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누군가를 살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자신의 행복에는 한없이 서툰 흉부외과 교수 '유봄'.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오직 환자만 바라보며 살아온 그녀는 감정보다 책임을 먼저 선택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삼진그룹 대표 '강민재' 역시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남자다. 냉철한 판단력과 완벽한 리더십으로 모두의 신뢰를 받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차가운 겨울 같던 삶에 봄이 스며들 듯, 서로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계절이 되어 간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감성 로맨스.
View More유봄이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된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들은 자신이 책임지지 못했던 과거를 들고 와, 뒤늦게 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던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느새 시간이 흘러 15년을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유철중에게 그 존재들은 여전히 낯설었다. 겉으로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마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감정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다. 그는 예의는 지켰지만, 거리감은 유지했다. 필요한 말만 하고, 불필요한 감정은 섞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었다. 이미 마음을 두고 있는 대상이 따로 있다는 것. 그에게 있어 진짜 가족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유봄. 손녀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졌다. 그녀가 자신의 선택을 이어갈 사람이라는 확신. 그리고 이 집에서 진심으로 지켜야 할 존재라는 인식. 다른 관계들이 어떻게 흘러가든, 그의 기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한 사람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유철중은 식탁에 앉은 유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덜어 그녀 앞에 놓았다.“왜 이렇게 말랐냐.”짧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유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접시에 제철 생선과 나물을 넉넉히 담아 다시 밀어주었다. 평소라면 본인이 먼저 손을 댔을 음식이었지만, 오늘은 전부 손녀 쪽으로 향했다.“이건 다 먹어라. 제철 보약이다.”말은 투박했지만 행동은 분명했다. 자신의 몫까지도 기꺼이 손녀에게 내어주는 태도. 유봄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젓가락을 들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모를 수는 없었다. 저녁 식탁 위에는 조용한 대화만 오가고 있었다. 그 흐름 속에서 김지숙은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아버님.”잠시 타이밍을 보던 그녀는,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
모처럼 잡힌 오프날이었다.수술도, 당직도 없는 하루. 유봄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여유에 잠깐 숨을 고르려 했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할아버지의 전화 한 통.“오늘 집에 좀 와라.”짧은 말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유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집으로 향했다.도착한 본가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공기부터가 미묘하게 달랐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기운이 먼저 그녀를 맞이했다.거실에는 이미 누군가 자리하고 있었다.유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녀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가족의 얼굴들 사이에 낯선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김지숙.아버지의 첫사랑이자, 지금 이 집에 존재하는 또 다른 축.그 이름이 주는 의미를 유봄은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유지원.김지숙의 딸이자, 유봄보다 한 살 많은 이복언니.차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자연스러웠지만, 그 존재 자체가 만들어내는 거리감은 분명했다.유봄은 인사를 건네면서도 속으로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다.겉으로는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이 집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과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아버지와 김지숙은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다.유봄의 엄마, 최진희를 만나기 전까지.그리고 그 관계는 단순한 이별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외과 의사로 같은 동문이었던 두 가문.그들의 아버지들 사이의 약속이 개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할아버지들의 결정.그 약속으로 인해 아버지는 최진희와 결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유봄이 태어났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겨진 감정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지금 눈앞에 있는 김지숙과 유지원은, 그 과거가 만들어낸 또 다른 현재였다.하지만 그 복잡한 배경 속에서도, 유봄이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게 해주는 존재는 결국 하나였다.할아버지.이 집에서 그녀가 진정으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유봄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다.불편함과
대한병원 외과. 그 중심에는 늘 이름이 함께 따라붙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철중. 대한병원 재단 이사장. 그리고 유재원. 현 대한병원 원장. 두 사람 모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외과 의사들이었다. 수많은 수술을 집도했고,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유봄.이사장의 손녀이자, 원장의 딸.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길 위에 있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병원 사람들 대부분이, 그녀를 볼 때면 한 번쯤은 같은 생각을 했다.“결국 저 자리에 올라가겠지.”하지만, 유봄은 이름에 기대지 않았다. 아니, 기대지 않으려 했다. 같은 외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들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멀리 두려 했다. 그래서였을까. 유봄을 평가하는 말은 항상 비슷했다.“실력은 인정.”“근데…”,그 뒤에 붙는 말은 조금씩 달랐다.“집안 때문인지, 본인 실력인지 모르겠어.”그 말은 직접 들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익숙한 시선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유봄은 더 많이 서 있었고, 더 오래 버텼다. 남들보다 먼저 수술실에 들어가고, 더 늦게 나왔다. 피곤하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증명해야 했으니까.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가 그들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였다. 수술실 안에서만큼은, 누구도 그녀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이름도 배경도 의미 없었다. 오직, 손과 판단만 남으니까. 수술실 문이 열렸다. 밝은 조명이 꺼진 자리에서 현실의 공기가 다시 밀려들어왔다. 마스크를 내리고, 장갑을 벗어냈다. 손끝이 약간 얼얼했다. 길었던 긴장이 이제야 풀리는 느낌이었다.“수고하셨습니다.”스쳐 지나가는 인사들. 유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복도로 걸어 나왔다. 잠깐, 걸음을 멈췄다.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짧은 울림
익숙한 복도.익숙한 소리.바쁘게 오가는 발걸음 사이로 자연스럽게 몸이 스며들었다.“선생님, 나오셨어요?”병동 쪽에서 간호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밤은 어땠어요?”“새벽에 한 번 좀 바빴어요.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짧은 보고.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았어요.”말은 짧았지만, 그 한마디에 간호사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병실 앞을 지나며 몇 명과 더 눈이 마주쳤다.“안녕하세요, 선생님.”“네, 안녕하세요.”자연스럽게 오가는 인사.특별할 것 없는 풍경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어제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병동 깊숙한 쪽으로 들어가며 그녀는 차트를 하나 집어 들었다.이름을 확인하고, 상태를 훑는다.머릿속이 빠르게 정리됐다.피곤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은 가벼웠다.이곳에 있으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니까.그녀는 차트를 덮었다.그리고, 다음 병실로 향했다.그녀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복도가 조금 조용해졌다.남아 있던 간호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듯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리고,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생님… 진짜 대단하지 않아?”작은 목소리였다.다른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솔직히 처음엔 좀 무서웠거든.”“맞아. 말도 별로 없고.”둘 다 웃음을 참듯 입을 다물었다.잠깐의 정적.그러다, 다른 간호사가 조용히 덧붙였다.“근데… 환자 볼 때 보면 완전 다르잖아.”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도 봤지? 어젯밤 응급수술하고도 저렇게 바로 들어가는 거.”“그러니까…”누군가 한숨처럼 말했다.“진짜,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어.”시선이 자연스럽게 병실 문 쪽으로 향했다.닫혀 있는 문.그 안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듯.“얼굴도 예쁘고…”“일도 잘하고…”“집안도…”말이 거기서 잠깐 멈췄다.굳이 이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때였다.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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