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진주를 주시하던 신광구도 마찬가지이다.“사모님, 혹시 몰래 홍영에게 지시했어요? 우리 연서 이모에게 손을 대라고 해서 지난번 사고가 있었던 거예요?”아람은 갑자기 말을 돌렸다. 진주는 신광구의 옷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광구 오빠, 내가 초연서와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어? 난 신씨 가문 여주인이야, 초연서가 뭔데. 그저 구만복의 첩이야, 내가 왜 첩을 상대하겠어?”“진주야! 그만 말해.”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나지막하게 알려주었다.“진주 씨, 저를 욕해도 되지만 우리 가족을 모욕하지 마세요.”아람의 눈빛은 매섭고 위협적이었다. 손을 들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진주의 울부짖는 얼굴을 가리켰다.“감히 우리 연서 이모를 모욕하면, 저도 뺨을 때릴 수 있어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상철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구만복의 딸이 걸핏하면 뺨을 때리겠다네, 이게 아가씨의 모습이야? 너무 건방지고 예의가 없어!”“어쩔 수 없어요. 다 구아람 씨를 감싸고 있잖아요.”이유희는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구회장 님도 감싸주고, 집에 있는 오빠들, 언니들, 사모님들까지 감싸주고 경주도 감싸주잖아요. 경주가 평생 여자를 감싸준 적이 없는데, 구아람 씨만 예외예요. 너무 많은 사랑을 주고 있어요.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어요.”이소희는 말의 뜻을 알고 얼굴이 붉어지며 원망에 가슴이 아팠다. 경주는 아람의 살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입꼬리를 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주는 겁에 질려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아람의 행동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뺨을 때리겠다는 건 농담이 아닐 것이다.“구아람, 이건 네 추측이잖아. 넌 날 모함하고 싶을 뿐이야. 증거가 없어!”진주는 증거가 없다는 핑계를 댔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맞아요, 그저 해본 말인데, 왜 화를 내세요? 설마 제 발이 저려요?”진주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람은 웃으며 백금 목걸이를 거두었다.
고상아는 숨이 막혀 기침을 억누르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흥, 네 입담은 진주보다도 못하는데, 감히 나한테 시비를 걸어?’“구아람! 네가 뭔데 우리 엄마를 모욕해? 왜 그렇게 무례하게 굴어? 우리 엄마는 어른이야!”이소희는 이상철을 안고 텃세를 부리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경주가 듣자 눈썹을 찌푸리며 이소희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못했다.“나이 많은 사람을 어른이라고 해? 그럼 나도 너한테 어른이야. 어른한테 그렇게 소리를 질러?”아람은 이소희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크다. 이 순간 아람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소희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람의 입에서 더 심한 말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고상아는 이상철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아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유희에게 눈치를 주며 불면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암시했다.이유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나약하게 입을 열었다.“그, 아람아. 나...”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차갑게 이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유희가 겁에 질려 말을 바꾸었다.“내, 내가 데려다줄게. 늦었는데 위험해.”“필요 없어, 차 가져왔어.”말을 마치고 아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이힐 솔리와 함께 별장을 나갔다. 이유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은 너무 나약했다. 이상철은 화가 났다.‘세계 마왕인 손자가, 구씨 가문 계집애 앞에서 왜 아무 말도 못해? 너무 창피해!’“가자!”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아, 내 머리, 너무 어지러워.”진주는 뼈가 없는 것처럼 신광구에 기대어 약한 신음을 내뱉었다.“풋, 불쌍한 척하고 어지러운 척만 하네. 이런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데, 왜 초연서 씨를 이기지 못했을까?”오 씨 아줌마는 진주를 노려보며 경멸하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들은 모두 진주의 귀에 흘러들어갔다. 화가 나서 오장 육부가 뒤틀릴 것 같았다.안색이 창백한 신광구는 침묵을 하더니 오 씨 아줌마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줌마, 사모님을
“소희야, 걱정 마.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어. 엄마가 화풀이해줄게!”고상아는 이소희를 위로해 주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어떡해? 집안의 모든 것은 오빠가 책임지고 있어. 신경주와 구아람과 친한데. 엄마가 어떻게 할 거야?”고상아는 원망했다.“네 오빠가 신경주와 같이 있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신씨 가문 그 저능아와도 함께 있을 수 없어! 할아버지가 있잖아. 어르신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경주의 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리고 신효정을 우리 이씨 가문에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엄마, 오빠가 우리를 경계하고 있어, 우리의 속셈을 모를 것 같아?”이소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소리를 쳤다.“신효정 그년을 지켜주고 있는데, 우리가 손댈 기회가 있겠어?”“기회는 있을 거야. 진주의 그 바보 딸을 아무리 좋아해도 24시간 동안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유희가 챙기지 못할 때도 있어!”고상아는 정말 격분했다. 평소 명예와 재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명예를 잃을 것 같으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것이다. 고상아는 이소희를 경주에게 시집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유희에게 내세울 수 있는 며느리를 찾아줄 것이다. 그 여자는 절대 진주의 비천한 딸이 아닐 것이다.아람의 발걸음은 빨랐다. 문밖으로 나가 스포츠카에 올라타더니 관해 정원을 나섰다. 이곳은 마치 독이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카가 막 정문을 나서자 핸들을 꼭 잡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시원한 바람에 파란 스포츠카에 등을 기대고 우아하게 서 있는 윤유성이 보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표정에 조급한 흔적이 없다.아람의 차가 나타나자 윤유성의 우울한 눈빛이 밝아졌다. 스포츠카에 등을 떼고 수줍은 소년처럼 아람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스포츠카는 급제동을 하고 윤유성 앞에 멈췄다.“왜 여기에 있어요?”아람은 깜짝 놀라며 차에서 내렸다.“기다리고 있었어요.”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저를요? 왜
“유성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아람은 약간 당황한 듯 본능적으로 윤유성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이 몸부림은 경주의 눈에서 애매하게 보였다.윤유성은 대답하지 않고 포옹을 더욱 깊게 했다. 다시 눈을 들어 경주의 화난 눈과 마주쳤다. 눈빛에서 조롱과 냉소가 숨기지 않고 전해졌다. 아람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윤유성은 놓아주지 않았다.경주의 심장은 만 개의 칼에 찔리는 것처럼 온몸의 신경이 떨려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람과 윤유성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고, 전장에서 총에 맞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운 채로 뒤돌아섰다. 마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힘없이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이때, 윤유성은 팔이 느슨해졌고, 아람은 이 틈을 타 격렬하게 몸을 풀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시울은 화가 나서 붉어졌다.“윤 도련님, 이러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친구도 못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람 씨.”윤유성은 바로 억울하고 죄책감 있는 표정으로 바꾸었다. 두 손을 허공에 멈추고 부끄러웠다.“저를 친구로 생각하는 걸 알아요. 저도 필사적으로 절제하고 있는데, 자제력이 부족했어요. 안 그럴게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아람 씨, 용서해 주세요. 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아람은 짜증이 나서 이마를 잡고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오빠들 외에 다른 남자가 저를 만지는 게 정말 싫어요. 이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윤유성은 이를 악물고 어색한 두 손을 내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정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럼 신경주는 뭐야? 심지어 비서인 임수해도 너에게 가까이 가는데. 왜 나만 안 돼?’“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늦었어요. 먼저 갈게요.”아람은 갑자기 익숙하게 설레는 숨소리가 느껴져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음은 설명할 수없이 허전했다. 아람의 뒤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경주는 납덩이를 묶은 것처럼 무거운
아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성주의 별장으로 질주했다. 원래는 진주를 목표로 삼고 갔지만, 돌아오는 내내 경주에게 벽에 밀린 장면만 떠올랐다.경주는 불같은 강렬한 시선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둡고 슬펐다. 경주의 무력하고 비참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고, 핸들을 잡은 손은 붉어지며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그 눈빛이 너무 설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 시선이 송곳처럼 아람을 뚫는다고 해도 이소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질 수 없다.아람은 침울한 표정으로 차를 내리자 이미 별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윤, 구도현, 임수해가 보였다.“아람아!”“오빠, 일곱째 오빠, 수해야. 다들 왜 여기 있어?”아람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도현한테 들었어. 너 혼자 신씨 가문으로 갔다고. 수해와도 같이 가지 않았다며. 왜 그러는 거야, 계집애야. 왜 혼자 간 거야?”구윤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아람의 어깨를 감쌌다.“하지만 오늘 밤 신경주도 집에 있다고 들어서 마음이 노였어. 신경주가 있으면 네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왜 신경주가 있으면 내가 괴롭힘을 안 당해?”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오물거렸다.“신경주의 마음속에 네가 있어.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허, 웃기지도 않아, 오빠.”아람은 가슴 끝이 떨리며 어조가 더욱 강해졌다.“내가 3년 동안 신경주의 와이프를 했어. 신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손해를 봐도 신경주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낯선 사람보다도 못한데 왜 날 지켜주겠어?”“맞아, 형.”구도현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갑게 웃었다.“신경주는 양심도 없고 의리도 없어. 그 당시 아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혼한 사이고, 아람은 신경주의 와이프야. 그럼 지켜줄 책임이 있어. 근데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잖아. 봐, 이제 아람에게 구애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그 버릇이 나왔어.”“일곱째 도련님, 무슨 버릇이요?”
불빛을 통해 아람은 윤유성이 천천히 몸을 낮추고 정교한 얼굴을 팔에 묻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눈동자를 보았다. 그 불쌍하고 외로운 눈빛은 15년 전 윤정용에게 벌을 받아 빗속에 서 있던 윤유성의 모습과 같았다.“헐, 언제 따라왔어? 아무런 인기척도 없네, 귀신이야?”구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소름이 돋았다.구윤은 윤유성 쪽을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하게 표정이 복잡한 아람을 바라보았다.“널 따라 신씨 가문에 갔어?”“응.”이때, 스포츠카가 다시 시동을 걸고 급히 방향을 틀어 밤 속으로 사라졌다.“응? 바로 갔어?”구도현은 놀란 표정을 하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다 이런 꼴이야? 나쁜 자식 아니면 스토커네. 오빠가 어떻게 네 걱정을 하지 않겠어?”“본론을 얘기하자.”아람은 더 이상 윤유성을 생각하기 싫어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일곱째 오빠, 홍영의 조사는 어떻게 됐어? 아직도 말을 안 해?”구도현은 짜증을 내며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 자식이 생각보다 충성심이 강해. 진주에게 정말 진심이야.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이 부부인 줄 알겠어!”“그럴 거 같았어. 진주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당연히 쉽게 말하지 않을 거야.”아람은 팔을 꼬고 침울한 눈빛을 하며 안색이 차가웠다.“이번에 내가 시킨 대로 심문해라는 건 그 남자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야. 멘탈이 약해질 때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려야 해. 진주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무너지게 해야 해.”“아람아,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협조할게!”구도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진주의 죄를 밝히기 위해 홍영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부족해.”아람은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연서 이모가 진주 때문에 잃은 존엄과 입었던 상처들을 백 배로 갚게 할 거야!”“아람아, 도현아. 홍영과 진주의 사이에 대해 더 싶이 파고들어야 할 것 같아.”안색이 어두운 구윤의 눈빛에는 냉정한 빛
밤새 바빴던 이유희는 우울한 표정으로 신효정과의 사랑 둥지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기 전 하늘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리무진이 별장 앞에 도착했을 때 정연이 이미 큰 우산을 들고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며 이유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오셨어요.”이유희가 차에서 내리자 정연은 급히 인사를 하며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정연은 우산 밖에 서서 눈을 맞고 있었다.“효정은? 자?”이유희는 급히 물었다.“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몇 번이나 말했는데 잠을 자지 않아요.”정연은 힘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원망하지 마세요. 도련님을 걱정하셔서 그래요.”이유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가슴이 뭉클해져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몸에 있는 냉기를 신효정에게 옮길까 봐 두려워 정연에게 잠옷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살금살급 올라가 신효정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했다.이유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침대 위의 램프는 켜져 있있고, 이불에 반쯤 읽은 책이 있었다. 하지만 신효정의 작고 생기 넘치는 모습은 사라졌다. 당황한 이유희는 신효정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욕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이유희는 화장실을 향해 다가갔다. 화장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지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효정아?”이유희가 사랑에 빠진 후, 신효정이 다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지켜주고 있었다. 욕실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무서웠다. 이유희는 긴 다리를 들고 문을 발로 찼다. 문짝이 날아갈 뻔했다.“아!”거울 앞에 서 있던 신효정은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다.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돌아서서 이유희를 바라보았다. 이유희는 깜짝 놀라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는 뜨거운 시선이 조금씩 내려갔다. 신효정의 부드러운 얼굴을 지나 마침내 축축하고 부드러운 하얀 가슴에 떨어졌다. ‘허, 크지 않아 보이는데, 둥글고 꽉 찼네.’이유희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었다. 마치 무엇을 환상하고 갈망하는 것 같았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를 들은 신효정은 뒤를 돌아볼 엄두가 없었다. 그저 부드럽고 동글란 어깨를 움켜쥐고 떨기만 했다. 마치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그 모습은 이유희를 정욕을 숨기고 있는 커다란 늑대처럼 보이게 했다.“효정아.”이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들부들 손을 떨며 신효정의 비단 같은 피부를 만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때 신효정은 갑자기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저 샤워했어요. 바디 로션을 바르고 싶어요. 다 발랐는데 등만 바를 수 없어요. 아니면, 아니면 씻고 누워서 기다렸을 거예요.”이유희는 조용히 신효정의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혔다. 손끝까지 찌릿찌릿하며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이유희는 수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눈앞에서 벌거벗은 채로 있는 여자도 있었고, 수천 가지 방법을 쓰며 몸을 던지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긴장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유, 유희 오빠. 바디 로션을 발라줄 수 있어요?”신효정은 가녀린 어깨를 움츠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효정아, 그래도 돼?”‘그래도 돼?’이유희는 거칠게 훔을 쉬며 말에 강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 신효정은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유희의 심장을 갈비뼈를 치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옆에 놓은 바디 로션을 집어 들고, 뜨겁고 젖은 손바닥에 하얀 로션을 자서 조심스럽게 신효정의 하얀 피부에 발랐다.‘아무것도 안 해, 난 아무것도 안 해. 이유희, 네가 짐승인지 아닌지 시험할 때가 왔어!’이유희는 손끝을 뜨며 주문을 반복해서 말하며 욕망을 억눌렀다. 하지만 신효정을 닿는 순간 모든 절제와 욕망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변해버렸다. 눈시울을 붉히며 신효정의 부드럽고 하얀 몸을 덥석 끌어안았다.“유희 오빠.”신효정은 나지막하게 부르며 얼굴을 붉혔다.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았다.“내 이름을 부르지 마.”이유희의 쉰 목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유희 오빠, 저...”“또 이름을 부르면 내가 무슨 짓을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