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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기향난
이튿날 아침 이수호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도우미가 짐을 챙기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대표님, 전부 도아영 씨 물건들이에요. 어제 도아영 씨가 전화 와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면서 물건들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요.”

눈앞의 캐리어를 보던 이수호의 머릿속에 도아영의 모습이 스쳤다.

평소 이 시간이면 도아영은 아침상을 차려놓고 기대에 찬 얼굴로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었다. 그러고는 의자까지 빼주었고 재미도 없는 화제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어딘가 허전한 것 같았다.

자신이 도아영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린 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얼른 정리해서 치워. 눈에 거슬리니까.”

“네... 대표님.”

이수호는 거실 의자에 앉았다. 텅 빈 테이블을 보고는 불만을 드러냈다.

“아침 아직 안 됐어?”

“죄송합니다, 대표님. 평소에는 도아영 씨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새로운 도우미가 아직 시간을 잘 몰라요...”

“빨리 준비해. 출근해야 하는데.”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이수호는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를 가져왔다.

이수호는 빈약한 아침상을 보고는 도우미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이게 뭐지?”

“아... 아침 식사입니다.”

겁에 질린 도우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

“난 한쪽만 익힌 계란 후라이는 안 먹어. 그리고 아침에 고기도 안 먹어. 내가 이런 아침이나 차리라고 한 달에 그 많은 월급을 주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몰랐습니다...”

“대표님, 새로 온 도우미라서 잘 몰라서 그랬어요. 다시 준비하라고 할게요.”

“됐어.”

이수호가 어두운 얼굴로 일어났다.

그때 남현숙이 안방에서 나왔다.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보자마자 손자가 왜 화가 났는지 바로 알아챘다.

남현숙이 말했다.

“평소에는 항상 아영이가 아침을 차렸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디저트에 만두에, 적어도 16가지 음식을 차렸어. 게다가 전부 영양이 풍부한 거로. 아영이가 없으니까 정말 살 수가 없어.”

그녀의 말에 이수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파혼 얘기를 꺼낸 것도 모자라 그냥 이렇게 가버려? 우리 집에 온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되는데 걔가 없다고 내가 못 살 것 같아?’

“할머니, 출근할게요.”

“거기 서.”

남현숙이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나한테 손주며느리는 아영이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도씨 일가에 가서 사과해. 아영이가 용서하기 전까지는 이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도 마.”

“할머니...”

“빨리 가!”

남현숙이 무섭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이수호는 아무리 싫어도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그 시각 도씨 저택.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도아영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도지호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이 덮고 있는 이불을 잡아당기고는 손목을 덥석 잡았다.

“도아영, 너 미쳤어? 이수호랑 파혼을 해?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해.”

도아영은 도지호에게 잡힌 왼손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도지호가 그녀의 남동생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었다.

유정연과 아버지가 재혼했을 당시 도지호는 이미 다섯 살이었다. 아버지는 도지호를 친아들처럼 생각했고 유정연은 도씨 일가 도련님이 된 아들을 끔찍이도 아꼈다.

전생에 유정연은 도아영을 이씨 일가에 시집보낸 후 도원 그룹을 도지호에게 맡기라고 했다. 결국 그 큰 회사가 도지호의 손에 망하고 말았다.

18살밖에 안 된 소년을 본 순간 도아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따귀를 날렸다. 따귀를 맞은 도지호는 그대로 넋이 나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아영을 쳐다보았다.

“날... 때렸어?”

예전의 도아영은 나약하기 그지없었고 말투도 항상 다정했었다. 그에게 손을 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아영이 싸늘하게 호통쳤다.

“그래. 때렸다, 왜? 무슨 배짱으로 감히 내 방에 함부로 들어와?”

“아가씨,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도련님을 막지 못했어요.”

도우미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문 앞에서 설명했다.

“그 입 다물어. 여긴 내 집이야. 내가 어디 가고 싶으면 어디 가는 거지.”

도지호가 호통치자 도우미는 너무도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우미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본 순간 도아영은 도지호가 예전에 집안에서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알아챘다. 전에 이수호에게만 신경을 쏟아부은 나머지 유정연 모자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너희 집? 이 집은 너희 집이 아니야.”

도아영은 도우미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도우미의 팔에 맞은 상처가 가득했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우리 집안이 권력 있는 집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을 무시해도 되진 않아. 어느 노동법에 도우미를 함부로 때려도 된다고 했어?”

도아영이 편을 들자 도우미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사실 진작 그만두고 싶었지만 도지호가 도씨 일가 도련님의 신분으로 협박했고 나가지도 못하게 했으며 심지어 그만두지도 못하게 했다. 이런 날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아가씨, 제발 저 좀 그만두게 해주세요.”

도우미가 더 세게 울었다.

그 시각 아래층에 있던 유정연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올라왔다. 아들의 얼굴이 벌겋게 부은 걸 보고는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유정연이 두 눈을 부릅뜨고 도아영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다.

“도아영, 어떻게 네 동생을 때릴 수 있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주. 파혼도 모자라 가족까지 때리다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동생? 난 저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을 둔 적이 없어요.”

도아영이 계속하여 차갑게 말했다.

“아줌마, 솔직히 말해서 지호는 아빠 친아들도 아니잖아요. 다 큰 성인이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건 그렇다 쳐도 도우미들까지 때리고 욕했어요. 아줌마가 오냐오냐 키운 아들이 어떤 꼴인지 똑똑히 봐요.”

그녀의 말에 유정연이 코웃음을 쳤다.

“지호는 어릴 적부터 이 집에서 자랐고 네 아빠도 지호를 친아들이라 생각했어. 누나라는 사람이 너무 꺼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도우미를 때렸는데 뭐? 병원비를 안 줬어? 아니면 월급을 적게 주기라도 했어?”

도아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아줌마, 오늘 도우미한테 손을 대면 내일은 회사 직원한테도 가혹하게 할 수 있어요. 나중에 도원 그룹이 정말로 지호의 손에 들어간다면 전부 망쳐버릴까 봐 걱정돼요.”

“도아영, 무슨 말을 그렇게 모질게 해? 지호 아직 어려. 태어나자마자 회사를 잘 이끌어가는 대표가 어디 있어? 그리고 이미 회사를 지호한테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이수호랑 결혼하지 못했다고 해서 말을 바꾸면 안 되지.”

유정연이 양심 없는 사람이라는 걸 도아영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 서랍 쪽으로 걸어가 약혼식 전에 사인한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

“이걸 얘기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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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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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얌
진짜 짜증나네 아버지도 죽었는데 계ㅇ소는 왜 계속 엄마행세하는거야??? 글고 할머니!!!? 왜 아영이잡고 안놔줘요??? 진짜아영이를 아낀다면 아영이 놔줘요 욕심부리지말고 이런 할마씨들 진짜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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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너무재밋어서 계속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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