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아의 고집원경릉은 만아의 확고한 눈빛을 보고 약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전에 일을 넌 거의 기억을 못하잖아. 왜 그렇게 자신이 남강왕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야?”만아의 얼굴이 약간 몽롱해지면서, “쇤네는 이 일을 듣자마자 불가능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절대 불가능해요. 왜냐면 쇤네는 집이 있는 걸요. 쇤네는 고향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남강왕의 딸일 수 없어요.”마지막 한 마디에는 확신이 차 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아가 꿇어앉아, “태자비 마마, 쇤네는 반드시 남강 북쪽에 가야 합니다. 쇤네를 막지 말아 주세요. 쇤네 보증합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게요.”원경릉이 만아를 일으키며, “갈 필요 없어, 정집사가 이미 간다고 했어. 정집사는 강북사람이라 그쪽 길에 훤해.”“하지만 진형을 깨지 못하면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지 못해요.”“정집사는 가능해. 전에 남강 북쪽의 무녀였으니까. 나중에 남강왕의 아내로 시집을 가서 딸을 하나 낳았어. 그 딸이 바로 너야.” 원경릉은 만아가 믿던 말던 이 일을 완전히 얘기해 주었다.만아는 갈수록 웃기다고 생각하며, “무녀는 절대로 남강왕에게 시집가지 않아요. 심지어 남강 남쪽 사람에게 조차 시집 안가는 걸요. 남강 남쪽과 북쪽은 대대로 적이예요. 절대로 통혼하지 않아요.”원경릉은 만아의 조금도 믿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만아는 내 곁에 오래 있어서 날 떠나는 게 익숙하지 않아. 가지 마. 저들한테 가라고 하자. 이 일은 네가 아니고도 저들이 할 수 있어. 내 말 들어.”“아뇨, 쇤네 꼭 가고 싶습니다.” 만아가 머리를 누르며 손가락 끝으로 찍어 누르듯이 일말의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쇤네 꼭 가야 합니다. 항상 머리 속에서 남강 북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느껴져요.”“남강 북쪽에서 부른다고? 무슨 소리야?” 원경릉이 화들짝 놀랐다.“쇤네도 모르겠습니다.” 만아가 풀 죽은 모습으로 “사실 최근 쭉 그랬습니다. 마마께서 쇤네에게 최면을 해 주신 후로 계
신내림정집사는 만아를 보고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작은 소리로, “걱정하지 마라, 태자비 마마께 잘 설명 드리도록 하지. 난 무슨 무녀도 아니고 너도 남강왕의 딸이 아니야.”정집사는 출발 전 밤에 초왕부로 찾아왔는데 이번엔 태도가 전혀 뻣뻣하지 않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원경릉에게 간절하게, “태자비 마마도 어머니라 딸의 평안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걸 아실 겁니다. 걔는 모르게 해 주세요. 이렇게 덮고 지나가죠. 알아서 걔에게 조금도 좋을 게 없을 뿐더러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할 뿐입니다. 그러니 간절히 부탁드려요.”원경릉이 그 마음을 알고 그녀를 자리에 앉히더니, “저도 전에 생각해봤는데 만아는 이 일에 대해 알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안 믿더군요. 게다가 만아 얘기가 강북에서 누군가 자기를 부른다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알고 있나요?”정집사는 눈 앞이 캄캄해 지더니 한참 있다가 무겁게 한숨을 쉬고, “저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짐작했지만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걔만이 아니라 저도 매일 남강 북쪽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원경릉이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죠?”“저는 남강 북쪽의 무녀로 신을 받은 사람입니다. 신내림은 신령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제가 어디를 가서 뭘 하든 부르기만 하면 저는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만아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남강을 벗어난 뒤, 북쪽으로 납치된 적이 있는 게 틀림없군요. 남자 무당은 저를 대신해 걔에게 신내림을 받게 했어요. 걔가 나중에 어떻게 도망쳐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하지만 만아는 전에는 안 그랬어요.”정집사가 생각해 보더니, “종생술.”“종생이요?”정집사가 설명하기를, “종생은 남강 무고술의 일종으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사용해 걔의 원래 기억을 덮을 수 있는 것으로 잘 눌러 놓기만 하면 신내림은 작용 하지 않지만 종생술은 독충을 몸에 넣어 놓게 되지요. 종생 독충이 몸에 오래 있으면 천천히 죽어가서
신내림과 용태후밤에 우문호와 신내림에 대해 얘기하자 우문호가 바로 탕양을 불렀는데 이 척척박사는 신내림을 알고, “신내림은 접신과 같은 것으로 신분이 정해진 후 일련의 의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령 앞에 서서 맹세한 뒤 목 뒤에 독충을 넣고 이 독충이 몸에서 자라게 됩니다. 솔직히 무고의 독충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것으로 무고술도 같은 거지만 이 신내림은 더욱 신비스런 색채를 띠고 있어 남강 북쪽의 신령이 무녀의 영혼과 서로 통한다고 하죠. 만약 남강 북쪽에서 멀어질 경우 신령의 부름을 받게 된다고 말입니다.”원경릉이 얼른, “그럼 만약 불렀는데 안 가면?”“아마도 독충이 나와서 물고 뜯겠죠.”원경릉이 걱정스럽게, “만아가 최근 남강 북쪽의 부름을 듣는다고 했어.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을 느낀다고. 그리고 정집사도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고. 하지만 정집사는 어쩌면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아는 못 그럴 거야. 그리고 정집사 말이 용씨 집안은 이 신내림을 없앨 수 있으니 나에게 용씨 집안에 가서 만아를 도와 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어.”우문호가, “용씨 집안? 대주의 용태후 마마?”탕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겠군요.”“용태후 마마는 의술을 알고 계시지만 우리 원 선생도 의술을 아는데.” 우문호는 신내림을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용태후 마마는 신분이 하나 더 있으십니다. 당연히 이것도 전설일 뿐입니다만 전설에 따르면 용태후 마마는 3계를 관장하는 용녀(龍女)로 하늘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어 음양을 왕래하고, 하늘과 땅을 오르내린다는 것으로 즉, 못하는 게 없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탕양이 웃으며, “소인도 믿지 않습니다. 정집사가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이 전설을 들은 것 같습니다. 소위 신내림이 진짜 신령과 소통하는 거라고 깊이 믿을 경우 용태후 마마께서 그녀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다 근거 없는 얘기입니다.”우문호가 탕양에게, “넌 정말 모순된 인간이
남강으로 출발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대주까지 길이 먼데 나도 당신과 같이 갈 수 없고 안심이 안돼. 만약 용태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사람을 불러 한꺼번에 물어보면 되고 아니면 앞으로 우리가 짬을 내서 내가 당신이랑 같이 갈 게.”“아니, 난 만아를 데리고 갈 거야. 사식이랑 서일도, 만약의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 원경릉은 정말 직접 다녀오고 싶었다. 원경릉이 밝혀내지 못한 경호의 비밀을 용태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어쨌든 할머니는 시공의 터널을 지나 오신 거잖아? 그분들과 임 선생님 등은 분명 경호와 같은 일련의 비밀을 쥐고 있을 것이다.탕양이 원경릉의 말을 듣고 찬동하며, “전하, 어쩌면 태자비 마마께서 하신 말씀에 일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아를 데리고 용태후 마마를 찾아가서 만약 용태후 마마께서 정말 신내림을 해결하실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풀면 되니 다시 왔다 갔다 고생할 필요 없습니다. 뒷일에 대한 걱정이 줄지요.”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확고하게, “사람을 시켜 만아를 가게 하면 돼. 하여간 당신은 안돼. 이렇게 결정하지.”원 선생이 문제가 생긴 경우가 너무 많다. 다시 또 모험할 수는 없고 이 일은 그녀가 아니면 안되는 일도 아니다.탕양은 우문호의 태도가 확고한 것을 보고 더는 권하지 않았다.탕양이 물러간 뒤 원경릉이 더 얘기하고 싶어하는데 우문호가 원경릉을 침대에 눕히고 위에서 누르며, “아무 말도 하지 마, 난 승낙 안 할 거니까.”원경릉이 두 손으로 우문호의 목에 매달려 활짝 웃으며, “우리 거래하자.”“싫어!” 우문호가 원경릉의 입술을 덮고 더이상 말을 못하게 했다.우문천이 출발하는 날 우문호가 직접 나가서 배웅하는데 성문까지 보내고 귀에 못이 박히게 잔소리를 하자 우문천이, “형, 안심 해요. 저도 바보 아니니까요. 고작 남강 북쪽 아닙니까?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걸요.”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언제든 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돼. 네 그런 태도때문에 내가 걱정하는 거야.”“적을 가볍게
정화의 납치를 안 위왕우문천이 출발한지 2,3일 후 위왕은 그제서야 손왕의 편지를 받았다.정화가 남강 북쪽 사람에게 납치되었다는 말을 읽고 위왕은 거의 바로 군영으로 달려가 병사를 차출하려는 것을 측근의 무장이 말리며 멋대로 출병해서는 안된다고 막았다. 하지만 이미 분노와 초조함으로 머리가 가득 찬 위왕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위왕의 마음은 벌써 남강으로 달려갔다.무장은 하는 수 없이 일단 위왕을 기절 시킨 뒤 침대에 묶어 놓고 깨어나서 냉정을 되찾길 기다렸다.위왕이 일어나 미친듯이 버둥거렸으나 위왕을 묶은 밧줄은 소 힘줄로 만들어 질긴 것으론 당할 것이 없어 위왕이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부장(副將) 방복(方福)이, “왕야, 한번 더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 병사는 변방을 지키려고 주둔해 있는 거라 절대 전부 전출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 병마들은 안왕 전하를 지켜야 합니다.”“내가 전부 데리고 간다는 게 아니야, 날 풀어라. 몇 백명만 데리고 가면 돼.” 위왕이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된 채, “방복, 네가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냐, 널 죽여버리겠어.”방복이 한쪽 무릎을 꿇고 직언하며, “왕야 소장을 죽이시더라도 왕야를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고작 수백명으로 어떻게 남강 북쪽을 공격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곳은 기이한 곳으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습니다. 수백명을 데리고 가서 헛되게 희생시키고 만다면 소장 왕야께서 그런 실수를 하시게 둘 수 없습니다. 모처럼 조정에서 왕야에 대한 평이 바뀐 마당에 경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멀지 않았는데 중도에 망칠 수는 없습니다.”위왕이 포효하며, “난 하나도 아깝지 않아, 경성에 돌아가는 게 뭐?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날 풀어라. 병사는 단 한 명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됐지? 나 혼자라도 죽이러 갈 테다!”“그건 더욱 안됩니다. 기다리십시오. 태자 전하의 명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태자 전하는 반드시 생각이 있을 테니 이틀만 더 말미를 주십시오.”“난 한 순간도 기다릴 수
안왕 부부의 다툼“그래서 당신은 내가 가서 죽지 않아 안달이지?” 차갑게 비웃은 안왕 목소리에 화가 묻어났다.안왕비가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요.”“그럼 무슨 뜻인데?”안왕비가 안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됐어요, 없던 얘기로 해요.”안왕비 말을 비웃으며 말에 독기를 품고, “당신이 사람을 정말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게 뭔 지 알아?”안왕비가 탁자 아래 손을 맞잡고 손끝이 하얗게 질린 채, “참을 수 없다고요? 몰라요!”안왕이 차갑게, “당신은 늘 나와는 말싸움 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야,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하는 수 없다는 듯 ‘됐어요’하고 한 마디 해, 그럼 난 아무 말도 못하니까, 저 높은 데서 고결하게 날 내려다 보시니 좋겠어? 속으로 불만이면 원망하고 불평을 해야지, 말없이 억울한 척만 하고. 내가 당신을 억울하게 만들었어?”안왕비는 마음이 아파 낙담한 채로, “그저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싸우는 나날에 지쳤으니까요.”“아니, 당신은 갈등을 빚어서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어.” 안왕이 일어나 안왕비를 내려다보며 얘기하더니 휙 돌아서 나갔다.안왕비는 눈가가 촉촉해 진 상태로 한동안 있더니 눈물을 닦고 아무 일도 없는 듯한 미소를 애써 그려 넣었다.“왕비 마마, 왕야와 더이상 다투지 마세요. 최근 열에 아홉은 다투시니 이렇게 어떻게 지내시겠어요?” 시녀가 옆에 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 앞으론 안 싸울 거야.”시녀가 안왕비를 부축하며, “예, 어쩌자고 왕야께 가라고 권하셨어요? 그렇게 위험한 곳을, 당연히 마마께서 왕야를 아끼지 않으신다고 생각하시지요. 그리고 쇤네도 마마께서 왜 왕야께 가라고 권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안왕비는 바깥에 황무지가 된 정원을 바라봤다. 죽었던 정원을 살리기 위해 꽃을 심었던 적이 있지만 싹을 틔울 수 없었다. 슬픔을 안고, “사람이 살아있어도 마음이 평안하지 않으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아.
안왕과 위왕의 한판형제 간의 싸움이라 모두 말리지 못하고 아예 한쪽으로 물러나 지켜보는데 예전에는 위왕이 우위를 점했는데 오늘 안왕이 질투심이란 극약처방으로 질풍 같은 파워의 소유자로 거듭난 바람에 위왕은 거의 반격할 틈이 없다.하지만 안왕도 역습에 성공하지 못한 게 위왕이 마지막엔 결국 역전해서 안왕을 궁지에 몰았다.이때 안왕부에서 사람이 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왕야, 지금 싸우실 때가 아닙니다. 멈추세요. 왕비마마께서 배가 아프십니다.”뒤얽혀 싸우던 둘은 순간 떨어지고 안왕이 얼굴에 진흙과 피를 닦더니 왼쪽 눈은 한 줄로 찢어진 채 흉악하게 소리치며, “의원은 불렀어?”하인이 얼른, “예, 어서 가서 보세요.”안왕이 허둥지둥 신발을 찾는데 발에 꿰 넣어도 눈을 다쳐 잘 보이지 않는데다 손이 떨려서 신기지를 않는다. 위왕이 이걸 보고 허리를 굽혀 신발을 신겨주고 자신의 옷섶을 찢어 얼굴을 닦아주더니, “같이 가.”말을 마치고 안왕의 팔을 잡아 끌고 밖으로 달렸다.두 사람이 서로 상이 용사처럼 절름거리며 말에 올라 미친듯이 안왕부로 달려갔다.안왕비의 아이는 사실 의외의 임신으로 임신때부터 계속 불편하고 위태로운 것이 피가 비친 적도 있었다. 이번 싸움 뒤에 배가 아파서 자신도 경황이 없었다.안왕이 돌아와 바로 방으로 들어오니 의원이 막 처방을 쓰고 있다가 안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 좋은 표정으로, “왕야, 제가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왕비마마께서 지금 회임 하셨으니 잘 정양 하셔야 한다고. 어떻게 아직도 마마와 다투실 수가 있습니까?”강북부의 의원은 의술은 신통치 않은데 성격이 괴팍해서 권력이나 신분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강북부까지 올 정도로 몰락했는데 권력이니 신분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원이 와서 문진할 때 시녀가 말다툼으로 화가 나는 바람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해서 안왕이 나타나자 마자 바로 성을 낸 것이다.안왕은 지금 이 의원에게 밉보일 수 없는 게 경성에서 원래 의원이 왔었는데 안왕비 머리에 상처를 치료할 때
남강으로 가는 안왕과 만아안왕비는 미안한 마음으로 위왕에게, “셋째 아주버님, 급하게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위왕이 손을 흔들며, “괜찮습니다. 어차피 남는 시간인데요 원래 와서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아무 일 없으시니 다행이죠,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위왕이 성큼성큼 나가는데 안왕에게 인사도 없다.안왕의 두 손은 여전히 안왕비의 얼굴에 있고, 안왕비가 팔꿈치로 슬쩍 안왕을 건드리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안왕비의 얼굴에 뽀뽀하고 뛰어나갔다.“기다려, 언제 남강 북쪽으로 출발하는데?” 안왕이 쫓아가며 물었다.기골이 장대한 위왕이 묻는 말에는 답이 없이, “뭐 하게?”“같이 가게.” 안왕은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마음 속으로 이렇게 결정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위왕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나와 같이 간다고?”“맞아, 전에 내가 당신들한테 빚이 있으니 이번에 같이 가서 셋째 형수님을 구해내면 스스로 속죄한 셈 치는 거지. 자손에게까지 화를 미치고 싶지 않아.”연아가 안왕을 부른 이유를 안왕은 사실 알고 있었다. 전에 아이가 유산되었던 게 안왕이 죄를 지은 탓이라고 안왕비가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 어렵사리 임신이 되었으니 속죄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아이가 아버지의 죄를 짊어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안왕이 화가 난 것도 바로 안왕비의 이런 생각 때문인데 어떻든 상관없다. 연아의 마음이 편하다면 상관없다.위왕이 평소처럼, “필요 없어, 제수씨는 회임한 몸이니 곁에서 잘 돌봐 드려.”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갔다.하지만 안왕은 한 번 결정한 걸 쉽게 번복하지 않으므로 출발하는 날 사람을 데리고 말들 달려 군영에 도착해 위왕과 집결했다.위왕이 꺼지라고 얼른 돌아가라고 욕을 하는데, 안왕은 죽어도 안 간다고 하니 위왕도 방법이 없어서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경성에서 우문천이 출발한 뒤로 초왕부를 뒤져도 만아가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만아 방에서 서신 하나를 발견했다. 삐뚤삐뚤하게 남강 북쪽에 따라가니 모두 걱정하지 말라고 써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