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한 지 5년, 강솔은 남편에게서 믿기 어려운 청을 받는다. “아연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그 존재를 인정해 줬으면 해.” “네가 허락한다면, 본처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너일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그가 사랑이라 부르는 방식은 강솔에게 배신과 다르지 않았다. 강솔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하중현이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붙잡았다. 하중현은 아내를 맞이한 뒤, 아낌없이 사랑하고 모든 걸 내어주었다. 강솔은 믿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뿐이라고. 그러나 이제 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를. 하중현은 몰랐다. 부드러운 이름을 가진 여자가 얼마나 단단한 의지를 품고 있는지. 그녀는 단 한 번 물러섰고 그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하중현은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남자의 팔을 끼고 나타난 강솔이 그의 세계를 다시 뒤흔들었다. 하중현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문 뒤에서 그녀를 몰아세웠다. “강솔... 넌, 정말... 독한 여자야.”
Lihat lebih banyak강솔은 중현의 반응을 보고 알았다.시후는 아직 중현에게 말하지 못했다.아연이 차지했던 자리가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게다가 그때 일은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나는 그걸 단순한 꿈으로 넘길 수 없어.”악몽을 꿨다 해도 중현에게 따졌을 것이다.하물며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좋게 헤어지는 게 우리 둘 다한테 나아.”“난 헤어지는 거 동의 안 해.”중현은 아연이 자기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 강솔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너도 나 떠날 생각 하지 마.”강솔의 마음은 전에 없이 고요했다.“아직도 모르겠어?”중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강솔이 말했다.“소아연은 사라졌어. 그런데 소아연이 누구의 자리를 가로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다음에 그 사람이 당신을 찾아와서 소아연이 요구했던 것과 똑같은 걸 요구하면, 당신은 거절할 수 있어?”이 말은 중현이 자기 모습을 똑바로 보게 하려는 말이었고, 동시에 강솔이 중현의 태도를 확인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중현이 예전처럼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이혼은 반드시 할 수 있었다.결과는 강솔의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중현은 침묵했다.늘 약속을 중요하게 여겨 온 중현은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나는 그때 일이 다시 나한테 반복되는 걸 원하지 않아. 불확실한 미래에 나를 걸고 싶지도 않고.”강솔은 중현에게 분명히 말했다.“헤어지는 게 당신한테도, 나한테도 좋아.”“불가능해.”중현의 말은 분명했다.입술을 살짝 다문 강솔의 시선은 그대로 중현에게 머물렀다.처음 만났을 때처럼, 여전히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잘생긴 사람이었다. 완벽하게 잡힌 이목구비, 단정하고 깨끗한 옷차림, 고귀하지만 차가운 느낌.꼬박 5년이 흘렀는지만 중현의 모습은 여전했다.“내가 네가 JX그룹 지분을 손에 넣게 도와줄게. 일이 끝나면 같이 J시로 돌아가.”중현은 강솔 대신 결정을 내렸다.“네가 여기서 좀 더 있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아. 대신 나랑 같이 살아.”이번
“불가능해요.”강솔은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어쩐지 처음부터 예의 바르게 나오더라니.’‘결국 먼저 좋게 말하고 나중에 압박하려던 거였네.’태휘의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말투에 배어 있는 냉기는 겨울바람만큼 차가웠다.“농담하는 거 아니야. 네 능력으로는 그 지분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포기하는 게 너한테도, 모두한테도 좋아.”“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부대표님이 관여하실 일은 아니에요.”강솔의 태도는 낮아지지도, 날카롭게 치솟지도 않았다.“보상은 해 줄게. 그 지분을 포기하면 매년 네 계좌로 200억 원씩 넣어 주지.”태휘가 조건을 꺼냈다. 몸에 밴 우위의 기세가 자연스럽게 주변을 눌렀다.“너는 집안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도 번거로운 일이 줄어.”“제가 지분을 원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니에요.”강솔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돈이 중요했다면, 애초에 중현에게 이혼을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솔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태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강솔을 바라보았다.“그럼 뭐 때문인데?”“엄마에게 원래 속했던 걸 되찾기 위해서요. 그때 엄마가 이곳에서 억지로 내려놓아야 했던 모든 걸 되찾을 겁니다.”강솔은 태휘와 시선을 마주한 채 또렷하게 말했다.“진씨 집안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곳이 아니야.”태휘가 경고하듯 말했다.“나까지 갈 것도 없어. 너는 영재도 못 당해.”강솔은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하실 말씀 더 있으세요?”“네가 정말 고모 몫의 지분을 되찾고 싶다면, 하중현과 이혼하지 마.”태휘는 혈연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몇 마디 더 보탰다.“하중현이 네 옆에 있으면, 많은 사람이 쉽게 움직이지 못해.”“그건 부대표님이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강솔은 그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 이유로 중현과 이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예전에 중현이 아연의 존재를 받아들이라고 했을 때 이미 받아들였을 것이다.사람이 살아가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도가 있었다.적어
리재는 회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안경까지 쓴 모습이 꽤 점잖아 보였다.“신경 쓰지 마. 쟤 그냥 바람둥이야.”형우가 바로 발끈했다.“누구더러 바람둥이래, 이 답답한 인간아.”리재는 형우를 한 번 바라보기만 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형우 눈에는 그 시선마저 도발처럼 보였다. 당장이라도 리재와 한판 붙고 싶은 표정이었다.태휘가 고개를 살짝 돌려 강솔을 보았다. 먼저 말을 건넸다.“H시에서 지내는 건 좀 적응됐어?”“괜찮아요.”강솔은 대답했다. 상대가 예의를 갖추면 강솔도 그만큼 예의를 지켰다.“시간 되면 고모 모시고 집에도 한번 와.”태휘가 말했다.“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진씨 집안은 언제나 너희 집이야.”강솔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진씨 집안이 집이 될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온화하게 나오는 태휘에게 날을 세울 수도 없었다. 강솔은 조용한 미소만으로 그 화제를 넘겼다.잠시 뒤, 직원이 주스와 샴페인을 가져왔다. 잔들은 강솔이 집기 편하도록 모두 강솔 앞에 놓였다.강솔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아무 잔이나 하나 집어 들었을 때, 형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동생.”강솔이 바로잡았다.“강솔이라고 불러 주세요.”“그래. 듣기로는 강솔 씨 결혼 상대가 하중현이라던데?”형우는 H시에 있긴 했지만, JQ그룹 대표였다. J시 쪽 공개적인 이야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강솔은 잔을 든 손을 잠시 멈췄다.태휘의 길고 짙은 눈매가 형우를 향했다.“마실 게 이렇게 많은데도 네 입은 못 막나 보네.”“궁금해서 그러지.”형우는 어색함을 숨기려는 듯 가볍게 헛기침했다.“다들 강솔 씨랑 하중현 이혼 얘기하잖아. 그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태휘는 저도 모르게 강솔을 보았다.‘이혼?’형우는 술잔을 들어 강솔의 주스잔에 가볍게 부딪쳤다.“오빠가 실례했다. 오빠가 벌로 이 잔 마실게.”“괜찮아요.”강솔은 형우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중현과 지금 같은 지경까지 왔어도, 강솔은 자신과 중현의 일이
“본 적은 없는데, 지현명과 지효정 남매는 이쪽에서 꽤 알려져 있어.”소담은 강솔이 이런 소문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서 먼저 설명해 주었다.“지씨 남매 사이를 흔들어 보려다 제대로 역풍 맞았거든.”강솔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씨 집안 일은 강정숙에게서 어느 정도 들은 적이 있었다.지씨 집안 젊은 세대에는 자녀가 둘 있었다. 위는 오빠, 아래는 여동생이었다. 지현명하고 지효정은 지민하와 오빠가 서로 못마땅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현명과 효정은 아마 민하를 깎아내리면서 민하의 오빠에게 잘 보이려 했을 것이다.늘 회사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민하보다, 지씨 집안 장남이자 JQ그룹 대표인 쪽이 훨씬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테니까.하지만 지씨 남매가 겉으로만 티격태격할 뿐, 외부에서 건드리면 한편이 된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앞으로 지현명하고 지효정은 좀 조심해.”소담이 당부했다. 자신이 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조금 더 신경 쓰고, 가능하면 덜 엮이도록 피해.”강솔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우리 더 조용한 자리로 옮기자. 괜히 또 방해받기 싫다.”소담은 강솔이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솔이 대답하려던 때, 두 사람 앞에 흰 정장을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다가왔다. 매끄럽게 내려오는 긴 머리까지,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인상이었다.“강솔 씨?”강솔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솔은 오림을 알아보았다.진씨 집안 자료에 적혀 있었다. JX그룹 부대표 진태휘의 비서 오림. 업무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다.“저희 부대표님께서 강솔 씨를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오림의 표정은 철저히 공적인 태도였다.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졌다.“중요하게 나누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강솔은 알겠다고 했다.강솔이 소담과 함께 두 걸음을 옮기자, 오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희 부대표님께서는 강솔 씨 혼자 오시길 원하십니다.”소담의 눈매에 걱정이 스쳤다.강솔은 시선으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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