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누군가를 살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자신의 행복에는 한없이 서툰 흉부외과 교수 '유봄'.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오직 환자만 바라보며 살아온 그녀는 감정보다 책임을 먼저 선택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삼진그룹 대표 '강민재' 역시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남자다. 냉철한 판단력과 완벽한 리더십으로 모두의 신뢰를 받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차가운 겨울 같던 삶에 봄이 스며들 듯, 서로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계절이 되어 간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감성 로맨스.
Ver más봄이었다.
하필이면 거절하기 가장 어려운 계절이었다. "이번 한번만 나가라"조부의 말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그는 결국 넥타이를 고쳐 매며 한숨을 삼켰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 의미도 없는 대화 그리고 뻔한 인연타령까지. 이런 자리는 늘 그랬다. 시간 낭비였다.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쿵.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한 중년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순간 주변이 술렁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하얀드레스 ...여자였다.또각
가느다란 굽이 바닥을 두드리다 멈췄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벗어 던졌다. 맨발. 망설임이 없었다."비켜 주세요"
짧고 낮은 목소리.
그 한마디에 사람들 사이가 갈라졌다. 이상하게도 그 말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턱을 들어올렸다. 고개를 젖히고 숨길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탁, 탁, 탁-
일정하고 강한 압박.
망설임 없는 리듬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남자의 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숨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눈이 달라졌다. 처음으로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기도가 막혔어..."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
그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뾰족한거 있어요?"
몇 초.
그 짧은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떨리는 손으로 작은 금속 장식을 건냈다. 설마 그녀의 손이 남자의 목으로 향했다. 위치를 짚는다. 망설임이 없다.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푹.
짧은 소리.
그리고 하얀 드레스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한곳 쓰러진 남자만 보고 있었다. 그 직후 미세하게 남자의 가슴이 들썩였다. 그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이 여자가 한 일을. 그리고 그걸 해낸 표정이 너무도 담담했다는 걸."119는요?"
여자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안도의 기운이 순식간에 다시 조여졌다."부...불렀습니다!"
누군가 급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도착하면 바로 이쪽으로 안내하세요."
그리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남자의 호흡을 확인하고 가슴의 움직임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완전히 안정된 거 아니니까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조용하지만 분명한 말.
그 말은 환자에게 하는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경고 같았다. 드레스는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손은 여전히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눈은 단 한 번도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가 외쳤다."구급차가 왔어요!"
들것을 든 구급대원들이 들어왔다.
"환자 상태는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숨은 조금 가빠보였지만 말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CPR시행했고 기도폐쇄 의심돼서 기본 기도 확보 시도했지만 안 됐고"
그녀의 시선이 환자의 목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응급으로 윤상갑상막 절개해서 기도 확보했습니다."
구급대원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지금은 자발순환 돌아온 상태고, 호흡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하얀 드레스 위에 번진 피, 맨 발,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얼굴.
그 모든 게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 구급대원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바로 이송하겠습니다."
그 말에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저 의사입니다. 같이 가겠습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처럼 들렸다.
들것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그 옆을 놓치지 않았다.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붙었다. 시선은 끝까지 환자에게만 가 있었다. 사람들은 길을 비켜섰고, 그 사이로 그녀가 지나갔다. 점점 가까워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거리. 맨발. 차가운 바닥 위를 그대로 밟고 있었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하얀 드레스 위로 번진 피. 그 선명한 색조차 그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였다.쾅.
구급차 문이 닫히고 사이렌이 울렸다.
위잉 위잉-
점점 멀어지는 소리.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그녀가 사라진 방향에 머물러 있었다. 이미 보이지 않는데도 눈을 감지 않아도 떠올랐다. 하얀 드레스 그리고 그 위에 번지던 붉은색, 맨발로 바닥을 딛고 서 있던 모습,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던순간, 그리고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눈, 이상할 정도로 또렸했다. 그는 원래 이런 걸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이름도 남기지 않는 인연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만 유독 선명했다. 마치 그날의 기억이 그녀를 중심으로 남아버린 것처럼. 이름도 모른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 저 여자를 잊지 못할 거라고 그리고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알람소리가 울리기 전 눈이 먼저 떠졌다. 몸이 무거웠다. 팔다리에 남아있는 묵직한 피로감, 어제 일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천장을 바라봤다. 파티장, 쓰러진 남자, 손에 닿던 감각. 더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익숙한 동작처럼 몸을 일으켰다. 세면대 앞에 멈춰 섰다. 거울 속에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눈가에 아주 옅은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그조차 크게 티나지 않았다. 피부는 유난히 희었다. 빛을 받은 듯 맑고 잡티 하나 없이 정리된 느낌 그리고 커다란 눈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길게 내려온 속눈썹 아래로 피곤함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콧날은 단정하게 곧았다. 과하지 않게 오똑하게 올라간 선이 얼굴 전체를 또렷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특별히 꾸민건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인데도 어딘가 정리된 인상이었다. 누가봐도 쉽게 시선을 두 번쯤 머물게 할 얼굴. 하지만 그녀는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익숙한듯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머리를 묶었다. 거울속 여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예쁜 얼굴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가는 의사의 얼굴로. 숙직실 문을 밀고 나왔다. 복도는 이미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밤과 아침의 경계가 흐릿한 공간. 병원은 늘 그렇듯 누군가의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가운을 한 번 정리하고 걸음을 옮겼다.김지숙은 유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고 싶다고 한다. 유재원은 김지숙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지만 정리는 해야 할 것 같아 약속 장소로 나간다.카페 구석 자리.유재원은 먼저 와 앉아 있었다.문이 열리고 김지숙이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김지숙은 그를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의자에 앉자마자 손을 모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제가 잘못했어요.저는… 정말로 지원이가 당신 딸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이에요. 믿어줘요.”유재원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이제는”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난 믿을 수가 없어.”김지숙의 어깨가 움찔했다.“당신의 그 뻔뻔한 거짓말로… 봄이 엄마와 봄이는 불행하게 살았어.”그의 눈에 서늘한 분노가 번졌다.“당신의 행복 하나 지키겠다고 다른 사람 인생을 통째로 무너뜨렸어.”“그게 아니에요”“아니긴 뭐가 아니야.”그가 말을 끊었다.“난 당신을 용서 못 해.”한 단어, 한 단어가 칼처럼 떨어졌다.“당신 때문에 난…봄이 엄마나 봄이에게 평생을 사죄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됐어.”김지숙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그래도 우린 부부였잖아요.당신, 나 사랑한 거 아니었어요? 겨우 잘못 한번 한거잖아요”유재원이 허탈하게 웃었다.차가 식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유봄은 차트를 넘기며 VIP 병동 복도를 걸었다.며칠 전 인공로봇수술을 집도했던 환자, 한국대학교 원로교수 안기철의 병실 앞에 멈춰 섰다.가볍게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창가에 앉아 있던 노교수가 고개를 들었다.“교수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안기철은 주름 깊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자네가 수술해줬는데 괜찮지 않을 수가 있나?덕분에 통증도 많이 줄었네.”“회복 경과 아주 좋으세요. 수술 부위도 깨끗하고요.”그는 한참 유봄을 바라보더니 문득 눈을 반짝였다.“그런데 말이야, 아직 결혼 전이면… 우리 아들 한 번 만나볼 생각 없나?”뜻밖의 말에 유봄이 웃음을 터뜨렸다.“교수님 아드님이면… 정형외과 안영찬 교수님 말씀이세요?”“그래, 그래! 그 녀석도 자네처럼 공부만 해서 아직 여자가 없어.집에 오면 연구 이야기밖에 안 한다니까.”유봄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안영찬 교수님 여자들한테 엄청 인기 많으신데요? 그럴 리가요. 다시 알아보세요. 분명 있으실 거예요.”“없다니까. 내가 아비인데 모르겠나.”“저한테까지 기회가 안 올걸요.”농담처럼 말하자 안기철의 병실에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유봄은 차트를 덮으며 말했다.“회복 속도 보니까 이틀 뒤엔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식사 잘하시고, 조금씩 걷는 운동도 하세요.”“알겠네, 우리 주치의 선생.”그는 흐뭇한 눈으로 유봄을 바라봤다.유봄은 정중히 고개
호텔방은 지나치게 조용했다.조금 전까지 살던 집에서 쫓겨나듯 나왔다는 사실이 현실감 없이 공기 속에 떠 있었다.캐리어는 대충 벌려져 있고 옷은 반쯤 쏟아진 채였다.김지숙은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창가에 서 있었다.“이게 다 강철수 그 인간 때문이야.그 인간만 아니었어도”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내가 가만 안 둬.”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유지원은 그 말을 듣다가 고개를 들었다.눈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다.“…왜 그랬어.”김지숙이 돌아봤다.“뭐가.”“왜 친아빠 버리고 그 집으로 가서 내가 친딸이라고 거짓말했어.”목소리가 갈라졌다.“이게 뭐야, 지금.다 끝났잖아.”김지숙의 얼굴이 굳었다.“내가 누구 때문에 그랬는데?”“……”“다 너 때문이야.네가 잘됐으면, 네가 똑바로 했으면 병원에서 쫓겨났겠어?”그 말은 비수처럼 꽂혔다.유지원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의사도 아니고, 집도 없고, 아버지도 사라졌고 자신이 서 있던 자리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김지숙은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집어 들었다.“일단 나가서 밥부터 먹자.이러고 있어봐야 달라지는 거 없어.”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엄마가 그동안 챙겨둔 돈이 있어.조그만 아파트 하나는 살 수 있어.다시 시작하면 돼.”
전화가 끊기고 방 안은 조용해졌다.수술 케이스가 펼쳐진 책상 위로 스탠드 불빛만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유봄은 한동안 휴대폰을 쥔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할아버지의 떨리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우리 봄이 얼마나 외로웠을꼬…그 한마디가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엄마가 떠난 날 이후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거실에서는 늘 웃음소리가 들렸다.김지숙과 유지원, 그리고 아버지 유재원의 웃음.그 웃음은 자신을 향한 적이 없었다.유봄은 조용히 방문을 조금 열고 그 모습을 훔쳐보곤 했다.소파에 나란히 앉아 과일을 먹으며 웃던 세 사람.아버지는 유지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웃음은 예전엔 자신의 것이었다.그걸 깨닫는 순간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아무도 모르게 다시 방문을 닫고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입술을 깨물고 베개를 끌어안고 숨죽여 울던 밤들.“아빠…”불러도 오지 않는 이름을 속으로만 수십 번 되뇌었다.그 어린아이는 슬프다고 말하는 법도 몰랐다.더 미원할까 봐,혹은 더 싫어질까 봐.그 시절의 공기가 지금 이 방 안으로 스며든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눈물이 소리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유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아파트 거실 창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자 밤의 한강이 보였다.잔잔한 물 위에 도시의 불빛이 길게 흔들리고 있었다.저 물은 저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 흐르는데 자신의 시간은 그날 이후로 한동안 멈춰 있었던 것 같았다.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한 번,그리고 또 한 번.“괜찮아&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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