 바로 맞은편이었다. 왕과 왕이 마주 보는 자리. 하지만 지금 그는 왕이 아닌, 왕좌를 탐하는 반역자일 뿐이었다."허, 저 친구가 그 유명한 친구 구만."침묵을 깬 것은 부패 검사 역의 베테랑 배우, 조민극이었다. 그는 특유의 비꼬는 듯한 말투로 이창욱 감독에게 말을 건넸다."감독님, 안목이 참으로 대담하십니다. 이 중요한 판에, 어디서 이런 패를 다 가져오셨을까. 부디 그 패가... 조
"시끄러워.""네?""사자가 토끼를 사냥할 때, 일일이 숲속 동물들한테 허락받고 사냥하는 거 봤어?"그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제작사 대표를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암반과도 같았다."개가 짖는다고 기차가 멈추나. 그냥 짖게 내버려 둬. 대신, 기차가 얼마나 빠른지 곧 보여주면 되는 거야. 조감독한테 전해. 사흘 뒤, 전체 대본 리딩 진행한다고. 배우들 스케줄 전부 조정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시키라고 해. 이제 우리 괴물을... 동료 사냥개들한테도 선보일 시간이 됐으니."한편,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중심축인 국민 배우 안성현은 자신의 자택 서재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매니저가 안절부절못하며 인터넷 기사를 보여주었다."선배님, 큰일 났습니다. '안성현의 커리어에 씻을 수 없는 오점', '신인 배우 띄워주기에 이용당하는 국민 배우' 같은 악의적인 기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계시면 안 됩니다."안성현은 기사 제목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오점이라..."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나는 말이야, 40년 동안 연기하면서 수많은 배우들을 만나봤어. 천재라고 불리는 놈, 노력파라고 불리는 놈,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놈... 하지만 그놈은 좀 달라. 그놈은 '진짜'야."그는 며칠 전, 자신의 숨통을 조여왔던 그 신인의 서늘한 눈빛을 떠올렸다."사람들이 그러지. 내 연기는 호랑이 같다고. 근데 말이야... 그놈은 호랑이 따위가 아니었어. 늪이야, 늪. 한번 빠지면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아주 깊고 차가운 늪. 그런 놈이랑 연기하는데 내 커리어에 오점이 남겠냐, 아니면 화룡점정이 찍히겠냐?"매니저는 안성현의 눈에서 번뜩이는, 즐거움과 흥분을 발견하고는 더
* 괴물의 담금질그날 이후, 현준의 일상은 단순해졌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향했다. '남규만'은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먹잇감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날카로움을 지닌 인물. 현준은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지방을 걷어내고 뱀처럼 날렵하고 단단한 근육을 만드는 지옥 훈련에 돌입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오후에는 연기 연습실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대사를 뱉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남규만의 사소한 습관들을 몸에 새겼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기계적인 걸음걸이, 상대를 관찰할 때 미세하게 기울어지는 고개의 각도, 그리고... 사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 없는 미소.밤에는 자신의 새로운 집에서, 수십 편의 범죄 다큐멘터리와 프로파일링 관련 서적들을 독파했다. 그는 괴물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논리와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있었다.그의 세상에서 '이현준'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잠을 잘 때조차, 그는 꿈속에서 남규만이 되어 누군가를 해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기묘한 희열을 느꼈다. 완벽하게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감각. 그것은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자 저주였다.그리고 마침내, 폭풍이 몰려오는 그날이 밝았다.* 세상에 던져진 이름영화 '아수라'의 제작사인 청룡 필름의 이름으로, 주요 언론사와 연예 매체에 한 통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공식입장] 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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