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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유진우는 이청아의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까지 단 한 톨도 없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3년 동안 부부로 지냈음에도 다른 사람보다도 믿지 못하다니?

“그래... 난 비겁하고 양의성은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양의성을 모함했어. 이제 만족했지?’

유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믿음을 잃었을 땐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는 법이다.

“그게 무슨 태도야? 설마 내가 널 오해라도 했다는 거야?”

이청아가 이마를 찌푸렸다.

“아니야. 내가 입이 삐뚤어져서 막말을 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청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유진우가 이렇게 비겁한 사람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질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다니.

이혼 후에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됐어요. 청아 씨. 화내지 말아요.”

그때 양의성이 돌연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진우는 내가 청아 씨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고 적의를 품었던 거예요. 난 유진우를 원망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모두 누구나 잘못을 하니까요.”

“양의성 씨의 너그러움을 좀 보고 배워.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야!”

이청아가 원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더이상 할 말이 없어.”

유진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흥!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냥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예요!”

장 비서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은 항상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까지 하죠. 정말 역겨워요!”

“너희들 마음대로 생각해.”

유진우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문 쪽에서 선글라스를 한 파마머리 청년이 들어왔다.

“와! 여기 진짜 시끌벅적하네!”

조천룡이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순간 그의 시선이 이청아에게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호... 오늘 밤 운 좋은데? 또 저런 절세미녀를 만나다니!”

조천룡이 입맛을 다시고는 이청아에게로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낯이 익은데 우리 어디에서 만난 적 있나요?”

이청아가 힐끗 쳐다보고는 귀찮은 듯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나랑 같이 술 한 잔 마셔요. 어때요?”

조천룡이 말했다.

“관심 없어요.”

이청아가 단번에 거절했다.

“관심은 돈으로도 살 수 있죠.”

조천룡이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나랑 하룻밤 자면 돈은 달라는 대로 줄게요.”

“꺼져!”

이청아가 소리쳤다.

“아이고! 만만치 않네요? 하지만 난 좋아!”

조천룡이 더욱 선명한 흥분감을 드러내고는 이어 손을 들어 이청아의 몸에 가져갔다.

“짝!”

이청아가 조천룡의 따귀를 내리쳤다. 그의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확연히 남았다.

“너... 감히 날 때려?’

조천룡이 얼얼해진 볼을 부여잡고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때리는 게 뭐가 어때서? 찌질한 놈.”

이청아가 차갑게 말했다.

“이 몹쓸 년이! 싫다면 강제로 술을 먹이는 수밖에 없겠네!”

화가 난 조천룡이 움직이려고 하자 양의성이 힘껏 그를 밀쳤다.

“이곳에서 무슨 추태야! 살고 싶지도 않은 거야?”

양의성이 눈을 부릅떴다.

눈앞에서 그의 여자를 희롱하다니. 당연히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이 자식! 충고하는데 내 일에 간섭하지 마. 아니면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니까.”

조천룡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감히 날 협박해? 어디 한 번 해봐. 네가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나도 알고 싶으니까”

양의성이 팔을 휘두르며 도발했다.

“죽고 싶어?”

조천룡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양의성은 가볍게 그 주먹을 피하고는 반격의 주먹을 날려 조천룡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잔뜩 힘이 실린 주먹에 만신창이가 된 조천룡은 코에서 붉은 피까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한테 손을 대? 난 유단자라고!”

양의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양 도련님 멋있어요! 저런 변태는 응당 매를 맞아야 해요!”

장 비서가 연신 양의성을 추켜세웠다.

“맞아요! 잘했어요!”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의성의 어깨가 하늘까지 치솟아 올랐다. 영웅처럼 나타나 여자를 구하는 이 멋있는 일을 드디어 하게 된 것이다.

“이 자식아,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날 때려?”

조천룡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양의성이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도망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 한 마디를 남긴 조천룡이 곧바로 자리를 떴다.

“흥!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양의성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양 도련님, 싸움도 이렇게 잘하실 줄은 몰랐어요. 한 방에 굴복시키다니요!”

양의성을 보는 장 비서의 눈동자에서 존경의 빛까지 뿜어져 나왔다.

“하하. 저런 조무래기는 열 명이 와도 거뜬해!”

양의성이 득의양양하게 웃음 지었다.

평소 복싱 연습을 했던 게 중요한 시간에 도움이 된 것이다.

“양 도련님께서 나섰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저런 변태 때문에 낭패를 볼 뻔했어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양의성이 가슴을 쭉 내밀고 말했다.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쉬이 놓칠 리 없는 양의성이었다.

“이 대표님, 보셨죠? 양 도련님이야말로 진정한 사내대장부예요!”

장 비서가 이어 유진우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조롱했다.

“겁을 먹어 찍소리도 못하고 몸을 사리는 누군가와는 아주 다르죠!”

이청아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선 실망감이 더더욱 깊어져 갔다.

위험이 닥쳤을 때 유진우는 수수방관하며 도움을 줄 생각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부부였던 사람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토록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진우가 비겁한 겁쟁이였단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보니 양의성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어서! 이곳을 포위해!”

그때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분노하며 나갔던 조천룡이 살기 어린 얼굴로 씩씩거리며 돌아온 것이다.

“뭐야? 너 아직도 덜 맞았어? 나한테 더 혼나고 싶어?”

양의성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조천룡의 뒤에 서 있는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을 본 순간, 조롱 섞인 웃음을 짓던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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