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통보를 받은 날, 세계 1위 재벌과 계약했다

이혼 통보를 받은 날, 세계 1위 재벌과 계약했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7-28
작가:  유리구슬방금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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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서연우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불륜과 배신, 그리고 위자료 한 푼 없이 쫓겨나는 이혼 통보뿐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무능한 전처라 비웃는 순간, 세상은 몰랐다. 그녀의 진짜 정체가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전설의 투자자 '스텔라'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태성그룹 회장 차태경. "당신이 원하는 복수, 내가 전부 이루어주지." 그러나 연우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버린 남편과 시가, 탐욕스러운 재벌가,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권력까지. 모든 판을 뒤집기 위해, 스텔라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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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챕터
1화. 가장 완벽한 결혼 기념일의 지옥
최고급 호텔 라세느의 VIP 전용 펜트하우스 복도.두꺼운 최고급 카펫이 서연우의 구두 굽 소리를 무겁게 삼켰다.창밖으로는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호텔 내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고요하고 안락했다.연우의 손에는 유명 파티시에에게 한 달 전부터 특별 주문한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순백의 생크림 위로 '결혼 3주년'을 축하하는 레터링이 정갈하게 적혀 있는, 완벽한 케이크였다.오늘은 서연우와 강지훈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었다.'지훈 씨가 좋아해야 할 텐데.'연우는 작게 숨을 고르며 펜트하우스 301호의 문턱에 섰다.지난 3년의 결혼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시어머니의 끊임없는 멸시, 시누이들의 노골적인 무시, 그리고 남편 강지훈의 무관심까지.숨 막히는 시월드 속에서도 연우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로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이 집에 들어오면서, 연우는 진짜 가족의 온기를 잃어버렸다.그래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었다.그녀는 남편 지훈의 무능함을 덮어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부도 위기에 처했던 지훈의 회사 '성진 어패럴'을 살려내기 위해 밤새워 재무제표를 뜯어고친 것도,업계의 핵심 투자자들을 익명으로 연결해 주며 뒤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도 모두 연우였다.그녀의 헌신 덕분에 성진 어패럴은 불과 3년 만에 업계 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연우는 가방에서 카드 키를 꺼내 도어록에 가져다 댔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육중한 문이 열렸다."지훈 씨, 나 왔어."대답은 없었다.거실은 짙은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어두컴컴했고, 은은한 간접 조명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서프라이즈 이벤트라도 준비한 걸까.연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거실 안으로 걸음을 내디디려던 순간이었다.공기 중에 떠도는 낯선 향기가 연우의 코끝을 찔렀다.달콤하면서도 짙고, 끈적거리는 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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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가장 완벽한 결혼 기념일의 지옥(2)
넓은 킹사이즈 침대 위.하얀 시트 위에서 짐승처럼 뒤엉켜 있던 두 남녀의 움직임이 일순간 뚝 멎었다.침대 시트를 황급히 끌어당기며 가장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유아라였다.아라는 문가에 서 있는 연우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찰나의 순간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 올렸다.완벽한 승리자의 조소였다.그러나 아라는 이내 시트를 가슴 끝까지 끌어올리며 과장되게 비명을 질렀다."꺄악! 어, 언니…!"아라의 가증스러운 비명에, 강지훈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아내에게 외도 현장을 들킨 남편의 당혹감이나 뼈저린 죄책감이 아니었다.오히려 한창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아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짜증이었다."너… 네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강지훈이 침대 헤드에 기대앉으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연우는 대답 대신, 손에 쥐고 있던 케이크 상자를 협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쿵, 하고 상자가 내려앉는 소리만이 적막한 방 안을 서늘하게 울렸다."내 결혼기념일에, 내 남편 이름으로 예약된 스위트룸인데."연우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내가 오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보지?"그녀의 냉정한 태도에 강지훈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그는 침대 옆에 벗어둔 가운을 집어 걸치며 거칠게 콧방귀를 꼈다."하, 눈치가 없으면 타이밍이라도 잘 맞추든가. 기분 다 망치게.""기분을 망친 건 나일 텐데, 강지훈."연우의 시선이 지훈의 어깨너머, 시트 뒤에 숨어 벌벌 떠는 척 연기하는 유아라에게 향했다.흔들림 없는 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아라의 눈동자가 잠시 불안하게 흔들렸다."유아라. 내 물건 주워 쓰는 더러운 버릇, 아직도 못 고쳤니?""언, 언니… 그게 아니라…."유아라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가련한 표정으로 지훈의 팔에 단단히 매달렸다."오해하지 마, 언니. 형부가 평소에 너무 외로워하셔서… 내가 잠깐 위로해 드리려다가 그만….""위로?"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차가운 실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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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위자료 0원, 버려진 사냥개(1)
호텔 스위트룸을 빠져나온 연우가 성북동 본가로 돌아왔을 때, 거실의 풍경은 이미 그녀를 도려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왔니."넓은 거실 중앙, 이탈리아제 최고급 가죽 소파에 시어머니 최 여사가 오만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방금 전까지 호텔에서 다른 여자와 뒹굴던 남편 강지훈이 뻔뻔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들의 발치에는 연우가 결혼 전부터 쓰던 낡은 캐리어 하나가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었다."어머님."연우의 차분한 부름에 최 여사가 날카롭게 눈꼬리를 치켜올렸다."어머님? 이제 와서 그 역겨운 호칭은 집어치워라. 아까 지훈이한테서 다 들었다. 네가 기어이 호텔까지 찾아가서 천박하게 행패를 부렸다지?""행패라뇨. 저는 그저 제 남편이 제 여동생과 발가벗고 있는 진풍경을 감상했을 뿐입니다."연우의 흔들림 없는 대답에 최 여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쏘아붙였다."입 조심해! 남자가 바깥일 하다 보면 잠깐 한눈팔 수도 있는 거지, 그걸 빌미로 남편 앞길을 막으려 들어? 하여간 근본 없는 집안에서 굴러들어 온 것들은 교양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근본 없는 집안의 딸이 밤낮없이 굴러서 세워놓은 게 지금의 성진 어패럴입니다. 그 교양 있는 입으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네요.""뭐, 뭐라? 이 물건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최 여사가 뒷목을 잡는 시늉을 하자, 지훈이 연우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나섰다."서연우, 너 우리 엄마한테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네가 세워? 성진 어패럴을 네가 키워? 주제 파악 좀 해라. 넌 그냥 내 옆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던 비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지훈의 입에서 나온 '비서'라는 단어에 연우의 시선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부도 직전이었던 성진 어패럴의 썩은 재무제표를 밤을 새워가며 뜯어고친 것은 연우였다. 시중에 풀린 어음을 막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것도, 핵심 사업의 기획안을 A부터 Z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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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위자료 0원, 버려진 사냥개(2)
지훈 역시 팔짱을 낀 채 연우를 조롱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왜, 이제야 현실 파악이 좀 돼? 위자료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으니 앞이 깜깜하겠지."지훈이 한 걸음 다가오며 턱을 치켜들었다."지금이라도 내 다리 붙잡고 싹싹 빌면, 아라한테 말해서 우리 회사 말단 직원 자리 하나쯤은 내줄 수도 있어. 청소 아줌마 자리가 딱 어울리긴 하겠지만."연우는 바닥에 떨어진 혼전 계약서와 이혼 합의서를 번갈아 보았다.그리고 이내 흔들림 없는 우아한 동작으로 허리를 굽혀 두 서류를 집어 들었다."서연우, 내 말 안 들려?"지훈이 짜증스럽게 재촉하는 순간.연우가 테이블 위에 놓인 만년필을 들어 이혼 합의서의 서명란에 거침없이 선을 그었다.사각, 사각.조용한 거실에 만년필 촉이 종이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지훈의 눈이 당혹감으로 커졌다.최소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위자료를 달라고 악을 쓸 줄 알았다.하지만 연우의 표정에는 그 어떤 미련도, 분노조차도 보이지 않았다.오직 지독하게 차가운 얼음 같은 냉기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서명했습니다."연우가 만년필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이혼 합의서를 지훈의 가슴팍에 밀어붙였다."네 바람대로 이혼해 줄게. 어차피 이딴 썩은 쓰레기통에 더 머물 생각도 없었으니까.""뭐? 쓰레기통?""그리고 어머님."연우가 고개를 돌려 얼빠진 표정의 최 여사를 똑바로 응시했다."위자료 0원, 재산 분할 포기. 혼전 계약서의 내용대로 완벽하게 이 집안에서 떨어져 나가 드리죠.""하, 그래! 진작 그렇게 분수를 알았어야지. 당장 짐 싸 들고 꺼져라!"최 여사가 앙칼지게 소리쳤지만, 연우의 입가에는 도리어 서늘한 호선이 그려졌다.그녀는 발치에 놓인 낡은 캐리어의 손잡이를 단단히 틀어쥐었다."대신 똑똑히 기억하세요. 오늘 저를 빈손으로 쫓아낸 이 완벽한 서류가, 당신들의 목을 조르는 가장 날카로운 올가미가 될 테니까.""끝까지 주제넘게 주둥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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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폭우 속 마이바흐, 그리고 세계 서열 1위(1)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라도 뚫린 듯, 굵은 빗줄기가 성북동의 가파른 언덕길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쏴아아악-.아스팔트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빗물이 연우의 얇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순식간에 적셨다.머리카락은 무겁게 젖어 창백한 뺨에 달라붙었고, 체온은 급격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한 손에 낡은 캐리어를 쥔 서연우의 걸음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처마 밑으로 피하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뛰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등을 꼿꼿하게 편 채, 자신을 내쫓은 거대한 성채들을 등지고 묵묵히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왔다.'강지훈, 유아라. 그리고 최 여사.'빗물인지 모를 물기가 턱 끝을 타고 뚝뚝 떨어졌지만, 연우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밤하늘보다 더 차갑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버림받은 여자의 처량함 따위는 없었다.오히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손발을 묶어두었던 족쇄를 제 손으로 끊어낸 포식자의 서늘한 해방감만이 전신을 감돌았다.이제 '다정하고 헌신적인 아내 서연우'는 죽었다.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천재 투자자, 무자비한 자본의 지배자 '스텔라'만이 남았을 뿐이다.연우가 길목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접어들었을 때였다.부우웅-.폭우 소리를 뚫고, 심장을 울리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엔진 배기음이 언덕길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단순히 차 한 대가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맹수 떼가 일제히 포효하며 진격하는 듯한 위압적인 진동이었다.번쩍-!그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을 찢어발기며 수십 개의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언덕길을 가득 채웠다."……?"연우의 걸음이 멈췄다.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빛무리가 폭우를 가르고 연우의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빗줄기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도장을 한 최고급 세단들의 행렬이었다.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한 대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리무진 수십 대가, 마치 군대의 사열처럼 도로의 양방향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연우를 반원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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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폭우 속 마이바흐, 그리고 세계 서열 1위(2)
남자가 고개를 들자, 가로등 불빛이 그의 서구적이고 날카로운 턱선과 짙은 이목구비를 비추었다.범접할 수 없는 오만함과 냉혹함이 온몸에서 뚝뚝 묻어나는 남자.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의 산소를 앗아가는 듯한 압도적인 지배자.글로벌 재계 서열 1위, 태성그룹의 총수 차태경이었다."……."연우는 속눈썹에 맺힌 빗물을 깜빡이며 다가오는 남자를 응시했다.TV나 경제지 1면에서 수없이 보았던 얼굴이었다.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사냥꾼이자, 전 세계를 발밑에 둔 권력의 정점.그런 그가 왜 폭우가 쏟아지는 성북동 골목길에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인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저벅, 저벅.거센 빗소리 사이로 태경의 구두 굽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다가왔다.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숨을 죽인 채 그의 걸음을 경외의 시선으로 좇고 있었다.태경의 눈동자는 주변의 그 어떤 것에도 향하지 않았다.경호원들도, 퍼붓는 폭우도, 연우의 손에 들린 초라한 캐리어도 그의 안중에는 없었다.그의 칠흑 같은 시선은 오직 빗속에 꼿꼿이 서 있는 연우의 얼굴, 그 하나에만 지독할 정도로 고정되어 있었다.남들에게는 서릿발처럼 냉혹하던 태경의 눈빛이 연우에게 닿은 순간, 마치 기적처럼 짙은 열기와 다정함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태경의 걸음이 마침내 연우의 바로 한 뼘 앞에서 멈춰 섰다.훅-.태경이 들고 있던 거대한 검은색 우산이 연우의 머리 위로 기울어졌다.연우를 사정없이 때리던 빗줄기가 순식간에 차단되며, 태경 특유의 짙고 서늘한 우디 향이 빗내음과 섞여 연우의 코끝을 훅 파고들었다.우산의 방향은 완벽하게 연우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정작 우산을 든 태경의 넓은 오른쪽 어깨와 최고급 이탈리아제 슈트가 무서운 속도로 빗물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그는 연우의 창백하게 얼어붙은 뺨과 젖은 어깨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비에 젖었군요."태경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첫마디는, 지독하게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었다.연우는 비를 막아준 우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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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악마와의 달콤한 계약(1)
빗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마이바흐의 내부는 고요했다.서울 도심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 안에는 묵직하고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연우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응시했다.어깨에는 여전히 차태경의 온기가 남은 두툼한 슈트 재킷이 걸쳐져 있었다.젖은 옷 때문에 체온이 떨어질 법도 했지만, 차 안을 가득 채운 태경의 압도적인 존재감 탓에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온도를 좀 더 높이도록."맞은편 좌석에 앉은 태경이 운전석의 김 비서를 향해 낮게 지시했다.곧바로 히터의 온풍이 짙어졌다.연우는 시선을 돌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태경과 눈을 맞췄다."어디로 가는 길입니까?"그녀의 차분한 질문에 태경의 시선이 연우의 젖은 머리카락에 머물렀다."당신이 쉴 곳입니다."군더더기 없는 짧은 대답이었다.납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연우는 불안해하지 않았다.세계 제일의 재벌 총수가 길거리로 쫓겨난 이혼녀를 상대로 하찮은 수작을 부릴 리는 없었다.오히려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맹목적일 만큼 짙은 애착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었다.미끄러지듯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한 마이바흐가 멈춰 섰다.전용 엘리베이터는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최상층을 향해 솟구쳤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압도적인 규모의 펜트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통유리창 너머로는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 도심의 야경이 발밑으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방금 전까지 연우를 비참하게 내몰았던 그 세상이, 지금은 한낱 체스판처럼 작게 보였다."회장님, 갈아입으실 옷과 따뜻한 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미리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태경은 가볍게 턱을 까딱여 메이드를 물린 뒤, 연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내하겠습니다."연우는 그의 손을 잡는 대신, 조용히 걸음을 옮겨 거실 중앙의 거대한 대리석 테이블 앞에 섰다."옷은 나중에 갈아입죠. 그전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부터 이해하고 싶은데요."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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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악마와의 달콤한 계약(2)
"강지훈의 오만함도, 유아라의 알량한 욕망도, 당신을 내쫓은 그 잘난 시댁의 콧대도 전부 당신 발밑에 짓이겨 드리겠습니다."연우는 대답 없이 태경을 바라보았다.강지훈과 성진 어패럴을 짓밟는 것쯤은, '스텔라'의 권한을 되찾은 연우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자금줄 하나만 틀어쥐면 그깟 중견기업 하나 파산시키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웠다.하지만.'세계 1위 재벌인 태성그룹을 방패로 삼는다면.'연우의 머릿속에서 차가운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스텔라라는 완벽한 패를 쥐고 있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서연우의 신분은 빈털터리 이혼녀에 불과했다.그녀가 전면에 나서서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위장과 압도적인 무대가 필요했다.차태경의 아내.태성그룹의 안주인.그것만큼 서연우의 정체를 숨겨주고, 복수의 스케일을 극대화해 줄 완벽한 카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1년입니다."연우의 침묵을 긍정으로 읽은 태경이 계약서의 첫 장을 넘겼다."1년간 태성그룹의 안주인으로서 내 곁에 머물러 주시면 됩니다. 그 외의 모든 조건은 백지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숫자를 위자료 란에 적어 넣으셔도 좋고, 태성그룹의 지분을 요구하셔도 좋습니다."파격적인 조건이었다.아니, 이것은 거래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헌납에 가까웠다."이해할 수가 없네요."연우가 계약서를 훑어보며 차갑게 내뱉었다."회장님은 잃을 것투성이인 거래입니다. 내게 완벽한 복수와 거액의 재산을 안겨주고, 당신이 얻는 건 대체 뭐죠?"태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테이블을 돌아 연우의 곁으로 다가왔다.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연우의 정수리로 쏟아졌지만,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당신입니다."태경의 커다란 손이 연우가 쥐고 있던 계약서 위를 조심스럽게 덮었다.그의 손끝이 연우의 차가운 손등에 닿았다."당신이 내 곁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면 족합니다."맹목적이고 위험한 집착.하지만 그 집착 속에는 연우를 향한 절대적인 순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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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천재 투자자 '스텔라'의 귀환(1)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거실.어두운 대리석 테이블 위로 묵직하고 서늘한 무광 블랙의 서류 가방이 놓였다."요구하신 물건입니다."차태경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연우는 소파에 기대앉은 채 가방의 잠금장치를 풀었다.딸깍, 소리와 함께 열린 가방 안에는 최고급 보안 시스템이 탑재된 최신형 노트북과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위성 전화기가 들어 있었다."준비가 빠르시네요.""내 아내가 사냥을 시작하겠다는데, 무기 하나 쥐여주지 못할 남편은 아닙니다."태경이 연우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의 시선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부드러운 실크 가운을 걸친 연우의 하얀 목덜미에 잠시 머물렀다.냉혹한 그룹 총수의 얼굴을 지운, 지독할 만큼 다정하고 맹목적인 눈빛이었다."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하십시오. 태성그룹의 정보망을 동원해 강지훈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드릴 수도 있습니다.""아니요, 회장님의 손을 빌릴 필요는 없습니다."연우가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그 인간의 목줄은 처음부터 내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까요. 그저 내가 잠시 손에 힘을 빼고 있었을 뿐이죠.""기대되는군요."태경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그는 연우의 온전한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걸음을 돌렸다."오늘은 푹 쉬면서 가볍게 워밍업만 하십시오. 당신의 건강은 이제 온전히 내 것이기도 하니까."문이 닫히고, 거실에는 다시 연우 혼자 남았다.연우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폭우를 잠시 응시하다, 모니터로 시선을 내렸다.복잡한 프록시 서버를 여러 번 우회하고, 홍콩과 스위스를 거치는 암호화된 VVIP 전용 네트워크망에 접속했다.화면 전체가 새까맣게 변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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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천재 투자자 '스텔라'의 귀환(2)
 아서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흥분과 활기가 돌았다.연우는 마우스를 클릭해 여러 개의 창을 띄우며, 성진 어패럴의 최근 재무제표와 기획안을 불러왔다."성진 어패럴.""…예? 성진 어패럴이라면, 당신이 지난 3년간 거의 묻지마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밀어 넣어주던 그 한국의 중견 기업 말씀이십니까?""맞아요.""그곳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시려는 겁니까? 마침 오늘 아침에도 성진의 강지훈 대표 명의로 신규 프로젝트 2차 브릿지 자금 요청서가 들어와 있긴 합니다만."아서의 말에 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조소가 터져 나왔다.이혼 서류를 집어 던지고 다른 여자와 뒹굴던 그 순간에도, 강지훈은 뒤에서 스텔라의 돈을 구걸하기 위해 서류를 올리고 있었다.자신이 걷어찬 아내가 바로 그 스텔라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아니요."연우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펜트하우스의 적막을 갈랐다."회수할 겁니다. 단 한 푼의 먼지도 남기지 않고 전부 다.""…전부 말씀이십니까? 성진 어패럴은 현재 사활을 걸고 프리미엄 신규 라인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지금 핵심 자금줄이 막히면 그 회사는 하청 업체 대금조차 치르지 못하고 연쇄 부도를 맞게 될 텐데요.""그게 내가 원하는 바니까요."연우는 모니터에 띄워진 강지훈의 2차 자금 요청서를 무표정하게 응시했다.과거 자신이 밤을 새워가며 직접 작성해 주었던 그 완벽한 기획안.강지훈은 오직 스텔라의 투자금만을 믿고 능력도 없이 판을 거대하게 벌려놓은 상태였다.기초가 썩어빠진 거대한 모래성이었다."아서. 성진 어패럴과 맺었던 최초 투자 계약서 기억하죠?""물론입니다. 스텔라의 자본이 투입되는 모든 곳에는 일관된 룰이 있으니까요.""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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