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한 지 5년, 강솔은 남편에게서 믿기 어려운 청을 받는다. “아연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그 존재를 인정해 줬으면 해.” “네가 허락한다면, 본처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너일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그가 사랑이라 부르는 방식은 강솔에게 배신과 다르지 않았다. 강솔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하중현이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붙잡았다. 하중현은 아내를 맞이한 뒤, 아낌없이 사랑하고 모든 걸 내어주었다. 강솔은 믿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뿐이라고. 그러나 이제 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를. 하중현은 몰랐다. 부드러운 이름을 가진 여자가 얼마나 단단한 의지를 품고 있는지. 그녀는 단 한 번 물러섰고 그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하중현은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남자의 팔을 끼고 나타난 강솔이 그의 세계를 다시 뒤흔들었다. 하중현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문 뒤에서 그녀를 몰아세웠다. “강솔... 넌, 정말... 독한 여자야.”
View More강솔은 이 모든 장면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어떤 순간보다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중현과 부모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도현이 말했었다.중현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도대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지금의 성격이 만들어진 걸까?그 과정에서 하준호와 이정희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그리고 지금 이 순간, 중현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을까?문득, 강솔은 중현을 안아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동정도, 연민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그가 원하는 건 단 하나, 확고한 선택이었다.확실하게 자신을 선택해 주는 것. 하지만, 강솔은 그걸 해줄 수 없었다.소아연 과의 모든 걸, 지워버릴 수 없으니까.그래도 강솔은 조용히 중현의 손을 잡았다. 이혼 얘기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그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옷 다 젖었어. 가서 갈아입자.”중현은 잠시 멈칫했다.얼음장 같았던 시선이 그녀를 보자 서서히 풀렸다.강솔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곳을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다. 만약 중현의 어린 시절이 정말로 고통스러웠다면, 오늘 일은 그를 다시 그 시절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가자.” 강솔은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중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이끌리듯 함께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멀어지자, 레미는 중현이 주었던 눈빛을 떠올리며 강 비서에게 말했다.“강 비서, 이제 마무리해도 돼.”“알겠습니다.” 강 비서는 사람을 끌어올려 물 밖으로 던졌다.이정희는 분노를 터뜨렸다.“너, 내가 반드시 HS그룹에서 쫓아낸다!”레미가 피식 웃었다.“아줌마, 강 비서가 HS그룹 대표의 오른팔인 거 몰라?” 레미는 얇게 웃으며 말했다. “강 비서 쫓아내려면 이사회부터도 설득해야 할 텐데, 만만치 않을걸?”강 비서는 단순한 수행 비서가 아니다.HS그룹 내에서 그의 위상과 능력은 많
“우리는 그냥...” 이정희는 하던 말을 멈추며, 무의식적으로 하준호를 쳐다보았다. 남편에게서 그나마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얻고자 하는 눈치였다.“당신들은, 당신보다 약한 여자와 아이를 가지고 놀고, 통제하는 걸 좋아하는 거지.” 중현의 말투는 차갑고 무정했다. 그들은 중현의 마음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냥 연약한 사람들 위에서 악취 나는 통제욕을 느끼고 싶은 거겠지.”하준호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 자식 말버릇이 뭐야?”중현은 하준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터벅터벅 강솔 쪽으로 걸어갔다.완전히 무시당했다.그 태도에 하준호의 분노가 터졌다. “오늘은 지켜도, 평생은 못 지킬 거야.”그 말에 중현은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죽는 날까지, 오늘 같은 일,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그리고... 만약 한 번이라도 다시 건드리면...”“HS그룹 경영권은 하도현에게 넘길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너!”하준호는 중현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HS그룹을 건다고?“강 비서.” 중현은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 “방금 저 사람이 강솔한테 한 거, 그대로 똑같이 돌려줘.”“혹시라도 진짜 죽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네.” 강 비서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네가 감히!”하준호는 당황하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퍽!하준호의 몸이 연못으로 밀렸다.강 비서는 사정없이 하준호를 물속에 담금질했다. “읍...”하준호는 물속에서 물을 마시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허우적거리는 몸, 버둥거리는 팔.그 모습을 본 이정희가 급하게 말렸다.“중현아! 아무리 그래도 네 아빠야!”“그래서?”하중현의 대답은 차갑게 떨어졌다.“당신들이 강솔 괴롭힐 때, 이 여자가 내 아내라는 건 생각해 봤냐고요?” 이정희의 말문이 막혔다.그제야, 중현은 한 번도 강솔
주변에는 붙잡을 곳이 없었다.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오늘 하루는 너와 천천히 시간을 보내야겠다.”“여기 경호원들은 다들 수영 엄청나게 잘하거든.” 하준호는 물속에 있는 강솔을 계속 지켜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실수로 네가 죽으면, 그냥 연못에 빠져서 실족사로 처리하면 그만이야.”강솔은 그가 농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까지 찍힌 영상으로 하준호를 조사받게 만들 수 있다.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만약 자기가 사인하는 척하는 순간, 바로 이혼 처리 끝내 버린다면, 그땐 되돌릴 수 없다.그리고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오히려 불법 촬영으로 역 고소당할 수도 있다. 생각이 엉켜갔다.산소가 부족해졌다.머리가 흐려졌다.“생각 끝났냐?” 하준호가 물었다.강솔은 다시 한번 물속에서 끌어올려졌다. “하아...”숨을 겨우 몰아쉬었다.하지만, 곧 다시 물속으로 눌렸다경호원의 힘은 압도적이었다.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었다.그때였다.누군가 달려왔다.하중현이었다. 물속에 눌려 움직이지 않는 강솔을 보자, 그는 눈이 뒤집혔다.망설임 없이 자기 재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강 비서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대표님!”“중현아!” 이정희가 비명을 질렀다.하준호의 눈도 순간적으로 커졌다.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중현은 물을 무서워한다!어릴 때부터 그랬고, 지금까지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미가 입에 막대사탕을 문 채 강 비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준비해.”“강솔 구조되면, 보스부터 잘 챙겨.”레미는 분명하게 말했다. 강 비서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지금은 강솔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지만, 강솔이 구조되면 물에 대한 공포가 다시 네 보스를 덮칠 거야.”강솔은 정신이 흐릿해질 때쯤, ‘중현’ 이름을 들었다. 더 이상 생각할 틈도 없이 물속에서 끌어올려졌다. 강한 숨 막힘으로 인해 새롭게 들어오는 공기를 마시며 큰 숨을 내쉬었다.“괜찮아?”중현은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 강솔은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다.하준호의 협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그녀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곧 깨어날 엄마, 그리고 친구 소담과 토니.괜히 자신 때문에 그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싫었다.하중현은 그저 말뿐일 수도 있다.하지만 하준호와 이정희는 다르다.그들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을, 진짜로 실행하는 사람들이다.상식 따위는 없다.한편, 이 일은 곧 중현에게 전달되었다.강 비서는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부모님께서 강솔 씨를 데려갔습니다.”“대략 30분 정도면 본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신경 쓰지 마.”중현은 담담하게 몇 마디를 말했다.“그렇게 이혼하고 싶다면, 나 없는 삶부터 버텨야지.”“이 정도도 못 버티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강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돌아서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중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이마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였다.“레미 불러, 본가로 가자.”‘역시!’강 비서는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한편, 하준호와 이정희가 강솔을 본가로 데려왔다.그때, 하중현도 거의 도착했다.중현은 차 안에서 강솔이 경호원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중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를 지켜보던 레미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렇게 걱정되면, 차에서 내려서 사람을 구해.”중현은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막을 수 있다.하지만, 머릿속에 강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당신, 자존심도 없어?’한참 후에 중현이 드디어 말했다.“본가에 있는 모든 CCTV 전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레미는 그의 말대로 따랐다.그들은 강솔을 끌고 넓은 저택 안을 누볐다.앞마당을 지나, 정원을 통과하여 뒷마당의 연못까지 왔다.“이제 서명할 마음이 생겼나?” 하준호는 이혼 서류를 다시 꺼내며 그녀에게 내밀었다.“서명하면 모든 게 다 끝나.”강솔은 맑고 깨끗한 연못을 한 번 스윽 보고, 두 마디를 단호하게 말했다.“싫어요,
말을 마친 아연은 카드를 내밀었다.무표정하게 카드를 힐끗 쳐다보던 강솔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리고...”아연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어머니 치료비는 중현 씨가 계속 지급하는 걸로 얘기해 볼개.”“그러니까 돈 문제는 걱정하지 마.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다 맞춰 줄게.”“왜?”강솔의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뭐가 왜야?”아연은 자신이 상황을 주도한다고 믿었다.“하중현이 널 사랑하잖아.”강솔은 정면으로 아연을 바라봤다.오래된 친구인 만큼, 강솔은 아연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강솔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지안이가... 다 알고 있어.’예상치 못한 사실에 머리가 하얘졌다.그저 조심스레,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는 것도 알고 있니?”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 대답이 너무 순순해서 오히려 가슴이 저릿했다.강솔은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꼭 안았다.“미안해, 지안아.”“엄마, 왜 그랬어요?”지안은 어른스럽게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가 양육권을 가지면 어떡해요?”강솔의 눈이 커졌다.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지안이가... 아
강솔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담은 그런 친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됐어, 내가 네 이력서 좀 손봤어. 이메일 확인해 봐.]강솔은 파일을 다운받고 열어 보았다.대충 훑어보니 내용은 비슷했고, 표현 몇 개만 바뀐 정도였다.“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소담은 웃음을 터뜨렸다.[야, 이력서에 누가 증명사진 그대로 내니? 필터랑 보정은 기본이지.]그녀는 누구보다 강솔을 잘 아는 친구였다.강솔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이다. 일은 꼼꼼하고 완벽하게 해내지만, 말로 포장하거나 자신을 어필하는 데엔 영 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 집사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조건을 제시하라고 한 것도, 네가 지안을 낳은 공을 인정해서야!”하준호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의 눈빛엔 절대적인 권력자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더 이상 입 아프게 말로 할 필요가 없겠군.”“네. 맞아요. 저랑 굳이 얘기할 필요 없어요.”강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애초에 이 일은 두 분이 결정하거나 관여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뭐라고?”하준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거실의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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