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3년. 서연우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불륜과 배신, 그리고 위자료 한 푼 없이 쫓겨나는 이혼 통보뿐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무능한 전처라 비웃는 순간, 세상은 몰랐다. 그녀의 진짜 정체가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전설의 투자자 '스텔라'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태성그룹 회장 차태경. "당신이 원하는 복수, 내가 전부 이루어주지." 그러나 연우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버린 남편과 시가, 탐욕스러운 재벌가,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권력까지. 모든 판을 뒤집기 위해, 스텔라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View More최고급 호텔 라세느의 VIP 전용 펜트하우스 복도.
두꺼운 최고급 카펫이 서연우의 구두 굽 소리를 무겁게 삼켰다. 창밖으로는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호텔 내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고요하고 안락했다.연우의 손에는 유명 파티시에에게 한 달 전부터 특별 주문한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순백의 생크림 위로 '결혼 3주년'을 축하하는 레터링이 정갈하게 적혀 있는, 완벽한 케이크였다.오늘은 서연우와 강지훈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었다.
'지훈 씨가 좋아해야 할 텐데.'
연우는 작게 숨을 고르며 펜트하우스 301호의 문턱에 섰다.
지난 3년의 결혼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멸시, 시누이들의 노골적인 무시, 그리고 남편 강지훈의 무관심까지. 숨 막히는 시월드 속에서도 연우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로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이 집에 들어오면서, 연우는 진짜 가족의 온기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었다.그녀는 남편 지훈의 무능함을 덮어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부도 위기에 처했던 지훈의 회사 '성진 어패럴'을 살려내기 위해 밤새워 재무제표를 뜯어고친 것도, 업계의 핵심 투자자들을 익명으로 연결해 주며 뒤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도 모두 연우였다. 그녀의 헌신 덕분에 성진 어패럴은 불과 3년 만에 업계 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연우는 가방에서 카드 키를 꺼내 도어록에 가져다 댔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육중한 문이 열렸다.
"지훈 씨, 나 왔어."
대답은 없었다.
거실은 짙은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어두컴컴했고, 은은한 간접 조명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서프라이즈 이벤트라도 준비한 걸까. 연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거실 안으로 걸음을 내디디려던 순간이었다.공기 중에 떠도는 낯선 향기가 연우의 코끝을 찔렀다.
달콤하면서도 짙고, 끈적거리는 싸구려 인공 향. 연우가 결코 사용하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도 익숙한 향수 냄새였다.미소가 굳어진 연우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대리석 바닥 위에는 허물처럼 벗어던진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연우가 지난달 지훈의 생일 선물로 사주었던 톰포드 넥타이. 지훈의 셔츠, 그리고 그 옆에 노골적으로 얽혀 있는 붉은색 실크 슬립과 얇은 스타킹. 그 끝에는 아찔할 정도로 굽이 높은 빨간색 스틸레토 힐이 뒹굴고 있었다.연우의 심장이 불길한 박동을 시작했다.
손에 쥐고 있던 케이크 상자의 손잡이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반쯤 열린 침실 문틈.
그 사이로 적나라한 소리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아, 오빠… 이러다 누가 오면 어떡해?"
"올 사람이 누가 있어. 그 재미없는 여자는 지금쯤 집에서 청소나 하고 있겠지."숨이 멎는 듯했다.
대답을 한 남자는 분명 3년을 함께 산 남편, 강지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방금 전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떨던 여자의 목소리.그 간드러지는 비음은, 연우의 뼛속까지 각인된 목소리였다.
'유아라.'
연우의 이복동생.
어머니의 자리를 꿰찬 새어머니의 딸이자, 평생 연우의 것을 빼앗고 짓밟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여자. 강지훈과 외도를 저지른 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아라였다.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충격으로 다리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연우는 입술을 꽉 깨물며 버텼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다정한 아내 서연우'의 스위치가 꺼지고, 지독하게 냉정하고 계산적인 본성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연우는 발소리를 죽인 채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끼익-.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아주 우아한 동작으로 침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녀의 세상이 무너졌다."야! 차레오! 너 너무 빠르잖아! 같이 가!"레오의 뒤를 이어, 편안한 휴양지 차림으로 갈아입은 막내 은우가 헉헉거리며 모래사장을 달려오고 있었다."레오! 안 돼! 아빠 다리 덥석 물면 안 된다고!"은우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은 레오는 꼬리를 모터처럼 흔들며 태경과 연우의 곁으로 단숨에 뛰어왔다."이 빌어먹을 똥개 녀석! 감히 내 등에 업힌 여왕님을 놀라게 할 참이냐!"태경이 짐승처럼 흉흉한 눈빛으로 레오를 쏘아보았지만, 태성그룹 회장의 살기 따위는 레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레오는 헥헥거리며 태경의 바짓가랑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고, 연우를 향해 반갑다는 듯 짧게 짖으며 애교를 부렸다."우리 레오, 섬에 와서도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치네."연우가 태경의 등에서 한 손을 뻗어, 펄쩍펄쩍 뛰는 레오의 황금빛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아침부터 아주 요란들 하네."레오의 뒤를 따라, 화려한 실크 로브를 걸친 시아가 금발의 약혼자와 팔짱을 낀 채 여유롭고 도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아빠, 레오한테까지 질투하고 기싸움 하는 건 25년이 지나도 여전하시네. 우리 엄마 독점하려는 그 무식한 집착증은 죽을 때까지 못 고칠 거야, 아마."시아가 혀를 끌쯧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내 아내를 독점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너도 네 약혼자 등에나 업혀서 다녀!"태경이 지지 않고 으르렁거리자, 시아의 곁에 섰던 금발의 귀족 청년이 화들짝 놀라며 당장이라도 등을 내어줄 듯 자세를 낮췄다.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연우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맑은 폭소를 터뜨렸다."두 분, 아침 운동치고는 꽤 유별나고 격렬한 애정 행각이시군요."어느새 도윤과 지안 부부까지 다가와, 왁자지껄한
"여러분. 후대의 역사가들이 왜 이 두 사람을 '전설'이라 부르며 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챕터에 기록했는지 아십니까?"강의실 안의 수백 명의 학생이 일순간 숨을 죽인 채 교수의 입만 바라보았다."단순히 그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세계 경제를 장악했기 때문이 아닙니다."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어느 옛날 지중해의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미소 짓고 있는 두 남녀의 흐릿한 복원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가장 척박하고 잔혹했던 자본주의의 지옥 속에서. 서로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만으로 기어이 세상을 발밑에 꿇리고, 가장 완벽하고 찬란한 구원을 스스로 쟁취해 냈기 때문입니다."노교수의 묵직한 설명이 대강당을 꽉 채웠다."어떤 권력의 암투도, 시간의 흐름조차도 두 사람의 그 지독한 순애보를 갈라놓지 못했죠. 그들의 삶 자체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승리이자 신화였던 겁니다.""……와아."학생들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벅찬 탄성이 터져 나왔다.그것은 단순히 교과서 속 옛 위인들을 향한 존경이 아니었다.모든 것을 잃은 바닥에서 시작해 세상의 정점에 서기까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여왕과 그녀를 위해 세상을 찢어발긴 폭군이 만들어낸 그 압도적인 서사에 대한 순수한 전율이었다."이 챕터를 끝으로 이번 학기 거시 경제사 강의를 마치겠습니다."딩동댕동-.마침내 수업의 끝을 알리는 경쾌한 홀로그램 종소리가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마친 뒤에도, 아무도 섣불리 강의실을 빠져나가지 못했다.그들은 허공에 떠 있는 교과서 412페이지의 삽화, 차태경과 서연우의 이름을 홀린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아득한 미래. 과거 대한민국 서울이라 불렸던 땅 위에 세워진, 세계 최고의 영재들만이 모인다는 초일류 스텔라 아카데미의 대강당.허공에 띄워진 거대한 투명 홀로그램 스크린 앞으로, 은발의 노교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자, 오늘은 글로벌 경제사 강의 중에서도 여러분이 가장 고대하던 챕터입니다."노교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학생들의 책상 위로 푸른빛의 디지털 교과서가 일제히 떠올랐다. 홀로그램 교과서의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더니, 412페이지에서 멈춰 섰다.[ 제7장. 세상을 바꾼 위대한 부부 (The Great Couple Who Changed the World) ]그 화려한 챕터의 제목 아래에는, 수백 년 전 전 세계의 자본과 권력을 완벽하게 통제했던 두 사람의 이름이 황금빛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태성그룹의 차태경, 그리고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서연우."교수님! 질문 있습니다!"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학생 하나가 흥분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이 챕터에 나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솔직히 후대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과장된 신화 아닙니까?""어떤 부분이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까?"노교수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전부 다요! 한낱 쫓겨난 이혼녀였던 여자가 맨손으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스텔라의 여왕이 되었다는 복수극도 영화 같지만요."남학생이 홀로그램 속 차태경의 흑백 사진을 가리키며 열을 올렸다."저 차태경이라는 남자의 기록은 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역사서에는 그를 '자비 없는 자본주의의 포식자'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괴물이 평생토록 자기 아내 한 사람에게만 맹목적인 복종을 바쳤단 말입니까?"남학생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못하게. 오직 이 차태경의 시야 안에서, 내 숨결만을 들이마시며 살아가게 만들 겁니다."스르륵.어느덧 보랏빛이었던 하늘이 옅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 잔잔한 수평선 너머로 거대하고 붉은 아침 해가 그 찬란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아."연우의 입술 사이로 경이로운 탄성이 새어 나왔다.지중해의 검푸른 바다 위로 붉은 금가루를 흩뿌린 듯, 눈부신 아침 햇살이 해변을 향해 찬란하게 밀려들었다.25년 전, 서로의 목적을 위해 차가운 계약서에 서명부터 했던 두 사람.지옥 같은 어둠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벼려냈던 그들의 치열했던 밤이 완벽하게 끝나고, 진정한 승리와 평온의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이었다."태경 씨, 저것 봐요. 해가……."연우가 벅찬 얼굴로 수평선을 가리키며 태경을 돌아보았다.하지만 태경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떠오르는 태양을 향하지 않았다.그는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의 빛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눈부시게 빛나는 연우의 얼굴만을, 마치 신을 마주한 광신도처럼 맹목적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왜 해는 안 보고 나만 뚫어지게 봐요."연우가 귓바퀴를 붉게 물들이며 태경의 단단한 가슴을 찰싹 때렸다.하지만 태경은 시선을 거두기는커녕, 커다란 손을 뻗어 연우의 뺨을 아주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저깟 붉은 불덩어리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겠습니까."태경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파도 소리를 가르며 연우의 고막을 아찔하게 울렸다."내 세상의 유일한 태양은, 이미 내 품 안에 이토록 완벽하게 안겨 있는데 말입니다.""……!""오히려 저 건방진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원망스러울 지경이군요. 오직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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