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게다가 예천우의 놀라운 실력 때문에 당문의 남자는 완전히 겁을 먹었다.하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이놈은 확실히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 하지만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 당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거야.’특히 당문의 어르신은 종사 절정의 고수였다.비록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돌파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종사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이 세상에서 그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10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당문 남자는 예천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당문 어르신을 만나면 반드시 죽겠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예천우는 기껏해야 종사 초급일 것이다.당문의 막강한 실력과 손과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생각하자 남자는 화를 내며 말했다.“넌 정말 건방진 자식이야. 우리 당문은 천년의 역사가 있고 고수들이 엄청 많아. 네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천년 당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천년 당문이기는 개뿔. 감히 나를 화나게 하면 당문마저 멸망시켜 버릴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꺼져. 가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당찬성에게 전해.”“알았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남자는 몸을 일으키고 돌아갔다. 비록 손과 발이 부러졌지만 당문 남자의 실력으로는 손쉽게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그도 빨리 돌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남자는 먼저 병원에 갔으나 너무 심하게 다쳤기에 병원에서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천해시를 떠나 당문으로 향했다.예천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내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당문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어쩌면 다음에 나에게 복수하러 오는 사람은 적어도 종사의 고수일 거야. 정말 골치 아프네. 보아하니 이 일 때문에 또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군. 그래, 도대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당찬성은 아직 양체은 곁을 떠날 수 없고 심지어 양체은이 수련하기를 설득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양체은은 잠시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려문수는 용문의 열여덟 용장 중 한 명으로서 용왕의 신분을 함부로 남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할 비밀이었기에 려문수가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어쩌면 려문수는 예천우가 임씨 가문의 사위라는 걸 알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을 수도 있었다.예천우가 말이 없자 임국종은 초조해하며 다급히 말했다.“천우야, 내 말 듣고 있어?”“네. 다만 어르신께서는 지금 저를 혼내는 건가요?”예천우는 좀 화가 났기에 덤덤하게 되물었다.“아니. 아니. 물론 아니지.”임국종은 재빨리 부인했다.“내가 너무 흥분해서 말을 잘못했네. 천우야, 지금 시간 괜찮으면 집으로 와서 밥이나 함께 먹을까?”임국종이 애원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임국종은 예전에 자기가 예천우한테 했던 과분한 일을 생각하니 엄청 후회스러웠다.다만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임강과 유은수보다는 침착한 편이었다.“참. 완유도 지금 집에 있어.”임국종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사실 그는 예전에 예천우에게 과분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예천우를 달랠 필요도 없었다.“네. 그러면 이따가 갈게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래. 잘 됐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그리고 필요한 짐도 함께 가지고 와. 네 방은 이미 다 준비해 두었어.”임국종이 재빨리 말했다.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멍해졌다. 임국종의 말은 예천우와 임씨 저택에서 함께 살자는 뜻이었다.그전에는 그렇게 예천우를 내쫓지 못해 애를 쓰더니 말이다.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가져갈 짐은 없어요.”그리고 예천우는 전화를 끊었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도대체 돌아와서 자겠다는 뜻이야? 아니면 아직도 화를 내는 거지?’임국종은 저도 모르게 옆에 있는 임완유를 바라보았다.임완유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국종은 원래 임완유보고 예천우에게 전화하라고 했지만 임완유는 거절했고 반드시 할아버지가 아니면 부모님이 예천우에게 전화하는
같은 시각 예천우를 습격한 당문의 고수가 당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찬성조차 그의 부러진 오른손을 치료할 수 없었다.당찬성은 독을 잘 쓰는 것 외에도 의술도 매우 뛰어났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당찬성이 버럭 화를 냈다.그러자 남자는 즉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말했고 심지어 부상 때문에 없던 말도 보태어 말했다.“정말이야? 감히 우리 천년 당문을 무사하다니. 게다가 순식간에 우리 당문을 멸망시킨다고?”당찬성은 화를 내며 물었다.“네. 그 자식이 바로 그렇게 말했어요. 게다가 도련님보고 즉시 양체은 아가씨를 풀어주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도련님을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그 새끼가 감히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죽고 싶어 안달이 났네. 난 그 새끼가 무슨 사람인지 상관하지 않아. 반드시 그를 막심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여버리겠어.”그 순간 당찬성은 화가 나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를 갈며 말했다.바로 그때 마침 이쪽으로 걸어오던 양체은이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당찬성이 누구를 죽이겠다고 했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이런 표정만 봐도 엄청 무서웠다.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양체은은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누구 말씀하시는 건가요?”“네가 보기에는 내가 누구를 말할 것 같아?”당찬성은 사악한 눈빛으로 양체은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무술 좀 할 줄 아는 새끼에게 빌붙으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그게 무슨 말이에요?”양체은은 어쩌면 당찬성이 아까 예천우를 두고 했던 말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예천우는 무술 실력이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천우 오빠가 무술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당문의 상대가 절대 되지 못할 거야. 심지어 쉽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아직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 방금 예천우가 이미 나한테 경고했어. 나보고 즉시 널 놓아주래. 아니면 날 죽이겠대. 하하... 그 새
이것만 봐도 양체은이 속으로 얼마나 예천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래. 좋아. 양체은, 네가 이럴수록 난 더더욱 그 새끼를 죽여버리겠어. 내가 수련에 성공하면 너에게 이 모든 진실을 알려줄 거야. 그러면 넌 고통 속에서 죽어가겠지.’당찬성은 이런 생각을 하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참았다. 결국 그가 수련하려면 양체은의 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래. 이건 네가 스스로 말한 거야. 정말 순순히 내 말을 듣고 나와 수련할 수 있어?”“네. 전력을 다해 수련을 도와드릴게요.”양체은은 절망이 가득한 어조로 대답했다.‘천우 오빠를 구할 수만 있다면 내가 죽어도 괜찮아.’“알겠어. 그러면 예천우에게 한 번 기회를 주지.”당찬성은 양체은에게 약속하는 척했다. 하지만 양체은이 떠나자마자 그는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쪽의 상황을 알려줬다.예천우는 어쩌면 종사 초급의 실력일 수 있었고 화경 절정이었던 당찬성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기에 가문에서 고수를 불러야 했다.당찬성이 종사 실력의 고수를 건드렸다는 말에 당문 문주인 당지훈도 살짝 놀랬다.그의 신분으로 종사의 고수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다만 굳이 이런 상대방과 정면으로 싸우지 말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당찬성의 말을 듣고 당지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건방진 자식, 감히 누가 이렇게 간땡이가 부었는지 궁금하네. 하지만 그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 종사라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해 봤어?”“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새끼는 제가 특별히 조사했어요. 뜬금없이 나타난 자식이고 그의 사부님은 아마 산속에서 사는 이미 은퇴한 고수인 것 같아요.”“그렇다면 오히려 좋아. 누가 됐든 감히 우리 당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당지훈은 차갑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즉시 당만수 장로님에게 부탁해 볼게. 장로님은 지금 종사 후급의 실력이니 종사 초급인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야. 그 자식이 아무리 종사라고 해도 이
차는 한참 달려서 임씨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예천우가 차고로 주차한 뒤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유은수가 어느새 달려와 그를 맞이했다. 유은수가 미리 문 앞에서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천우가 새로운 용왕님이라는 걸 생각하면 유은수는 더없이 흥분했다. 비록 용문이 뭘 하는 곳인 건 잘 몰랐어도 용문은 용도의 대가문과 같은 지위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용도의 4대 가문보다는 못 해도 려씨 가문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천우야...”유은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예천우는 손을 들어 잠시 말하지 말라고 한 후 전화를 받았다.“체은아, 왜?”“날 체은이라고 부르지 마!”맞은편에서 양체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 예전에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기에 너한테 공손하게 대한 거야. 하지만 지금 난 당문 도련님에게 시집갈 거니까 우린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앞으로 더 이상 날 찾지 마. 더욱 내 일에 끼어들지도 말고. 난 절대 당찬성과 헤어질 수 없어. 알겠어?”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상대방이 보이지 않았지만 양체은의 목소리는 분명히 떨고 있었다. 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에 입을 열었다.“알겠어.”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아무리 봐도 양체은은 누군가의 협박을 당한 것 같았다. 설령 협박을 받은 게 아니더라도 양체은은 분명히 예천우를 걱정해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보아하니 당찬성이 화가 나서 체은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게 확실해.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당문에 가야 했는데.’양체은은 예천우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알겠다고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마음이 아팠다.비록 양체은은 예천우가 걱정되어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지만 예천우는 뜻밖으로 바로 그녀의 말을 믿었고 그녀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즉시 약속했다.사실 양체은이 전화할 때 당찬성은 바로 양체은의 옆에 있었다. 예천우가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자 당찬성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체은아, 이 예천우라는
“물론 그런 건 아니야. 난 단지 해명하고 싶었을 뿐이야.”유은수는 갑자기 다른 핑계가 생각난 듯 즉시 입을 열었다.“사실 전에 내가 그랬던 건 다 널 위해서였지.”“날 위해서였다고요?”예천우는 웃음이 나왔다.“정말이야. 내가 너한테 모질게 굴었던 건 다 널 자극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너도 자극을 받아 실력이 더 강해지고 완유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하지만 뜻밖에도 네가 용문의 용왕일 줄은 몰랐어. 진작에 나한테 말했다면 나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야.”“그러셨군요. 정말 고맙네요. 아줌마.”“괜찮아. 왜 날 아직도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 우린 다 한집 식구이니 날 엄마라고 부르면 돼.”“그건 됐어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유은수가 난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유은수는 포기하지 않고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얘야,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는 거니. 하지만 괜찮아. 호칭은 천천히 고치면 돼.”“쑥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차마 부르지 못하는 거죠.”“알았어. 다 이해해. 괜찮아. 앞으로 천천히 적응하면 돼. 천우야, 이쪽으로 가자.”유은수는 속으로 엄청 화가 치밀어 올랐고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예전에 예천우에게 하도 욕을 너무 많이 해서 습관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예천우의 무서운 신분을 알고도 차마 욕할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예천우가 화를 내고 임씨 가문에서 떠나버리면 손해를 볼 건 그들이었다.이렇게 완벽한 사위를 지키기 위해 유은수는 더 심한 벌을 내려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 그녀가 예천우에게 했던 짓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천우가 이렇게 쓴소리하는 건 너무 정상적인 일이었다.그런 생각을 한 유은수는 이 모든 게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고 예천우와 함께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 임강도 즉시 마중 나와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 사위가 드디어 왔
임국종은 먼저 임씨 가문 사람들은 한바탕 꾸짖고 또 공손한 태도로 예천우에게 말했다.그러자 예천우도 당연히 임국종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주로 예전에 임국종은 예천우에게 꽤 잘 대해줬었다.“어르신, 괜찮아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진작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좋아. 네가 이렇게 말하니 나도 시름이 놓여. 젊은 나이에 이렇게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자, 빨리 이리로 와봐. 오늘 널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어. 사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가 너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었어.”임국종은 즉시 예천우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안내했다.임완유와 임선호도 예천우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예천우에게 인사했다. 특히 임선호는 매우 흥분한 표정이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드디어 예천우의 실력을 인정했고 예천우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게다가 예천우의 뛰어난 능력은 심지어 임선호의 예상 밖이었다.‘실력이 이렇게 강한 매부가 있으면 앞으로 난 천해시에서 두려울 게 없어.’다만 임완유는 방금 임선호에게 예천우의 능력을 믿고 함부로 나대지 말라고 경고했다.예천우의 정직한 성격으로 보면 만약 임선호가 과분한 일을 저질렀다면 어쩌면 돕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비록 예천우는 방금 일부러 임강과 유은수에게 험한 말을 몇 마디 했지만,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예전에 하도 지나치게 나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예천우는 그렇게 말해서 그들에게 다시는 나쁜 일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했다.하지만 사실 예천우는 그런 일들은 전혀 마음속에 두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임씨 가문 사람들을 원망했다면 어쩌면 일찍이 임씨 가문에서 떠났을 것이다.능력이 뛰어나고 실력이 대단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하하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존심이 상하기 쉬운 편이다.게다가 예천우처럼 산전수전 다 겪고 실력이 막강한 강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은수는 술잔을 들고 예천우에게
유은수가 그렇게 말하자 임완유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임완유는 가족들이 이렇게 화목하게 지내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심 기뻤다. 특히 할아버지가 직접 자기 손을 예천우의 손에 쥐여주는 순간 왠지 모르게 수줍은 느낌이 들었다.지금은 또 엄마한테 놀림을 받고 있으니 더더욱 부끄러웠다.사람들은 매우 기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때 임선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농담을 던졌다.“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 매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엄청 친하게 잘 대해주고 있죠. 그런데 나중에 또 더 대단한 도련님을 만나면 그때 가서는 절대 매부를 쫓아내지 마세요.”“이놈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임국종은 버럭 화를 냈고 심지어 임선호를 몇 대 때리고 싶었다. 특히 예천우가 또다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자 재빨리 말했다.“내가 천우를 우리 집 식구로 인정했으니 절대 바뀌지 않을 거야. 용도의 예씨 가문 도련님이 온다고 해도 절대 천우와 완유의 행복을 망쳐서는 안 돼.”“그러게 말이에요. 넌 아직 어리니까 아무것도 몰라.”임강과 유은수는 즉시 맞장구를 쳤고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직접 말했다.“맹세하는데 앞으로 우리가 천우와 완유의 행복을 망치는 짓을 또 한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깜짝 놀랐다. 임강과 유슨수가 자기 앞에서 이런 맹세까지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별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 아줌마.”“천우야, 난 농담이 아니라 엄청 진지해.”“그래. 나 임강도 역시 임씨 가문 전체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앞으로 반드시 너와 완유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줄게. 내가 감히 맹세를 어기면 임씨 가문이 망해도 좋아!”예천우가 유은수의 맹세를 듣고 기뻐하자 임강도 질세라 재빨리 맹세했다.임국종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예천우가 일단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게 무엇보다도 더 중요했다.“아저씨, 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반드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