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박도준의 숨겨진 여자로 3년을 산 안예서는 그가 얼마나 거칠고 위험한 남자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점잖은 겉모습 뒤에 숨겨진 악마 같은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안예서는 그저 박도준에게서 멀리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안예서의 뜻대로 되게 두지 않았다. ... 안예서는 박도준과 헤어지기 위해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 예상대로 박도준이 먼저 안예서와 선을 긋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안예서가 약혼자와 함께 집에 돌아온 날, 박도준이 안예서를 화장실로 몰아넣고 귀를 짓궂게 깨물며 속삭였다. “이번 생에 나한테 시집오지 못하면 내 결혼식 날에 식장에서 목매겠다고 하지 않았어? 제수.” 아무 말도 있지 못하는 안예서.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녀와 박도준 사이의 모든 관계는 그저 거래라는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폭설로 길이 막혔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안예서를 데리러 와준 사람은 박도준이었다. 안예서가 여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온 세상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을 때 유일하게 안예서를 믿어준 사람 역시 박도준이었다. ... 한때 안예서를 무시하고 짓밟았던 박도준이었지만 결국에는 안예서에게 완전히 굴복하고 말았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모두 내 눈이 되어 오롯이 너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View More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닌지도 몰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안예서가 얼마 전 헤어지자고 했던 일로 언짢았던 마음이 서서히 풀린다면, 그때 다시 기회를 찾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정윤설은 안예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주말이 되자 안예서는 예전에 그만두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그동안 박도준은 안예서를 찾지 않았고 안예서는 최대한 하루라도 더 미루자는 생각으로 박도준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사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매주 정해진 약속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지난번에 박도준이 캔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안예서는 캔들을 켜지 않았다. 대신 조명 하나를 켜두고 소파에 앉아 박도준을 기다렸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어느샌가 밖이 어두워졌다.안예서는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알림을 보고 나서야 이번 달이 거의 끝나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예서는 모바일 앱으로 어머니의 입원비를 납부했다.세진 그룹에서 보수를 두 배로 지급해 준 데다 온라인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마침 입원비를 모두 낼 수 있었다.안예서는 계좌에 500원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돈을 받고 남자랑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아마도 안예서일 것이다.물론 박도준이 박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박도준이 준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두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뿐이다.지난달 박도준이 돈을 준 이후로 안예서는 빚을 거의 다 갚게 되었기에 마음은 그래도 조금 가벼웠다.안예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느샌가 소파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눈부신 불빛을 피했다.그러나 잠시 뒤 안예서는 눈을 번쩍 떴다.박도준이 왔다.자리에서 일어나던 안예서는 자신의 몸에 담요가 덮여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물소
임현섭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함께 해결하면 돼. 그러니까 그런 일로 나를 밀어내지는 말아 줘. 응?”안예서는 고개를 들어 임현섭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안예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안예서는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임현섭, 우리 둘 다 잠시 시간을 갖자. 네가 한 말 잘 생각해 볼게. 대신 너도 다른 여자들을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설렘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라 한 번 시작한 관계는 쉽게 끝내지 않아.”임현섭이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예서야, 나를 믿어줘. 나는 결코 예전의 아쉬움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응, 믿어.”결국 그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고 임현섭은 안예서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안예서가 차에서 내릴 때 임현섭은 꽃다발을 건넸다.임현섭이 말했다.“지금 당장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준 꽃다발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안예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고마워. 정말 예쁜 꽃이네.”임현섭이 말했다.“조심히 들어가. 오늘 푹 쉬어.”“너도.”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꽃다발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윤설이 불쑥 튀어나왔다.“벌써 돌아온 거야? 영화는 안 봤어?”안예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은 뒤 꽃다발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안 봤어.”정윤설은 머리를 긁적였다.“미안해, 예서야. 임현섭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해서 너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하길래...”“괜찮아.”안예서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거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임현섭한테 당분간 시간을 갖자고 했어.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한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이 박도준과 결혼하는 걸 방해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월요일이 되자 안예서는 평소처럼 출근했다.그 무역회사는 안예서가 다니는 번역 회사와 여러 차례 협업했던 곳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저녁이 되자 양측은 식사를 했고, 식사가 끝난 뒤 안예서는 사람들을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는데 정윤설이 갑자기 위치를 하나 보냈다.곧이어 음성 메시지도 하나 도착했다.[나 지난번에 성과급 받아서 밥 산다고 했잖아. 그동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샀는데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자!]안예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답장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정윤설이 알려준 곳에 도착해 보니 정윤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임현섭이 보였다.안예서는 가방을 든 채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임현섭은 안예서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내가 정윤설한테 너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어. 내가 부르면 네가 안 나올 것 같았거든.”안예서는 미소로 머쓱함을 감췄다.“그럴 리가. 내가 왜...”임현섭은 안예서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영화 곧 시작이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안예서는 꽃다발을 받지 않고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임현섭,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나는...”“알아.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 재촉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눠봐야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겠어?”임현섭이 말을 이어갔다.“나를 그냥 너를 좋아해서 네 곁을 계속 맴도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해 줘. 너무 부담 갖지는 마.”안예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임현섭은 꽃다발을 거두며 말했다.“꽃다발이 좀 무거우니까 이따가 줄게.”임현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예서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일단 영화부터 보러 가자.”안예서는 자기도 모르게 임현섭의 뒤를 따라
같은 시각, 양씨 가문.양효진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정부가 박스 하나를 들고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택배가 왔어요.”양효진은 박스를 힐끗 보고 말했다.“뭐예요?”포장만 봐서는 보석이나 액세서리는 아닌 듯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걸 보낸 분이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보셔야 한다고 해서요.”양효진은 박스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가봐요.”양효진은 박스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스를 뜯어 보고 나서야 그 안에 얼마 전 자신이 레오에게 건넸던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양효진은 그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메모리카드를 꺼내 옆에 있던 카메라에 꽂았다.영상이 재생되자 양효진은 비명을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던졌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레오의 모습이 카메라에 몇 초간 잡혔다.그러나 이내 화면이 바뀌며 조명이 한층 어두워졌고, 카메라는 마침 소파 위에서 겹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뭔가를 깨달은 양효진은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비록 두 사람의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남자의 체격과 옷차림을 보니 박도준이 확실했다.그리고 박도준의 몸 위에는 셔츠가 흘러내려 팔에 걸쳐져 있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살짝 젖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여자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입을 틀어막은 양효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영상의 길이는 겨우 1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매우 많았다.양효진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밖에 있던 가정부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괜찮으세요?”양효진은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꺼져! 다 꺼지라고!”이내 문밖은 조용해졌고 양효진의 앞에 놓인 카메라에서는 같은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계속해 양효진을 자극했다.양효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액정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영상은 똑똑히 보였다.양효진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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