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몽몽은 한지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조롱 섞인 웃음으로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저에게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당신을 존경했었거든요.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죠!”“비록 지금은 좀 다르게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제 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떨어진 처지가 되셨지만, 털 뽑힌 봉황은 닭만 못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착한 사람이니 괜찮습니다!”임몽몽의 말은 비꼬는 의미가 가득했고, 거의 모든 말이 한지훈을 조롱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그녀의 의도는 분명했다. 한지훈이 예전엔 위상이 높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저 한낱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자신이 한지훈을 돕는 것은 단지 길가의 거지에게 잔돈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지훈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바로 이 공항에서, 그때 당신이... 아 맞다, 7개국 정상 회담에 참석하고 돌아왔을 때요.”“그날 아침, 저는 공항 입구에서 4시간 넘게 기다리며 당신의 사인 하나 받으려 했는데, 당신의 경호원들이 저를 막았죠.”“그때 정말 실망했어요. 그 일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요. 그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정말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저기, 저 남자 보세요. 지금의 당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어 보이잖아요.”임몽몽은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고, 한지훈을 조롱하며 말했다.한지훈은 더 이상 이 불쾌한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는 이승운을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죠? 당신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그리고 파용군의 공적이 가짜라고 하셨습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그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파용군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었다.파용군은 이 나라를 위해 싸워온, 수없이 많은 전투 속에서 목숨을 바친 철군이었다! 그들 모두는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
오국 연합군 20만 명을 한지훈이 무찔렀고, 오국 상장군 또한 한지훈의 손에 죽지 않았는가?! 수십 명의 보안 요원들은 마치 나무처럼 굳은 채 제 자리에 서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했다.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이승운은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넌 이제 더 이상 북양왕도 아닌데 나를 때린다고? 네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오? 어디 한 번 해봐. 어떻게 날 상대할 건지 나도 궁금하군.”한지훈은 냉담하게 이승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한 달 동안 용경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한지훈은 용경의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가문이 원씨 가문을 등에 업고 다시 날뛰고 있는 꼴을 보니, 4대 가문에게 준 교훈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한지훈은 말을 마친 후 바로 전화기를 꺼내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지훈 형님? 용경으로 오셨습니까? 곧 데리러 가겠습니다!”전화 너머로 진우의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공항의 관리자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 하더군요! 게다가 동방 가문과 함께 날 괴롭히고 있으니, 당신도 와서 문제가 될까 염려됩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전화 너머로 듣고 있던 진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제길! 진우는 이를 악물고 곧장 용경 국제 공항의 노봉군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봉군, 겁을 상실한 건가?! 감히 북양왕 한지훈을 건드리다니! 그가 아무리 지금 군권이 없어도, 작위는 아직 있는 걸 모르는 거야?! 이따위로 행동하는 건 집안을 말아먹겠다는 거지! 알아서 뒤처리를 하도록 해!”진우는 말을 마친 후, 노봉군의 설명도 듣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노봉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곧장 반응해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 로비로 가자!”같은 시각, 공항 로비. “흥, 한지훈, 네가 아직도 북양왕이라고 생각하나? 거드름은 그만 피우도록 해, 4대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누가 당신 편을 들어주겠어
이승운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고, 결국 그는 마치 개처럼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경호원들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노 회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회장님, 한지훈은 이미 북양왕이 아닌데 어째서…”“북양왕이 아니라고?! 네놈이 아직도 겁을 상실했구나, 오늘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어야겠어!”노봉군의 얼굴은 분노로 뒤틀렸다.유청은 한지훈을 대신해 북양의 군무를 수행하고, 파용군을 관장하고 있을 뿐 한지훈이 북양왕 자리를 면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반역적인 말을 하다니, 이는 노봉군 역시 연루될 수 있었다.노봉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이승운에게 따귀를 날렸다.“노 회장님... 저는... 저는 동방 가문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 배후에는 동방 가문이 있어요! 동방 도련님, 제발 살려주십시오!”“짝! 짝! 짝!”이승운이 아무리 외쳐도, 경호원들은 그의 목덜미를 잡고 계속해서 따귀를 때리고 있었다. “노 회장님!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모두 체제 안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저를 때린다면… 신고하겠습니다!”이승운은 너무 심하게 맞아 얼굴이 피로 물들어갔다.그는 더 맞으면 자신이 살아서 이 공항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봉군에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체제? 감히 내 앞에서 그 말을 꺼내다니! 좋다, 지금 당장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넌 해고다! 지금부터 저놈은 공항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죽을 때까지 때려라!”노봉군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승운은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다니. 그가 이승운을 때리는 이유는, 한지훈에게 사과를 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지훈의 용서를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고, 모든 책임을 동방 가문에게 전가하면 이승운과 노봉군 두 사람은 해방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멍청이는 동방 가문을 들먹이며 한지훈을 협박하고 있다니! 한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직접 원성천을 처치한 사람이지 않은가!
용각을 떠올리자, 노봉군은 마치 죽음을 맞이한 사람 같았다! 만약 한지훈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의 온 가족이 죽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국법은 감정에 상관없이, 그 어떤 연민도 허락하지 않는다.하지만 이승운은 여전히 왜 자신이 해고당했는지 묻고 있었다.“믿을 수 없어! 한지훈이 도대체 뭐라고! 지금은 전쟁도 끝났고, 여러 나라의 연합군도 다 물러났는데, 누가 그를 신경 쓴다는 말이지?! 흥, 당신이 해고할 필요 없이 내가 스스로 물러날 거다! 동방 도련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이승운의 외침에 드디어 동방영의 마음이 움직였다.“저기, 노 회장님 맞으시죠? 저 사람 풀어주세요. 이곳은 국제공항입니다. 우리 용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폭행을 저지르다니, 이게 무슨 나라 망신입니까!”동방영은 몇 명의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급히 나서서 이승운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 경호원들을 밀쳐냈다.그러고는 죽은 개를 끌고 가듯 이승운을 동방영에게 뜰어나 놓았고, 그제야 이승운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흥, 내가 해고를 당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어! 나… 나는 이제부터 동방 도련님을 따르면 그만이다! 노봉군 당신과 한지훈, 이제 감히 날 어떻게 할 수 있겠나!”이승운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닦아내며,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떠들어댔다.오늘 자신이 보인 충성으로 동방영의 신임을 얻었으니, 앞으로 동방 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면 작은 공항의 관리자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승운의 마음은 훨씬 더 편안해졌다.그러자 양령아는 이미 처참히 맞은 이승운을 보고는 약간의 동정심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오늘 그들이 맞이할 결과가 무엇일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방금 한지훈이 전화를 걸었던 상대는 바로 진우였다!진우는 흑병대의 진정한 주인이지 않은가! 용각, 무종, 종묘의 장로를 제외한 모든 관리들이 그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그것이 바로 흑병대의 권한이며, 용국이 부여한 사명
쿠궁! 이때, 한바탕 굉음이 들리더니 20여 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공항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헬리콥터가 착륙도 하기 전에, 한 명의 별을 단 군인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그는 한지훈 앞에 와서 차렷 자세를 한 채 경례를 했다. “경기 위수군, 좌항도가 북양왕께 보고드립니다!”이승운은 너무 놀라서 담즙까지 토할 뻔했고, 임몽몽도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강진회의 등장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무게감이 있었지만, 좌항도의 등장으로 그 무게감은 두 배로 커졌다!좌항도의 공손하기 그지없고 존경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좌항도는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포위한 후 새로 부임한 위수군 장관으로, 서효양과 같은 위치에 있는 전역구 사령관이었다! 그는 국가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단순히 임몽몽이나 임씨 가문의 가주도 그와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좌항도의 태도와 눈빛에서 보인 극도의 존경을 보자, 동방영도 말을 잃었다.강진회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전역구의 요원을 동방영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방 가문의 도련님일 뿐, 좌항도와 대면할 자격조차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좌항도가 손을 쓰면, 그들은 모두 현장에서 처형될 수도 있었다!이승운은 이번에 진심으로 두려워했고, 설령 동방영이 그를 보호하려고 해도 좌항도와의 대립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승운은 이 순간에서야 한지훈이 아무리 몰락한 상태라도, 자신 같은 작은 인물이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동... 동방 도련님, 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승운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동방영의 옷자락을 잡아 끌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지금 동방영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좌항도 앞에서 그 또한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방금, 누가 북양왕을 적대시한다고 했지? 누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고 말했나? 누가 북양왕의 짐을 압수하라고 한 것이냐, 당장 앞으로
그는 방금 똑같은 말을 반복했었다. 어느새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미 엉망진창이 된 이승운을 주시하였다. 비록 그는 엄연히 동방 가문의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조금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악의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성격상, 백성들을 무시하기만 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향해 분노를 표할 줄은 몰랐다. 한편 이승운은 죽음을 앞둔 짐승처럼, 얼굴은 피로 얼룩지고 숨을 헐떡이기도 했다. 그는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좌항도를 쳐다보았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네가 뭔데 감히 한 선생의 물건을 압수하려 하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한 선생은 그동안 용국을 위해 무수한 희생을 한 분이라, 나조차도 항상 공손하게 북양 왕으로 모셔야 하는 존재야!” “넌 고작 소인배 주제에 어디 감히 한 선생을 건드리려고 해? 내가 오늘 제대로 널 혼쭐 내주마!”이내 좌항도는 매서운 눈빛으로 동방영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기가 눌린 동방영은 급히 눈을 감고는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 그는 내심 이승운은 분명히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절대, 좌항도의 기세에 눌리어 이 신임 위수 군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흥! 너 정말 간이 크구나!”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좌항도는 힘차게 이승운의 허리를 발로 걷어찼고 뼈와 근육이 부러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아악!”이승운은 더없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몽몽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재빨리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렇게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제야 모두들 깨닫게 되었다. 한지훈은 앞으로도 영원히 용국의 상징이라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그는 용국의 영혼이다.
진우의 말에 놀란 사람들은 잇달아 저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얼마 뒤 한지훈, 좌항도, 동방영 이 세 사람만이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한편 동방영의 얼굴에는 이미 핏기가 없었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멍하니 진우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진우는 동방 가문 누르지 못하는 거물이다. 필경 그의 신분은 용국 제1정보 조직 흑병대의 수장이니까. 설령 동방 가문 가주라 하더라도, 그에게 깍듯이 인사를 해야 했다. “대체 누가 여기 책임자야!”진우는 바닥에 무릎 꿇은 사람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그... 저입니다!”놀랄 대로 놀란 노봉군은 무릎을 꿇은 채, 진우가 서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두 걸음 기어갔다. “여봐라, 이놈을 잡아라! 당장 집법사로 넘겨서 이놈의 죄를 밝혀!” 진우는 전혀 군말이 없었다. 그의 명령에, 이내 세 명의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와 노봉군의 어깨를 누르고는 그를 바로 들어 올렸다. “진 선생님, 한 선생님! 저...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한 줄 몰랐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한 선생님!”노봉군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집법사로 넘겨져 죄를 묻는다는 건, 듣기로는 매우 문명적인 처벌이긴 하지만, 사실 실질적으로는 바로 지옥 같은 감옥에 들어가 언제든지 참수당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는 여전히 눈앞의 이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지만, 그의 위용과 말하는 기세로 봤을 때 절대적으로 거물이라 확신했다. “시끄러워!”하지만 진우는 단호하게 소리쳤다. “팍!”이내 한 젊은 남자가 손으로 노봉군의 목을 탁 치고는 직접 그를 기절시켜, 죽은 짐승을 끌고 가듯이 질질 공항 밖으로 끌어냈다. “누가 북양 왕의 짐을 압수한 거야!” 진우의 표정은 매우 무거웠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저... 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주를 받게 된 겁니다. 바로 이 사장께서 저더러 북양왕의 짐을 압수하라고 명령한 것입니다...”방금까지만 해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좌항도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진우 씨, 얼른 일어나. 이렇게까지 하는 건 나 감당 못해. 난 그저 용인으로서 조국을 위해 이 한 몸 바치면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수천 년 전에는 진 씨 집안이 국난을 바로 잡아줬었지. 지금은 우리 용국의 백성들이 함께 나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야!”“그니깐 그 누구든지 파룡군 장병들을 모욕할 수는 없어! 현재 수십만 장병들이 천리 밖 변방을 지키고 있는데, 그중 어느 누가 부모 곁을 쉽게 떠났을 테고 어느 누가 처자식을 버리지 않았겠어?”“오직 충성과 열혈로 나라를 지키고 만민을 보호하고 있는 그들이야!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나 노력을 해도 아무도 그들의 공적을 칭송해주지도 않을 수도 있고, 설령 전쟁터에서 전사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하지만 파룡군이라는 세 글자는, 바로 그들의 충혼이자 그들의 신앙을 뜻해! 만약 동방 가문 이 놈들이 우리 파룡군을 모욕하려 한다면, 나 한지훈은 절대 그들을 용납하지 않을 거야!”젠장! 한지훈의 선전포고에 단단히 화가 난 동방영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현재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설령 한지훈이 동방 가문 조상들까지 들먹이며 도발을 한다 하더라도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여봐라!” 한편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진우는 파렴치한 동방 가문의 태도에 기가 찼다. 그는 내부 암투를 할 줄 아는 것 외에 국가에 대한 공적은 조금도 생각 안 하는 동방 가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파룡군을 욕해?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 “네!”이내 정장 차림의 몇 명의 남녀가 나란히 앞으로 다가왔다. “동방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자리에서 죽여도 좋아!”진우는 손으로 동방 가문의 사람들과, 동방영의 뒤를 지키고 있던 수행원들을 가리켰다. 지금 이 순간, 모두들 멍하니 동방영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