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주는 즉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 아니야, 다만 한꺼번에 많은 학우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래!""그럼 다들 온 거 같으니 우리 먼저 들어가자. 같이 노래 부르고 술 마셔본 지 얼마 만이야? 오늘 저녁 실컷 마셔야 한다 알겠지!"장재원은 즉시 활짝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했다."응, 그래. 어서 들어가자!"백무빈도 머리를 끄덕이며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다."사장님들, 어떤 룸으로 하시겠어요? 이곳에는 보통 룸도 있고 그리고..."일행들이 들어가자마자 웨이터 한 명이 잽싸게 다가와 물었다.김지영이 보통 룸이면 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제일 앞에 선 정주희가 습관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지존 VIP 룸으로 해요!""이게..."장재원과 김지영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최저 소비가 2000만 원이나 하는 룸이 아닌가? 비록 이 술집이 크지 않아도 지존 VIP 룸은 그중에서 제일 비싼 룸이니 말이다. 그들한테 놓고 말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대였다.이전에는 하현우랑 함께 왔고 또한 하현우가 계산하니 별로 비싼 줄 몰랐지만 오늘에는 그들이 계산해야 하니 상황이 달랐다.정희주도 그냥 습관적인 말투로 말했을 뿐 말하고 나니 그제야 오늘 계산하는 사람이 자신과 하현우가 아니라는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즉시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나 농담이야, 재원아. 어떤 룸을 잡을지는 너희들이 정해."곁에 있던 서건우도 두 사람이 어색해 하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비위 좋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지존 VIP 룸으로 하자. 너희들이 외국에서 돌아온 나랑 만나줘서 얼마나 기쁜데, 오늘은 내가 계산할 테니 걱정은 붙들고 계셔!""어, 그래도 괜찮아?"정재원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는 사양하는 척했다."오늘은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야, 학우지간인데 뭐 어때, 다음번에 네가 쏘면 되지!"서건우는 손을 저으며 호기 넘치게 말했다."그럼, 이번엔 네가 쏘는 걸로 하자!"정재원은 즉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지존 VIP 룸인지 하는
"문선아, 넌 프로그래머를 해? 네 기술이 상당한 걸로 아는데, 몇 년 동안 일했는데 한 달에 고작 2천만 원밖에 못 벌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내 생각이긴 한데 월급도 적은데 이직하는 게 더 좋겠다!"곁에 있던 소홍도 맞장구를 쳤다."나를 봐봐, 비록 판매원이긴 하지만 1년에 너보다는 많이 벌어. 남자가 돼 갔고 그만한 연봉밖에 못 받고 너무 적은 거 아니야?"이문선은 순간 낯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소홍을 보고 말했다."휴, 어쩌겠어, 나도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너무 적다 생각해. 내 기술도 내로라하는데 혹시 새 일자리를 구하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직 적금도 없고 집 대출도 물어야 하지, 게다가 집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하니 함부로 사직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만약 사직했다가 인차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당장 드러누워야 할 판이야!"이하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너 말이야, 너무 일찍 결혼했어.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니까 그리 구차스럽게 살지. 적금도 해두고 좀 늦게 결혼했더라면 얼마나 좋아!"이문선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휴. 졸업지 얼마 안 돼 부모님한테 끌려 선을 봤어. 본래는 딱히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맞선 자리에 나온 여자가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 상대방도 나를 마음에 들어 했어. 비록 학력은 좀 낮아도 손발만큼은 빨랐지. 그래서 바로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가졌잖아!"이태호도 이문선이 궁색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듣게 됐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이문선의 처지가 제일 딱한지라 다들 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이태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문선아. 너한테 적합한 일자리가 있는지 내가 한번 알아볼 께. 만약 괜찮은 일자리가 있으면 추천해 줄 게!""정말이야? 정말 적합한 게 있으면 너한테 절이라도 해야겠어, 하하!"그 말을 들은 이문선은 저도 모르게 기분 좋게 웃었다.일행들은 이내 룸 안에 들어갔다.자리에 착석한 후 서건우가 입을 열었다."여러분, 오늘은 내가 쏘는 거니까 마시고 싶은 거
"허허, 상관없어! 쟤랑 이젠 모르는 사이랑 다름없어!"이태호는 정희주를 가볍게 한번 흘겨보더니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정희주는 이태호의 몰인정한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술잔의 와인을 한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이태호야, 넌 꼭 정이 떨어지는 소리를 해야겠어? 말했잖아. 이전에는 내가 잘못했다고. 하현우랑 만나는 게 아니라고. 나 지금 잘못한 걸 알았으니 너랑 계속 잘해보고 싶단 말이야!"하지만 이태호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돌아온 그날 밤 내 마음은 이미 죽어있었어. 그때 네가 했던 표정 벌써 잊은 건 아니지? 하늘 위에서 나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던 그 표정을?"정희주는 다급히 말했다."태호야, 내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이렇게 빌 께 응?"말을 마친 정희주는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바로 이태호의 옆에 바짝 붙어 앉더니 이태호의 팔을 껴안고 자신의 가슴에 부비부비 했다."태호야, 나를 용서해 주면 안 돼? 이렇게 빌 께!"곁에 있던 서건우는 정희주의 섹시하고 쭉쭉 뻗은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가에서 군침을 줄줄 흘리느라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태호 이 자식이 혹시 고자 아닐까 이렇게 이쁜 미녀가 들이대는데 왜 싫어할까라고 생각했다.이전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이런 몸매에 이런 가련한 척하는 모습을 보면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지만 만약 이태호가 정희주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그에게 놓고 말하면 좋은 일이 아닌가? 만약 이태호가 정희주랑 함께 있지 않으면 서건우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지난 이삼 년 동안 정희주를 쫓아다녀도 다 고배를 마신 마당에 이태호한테 뺏긴다면 얼마나 불쾌할까? 하여 지금 두 사람이 헤어진 걸 보고 속으로 기뻐해 마지않았다.서건우의 기회가 끝내 온 것이었다.이태호는 정희주를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술을 마셨다."두 번 다시 얘기 안 하겠으니 눈치가 있다면 이렇게 붙어 있지 마. 난
서건우는 기회가 온 것을 알아채고 바로 술잔을 들고 정희주 곁에 앉으며 말했다."희주야, 너무 상심해 하지 말아. 이태호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걔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너도 집착할 이유가 없지 않냐?"여기까지 말한 서건우는 잠깐 멈췄다가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걔랑 같이 있을 바에는 나랑 같이 있는 게 더 낫지. 나랑 같이 있으면 확연컨대 너한테 잘해줄 자신이 있어. 앞으로 네가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거 다 문제가 아니야!"정희주는 서건우를 물끄러미 보더니 표정이 약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서건우가 약간 뚱뚱한 데다 잘생긴 면을 놓고 봐도 이태호보다 못했다.가장 관건적인 것은 설령 서건우가 외국에 나가 돈을 좀 벌어 페라리 같은 호화 차량을 몰고 다닌다 해도 현재 이태호보다는 부유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경 지금의 이태호는 태성시에서 내로라하는 인맥을 가져 앞으로 혹시 몰라 백지연과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성주부도 이태호의 것이 되니 말이다.하여 서건우 같은 돈깨나 있다는 사람도 이태호와 비교하면 거리가 멀었다.그녀는 겸연쩍게 웃으며 상대방과 잔을 마주쳤다."휴. 태호는 왜 나를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지 않지? 왜 내가 이쁘지 않아?"서건우는 한 손을 정희주의 다리에 슬며시 올려놓더니 웃으며 말했다."이뻐, 얼마나 이쁘고 얼마나 섹시 한데 못생길 리가 있어? 내 마음속에서 너는 내 여자야, 네가 가지고 싶은 걸 다 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정희주는 비웃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큰소리치지 마, 내가 별장 갖고 싶다 해도 줄 수 있어?""하하!"하지만 서건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희주야,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준다면 별장 한 채 뿐이겠어, 열 채라도 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정희주의 속이 뜨끔했다. 설마 서건우가 그녀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돈이 많다는 말인가?한편 이태호는 신수민과 몰래 카톡 답장을 나누고 있었다.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이문선을 보고 말했다."문선아, 내 안
그 말을 듣고 이태호도 저쪽 편을 힐끔 보더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이럴수록 이런 여자는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걸 더한층 증명하는 셈이 되지. 네가 믿건 안 믿건 돈 만 있으면 희주 같은 여자 다리에 손을 올려놓는 건 식은 죽 먹기야!"이하연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정희주가 왜 이렇게 변했지?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 아유, 그래도 학교 다닐 때가 좋았지, 다들 현실적이지도 않고!"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쟤가 조금 현실적이래도 괜찮고 내 등에 칼을 꽂아도 다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그때 하현우와 손잡아 내 부모님을 욕 보인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이하연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이고, 너희 둘이 이 지경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자, 술이나 마시자!"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계속 말했다."다들 학우 지간이니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면 자연히 도와줄 거야!"이태호는 학우들과 함께 술을 좀 더 마셨다. 하지만 계속 남아봤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는 비록 더 이상 정희주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저쪽 편에서 둘이 애정이 담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하여 이태호는 화장실 가는 김에 그대로 자리를 떳다.그리고 카운에 와서 사장을 불러 오라 했다."누가 나를 찾아?"이곳의 사장이 사람 몇을 거느리고 왔다.그리고 이태호인 걸 알아채고 이내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이 선생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이 술집은 용의당에서 운영하는 사업 중 하나인지라 범용과 태수는 이미 전부터 사장한테 귀띔해 주었다. 이태호는 그들의 보스이니 놀러 오게 되면 일률로 공짜로 해주라고 말이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아까 몇몇 친구랑 같이 술을 마시러 왔는데 좀 있다 저기 666 룸의 돈은 계산하지 마, 아래 사람들한테도 알려주고. 그럼 이만...""알겠어요, 이 선생님. 살펴 가십시오.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술을 더 올리는 건
서건우는 좀 있다가 이태호의 불쾌한 얼굴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속이 통쾌해나기 시작했다.필경 몇 년 전 그렇게 힘들게 쫓아다녔던 여자가 이태호한테 빼앗겼으니 그에 대한 원한이 계속 남았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돈도 많고 세력도 있으니 잃었던 것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두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걸 눈꼴사납게 보던 백무빈은 아예 노래하던 것도 멈추고 그 둘을 보고 말했다."건우, 주희야. 너희들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비록 넌 이태호랑 헤어졌다지만 너희들이 여기서 물고 빨고 하는 걸 태호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이문선도 곁들어 말했다."맞아. 너희들이 이러는 걸 보고 걔 마음이 얼마나 불쾌했으면 나가서 담배를 피우겠어. 너희들이 이러는 거 눈꼴 시려서겠지!"하지만 정희주는 이내 그 말에 반박했다."허허, 아까 너희들도 봤잖아. 내가 자존심도 버리고 태호와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걔는 아예 기회를 주지 않잖아. 이젠 나도 몰라, 누가 나한테 잘해주면 누구하고 사귈 거야! 서건우가 계속 나를 좋아해 왔으니 건우만이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서건우를 받아들이고 우린 연인 사이가 됐어!"이하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보아하니 이태호가 말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이태호랑 다시 잘 되고 싶다는 것은 다만 그가 돈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찾아왔다는 것을.그리고 아까 이태호한테 거절당한 후 또 서건우가 돈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신 아까 거절당할 때의 가련한 모습과 후회막심해하는 표정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었다.이문선과 백무빈도 사실의 전후를 똑똑히 보고는 마음속으로 정희주에 대해 경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정희주가 정말 개과천선하여 이태호랑 다시 결합하려는 줄 알았는데 그가 나간 지 얼마 안 돼 대뜸 상대를 바꾸다니? 그러니 이태호가 이런 여자를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데에 공감이 갔다.정재원은 즉시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허허, 너희들 진도가 참 빠르구나!"서건
이 광경을 본 서건우는 낯색이 어두워졌다."혹시 룸에 잘못 보낸 건 아닌가요?""맞아요. 여기 룸이 맞네요!"그중 여자 웨이터 한 명이 손에 있는 쪽지를 보며 말했다."이태호 이 자식이 틀림없이 몰래 주문해놓고 내뺀 것 같아!"정희주는 이내 뭔가를 생각해 냈는지 순간 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태호가 정말 너무 하네, 건우야, 이태호가 몇천만 원 되는 술을 주문해서 일부러 너를 골탕 먹이려는 게 분명해!"그 말을 들은 서건우는 낯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나한테 놓고 말하면 몇천만 원은 다 작은 돈이야, 별게 아니지. 다만 학우 지간에 이렇게 골탕 먹이는 게 좀 과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이문선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태호의 됨됨이를 보면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사람 같지 않아!""허허!"정희주는 즉시 냉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걔가 그런 짓 못할 게 뭐 있어? 이전에 나랑 하현우가 결혼까지 거의 다 할 뻔했는데 이 자식이 혼례식에 와서 난리 치는 바람에 결혼도 못 했잖아!"서건우는 정희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허허, 이러고 보니 되레 태호한테 감사해야겠네. 아니면 내가 재혼녀랑 결혼하는 격이 되네?""말하고 보니 그러네. 태호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너랑 어떻게 만났겠어!"서건우도 웃으며 얘기했다."이태호 이 자식이 앞으로 다시 마주치기 만 해, 오늘 밤 날 골탕 먹여 더 계산하게 한 비용을 열배 백배 갚게 만들겠어!"바로 이때 술집의 미녀 홀 매니저가 걸어와서 말했다."술을 다 여기 테이블 위에 올려놔!""저기요 아가씨, 이 술은 우리가 주문한 게 아니고 아마 이태호가 주문한 것 같은데요?"정희주가 이내 질문을 던졌다.그러자 미녀 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이 술은 우리 보스가 주문해서 가져오라 한 것이 맞아요. 사실 이태호 선생님은 여기 술집의 보스이기도 해요. 보스가 나가기 전에 이 룸에 친구와 형제들이 있다면서 이 술을 드리라고, 또 오늘 밤에 소비
이태호는 주차를 해놓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곳으로 걸어가더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숨지 말고 나와, 아까 바로 아래 도로에서 당신들을 다 봤어!"서의당의 전다민과 나씨 아줌마 둘은 그제야 나무 뒤에서 걸어나왔다.전다민은 이태호를 보더니 순간 냉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하,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이리 늦게 돌아오다니, 이 별장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운 좋게 바로 여기서 당신을 만났으니."이태호는 두 사람을 보며 중얼거렸다."오전에 어떤 늙은이를 죽였는데 저녁에 또 둘이나 왔네. 무슨 킬러가 왜 이리도 많지? 누가 허구한 날 킬러를 죽음으로 몰지?""킬러?"그 말에 전다민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린 킬러가 아니야, 흠, 정확하게 말하면 확실히 누가 보내서 당신을 죽이러 온 건 맞아. 딱히 죽이고 싶은 건 아닌데 죽여야만 하니 어쩔 수가 없어!"말을 마친 전다민은 곁에 있는 나씨 아줌마를 보며 말했다."아줌마, 내가 먼저 이 자식 실력이 어떤지 한 번 손봐야겠어!"나씨 아줌마는 머리를 끄덕이며 귀띔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조심하세요!""응!"그 말에 전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발에 힘을 가하더니 순간 어두운 그림자 되어 이태호한테 덮쳐왔다.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맞받아치더니 곧바로 상대방의 주먹과 정면으로 부딪쳤다."펑!"이태호의 주먹에 실린 힘은 상대방을 뒤로 튕겨나가게 하였다. 이태호도 반작용에 의해 뒤로 몇 미터쯤 날아가서야 비로소 몸의 균형을 잡았다."풉!"전다민은 입에서 선혈을 토해내더니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큰 아씨 괜찮아요? 보아하니 이 자식이 종사 수련이 아니고 9급 종사도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1급 기사 수련인 것 같은데 제가 상대해 볼게요!"나씨 아줌마는 은은한 영기가 번뜩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3급 기사?"그 모습을 본 이태호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줌마, 그만해요!"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상황을 알아차린 전다민이 대뜸 나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