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장님, 제가 드디어 도범에 대해서 조금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광재가 다급하게 용준혁에게 말했다.“이상한 점?”광재의 말을 들은 용준혁이 의아하게 물었다. 광재가 이런 말로 도범을 형용할 줄 몰랐다는 얼굴이었다.“이게 보세요, 부대 쪽 사람한테 부탁해서 비밀리에 알아낸 도범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름이랑 주민등록번호, 예전에 배달부로 일하다가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가 결혼식을 올린 이튿날, 부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갔다는 정황밖에 없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조사할 수 없습니다. 그저 5년 뒤에 다시 중주로 돌아왔다는 것이 전부입니다.”광재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부대에 있을 때, 어느 부대에 귀속되어 있었는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어머니인 서정은 지금 중주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아버지도 알 수 없고 부대에 있는 동안의 정보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용준혁이 생각에 잠겼다.“누군가가 일부러 도범의 정보를 지웠나 보네, 아니면 이 정보는 그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뿐인 거야. 어쩌면 도범의 개인비밀정보가 따로 있을 지도 몰라.”“회장님, 그렇게 되면 도범의 신분이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부대 쪽에서 이렇게 이 자의 신분을 감출 리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이 도범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분명합니다.”‘부대 쪽에서 이렇게까지 감춰줄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전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신이랑 결코 멀지는 않을 거야.’광재가 속으로 생각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용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계속 조사를 해보거라, 지금 도범이 중주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봐.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고 했으니 박 씨 집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도범이 박 씨 집안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전부 알
“신난다, 나가서 밥 먹는다!”수아가 예쁜 공주 원피스를 입은 채 마당에서 뛰어다녔다.“아가씨,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지유가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너 또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거지? 그래, 얼른 가 봐.”박시율이 지유를 놀리며 말했다.마침 샤워를 마친 서정이 오늘 도범이 사준 새 옷을 입고 나왔다. 마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옷을 바꾸고 나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귀한 티까지 났다.서정은 원래 예쁘게 생긴 데다가 타고난 귀티 덕에 평소 청소부 옷을 입고 출근해도 다른 이의 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다.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범의 아버지가 그녀를 따라다녔었다.하지만 아쉽게도…“어머니, 이 옷 입으니까 너무 예쁘세요!”박시율이 서정을 보며 말했다.“얘는, 내가 나이가 얼마인데 예쁘기는.”그러자 문 앞에서 그 모습을 보던 나봉희가 비아냥거렸다.“누가 자기 친엄마인지도 모르겠네…”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박영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그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나봉희를 툭 치더니 말했다.“도범이 내 다리를 고쳐준다는 거 정말일까?”“저놈 말도 믿는 거야? 도범이 어떤 놈인지 당신 몰라서 그래? 그냥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돌아온 전사일 뿐이야. 그런데 당신 다리를 고쳐준다고? 안 부러뜨리면 다행인 거지.”“......”박영호는 말문이 막혔다.“이 자식은 샤워 하나 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배고파 죽겠구만.”나봉희가 화장실을 보며 구시렁거렸다.“이제 5분 지나갔어, 당신은 방금 반 시간 동안 씻었잖아.”박영호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집은 보기에는 낡았지만 그나마 시내와 가까이 있었기에 도범이 다 씻은 뒤, 그들은 산책도 할 겸 밥 먹을 곳을 고르기 시작했다.“이 집은 안 돼, 너무 후져.”“이 집은 더 안 돼, 만 원짜리 뷔페라니, 먹을 것도 없을 거야.”나봉희가 걸으며 도범을 비꼬았다.“도범, 네가 밥을 사 준다고 했으니 나는 좋은 데서 먹어야겠어
레스토랑 내부,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로 화가 난 나봉희가 씩씩거리고 있었다.도범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지난 5년간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비웃음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그 모든 것이 다 도범 때문이었다. 다 이 쓸모없는 사위 놈 때문이다.순간 그곳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성 씨 집안 도련님과 왕 씨 집안 도련님 모두 이류 가문(二流世家)의 도련님들로 박 씨 가문보다 더 큰 재벌가였다. 나봉희는 왕 씨 집안 도련님이 100억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이 퇴역한 망할 군인을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도범이 몹시 증오스러웠다. 결혼식을 올린 그날 밤, 이 망할 자식이 자신의 딸아이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그녀의 순결을 빼앗아 갔을 것이다. 나봉희는 절대로 그런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도범이 어떻게 이 상황을 마무리 지을 것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듣기로는 전장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들은 확실히 적지 않은 상금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은 5천~6천만 정도였고, 공을 세웠거나 말단 직책이라도 맡은 사람만이 더 많은 상금을 가질 수 있었다.확실한 것은 도범이 절대 그런 사람에 속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오늘 도범은 자신의 딸아이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미 꽤 많은 돈을 썼었기에 이제 수중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여기서 만약 자신이 더 많은 음식을 시키면 도범은 아마 자신을 이 레스토랑에 팔아넘겨야 할 신세가 될 것이다.“이거, 이거 각각 두 개씩 주시고, 이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주세요.”순간 메뉴판 아래쪽에 적힌 술 가격이 나봉희의 눈에 띄었다. 메뉴판에는 일반 사람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몇 천 원에 한 병인 와인도 있었지만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와인도 있었다. 심지어 가장 비싼 와인은 한 병에 4백만 원씩 했다.“이 와인, 한 병에 4백만 원씩 하는 이거 스무 병 주세요. 시율이 아버지가 지난 몇 년간 심적으로
“아유 배불러. 진짜 맛있네. 정말 오랜만에 폭식했어!”나봉희가 음식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지난 오 년간 정말 많은 고생을 했었는데 이 모든 것이 다 도범 그 자식 때문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그녀의 딸이 집에서 쫓겨났고 덩달아 그들 노부부도 함게 고생하게 되었다.무려 오 년 이었다. 오 년간 이런 진수성찬은 구경조차 못했었다!오늘 그녀한테는 도범이 이 만찬을 계산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같은 건 크게 상관없었다. 아무튼 난처해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에. 누가 도범더러 돈이 많은 것처럼 큰소리치면서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라고 했는가.“대박 정말 부럽다. 저기 저쪽 테이블 한 8천만 원 정도 나왔을걸! 저거 여기서 제일 비싼 와인이잖아!”주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 테이블에 놓인 맛있는 요리를 보고 부러워하고 있었다.“확실히 많긴 해. 특히 저 와인 스무 병 중 두 병 밖에 마시지 않았잖아. 참, 저렇게 많이 시키다니. 정말 부잔가 봐!”한 남자가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근데 저 남자 아무리 봐도 하루에 2억씩 벌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입은 것도 저렇게 평범한데 말이야. 정말 저걸 다 계산할 돈이 있는 거 맞아? 설마 무전 취식하려는 거 아니겠지?”다른 한 여자는 도범의 능력과, 과연 그가 정말 계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다들 잘 드셨어요? 다 드셨으면 이제 계산할게요!”도범이 미소 지으며 계산하려고 했다.“그래 그러거라. 우린 다 먹었다. 아가씨, 여기 얼마죠? 여기 남은 술은 가져갈 테니 포장해 주세요!”나봉희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과연 이 큰돈을 도범이 지불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뜻밖에도 종업원 대신 매니저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도범에게 계산서를 내밀었다.“저기 손님, 저쪽으로 가서 계산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레스토랑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도범은 그 남자의 미소가 석연찮게 느껴졌다. 남자의 미소가 어딘
“도범이 네가 방금까지만 해도 그렇게 계산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더니? 네가 나더러 마음껏 시켜도 된다며? 이제서야 자신이 빈털터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냐?”“돈이 없으면 없었지 그렇게까지 허세를 부릴 필요가 있었어? 봐라 시율아, 쟤가 이런 사람이야, 이런 사람한테 시집가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화가 난 나봉희가 박시율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시율아, 나랑 가자 응? 쟤 혼자 남아서 뭘 할 수 있나 두고 보자. 저런 사람은 맞아 죽어도 싸. 돈도 없으면서 뭘 그렇게 잘난척한 거야?”“도범아, 정말 너한테 실망이구나!”박영호 역시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그러면 이렇게 망신스러운 일도 없었을 것 아니냐. 네가 없는 형편에 끝까지 밥을 사겠다고 했잖니.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을 믿고 내 딸을 줄 수 있겠어?”“도범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말로 돈이 없어?”박시율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도범을 향해 물었다.도범이 씁쓸하게 웃더니 박시율에게 계산서를 건네며 말했다.“돈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런 명세서를 보고 정말 계산할 수가 없는걸, 계산하고 싶지도 않고!”박시율이 의아한 눈빛으로 계산서를 보더니 순간 얼굴을 굳히고 매니저를 향해 쏘아붙였다.“저기요 매니저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저희는 8천만 정도의 소비밖에 하지 않았는데 왜 8억 몇천만 원이라고 찍혀있죠?”“뭐?”그 소리를 들은 나봉희가 다급히 계산서를 빼앗아 가서 자세히 훑어보더니 씩씩거리며 매니저를 바라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저희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거예요? 저 술은 한 병에 4백만 원짜리였잖아요? 왜 여기에는 4천만 원이라고 적혀있죠? 혹시 잘못 보고 동그라미 하나 더 입력한 거 아니에요?”“하하 죄송한데 가격표의 가격은 정확합니다. 이 스무 병의 술은 마침 오늘 공수해 온 것이라 특별히 열 배의 가격에 팔고 있답니다! 손님들께서 스무 병을 시키셨으니 8억 원이고 거기에 요리까지 더해서 모두 8억 1600
“이리 가져와 봐. 어디 보자...”박영호 역시 서둘러 메뉴판을 가져가서 자세히 살펴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아까 봤을 때 분명히 동그라미가 여섯 개였는데 왜 일곱 개가 된 거지?”“하하 노안이라도 오셨나 봅니다? 동그라미는 줄곧 일곱 개였습니다. 손님들께서 잘못 보셨겠죠!”뚱뚱한 매니저가 간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어쨌든 주문을 하셨으니 돈을 지불해 주시기 바랍니다!”나봉희가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이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 사람이, 도범이 산다고 했으니까 남은 사람들은 돌아가도 되죠? 쟤랑 해결 보면 되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박시율과 남은 사람들을 향해 눈짓하며 자신을 따라 나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도범 그 자식은 자신이 벌인 일이니 책임을 져야지.무려 8억이 넘는 가격이니 도범이 물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8억은커녕 8천 만도 도범은 물 수 없었을 것이다.“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당신들 전부 여기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매니저가 손짓하자 여러 명의 장정들이 몰려와 그들을 둘러쌌다.“이게 다 도범 너 때문이야. 돈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비싼 곳에서 밥을 산다고 한 거야? 있어 보이는 척 큰소리나 치고. 지금 이 상황을 봐. 그렇게 많은 돈을 무슨 수로 갚아? 넌 끝까지 우리에게 해만 끼치는구나!”나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봉희는 노발대발하며 눈에 불을 켜고 도범을 탓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 이게 다 어머니가 끝까지 그렇게 비싼 술을 시키겠다고 우겨서 벌어진 일이잖아요!”박시율 역시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난 도범이 마음껏 시키라고 해서 시켰을 뿐이야. 그리고 쟤가 그렇게 가난할 줄 난들 알았겠니?”나봉희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을 뱉긴 했지만 속으로 은근히 양심이 찔리긴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장정들에게 둘러싸였고 이곳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자그마치 8억이 넘는 돈이다. 절대 작은 돈일 수 없었다!박시율이 잠깐 생각하더니
박 씨 가문은 그래도 어느 정도 위망이 있는 가문이었다. 혹시 가문의 이름을 대면 말이라도 통할지 몰라 던져 본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매니저가 곧바로 손을 저으며 장정들에게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내더니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박 씨 가문 아가씨 박시율 맞죠? 그럼 당신 얼굴을 봐서 이렇게 하기로 하죠. 당신이 직접 저희 보스에게 가서 이 일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당신들 보스가 누군데?”도범은 그 남자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뭔가 석연치 않았다. 보아하니 상대방은 진작에 박시율이 여기 있는 것을 알아채고 일부러 자신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았다.“하하 우리 보스가 누군지 네가 알 필요는 없지!”뚱보 매니저가 간사한 웃음을 짓더니 이어서 말했다.“박시율 씨, 현재 저희 보스가 안쪽에 계십니다. 당신이 가서 얘기한다면 보스께서 당신 얼굴을 봐서라도 오늘 이 일을 그냥 넘어가 줄 것입니다.”“네, 알겠어요!”박시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상대편에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쪽에는 군인이었던 도범 외에는 연약한 노인과 아이뿐이었다. 그녀는 절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수아는 어쩐단 말인가? 자신의 부모님들과 도범의 어머니는 또 어쩌고?“나도 당신과 함께 갈 거야!”도범이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미안한데 우리 보스가 너를 만나겠다고 한 적 없거든. 넌 들어갈 수 없어. 우리도 너에 관해서 들은 게 좀 있는데 넌 그냥 데릴 사위로 들어온 거라며? 그러니까 너는 박 씨 가문에 속하지도 못하는 외부인일 뿐이니 우리 보스와 얘기 나눌 자격도 없지.”레스토랑 매니저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봐야 알지!”도범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주변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간 듯한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그 모습을 본 박시율은 혹시 도범이 사고라도 칠까 두려워져 다급하게 몸을 돌
박시율은 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예전에 자신도 이 가게의 메뉴판을 본 적 있었다. 제일 비싼 와인이라고 해봤자 한 병에 4백만 원 정도였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4천만 원이 될 수 있단 말인가?그리고 이 룸 안에 있는 사람이 자신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의심스러웠다.아는 사람이었다면 왜 굳이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물러선다면 부모님들은 어쩌고 또 수아는 어쩐단 말인가?도범은 몇 년간 군인 생활을 했었고 뜨거운 열정도 지닌 남자였다. 또한 그는 싸움도 제법 하는 것 같았는데 두세 명 정도는 쉽게 눕힐 수 있어 보였다.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장정들이었고 한눈에 봐도 길거리의 양아치와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도범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혼사서는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만약 도범의 성질에 정말 그들과 싸움이라도 붙게 되면 그땐 진짜 큰일이었다.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한 박시율은 속으로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외식을 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면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길가에 널린 아무 가정식 백반집에 가서 몇 만 원짜리 밥을 먹는 것이 훨씬 마음 편했을 것이다.이제 다른 선택권이 없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안으로 들어선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룸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왕 씨 집안의 도련님, 왕호였다.“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 레스토랑의 보스인 줄은 몰랐네!”박시율이 담담하게 웃으며 문을 닫았다.“도련님은 내가 아래층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네. 그래서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친 거야? 난 이런 장난을 즐기지 않아!”“하하!”왕호가 웃으면서 몸을 일으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시율이 너는 지금까지 줄곧 나를 본체만체했었지. 내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네가 순순히 날 만나러 왔겠어?”왕호가 미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