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후 입장에서는 윤우선이 계속 여기에 머물면서 자신과 아내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처음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윤우선을 미국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바로 시후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걱정되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윤우선을 속여 불러들인 뒤 자신이 홍콩에 있는 동안 아내와 함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윤우선이 여기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지금 유나는 윤우선의 실제 재정 상황을 모르고 있지만, 시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윤우선의 주머니는 텅 비어 있을 것이었고 만약 돈이 없다면, 그녀는 절대 미국을 떠나지 않고 유나가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버틸 것이 뻔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윤우선을 미국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 지금 시후에게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시후는 의도적으로 중고 시장에서 목걸이의 가치를 슬쩍 언급한 것이었다. 결국 시후의 이 말은 윤우선에게 ‘같은 목걸이를 두 개나 가질 필요가 없다’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고, 어차피 같은 목걸이는 한 개만 있으면 되니, 남은 하나를 몰래 팔아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는 사실까지 상기시켜 주었다. 어쨌든 윤우선은 한 개의 목걸이를 팔고도 결국 여전히 같은 목걸이를 하나 가지고 있는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시후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기에, 윤우선은 즉시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줌바 댄스도, 운동 모임도, 그런 것들은 모두 안중에도 없었다. 윤우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유나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놀란 표정을 짓자, 윤우선은 참지 못하고 다시 말했다. “유나야, 엄마가 조금 전에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 엄마가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온 건 맞지만, 이제 두 사람을 다 만나 보았으니 더 이상 그리움이 생기기 않게 됐어.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집이 그리워지기 시
유나는 윤우선의 태도가 단호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조금 난감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후 어머니가 미국에 남아 있는 것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편하고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주 5일간 수업을 들어야 해서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렇다면 결국 시후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열어 말했다. “엄마, 그럼 금요일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우리 뉴욕으로 가요. 일요일 비행기표를 예약해 드릴게요.”“그래 좋다!” 윤우선은 한순간에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어서 표를 끊어 줘, 늦어서 매진되면 안 되니까.”옆에 있던 시후가 이때 말했다. “장모님, 그럼 제가 예매해 드릴게요.”윤우선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고마워, 우리 은 서방!”시후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휴대폰을 꺼내 뉴욕발 한국행 일요일 항공편을 찾아 바로 표를 예매했다.윤우선은 곧 항공사에서 보낸 발권 정보 메시지를 받았고, 예약이 확정된 것을 보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윤우선의 반응은 마치 오랜 시간 떠돌던 나그네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그 후, 윤우선은 조심스럽게 시후가 선물한 목걸이를 챙긴 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아, 나 오늘 운동 모임 가기로 했는데, 곧 늦겠네. 그럼 두 사람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도록 하렴. 난 먼저 나갈게!”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운동화를 갈아 신고 방을 나섰다.윤우선이 떠난 후, 유나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여보, 엄마 상태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이상해?” 시후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장모님이 어디가 이상해 보여요? 난 그냥 장모님이 빨리 집에 가고 싶으신 것뿐인 것 같은데.”유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으며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귀국 문제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당신이 엄마한테 준 그 목걸이가 뭔가 이상하단 말이죠.”“목걸이요?” 시후는 더욱
시후는 유나가 윤우선의 행동을 이렇게 정확하게 예측할 줄은 몰랐고 웃으며 말했다. “아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말아요. 어차피 장모님에게 내가 선물한 거니까, 어떻게 처분하든 장모님의 자유죠. 우리가 간섭할 권리는 없잖아요. 그리고 난 장모님께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못 믿겠으면 우리가 귀국할 때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 그때도 목걸이가 있으면 아무 문제없는 거 아니겠어요.”유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말했다. “나도 엄마 일에 간섭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엄마는 가끔 너무 실망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단 말이죠. 이 목걸이는 당신이 직접 선물한 건데, 엄마가 단순히 돈만 보고 팔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우리가 돌아가도 목걸이는 여전히 장모님한테 있을 거예요.”유나는 시후가 왜 이렇게 확신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런 문제를 깊이 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길 바라야죠....”....그 시각. 뉴욕, 페이셔스 그룹.배유현과 시후가 탄 비행기가 홍콩에서 출발한 이후로, 배원중은 하루 종일 집에서 초조하게 손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원중은 시후가 준 반 알의 거풍환 덕분에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이미 죽음에 가까운 상태였고, 약효의 대부분이 목숨을 살리는 데 쓰였기 때문에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후가 바로 반 알의 약이 자신을 1년, 길어야 2년 더 살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던 이유인 것이다. 이 때문에 배원중은 이미 스스로 죽음까지 남은 날을 카운트다운하고 있었고, 그의 대부분의 희망을 내년 회춘단 경매에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었을 때도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자리에서도 물러난 상황이었기에, 내년 경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그는
배원중은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페이셔스 그룹의 대저택 정문으로 나섰고, 마침 그 때 배유현이 탄 차량 행렬도 도착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모두 함께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차에서 내린 배유현은 할아버지가 직접 마중을 나온 모습을 보자마자, 속으로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 주머니 속에 시후가 준 거풍환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불안함과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회춘단과 거풍환에 얼마나 간절한 기대를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손녀로서, 시후에게서 받은 이 약을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곧 시후의 당부가 떠올랐고, 결국 그녀는 충동을 억누르기로 했다. 그녀는 곧바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왜 굳이 직접 마중까지 나오셨어요.”배원중은 간절한 눈빛을 띄면서도, 겉으로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고, 또 그렇게 먼 곳에서 돌아왔으니 내가 직접 나와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네가 수고가 많았다.” 이어서 그는 재빨리 물었다. “이번 일은 무사히 잘 해결된 거지?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봤는데, 그 유가휘라는 양반이 이중열이라는 양반과 화해를 한 것 같더구나?”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은 선생님께서 함께 계셨기에, 유가휘 씨도 감히 이중열 선생님께 함부로 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이번에 은 선생님이 그에게 충분히 체면을 세워주셨기에, 그 역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듯했고요.”“그렇다면 잘된 일이구나.” 배원중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께서는 우리 페이셔스 그룹에 너무나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지. 우리가 그분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었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번에 시후가 보답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질 수는 없었기
배원중은 배유현의 놀란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유현아, 이제 너는 우리 그룹의 회장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그러자 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할아버지, 여기는 할아버지의 서재이고 이 책상도 할아버지의 것이잖아요. 제가 비록 회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손녀일 뿐이에요. 회사에서라면 물론 회장이니까 회장실에 앉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집에서는 감히 할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어요..."그러나 배원중은 손을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룹이 곧 가문이야. 가정과 기업은 하나인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지. 너는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고, 더 나아가 이 집안을 이끌어갈 사람이다. 나 또한 이제는 너의 의견에 따라야 하고, 네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겠지." 이렇게 말한 뒤 배원중은 더 이상 배유현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바깥쪽의 의자 중 하나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배유현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유현아, 자리에 앉아라."배유현은 순간적으로 부담을 느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원중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고, 이를 본 배원중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번에 홍콩에서 있었던 일들을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해 보렴."배유현은 특별히 숨길 것 없이,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의 모든 일을 하나하나 상세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시후가 유미경에게 거풍환을 선물한 일만큼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생존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혹시라도 유미경이 가진 거풍환을 노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도치 않게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설령 할아버지가 그 약을 사려고 시도하는 것도, 시후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시후는 분명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부분을 아예
할아버지가 이 질문을 던진 순간, 배유현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생겼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시후가 사전에 대비책을 알려준 상태였기에, 그녀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은 선생님께서 이번에 돌아오는 길에 분명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동안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여러 가지 방면에서 보여준 태도에 대해 매우 만족하신다고요. 그래서 조만간 직접 뉴욕에 오셔서 할아버지를 뵙고, 직접 감사를 표하겠다고 하셨습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유현아, 은 선생님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느냐?""네."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계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원래 은 선생님께서는 페이셔스 그룹에 반드시 보답을 하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할아버지의 상황을 더 고려해달라고 요청 드렸어요. 할아버지께서 처한 상황과 감정을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요." 그 순간, 배유현은 살짝 속임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시후는 이번에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보상으로 두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배유현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거풍환, 또 하나는 할아버지에게 10년을 더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황금 같은 약속이었다. 배유현은 시후가 이러한 보상을 한 이유가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확실한 권력을 잡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는 시후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지금이 바로 할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시후가 페이셔스 그룹 전체에 주기로 한 보상을 자신이 할아버지에게 모두 양보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비록 마음 한 켠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녀는 더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배원중은 손녀의 말을 듣자, 마음 깊이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조급한 듯이 물었다. "유현아,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은
윤우선은 미국으로 오기 이전에 시후가 준 돈을 모아 두었다가 명품 매장에서 에메랄드 목걸이를 샀고, 이벤트에 당첨까지 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후가 똑같은 목걸이를 또 하나 선물해 주었다. 이렇게 되니, 그녀는 시후가 선물한 목걸이를 되팔기만 하면 공짜로 하나를 얻은 셈이 되었고, 그 뿐만 아니라 호화로운 개인 전용 여객기도 경험했으며, 미국에서 며칠 동안 여행까지 즐겼다. 이제 그녀는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이틀 동안 신나게 놀고 나면, 완벽한 만족감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분 좋은 기대감 때문인지, 윤우선은 거리를 걸으며 운동하면서 입이 귀까지 걸려 있었고, 너무 즐거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숨을 쉬다 보니 곧 입 안이 바짝 말랐고, 호흡도 불규칙 해져 다른 사람들과의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이때, 운동 모임의 부팀장이자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인 여성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우선 씨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뒤처진 거야?” 이 여성의 이름은 전지영으로, 윤우선보다 두 살 나이가 많았고, 윤우선은 그녀를 늘 지영 언니라고 불렀다.전지영은 미국에서 일을 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남편과 함께 미국에 머물면서 손주를 돌봐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녀의 고향은 윤우선과 같았다. 비록 조금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다른 동에 살고 있기는 했지만, 서로 가까운 동네였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따지면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었다.윤우선은 평소에 콧대가 높아, 아무리 외국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나도 크게 감동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지영과 친하게 지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전지영의 옷차림과 악세서리들이 일반인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손목에 차고 다니는 팔찌 하나만 해도 최소 10억
윤우선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돌아와서는 문을 열고 첫 번째로 한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유나야, 은 서방! 내일 저녁에 두 사람 약속 있니?”유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엄마?”윤우선은 설명했다. “엄마가 운동 모임에서 굉장히 잘 맞고 친한 언니가 있는데, 그분이 우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시더라고. 그분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 친한 친구가 얼마 없었대. 그런데 나랑 엄청 잘 맞아서, 나도 이 기회에 집에 가서 식사 한 끼 하려고 해. 하지만 내가 곧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떠나기 전에 가서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유나는 놀란 듯 물었다. “엄마... 엄마 나이에도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윤우선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어머,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거야?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같이 놀러 다녔던 이모들 있잖아! 나랑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데?”유나는 어색하게 물었다. “그분들과 정말 잘 지냈던 거 맞아요? 저는 엄마가 그분들과 같이 고스톱도 치고, 미용실도 자주 갔던 것 같은데, 나중에 그냥 관계가 어색해졌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윤우선은 순간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건 다 지나간 얘기야. 이제 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사실, 윤우선이 그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예전에 시후의 카드를 훔쳐서 돈을 빼낸 후 갑자기 돈이 생기자 부자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그 친구들을 업신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윤우선은 그 친구들에 대해 전화를 걸어 비난을 했는데, 결국 윤우선은 그 후로 구금되어 며칠간 감옥에서 지내게 되었다.윤우선은 오랫동안 진상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매우 속물적이며,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는 성격이었다. 윤우선은 그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돈을 쓰든 안 쓰든 우선 허리를 굽신대며 아부를 떨었다. 그래서 그녀는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