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0화

작가: 송진
이번 결혼식은 비록 급하게 치렀지만 초대할 사람은 모두 초대했다.

성유리는 언니로서 성시원과 함께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 샴페인 색 롱 드레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올려 하얗고 늘씬한 목덜미를 드러냈고 단아한 메이크업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매우 점잖았지만 얼마 전 일로 인해 주위에는 여전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성유리의 앞에서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한 눈빛은 여전히 예리한 칼처럼 사람들을 뚫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오기 전에 이런 상황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던 성유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인사했다.

이때 원유진이 나타났다.

원유진은 오늘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신부의 눈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은은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었고 화장도 여느 때보다 더 정교하고 화려했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신부를 보기도 전에 오히려 먼저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성유리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같은 태도로 그녀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무슨 염치로 여기에 있어? 살인범이 여기에 손님 맞이하다니? 재수 없어!”

원유진이 쌀쌀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에 성시원은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성유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원유진, 말을 가려서 해.”

“내 말이 틀렸어? 얼마 전 뉴스에서 보도된 사실이잖아.”

원유진은 그녀를 힐끗 훑어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너 또 박한빈에게 차였다며? 불쌍하네. 하지만 이 세상은 원래 그래. 네 것이 아닌 물건은 네가 갖은 수단을 써서 얻으려고 애써도 여전히 네 것이 아니야.”

원유진의 목소리는 낮은 편이 아니었고 마침 문 앞에 서 있어서 주위에서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원유진은 더 의기양양해서 턱을 쳐들고 성유리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은 여자라면 다 참을 수 없기에 그녀는 성유리가 반드시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성유리는 차분했다.

성유리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원유진을 바라봤다.

“난 오히려... 가졌다가 잃는 것이 누군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1화

    성유리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었다. 원유진이 들어오고 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다음 손님을 맞이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곳으로 오신 것을 환영...” 다음 손님의 얼굴을 확인한 성유리는 인사말을 제대로 못 끝냈고 표정도 조금 굳어갔다. 하지만 성유리는 이내 정신을 다잡아 더욱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박 대표님, 오셨어요?” 성유리는 박한빈이 언제 도착했는지도 몰랐다. 박한빈의 뒤에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아하니 방금 원유진과 성유리가 나눈 대화를 그가 똑똑히 듣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성유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성시원에게로 다가가더니 악수를 청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두 사람은 짧은 악수를 마치고 빠르게 서로에게서 손을 뗐다. 성유리는 박한빈을 오래 쳐다보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다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 오늘 찾아온 손님은 족히 천 명이 넘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한 성유리는 얼굴 근육이 아파 나기까지 했다. 뒤에 있는 행사들은 성유리가 필요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 틈을 타 복도로 나갔다. 잠시 바람을 쐬며 숨을 고른 성유리는 가방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려 했지만 라이터를 두고 나온 사실을 발견했다. 가방 안을 샅샅이 더 뒤졌지만 라이터는 보이지 않았고 성유리는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은 성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급히 뒤돌아보느라 손에 들린 담배도 숨기지 못한 성유리를 박한빈이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비록 이젠 그의 눈빛이 어떻든 신경을 쓰지 않는 성유리였지만 박한빈이 미간을 찌푸릴 때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박한빈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박 대표님이 왜 지금 이 시간에 여기 계시는 거죠? 안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한빈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성유리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손에 들린 담배를 끊어 버린 뒤 쓰레기통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2화

    그 시각, 연회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급히 진행된 결혼식이었지만 아무런 실수도 없이 무사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덧 신랑과 신부가 서로 반지를 교환하는 시간이자 이 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성유정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갑자기 말했다. “오늘 결혼식을 올리려는 선택을 누가 했는지 알아요?” 진무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성유정이 또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성유리, 우리 언니가 그랬어요.” “아직 우리 언니 좋아하죠? 결과는? 제 기분 좀 망치겠다고 무열 오빠까지 끌어들였잖아요.” 진무열은 성유정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순서대로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성유정은 덤덤한 그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빨을 꽉 깨물며 말을 이어갔다. “언니는 제가 시집가면 성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요. 미련하기도 하지? 그냥 우리 아빠한테 제 이런 꼴을 보게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요. 기다려요. 제가 가져야 하는 물건은 어떻게든 다 뺏어오겠으니까. 그래서 오빠는...” 성유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성유정이 고개를 돌렸다. 오늘 저녁에 있는 성유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왔던 윤청하는 이미 성시원의 품에 안겨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다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했고 성시원은 이성을 잃고 의사를 부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제일 “효녀”인 성유정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역시 내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날 리가 없지.’ 성유정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사방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내 입구 쪽에서 성유리를 발견한 성유정은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을 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성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두 손을 꼭 쥐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 가식적인 년! 더러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3화

    성유리는 진무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과 영정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가족들은 윤청하가 젊었을 적에 찍어둔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걸어두었다. 성유리는 사진 속 윤청하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다. 장례식 당일, 금성에는 갑자기 큰 비가 쏟아졌고 기온은 작년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성유리는 두꺼운 외투로 갈아입고 묘지 앞에 서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청하의 유골함은 빠르게 묘지 안에 안장되었고 그녀의 혼을 기리는 목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성유리는 윤청하가 정말 떠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유리가 그녀에 대한 사랑과 원망의 감정은 윤청하의 죽음을 따라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그때, 성유리는 윤청하가 눈을 감는 그날이 떠올랐다. 미안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청하는 성유리를 불러 자신의 앞에 세워두었다. 그때 윤청하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날의 공기마저도 성유리는 다 기억이 났다. 성유리를 잃어버리기 전에 윤청하는 성유리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보살펴줬었다. 늘 성유리를 안고 잠에 들었고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흐르는 땀도 닦아주던 윤청하에 대한 기억이 갑자기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무 말도 없이 성유리를 묵묵히 쳐다보던 윤청하는 눈을 감았고 성유리는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빗방울들은 점점 거세게 떨어져 성유리의 옷깃을 적셨지만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고 있는 성유리의 옆에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성유리는 스스로 두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그쳤고 장례는 빠르게 끝이 났다. 손님들을 다 돌려보낸 뒤, 성시원이 성유리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나랑 같이 집에 가지 않겠니?”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성유정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성유정은 성유리를 죽일 듯 노려보았고 성유리는 성시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같이 가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4화

    “성 대표님, 전 대표님이랑 단둘이 밥 드시러 가는 건가요? 그분도 참...” 성유리와 통화 중이던 비서가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 사실 비서의 말을 끝까지 못 들었지만 성유리는 비서의 뜻을 다 알고 있었다. 전 대표는 연성에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에 전 대표가 특별히 성유리랑 단둘만의 식사를 하자고 했으니 비서가 경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아요. 같이 저녁만 먹으면 되니까.” 성유리는 비서를 안심시키며 대답했고 그녀는 오히려 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이 말을 끝으로 성유리는 차 문을 닫고 내렸다. 오늘 식사 자리는 성유리가 예약을 했는데 혹시나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미리 나오는 차들이 밥상 위에 다 차려졌을 때, 마침 진 대표도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성 대표님을 기다리게 했네요.” “괜찮아요. 저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두 사람이 식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다 정상이었다. 하지만 와인을 몇 잔 마시고 나서부터 전 대표는 슬슬 다른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했다. “성 대표님도 연성에 오신 지 이젠 몇 달이나 지나지 않았습니까?” “3개월 됐어요.” 성유리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을 해줬다. “적응은 잘해 나가고 계십니까?” “네. 다 전 대표님 덕분이죠.” 성유리는 조용히 전 대표가 내민 손을 비키며 술잔을 들었다. “받으세요. 제가 따라드릴게요.” 전 대표는 성유리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 성 대표님이 노력하신 덕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는 건 금상첨화를 이루기 위함이고.” “그럼 금상첨화가 되게끔 도와주신 전 대표님께 감사드려야겠네요.” 옅게 웃으며 대답하는 성유리를 보던 전 대표가 술잔을 들어 부딪히며 대답했다. “별말씀을.” 저녁 식사 자리는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몇 번이나 슬금슬금 손을 내밀며 다가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5화

    그 여자는 식당 밖으로 나오다가 어딘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자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쳐다보던 성유리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검은 차 한 대를 발견했다. 낯선 번호판이었지만 차의 모양과 디자인은 성유리가 제일 익숙한 것이었다. 그건 바로 박한빈이 제일 좋아하는 차였다. 성유리는 잠시 멍해서 차를 쳐다보다 택시를 잡는 것도 잊어버리고는 뒤를 돌아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오셨어요?” 여자는 기사가 내려 문을 열어주자 밝게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 검은색 코트에 화려하고 진한 금색의 단추와 무늬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져 딱 봐도 잘생긴 남자는 여자가 옆에 앉았지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박 대표님?” 가만히 있는 박한빈을 여자가 다시 불렀지만 그는 옆을 힐끔 쳐다만 볼 뿐이었다. “갑시다.” 박한빈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여자 또한 입을 굳게 닫았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자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박한빈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올라가실래요?” 여자의 물음에 박한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내 박한빈의 뜻을 알아챈 여자는 결국 포기를 해야만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거래”를 여자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박한빈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의 기사가 터지고 나서부터 여자는 평소보다 더욱 바쁘게 일을 했고 돈도 많이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박한빈과 만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좋은 자원들이 계속 들어왔다. 여성은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왜 그 업계의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승승장구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팬이 많고 영화가 흥행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돈을 버는 기계로 보일 뿐만 아니라 장난감 취급을 당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요즘 박한빈을 따라다니며 인생의 달콤한 맛을 맛봤으니 여성은 자연스레 더욱 많은 것을 얻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박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6화

    성유리는 서훈의 말에 의심되는 점이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사는 층수를 눌렀다. 서훈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두 자리 숫자를 보다가 성유리에게 다시 물었다. “성유리 씨는 이곳에서...” 그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성유리는 서훈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전화를 받았다. “조 대표님? 저예요.” “대표님도 계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알았더라면 가서 술 한 잔 따라드릴 텐데.”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나중에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지은 죄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당연하죠. 장소는 대표님께서 정하세요.” 널찍한 엘리베이터 안에는 서훈과 성유리 둘뿐인지라 성유리의 목소리가 아무리 낮다 해도 서훈은 잘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성유리 층수에 도착하자 두 사람의 통화는 마침 끝이 났다.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서훈을 쳐다보며 물었다. “서 비서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니요. 별거 아닙니다. 제 여자 친구도 이쪽에 혼자 있어서 혹시 괜찮으시면 소개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서로 챙겨주고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 서훈은 하려던 물음을 끝내 내뱉지 못했고 급히 다른 말을 지어서 대답했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성유리는 서훈의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답했다. “여기 보안이 아주 잘돼있어요. 서비스도 되게 좋고요.” 서훈은 성유리의 대답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입을 뗐다. “네. 알겠습니다.” 성유리는 서훈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내리는 성유리의 뒷모습을 보며 서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내 그가 내려야 할 층수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서훈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만약 성유리가 서훈을 따라 들어왔다면 어두운 집안을 발견할 거고 여자 친구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 성유리는 요즘 자신의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7화

    성유리는 남자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더니 대답했다. “전 조 대표님께서 바쁘실까 봐 그랬죠. 조 대표님이랑 밥 한 끼 먹으려 하는 사람이 저 빼고도 너무 많아서 아직 제 순서가 안 온 줄 알았어요.” 예쁜 그녀의 미소에 조 대표는 기분이 풀렸는지 성유리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지금 시간이 넘쳐나는데 성 대표님은 언제 저한테 밥을 사주시려나?” 성유리는 옆에 있던 술 한 잔을 들어 조 대표의 손에 건네주며 대답했다. “저야 당연히 아무 때나 괜찮죠. 내일 조 대표님 비서분을 통해서 연락드릴까요?” “뭐 그렇게 번거롭게 하겠습니까? 제 번호 있지 않으십니까?” 조 대표는 술잔을 쥐고는 성유리의 손을 어루만졌다. 뚱뚱한 편이 아닌 조 대표는 얼굴도 꽤 잘생겼지만 성유리는 그를 볼 때마다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고 보기 거북했다. 아무리 불편하고 싫어도 성유리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오늘 집에 가서 식당 제대로 찾아봐야겠네요. 내일 전화 드릴게요.” 두 사람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었고 성유리는 조 대표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애를 썼다. 항상 미소를 짓고 있어 광대마저 아파지기 시작할 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 사람이 배지수인가?” 성유리는 옆에 있던 사람들이 토론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성유리가 의아해하고 있던 그때, 다른 사람이 말했다. “맞아. 이번에 연극영화 대학 졸업한 사람이라는데 도대체 전생에 무슨 일을 했기에 저렇게 운이 좋은지 모르겠다니까.” “그냥 보기에는 별로 예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성유리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배지수라는 여성의 신분을 알아차렸다. ‘저 여자가 박한빈 씨 새로운 여자 친구구나.’ 연예계와 그들의 일하는 업계는 사실 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오늘 연회에 참석한 배우와 가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성유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은 배지수가 박한빈이 아닌 매니저와 같이 왔다는 사실이다. 성유리는 배지수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녀에게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08화

    성유리는 사실 오늘 밤 술을 별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연회장에서는 미처 못 느꼈지만 모든 것이 끝이나자 목이 너무 간질거려 참기 힘들었다. 성유리는 가는 길 내내 기침을 했고 호텔 밖으로 나오자 불어오는 찬 바람에 목은 더욱 간질거리고 아파왔다. 그녀의 기사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성유리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비서에게로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성 대표님!” 어딘가 불길한 청아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성유리는 배지수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안 가셨네요?” 밝게 웃으며 묻는 배지수에게 성유리는 고개만 끄덕여줬다. “기사님이 아직 안 오셨어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성유리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답했다. “곧 오실 거예요.” “저도 괜찮아요. 시간도 늦었는데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배지수는 성유리에게 친한 척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잡힌 손을 빼내려는 순간, 배지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 “저 여기 있어요!” 배지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격동돼 있었다. 성유리는 이미 배지수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예상했기에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 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파오는 목 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배지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유리를 보며 물었다. “병원 먼저 모셔다드릴까요?” 성유리는 뒤를 돌아 기침을 하더니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남자는 이미 그녀들의 앞에 서 있었다. “한빈 오빠, 저희 성 대표님 모셔다드릴까요? 어디 아프신 것 같은데 기사분도 연락이 안 된대요.” 성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틀어막고 있었지만 남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응.” 박한빈은 배지수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해줬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성유리는 기침을 애써 참

최신 챕터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9화

    성유리는 옆에 있는 난간을 붙잡으려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떨어졌다.20개의 계단.그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녀의 이마는 다섯 번이나 모서리에 부딪혔다.이 숫자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성유리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성유리는 두 손으로 배를 꽉 끌어안았다.뱃속에 있는 아이를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본능처럼 움직였지만 바닥에 내리꽂히는 순간, 아랫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통증이 몰려왔다.곧이어 도우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그리고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다급하게 몰려왔다.성유정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울먹이며 소리쳤다.“언니! 언니 왜 그래? 언니 제발 나 놀라게 하지 마.”성유정의 얼굴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성유리는 기억하고 있었다.계단에서 굴러떨어지던 바로 그 순간, 성유정을 올려다봤을 때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는 사실을.그리고 성유정의 입꼬리가 분명히 움직였다.소리는 없었지만 그 입 모양은 너무나 선명했다.“성유리, 그냥 죽어버려.”“뭐 하고 있어? 빨리 구급차 불러.”윤청하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그렇지만 성유리는 알고 있었다.그녀가 걱정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뱃속에 있던 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아니, 아이마저도 진심으로 아끼지는 않았다.그녀가 바랐던 건 그 아이가 가져다줄 이익뿐이었다.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게 없어졌다.성유리는 눈을 꽉 감았다.그리고 자신 아래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느꼈다.작은 시냇물처럼 바닥을 타고 번져가는 붉은 피....아이를 임신한 주 수는 벌써 3개월이 넘었다.그래서 의사는 유도 분만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성유리는 마취를 했음에도 모든 감각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그들이 자신의 몸에서 아이를 끄집어낼 때의 그 느낌, 살을 찢고 뼈를 뜯어내는 고통.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었다.성유리의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절망 그 자체였다.“내 아이 데려가지 말라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8화

    “하지만 그것도 이해는 돼.”성유정이 말을 이어갔다.“형부처럼 훌륭한 사람을 노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니가 이렇게 일찍 결혼한 것도 잘한 선택이야.”“근데 결혼을 했다고 해도 형부를 넘보는 여자들은 아직도 많을걸? 그러니까 언니, 진짜 조심해야 돼. 형부 잘 지키고!”성유정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성유리는 한참 동안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건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다리는 결국 박한빈 씨 몸에 붙어 있어. 그 사람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는 내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성유리의 말에 성유정은 조용해졌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성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그 평온한 눈빛이 성유리의 가슴을 순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성유리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지만 그 순간 성유정이 입을 열었다.“언니가 지금 그렇게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 나는 알아.”“그건 언니가 자신감이 넘쳐서도 아니고 형부가 언니한테 잘해서도 아니야. 그저... 언니가 임신했으니 그래서 이제는 뭐든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니까 마음 놓고 있는 거지?”“언니도 알아? 아까 할머니가 그러셨거든. 엄마가 지화의 일부를 언니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넘기려고 한다고.”“말로는 아이에게 준다지만 지금은 겨우 조그만 태아일 뿐이다. 결국은 언니 손에 들어가는 거지. 안 그래?”“언니는 정말... 운도 좋다.”성유정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조금 전까지 보였던 그 해맑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녀의 눈빛에는 차가운 음침함이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성유리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서서 가려 했다.그러자 성유정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언니, 왜 그렇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7화

    말을 끝낸 뒤,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박한빈은 그녀가 떠나는 발소리를 들었고 순간, 넘기던 서류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방 입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그가 차에 올라 떠날 준비를 할 때도 성유리는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뭐 이상할 것도 없었다.사실 예전부터 자신이 출장을 갈 때 성유리가 배웅을 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성유리가 자기를 불렀던 그 한마디 때문인지 박한빈은 은근히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그리고는 그 기대를 스스로 짓밟았다.생각해 보면 별로 큰 일도 아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어차피 이런 건 익숙한 일이었으니까.결혼을 했다고 해도 결혼하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며 박한빈은 시선을 거두고 앞좌석에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하죠.”...박한빈이 출장을 간 사이, 매달 열리는 박씨 가문의 가족 식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성유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안은 꽤 떠들썩했다.그제야 성유리는 알게 되었다.성유정뿐 아니라 윤청하까지 오늘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유정이 생일은 큰 행사니까.”김난희가 집안 어르신으로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올해는 막 대학도 졸업했잖아. 이제 어엿한 성인인데 당연히 성대하게 해야지!”그 말을 듣던 윤청하는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유정이 16살 생일, 18살 생일 때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때마다 이번 생일은 꼭 잘 챙겨야 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러니 유정이 생일은 단 한 해도 대충 넘어간 적이 없네요.”“그야 당연하지.”김난희는 윤청하의 장난기 섞인 말을 전혀 개의치 않고 도리어 맞장구쳤다.“여자애는 보석 같은 존재야. 해마다 생일은 정성껏 챙겨줘야 해.”“그럼 오늘도 잘 따라야죠.”그들은 다 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성유정도 중간중간 장난스럽게 말을 끼워 넣었고 거실 안은 유쾌하고 활기찼다.성유리가 다가가 인사를 했을 때조차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이런 일에 익숙했던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6화

    성유리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성유정과 박한빈이 함께 전시회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도우미가 박한빈의 외투 주머니에서 티켓 한 장을 발견하고 성유리에게 이걸 보관할지 물어본 게 알게 된 계기였다.성유리는 입장권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고 표 뒷면에는 이번 전시회의 작품이 인쇄되어 있었다.형형색색으로 물든 유화였고 위에는 선명한 장미꽃에 꽃잎 위에는 이슬이 맺혀 있는 듯했다.이슬이 아래로 떨어질 때쯤이면 그림 배경은 어느새 한 여자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그리고 그 이슬은 자연스레 그녀의 눈물이 되어 있었다.이 작품은 온라인에서도 꽤 유명했다.만약 전시회에 초대한 사람이 성유정이 아니었다면 성유리는 정말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박한빈 주머니에서 그 티켓을 발견한 순간, 모든 흥미는 사라져 버렸다.성유리는 그 티켓을 더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날 저녁, 박한빈은 집에 돌아왔지만 성유리와 식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고 성유리는 박한빈이 또 출장을 나가는 거라는 걸 알았다.성유리는 복도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박한빈을 바라봤다.‘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 돌아오는 거지?’사실 그녀는 박한빈에게 묻고 싶었다.그렇지만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였다.임신하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만 박한빈이 함께했고 그 이후 모든 산부인과 검진은 혼자 갔다.담당 의사는 그들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 아버지가 왜 안 왔냐고 묻지 않았다.그러나 초음파 검사를 맡은 다른 의사는 사정을 몰랐기에 지난번 초음파 검사 중, 성유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기회가 되면 다음 검진에는 아이 아버지도 같이 오시면 좋겠네요.”왜냐하면 다음번 검진에는 4D 컬러 초음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기술을 통해 그들은 미리 아이의 윤곽과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부모가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그래서 성유리는 박한빈이 언제 돌아오는지 알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5화

    게다가 여러 번 성씨 저택으로 돌아갈 때마다 윤청하가 온갖 종류의 음료를 억지로 마시게 했기 때문에 성유리는 이제 집조차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이렇게 되면 원유진은 기회조차 잡을 수 없게 된다..시간이 지날수록 성유정은 점점 초조해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만약 정말 성유리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틀림없이 그녀와 박한빈 사이에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 분명했다.박한빈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녀의 어머니가 말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성유리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따라서 그들이 아이를 가지게 되면 정말로 평생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며칠 동안 성유정은 이 일로 인해 초조해했고 윤청하가 다음 달에 그녀를 위한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해도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이미 초대장을 보냈단다. 그때 도시 전체의 청년 권사들이 다 참석할 거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엄마한테 말해.”윤청하는 여전히 다정한 눈빛으로 성유정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성유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니?” 윤청하가 물었다.성유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윤청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전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 막 졸업했잖아요.”“바보야, 보자마자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게 아니야.”윤청하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너희들이 2년 동안 교제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때 돼서는 약혼을 하고, 그리고 너...”“싫어요!”성유정이 화를 내며 말을 끊자 윤청하는 성유정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당황했다.그러자 성유정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곧장 윤청하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엄마, 나 아직 어린데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엄마 곁에만 있고 싶어요.”“바보야, 결혼해도 언제든지 올 수 있잖아.”윤청하는 이렇게 말하며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했다.“일단 한번 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니?”성유정의 마음에는 박한빈밖에 없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4화

    “너 왜 저 여자를 감싸는 거야? 내가 방금 한 말 틀렸어?!”원유진은 성유정이 방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도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저 여자가 네 모든 걸 뺏어갔잖아!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 여자도 어차피 성씨 가문의 핏줄이니 조금 나눠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박한빈은 달라! 전에 박한빈과 사귀던 사람은 분명 너였잖아!”“모두가 너희 둘이 한 쌍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결과는 어땠어? 결국엔 김서영을 꼬드겨서 네 약혼자를 빼앗았잖아!”“유진아, 그만해.”성유정은 원래 차분한 태도였지만 원유진이 박한빈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유진은 자신이 잘못 말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사과하며 말했다.“미안해, 네가 상처받은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됐는데. 하지만 나는 저 여자의 저런 태도를 참을 수가 없었어.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굴잖아. 박한빈도 마찬가지야. 분명 널 좋아하면서 왜 굳이 어머니 말만 따르는지...”“유진아, 네가 틀렸어.”성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와 한빈 오빠는... 이제 가능성이 없어.”“왜?!”원유진이 말했다.“내 생각엔 그렇지 않아. 박한빈이 어머니 말을 따라 성유리와 결혼했다지만 내 생각엔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네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전혀 좋아할 리 없다고.”“그들은 이미 아이가 있어.”성유정이 다시 그 말을 끊자 원유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서서히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성유리를 바라봤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성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거짓말하는 게 아니야. 이 일은... 우리 두 집안 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야.”“그래서 내가 말한 거야, 나와 오빠는 불가능하다고.”“예전에는... 난 자신을 속이며 그가 부모님과 박씨 가문의 명예 때문에, 설령 언니와 결혼했다 하더라도 그저 명목상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어.”“하지만 지금은, 언니가 이미 임신했어. 난 정말... 이제는 자신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3화

    상대방은 마침 그녀 앞에 도착했다. 빨간 치마의 디자인은 매우 화려했고 두껍게 바른 립스틱은 그녀를 더욱 젊고 화사해 보이게 했다.이런 차림새는 분명히 병문안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유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말했다.“네가 여기 있었네. 나는 사모님이 아주 바쁘신 줄 알고 한 번 얼굴 보려고 해도 예약을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원유진은 성유리에 대해 여전히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악의를 드러냈다. 성유리는 원유진과 잠시 눈을 마주친 후 가볍게 대답했다.“어.”그 반응에 원유진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 무슨 태연한 척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성유정이 지금 이렇게 되었겠어? 박씨 집안 사모님이 될 사람은 원래 성유정이였어! 왜 돌아왔어?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아갔잖아!”“너는 어젯밤에 성유정이 왜 교통사고가 났는지 알아?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많이 마셨던 거고!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차와 부딪힐 수 있었겠어?!”“성유정이 거의 죽을 뻔했다고, 알아?!”원유진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원유진은 독을 품은 눈빛으로 계속해서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 눈빛을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어 성유리의 몸을 찌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성유리는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성유정이 어젯밤에 술을 마셨다고?”“맞아! 바로 네가...”“그렇지만 내가 성유정에게 술 마시라고 한 건 아니잖아.”성유리가 말했다.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 원유진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성유리를 보며 물었다.“ 뭐라고?”“나는 어젯밤에 성유정과 연락한 적도 없고 성유정이 술 마시러 간 것도 전혀 몰랐어. 그 차... 내가 사고를 낸 사람도 아닌데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성유리가 원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단순한 질문을 하는 것 같지만 원유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었다.원유진이 뭔가 말하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2화

    박한빈은 그곳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웠고 그녀의 얼굴에서 작은 불만이라도 읽어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평온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오히려 그가 서둘러 떠나길 바라는 듯했다.박한빈은 지금까지 자신의 남편을 다른 여자한테 밀어내는 그런 여성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매번 그녀는 그렇게 행동했다. 마치 그가 집안의 결정에 따라 결혼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을까?그녀가 그와 결혼한 것은 어쩌면 성씨 가문과 다투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그녀와 성유정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박한빈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는 아무리 그녀가 진짜 자식으로 태어난 딸이라 하더라도 성씨 집안 부모님 앞에서 성유정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원래 그 자리는 본래 그녀의 부모님께 속해야 했기에 그녀가 질투와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박한빈과의 결혼 약속을 받아들인 것은 성유정에 대한 강력한 복수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그녀는 결혼 후에도 그에게 변함없이 냉담했다.그녀는 그가 저녁 몇 시에 돌아오는지 출장은 어디로 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와 성유정 사이의 친밀한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직접 선물을 건넸을 때도 그녀는 조금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도 그녀가 원래 결혼하고 싶어 했던 이는 오히려 진씨 집안의 그 사생아였을지도 모른다. 이때 박한빈은 어젯밤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이빨을 드러낸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온화하고 순진한 모습과는 다른, 진짜 성유리의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진씨 가문의 그 사생아는 어땠을까?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그들 사이의 감정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만약 그때 자신이 약간의 수를 써서 진씨 가문이 그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남편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1화

    성유리의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등을 쭉 펴며 몸을 돌렸다.“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내려와서 드세요.”가사도우미의 얼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저 공손하게 말할 뿐이었다.성유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씻고 나가야겠어요.”말을 내뱉자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마치 오래도록 병을 앓은 노파처럼 거칠고 허스키하게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알겠습니다.”가사도우미가 곧장 대답했다.돌아서서 가려던 순간, 성유리가 갑자기 가사도우미를 불러세웠다.“저기... 박한빈은 어디에 있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도련님께서는 아침 일찍 떠나셨습니다.”가사도우미가 대답하며 덧붙였다. “문 앞 경비원 말로는 새벽에 나가신 것 같다고 하던데요.”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마치 조각상처럼 멍하니 서서 한동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부인님?”가사도우미가 한 번 더 부르자 성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가사도우미를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알겠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앞에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차갑게 식었다.비록 경비원이 모호한 시간을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것이 분명히 그들의 일이 끝난 직후임을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와 함께 자는 것을 그토록 싫어했고 심지어 단 하룻밤조차도 감내하기를 원치 않았다.그렇다면, 그런데도 그는 왜...성유리는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답을 알게 되었다.어차피 그녀는 그저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 버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녀는 오히려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했다. 어젯밤 박한빈이 그녀를 방에서 내쫓지 않았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저녁에 박한빈은 꽤 일찍 돌아왔다.성유리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그의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순간 멈칫했으나 금방 아무렇지 않은 척 문 앞으로 가방 문을 걸어 잠갔다.문을 잠그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컴퓨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