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소우연은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이 그저 소설 속 어느 인물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하찮은 조연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소우연의 쌍둥이 여동생 소우희였다. 어릴 때부터 소우희는 만인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했으며 소우연이 아무리 노력하고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도 그들은 소우연에게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결국, 소우연은 쌍둥이 여동생 대신 악명이 자자하고 성격이 난폭한 회남왕 이육진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고 결혼식 당일 도망치다가 잡혀서 손발이 잘린 채 소씨 가문 앞에 버려졌다. 그리고 소우연이 그토록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들은 대문을 굳게 닫은 채 혹여라도 소우연과 엮이게 될까 봐 그녀를 모른 척했다. 그렇게 소우연은 살을 에이는 추운 겨울날, 소씨 저택 앞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소우연은 이육진과 결혼하여 회남왕 관저로 보내지던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생의 기회를 다시 얻은 소우연은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도 잘 보이기 위해 힘들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생에 빼앗겼던 모든 걸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되찾겠다고 다짐하였다. 소우연은 이번 생에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뛰어난 의술로 수많은 귀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결국, 십몇 년 동안 소우연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던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빌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은 소우연은 그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부터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합작을 약속했던 남자는 점점 소우연을 옥죄어 갔다. “이육진 씨, 당신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화가 잔뜩 난 소우연의 물음에 이육진은 그녀의 허리를 확 감싸며 대답했다.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아야지.”
View More이영과 심초운은 동시에 몸을 굳혔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순간에 엇갈렸다.“방금… 뭐라 하였느냐? 일 년 전부터 이미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이영의 시선이 날카롭게 이해준을 꿰뚫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이해준은 공손히 손을 모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소신이 어찌 감히 망령된 말을 아뢰겠습니까. 청루의 여인들이 분명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소신과 도 대인은 이 일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여겨,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폐하께 아뢰고자 달려왔나이다.”이 일은 결코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었다.일 년 전부터 어마마마와 외삼촌의 일을 알고 있었다면, 그 배후는 진청산이 남긴 산수화를 본 자이거나, 혹은 상운국 어딘가에 숨어 있던 잔당일 가능성이 컸다.도문군 역시 한걸음 나서며 힘주어 말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이 대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누군가 미리 판을 짜두었다면, 이는 필시 불순한 의도를 품고 은밀히 움직이는 음모일 것입니다.”이영 역시 그 무게를 모를 리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짐이 치세하던 시절, 도 대인과 함께 뽑혔던 거인들은 모두 등용되었느냐?”“거의 다 등용되었습니다.”“그렇다면 그들 중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자는 없었느냐?”이해준과 도문군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폐하께서 자리를 비우셨던 동안에도 섭정왕께서 국정을 잘 이끌어 민심은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등용된 거인들 또한 법도를 지키며, 특히 여권 신장에 큰 공을 세운 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이영은 미간을 좁히며 심초운을 돌아보았다.“초운아,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심초운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공손했다.“폐하, 소신의 생각으로는 이 일이 진청산과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다만 성급히 단정 지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소문의 발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배후에 숨어 있는 자가 무슨 목적을 품고 이런
이해준은 도문군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다. 청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기녀들이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포주를 불러왔다.포주는 곧장 덩치 큰 싸움꾼들을 데려와 이해준과 도문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이해준이 품속에서 번쩍이는 패를 꺼내 보이며 서늘하게 일갈했다.“네놈들의 그 개 같은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감히 이 몸을 막아서겠느냐?”“아, 아이고… 이, 이게 웬일입니까. 대인께서 저희 집에서 즐기신 건 감사하오나, 예로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라…”이해준이 은표를 꺼내 던져주려 하자, 포주는 겁에 질려 손사래를 쳤다. 대인라는 신분을 확인한 마당에 자칫했다가는 관아로 끌려가 경을 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른 길을 터주며 굽신거렸다.“대인, 살펴 가십시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조심히 가십시오.”청루를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마차가 시간 맞춰 멈춰 섰다.“황궁으로 가자.” 이해준이 마부석의 소종에게 짧게 명령했다.“예, 대인.”도문군은 몽롱한 정신으로 마차 벽에 몸을 기댔다. 이해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당신, 생각보다 술을 정말 잘 마시는구려.”“취하지 않았습니다.” 도문군이 대답했다. 정신이 조금 아득하긴 했으나 정신줄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취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 당신이 취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겠소?” 이해준이 짖궂게 물었다.그러자 도문군이 손을 뻗어 이해준의 뺨을 툭 쳤다. 찰싹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가벼운 손길이었다.“이 정도면 증명이 됩니까?”이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어째서 세게 때리지는 못한 것이오?”“조금 뒤에 폐하를 봬야 하지 않습니까!”“과연, 아직 정신이 말짱하군.”“당연하지요. 술에 취해 앞뒤 가리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른다는 건 다 핑계일 뿐입니다.”도문군의 당당한 말에 이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
“이 대인께서는 그간 그리 바쁘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틈만 나면 이런 풍류를 즐기러 오시는 걸 보니.”방 안으로 들어선 도문군이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속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단정하고 고아한 기품이 감도는 공간이었다.이해준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나는 이곳에 발을 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소.”도문군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러자 이해준은 그녀 앞에 바짝 서서, 한층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맹세코, 예전에는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소. 이번은 오로지 공무 때문이오.”그가 손을 들어 맹세하려 하자, 도문군이 슬며시 그 손을 내려주었다.“그리까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이해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어찌 신경을 쓰지 않겠소… 당신은 내 아이의 어미가 아니오.”“당신, 정말…!”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대화를 끊었다.“손님, 기녀들을 데려왔습니다.”포주가 문을 열고 기녀들을 들여보냈다.도문군은 젊고 고운 여인들을 바라보며 마음 한켠이 씁쓸해졌다. 태평성대라 불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풍진 속에 몸을 맡긴 여인들이 이렇게나 많다니.그때, 이해준이 그녀의 귓가에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잠시 후 내가 하는 짓은, 모두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오. 방탕하게 보지 마시오.”도문군은 옅게 웃었다.“제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해준이 그녀의 어깨를 와락 끌어당겼다.“자, 자네도 이리 오시오. 이 좋은 자리를 허투루 보내서야 되겠소?”“어머나, 공자님 참으로 고우시네요. 제 마음이 다 설레는걸요.”기녀 하나가 도문군에게 살랑거리며 다가왔다.도문군은 순간 몸을 피할 뻔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이곳이라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곧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며 일부러 난봉꾼처럼 굴기 시작했다.“자자, 다들 보시오! 이게 무엇인지!”이해준이 갑자기 탁자 위로 훌쩍 올라섰다.기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요?”이해준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물러가게.”“예.”하인은 공손히 답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도문군은 곧장 탁자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이해준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도문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적인 이야기는 그만두지요. 지금 중요한 건 태상황 폐하와 태후 마마, 그리고 용 대인 세 분의 일입니다. 대체 어찌하여 민간에 이런 소문이 퍼졌고, 돌아오신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상소까지 올라오게 된 걸까요?”이해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먼저 찻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두 사람의 잔에 차를 따르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접시에 반찬을 덜어주었다.마침 점심때라 그런지, 도문군의 시선이 차려진 음식에 잠시 머물렀다. 허기가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잠시 후, 이해준이 입을 열었다.“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누군가 미리 판을 짜두었을 것이오.”도문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폐하와 섭정왕께서도 이미 그렇게 보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판을 짠 자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하나요.”“무엇입니까?”“정보를 모으는 것.”도문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찾아간다 한들 입을 다물어버리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쉽게 입을 열 리 없지요.”이해준은 고개를 저었다.“평범한 방식으로는 안 되오.”도문군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럼 어떤 수단을 쓰겠다는 겁니까?”이해준은 태연하게 젓가락을 들었다.“우선 밥부터 먹읍시다. 다 먹고 나면 알려주리다.”“……”도문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면서도 이 남자, 이해준이 묘하게 여러 방면에 능통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식사가 끝나자, 이해준은 졸음이 쏟아진다며 잠시 눈을 붙이겠다고 했다. 도문군은 방석 위에 앉아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그러나 그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경계를 늦출 수 있었다.그가 눈을 떴을
은자유를 대하는 심초운의 태도를 지켜보던 관모는 불만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 미천한 놈이, 정말 자신이 공주마마의 친아들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만약 은자유가 상심하여 무너질까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은자유에게 말했을 것이다. 은자유의 진짜 아이는… 어쨌든 그 가엾은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지금의 심초운은 은자유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자결하려 할까 봐, 관모 자신이 아무 데서나 데려온 근본도 모르는 핏덩이일 뿐이었다.“황자마마, 공주마마께 어찌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십니까.”관모는 손을 모으며 예
폐하께서 뜻밖에도 먼저 그의 손을 잡으셨다.소열의 가슴은 세차게 요동쳤고,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하오나 폐하, 옥체는 어떠하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이상하게도 너와 함께 서 있으니, 모든 불편함이 가신 듯하구나.”“모든 불편함이라니요?”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을 가리켰다. “여기서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끊이지 않는 이 서늘하고 상쾌한 감각이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소열은 직감했다. 이는 필시 '진정단' 때문에 폐하께서 이리 느끼시는 것이리라.“의복을 갈아
이 허 상서라는 자는… 과연 허 상서로 변장한 은자유였다!심초운의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그는 은자유의 수양이 그사이 또 한 단계 올라섰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그때, 허 상서가 이영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이것은 천벌입니다! 하늘의 분노란 말입니다! 하늘조차 무령국 공주를 여황제로 선택하셨거늘, 천의를 거스르는 자는 반드시 징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미천한 신, 황제 폐하의 뜻을 받들어 무령국 공주를 새로운 황제로 모시겠나이다!”목전에서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넋이 나간 대신들도 허 상서를 따라 허겁지겁 무
“유명계의 모든 일은 마존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저와 사부님은 그저 마존의 뜻에 따를 뿐이지요.”소우연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말에 모두가 멍하니 굳어버렸다. 선문의 이 사제지간이 모두 마존의 명을 따른단 말인가? 기 장로와 노 장로는 서로의 눈을 확인하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기 장로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소 낭자, 정녕 낭자께서는 유명계의 결계를 열 수 있단 말입니까?”“물론입니다. 마존과 저희 사부님이 어떻게 합을 맞추느냐에 달렸겠지요.”“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우리 마계에도 드디어 출세할
Ratings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