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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втор: 마나이
나봉희에게 옷을 빼앗긴 박시율은 뒤늦게 호수에 버려진 옷을 보곤 소리쳤다.

“어머니, 뭐 하시는 거예요? 저 옷 다 진짜예요, 누가 가짜라고 했다고 버리는 거예요?”

박시율은 화가 나 발을 굴렸다. 그리고 다급하게 호수 옆에 다가가더니 눈시울을 붉히고 안절부절못했다. 이것은 도범이 그녀를 위해 처음으로 사준 옷이었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수많은 고생을 한 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이기도 했고 그녀가 5년 동안 헛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진품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저게 진품이라면 도범이 어떻게 저걸 살 돈이 있겠어?”

나봉희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도범이 자신의 딸에게 브랜드 옷을 사 줄만큼 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부인, 저 옷들 정말 진품이에요, 우리 세 사람이 매장에 가서 산 거라고요. 그런데 저게 가짜일 리가 있겠어요?”

옆에 있던 서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5천만 원이나 되는 옷을 저렇게 호수에 버리다뇨!”

“제가 가서 건져야겠어요!”

박시율이 다급하게 호수로 뛰어들 준비를 하며 말했다.

호수의 물이 더럽지도 않았기에 건져내 씻기만 한다면 계속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시율의 그런 모습을 본 도범은 가슴이 아팠다.

5년 전, 박시율은 불과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는 박 씨 집안의 아가씨였을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에 하람그룹을 위해 수많은 업적을 쌓았었다.

그때의 박시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된 옷을 입고 부잣집 아가씨처럼 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몇 벌의 옷을 위해 호수에 뛰어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결국 도범이 앞으로 다가가 박시율을 저지했다.

“자기야, 됐어. 옷 몇 벌일 뿐이잖아, 내가 다시 사줄게!”

하지만 박시율은 고집스럽게 굴었다.

“안돼, 저 옷 그렇게 비싼데. 다 도범 네 목숨으로 바꿔온 돈으로 산 거잖아, 그리고 네가 나한테 처음으로 사 준 옷이기도 하고. 나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옷 건져내야 해, 그리고 못 입는 것도 아니잖아!”

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웃었다. 이런 아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박시율의 손을 놓더니 호수 안으로 뛰어들어 옷들을 주워 올라왔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지만 박시율이 한 말을 생각하니 그는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뭐야, 정말 진품이란 말이야?”

나봉희가 의아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서정에게 물었다.

“아들이 어디에서 저런 돈이 난 거예요?”

그러자 서정이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5년 동안 싸우다 돌아온 전사들에게 상여금이 조금 주어졌는데 그 돈으로 우리한테 옷을 사준 겁니다. 목숨으로 바꿔온 돈이긴 하지만 시율이한테 저렇게 아낌없이 쓰는 겁니다.”

서정의 말을 들은 나봉희는 말문이 막혔다. 저 옷들이 진품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신도 그래, 그게 진품이든 가짜든 호수에 던져버리는 법이 어디 있어? 그래도 도범이 시율이를 위해 사준 옷인데!”

말수가 적은 박영호도 참지 못하고 나봉희를 질책했다.

호수에서 나온 도범은 박영호를 보더니 말했다.

“장인어른, 일단 돌아가시죠. 다친 다리는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힘들 거다.”

도범의 말을 들은 박영호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큰 병원에도 가봤지만 의사들은 모두 치료를 한다고 해도 평생 절뚝거리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했어, 경맥에도 문제가 생겼고 뼈도 이미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상태야. 그리고 지금 걸을 때에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나는 절대 못 믿어.”

나봉희가 도범을 쏘아보더니 말했다.

“도범, 이번에 상여금 좀 받아서 우리 딸한테 옷 좀 사줬다고 우리가 너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그동안 우리 딸이랑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 돈으로 어디 가당키나 하겠어? 아무튼 어르신 칠순잔치 때, 예물 20억을 우리에게 주도록 해, 아니면 절대 너를 우리 사위로 인정할 수 없어!”

“어머니,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세요, 어쨌든 수아 아버지잖아요, 아이한테는 아버지가 꼭 필요해요. 그리고 도범 책임감이 있는 남자잖아요.”

박시율이 나봉희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두 분께서 도범을 인정하든 안 하든 제 마음속에서 도범은 제 남자예요. 만약 도범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내면 왕 도련님이든 성 도련님이든 그 누구와도 결혼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보기엔 그 사람들 모두 도범의 십분의 일도 따라올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너…”

박시율의 말을 들은 나봉희가 화가 나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어쩌다가 저런 걸 낳아서는, 너 지금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거야. 네 엄마 죽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정말 내가 죽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거야?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두 분도 저를 강요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자신의 어머니인 나봉희의 그런 모습을 보니 박시율은 답답해졌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이 일은 제 잘못인 거 제가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한 대로 어르신 칠순잔치 때 20억을 드릴게요. 저 절대 시율이가 제 곁에서 떠나지 않게 할 겁니다.”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가서 씻고 저녁 먹으러 가죠.”

외식을 한다는 말을 들은 나봉희가 눈을 반짝였다. 5년 동안 박시율이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쓰레기를 주우면서 집안의 지출을 감당하고 있었다.

박시율이 벌어오는 것 외에는 서정의 월급으로 겨우 배를 채우며 살았다. 서정의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모조리 박시율에게 맡겨 그 돈으로 아껴가면서 힘들게 생활했다.

그랬기에 외식을 한다는 말을 들은 나봉희는 속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나가서 먹는다고? 나는 너무 저렴한 데는 가기 싫어, 내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가야 해!”

“네, 어머님이 원하시는 대로 가요!”

도범이 택시 두 대를 잡곤 말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죠, 수아랑 지유가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수아도 배가 많이 고플 텐테. 앞으로 지유가 우리 집에서 수아를 보살펴주면서 청소도 도와줄 겁니다.”

“어머니라고 부르지 마, 예물 20억을 보기 전까지 너를 우리 집 사위로 인정할 수 없으니까.”

나봉희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하지만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유가 있어서 좋긴 한데 박 씨 집안 하인의 월급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한 달에 100만원도 넘는 걸로 알고 있어, 우리가 매달 지유한테 그 많은 돈을 줄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이제 곧 개학이니까 수아도 학교에 보내야지.”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응.”

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택시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광재는 전화 한 통을 받더니 다급하게 용준혁을 찾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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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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