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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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5년, 강솔은 남편에게서 믿기 어려운 청을 받는다. “아연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그 존재를 인정해 줬으면 해.” “네가 허락한다면, 본처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너일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그가 사랑이라 부르는 방식은 강솔에게 배신과 다르지 않았다. 강솔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하중현이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붙잡았다. 하중현은 아내를 맞이한 뒤, 아낌없이 사랑하고 모든 걸 내어주었다. 강솔은 믿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뿐이라고. 그러나 이제 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를. 하중현은 몰랐다. 부드러운 이름을 가진 여자가 얼마나 단단한 의지를 품고 있는지. 그녀는 단 한 번 물러섰고 그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하중현은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남자의 팔을 끼고 나타난 강솔이 그의 세계를 다시 뒤흔들었다. 하중현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문 뒤에서 그녀를 몰아세웠다. “강솔... 넌, 정말... 독한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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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제1화

결혼 5년 차.

강솔은 생각했다.

남자는 다 그런 걸까?

집에는 아내가 있는데, 밖에는 또 다른 여자를 두다니...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자기한테도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솔은, 절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J시 사람들은 다 안다.

몰락한 재벌가의 딸, 강솔이 HS그룹 차남 하중현의 전부라는 걸.

강솔이 원하면, 중현은 뭐든 들어주었다.

강솔이 눈길만 줘도 바로 대령했다.

집 안에는 명품 한정판이 산처럼 쌓였고, 보석과 가방, 명품 시계가 벽장을 가득 메웠다.

차고에는 슈퍼카들이 줄지어 있었다.

파티에 갈 때면, 중현은 언제나 강솔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중현은 늘 강솔을 유리 인형 다루듯 아꼈다.

남편의 지극정성은,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심지어 강솔조차도 남편이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고 믿었다.

“엄마.”

아직 잠에서 덜 깬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이 반쯤 감긴 아이가 이불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늘... 엄마 기분이 안 좋아요?”

강솔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아니야. 엄마 괜찮아.”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침대에서 내려온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달려와 안겼다.

“엄마, 내가 안아 줄게요!”

강솔은 순간 멈칫했다.

아이는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근데 난 엄마가 슬퍼 보여요.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퍼...”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이의 따뜻한 말에 강솔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강솔은 아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다짐했다.

‘그래,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자.’

...

밤 11시.

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

강솔은 거실 소파에 앉아 시계를 봤다.

시계 초침이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몰랐다.

시계가 12를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삐비빅.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중현은 언제나처럼 깔끔했다.

흰 셔츠에 맞춤 검정 수트.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얼굴에, 태생부터 세련된 남자.

그는 늘 그랬다.

세상의 모든 편애를 받은 사람처럼.

“아직 안 잤어?”

중현이 자연스럽게 강솔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손끝이 슬그머니 허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강솔이 그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잠깐, 할 얘기 있어.”

“할 거 하면서 해도 되잖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안 돼.”

강솔이 단호하게 말했다.

“돼.”

중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솔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건,

남편의 셔츠에 남은 낯선 립스틱 자국,

그리고... 사진들이었다.

강솔은 속이 울렁거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지만, 있는 힘껏 남편을 밀어냈다.

“왜 그래?”

중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내의 거부가 의아하다는 듯.

강솔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잠시의 침묵 후, 강솔이 결심한 듯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봤어.”

“뭘?”

“당신이랑 아연이, 워터사이드 별장에서 밤새 같이 있던 사진...”

거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중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잘됐네.”

남편의 그 한마디에, 강솔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무런 변명도, 미안함도 없었다.

“이미 알았다니까, 나도 말할 게 있어.”

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말해.”

강솔은 간신히 목소리를 눌렀다.

“아연을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

“뭐라고?”

“아연은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야.”

중현은 차분히 시선을 마주했다.

강솔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넌 여전히 내 아내야. 그건 변하지 않아. 누구도 네 자리를 흔들 수 없어.”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언제나 온순하던 강솔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아연, 강솔의 대학 동기이자,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

이제는 남편의 여자가 되어버린 사람.

지금, 남편은 뻔뻔하게도 ‘일부이처제’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현의 눈빛은 차갑고도 담담했다.

“잘 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내가 왜 받아들여? 절대 안 돼.”

강솔은 낯선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당신 제정신이야?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얘기를 꺼내?”

“정상인지 아닌진 중요하지 않아.”

중현은 단호했다.

“당신 의사와 상관없이, 난 아연을 평생 책임질 거야.”

“그럼에도 지금 말하는 건...”

“당신이 이 집의 안주인으로서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강솔의 손끝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면서, 목소리는 냉소로 물들었다.

“그래서... 내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해?”

“그런 거라면, 나도 사양하지는 않을게.”

중현의 무심한 태도에, 강솔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이게,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 맞아?’

한때 강솔이 믿었던 남편의 품위, 절제와 매너가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

“여보, 중현 씨...”

강솔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중현이 시선을 들었다.

“말해.”

“그 여자, 꼭 곁에 둬야겠어?”

강솔은 단호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내가 죽을 만큼 싫다고 해도... 마음을 바꿀 생각 없어?”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말해 줘. 그러면 다 용서해 줄게.’

하지만, 중현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없어.”

그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이 결정은 누구도 바꿀 수 없어.”

“그래?”

강솔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럼 우리... 이혼해.”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당신이 송아연을 평생 책임진다며...”

“그럼 하 대표 사모님 자리도 그 여자에게 양보할게.”

...

보통의 부부라면, 시댁의 중재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중현과 강솔의 결혼은 처음부터 시부모의 강한 반대를 뚫고 이루어졌다.

시부모 하준호와 이정희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집안에 걸맞은 사람을 들였어야지...”

강솔의 집안이 한때 J시에서 내놓으라 하는 재벌가였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집안이 몰락하자, 아버지는 돈을 들고 도망쳤다.

그러자, 강솔은 재벌가들 사이에서 며느리감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었다.

“다시 잘 생각해 봐.”

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 예의와 믿음은 내 결혼 생활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었어.’

“충분히 생각했어.”

중현은 잠시 강솔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의외로, 너무 쉽게 결론이 났다.

중현의 그 한마디에 강솔의 마음은 서늘해졌다.

‘결국, 나는 이 사람에게 그저 별 볼 일 없는 사람에 불과했어.’

‘지금껏 내게 보여준 다정함은, 그저 자기 기분이 내켜서 그런 거지.’

강솔은 묵묵히 2층으로 올라갔다.

서랍 속에 미리 준비해 둔 이혼 서류를 꺼냈다.

사실,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는 걸 일찍이 알았다.

세 달 전.

강솔은 남편의 셔츠에서 낯선 향수 냄새를 맡았다.

남편에게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누가 지나가다가 묻은 모양이지.”

강솔은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단지 변명일 뿐이었다.

그 무렵, 아연이 막 귀국한 시기였다.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

“이혼 서류야.”

강솔은 중현의 앞에서 사인을 마친 서류를 내밀었다.

“확인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내일 법원에 가자.”

“당신 잘 생각해, 이혼이 당신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

남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강솔의 손끝이 약간 떨렸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

중현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결혼 5년 동안 너 일한 적도 없잖아.”

그의 말은 잔인했다.

“네 엄마 병원비는 어쩔 건데? 그 돈, 어디서 구할 건데?”

중현은 이혼 서류를 펼쳤다.

그리고 눈썹을 찌푸렸다.

“재산 반반씩 분할? 아이의 양육권은 네가 갖겠다고?”

시선이 천천히 강솔에게로 향했다.

“당신... 생각보다 뻔뻔하네. 맹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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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결혼 5년 차.강솔은 생각했다.남자는 다 그런 걸까? 집에는 아내가 있는데, 밖에는 또 다른 여자를 두다니...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자기한테도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솔은, 절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J시 사람들은 다 안다.몰락한 재벌가의 딸, 강솔이 HS그룹 차남 하중현의 전부라는 걸.강솔이 원하면, 중현은 뭐든 들어주었다.강솔이 눈길만 줘도 바로 대령했다. 집 안에는 명품 한정판이 산처럼 쌓였고, 보석과 가방, 명품 시계가 벽장을 가득 메웠다.차고에는 슈퍼카들이 줄지어 있었다.파티에 갈 때면, 중현은 언제나 강솔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중현은 늘 강솔을 유리 인형 다루듯 아꼈다.남편의 지극정성은,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심지어 강솔조차도 남편이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고 믿었다.“엄마.”아직 잠에서 덜 깬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눈이 반쯤 감긴 아이가 이불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오늘... 엄마 기분이 안 좋아요?”강솔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아니야. 엄마 괜찮아.”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침대에서 내려온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달려와 안겼다. “엄마, 내가 안아 줄게요!”강솔은 순간 멈칫했다.아이는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근데 난 엄마가 슬퍼 보여요.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퍼...”“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아이의 따뜻한 말에 강솔의 가슴이 먹먹해졌다.강솔은 아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다짐했다.‘그래,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자.’...밤 11시.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강솔은 거실 소파에 앉아 시계를 봤다.시계 초침이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몰랐다.시계가 12를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삐비빅.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중현은 언제나처럼 깔끔했다.흰 셔츠에 맞춤 검정 수트.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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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방 안을 둘러보던 지안의 시선이, 강솔이 손에 쥐고 있는 캐리어에 멈췄다.작고 맑은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울렸다.“엄마, 캐리어는 왜 들고 있어요?”강솔은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뭐라고 해야 하지...’순간적으로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아빠 출장 짐이야.”중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지안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시선을 맞췄다.“아빠, 며칠 출장을 다녀올 거야. 그동안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 알겠지?”지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요.”“착하네.”중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근데, 저 아줌마는 누구예요?”지안의 시선이 아연에게 옮겨갔다.“아빠 비서야.”중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내뱉었다.“아빠랑 같이 출장 가야 하거든.”강솔의 손끝이 캐리어 손잡이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하지만 얼굴엔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중현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강솔의 손에서 캐리어를 받아 들었다.그리고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여보, 다녀올게. 보고 싶으면 전화해.”강솔은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응.”“착하지.”중현은 아내의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손끝으로 귀를 훑었다.귓불을 스칠 때 손길이 잠시 멈칫했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어서 가. 비행기 늦겠다.”강솔은 차갑게 말했다.더 이상 이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게 역겨웠다.강솔의 눈빛을 본 중현은, 일부러 자극하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입술이 아내의 입술을 스쳤다가 곧바로 떨어졌다.거부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강솔이 놀라서 올려다봤을 때, 남편은 이미 아연과 함께 집을 나서고 있었다.손엔 여전히 그녀의 캐리어를 든 채.“엄마.”문이 닫히자마자, 지안이 조용히 불렀다.강솔은 억눌린 감정을 억지로 진정하면서, 최대한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왜, 지안아?”지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른 말로 바꿨다.“점심시간 됐어요. 밥 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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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강솔은 귓가가 찢겨 나가는 듯 아팠다.그의 목소리가 비수처럼 귓가에 꽂혔다.며칠 전, 중현과 아연의 기사 사진을 처음 봤을 때,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혹시라도 그저 오해나 해프닝이 아닐까 생각했다.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버텼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자, 그 어떤 칼보다 더 깊고 차갑게 가슴을 후벼 팠다....[무슨 일이야?]중현의 차갑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전의 따뜻함은 어디에도 없었다.이젠 마치,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형식적인 말투였다.강솔은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설마 지금 내가 뭐하는 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야?]돌아온 건 반문이었다.그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졌다.‘그래, 이제 나한텐 아무 관심도 없겠지.’강솔은 숨을 고르고,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내 캐리어, 돌려줘.”대답 대신 들려온 건 뚝, 통화 종료음이었다.강솔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 안에 있는 건 단순한 짐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증과 여권, 생활의 흔적이었다.‘저 인간이 계속 가지고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하지만 이번엔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연이 힐끗 보면서 물었다.“안 받아? 솔이한테서 온 전화인데?”중현은 무심히 미소 지었다.“일에도 순서가 있지. 지금은 네가 먼저야. 같이 TV나 볼까?”핸드폰이 계속 울렸지만, 그냥 울리게 두었다.받지도 끊지도 않은 채.아연은 남자의 팔에 몸을 기댔다.방금 샤워를 마친 여자는 얇은 슬립 네글리제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몸에서 은은한 향이 퍼졌다.“난 TV 말고, 다른 거 하고 싶은데...”아연이 중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중현이 시선을 내렸다.그녀의 풍만한 가슴선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중현은 한 손으로 아연의 손놀림을 제지했다.“지금은 무엇보다 네 몸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야.”“지금... 나 싫어서 그러는 거지?”아연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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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솔은 잠깐 멍해졌다.그 짧은 순간에, 눈앞의 남자가 완전히 낯설게 보였다.‘그래, 이 사람은 이제 남이야.’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날부터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그제서야 뼈저리게 실감했다.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강솔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래, 내가 중요한 사람은 아니지.”강솔은 감정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돌려줘야지.”“고작 캐리어 하나 가지고... 중현 씨가 그걸 탐낼 리가 없잖아.”아연이 대신 나섰다.“없겠지.”강솔은 담담하게 웃었다.예전처럼 눈물도, 억울함도 없었다.“그냥... 내 짐이 여기 있는 게 찝찝해. 더러운 냄새가 밸 거 같아서 말이지...”강솔의 말에, 중현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하지만 강솔은 더는 아무 감정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캐리어만 줘. 그럼, 바로 갈게.”강솔은 완전히 체념한 사람처럼 보였다.중현의 갑작스러운 냉정함도, 다른 여자에게로 향한 마음도 다 받아들인 듯이.“지안이가 내가 이 캐리어 갖고 나가는 거 봤는데?”중현이 말했다.“HS 그룹 차남께서 똑같은 거 하나 더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강솔 자신도 의아했다.왜 이렇게 빨리 상대를 체념하고 모든 걸 놓아 버렸는지. 그냥 허무한 듯 웃었다.“우리 자주 안 보는 게, 서로한테 좋지 않겠어?”강솔은 이 한 마디를 또박또박 내뱉었다.그 말 속엔 더 이상 어떤 미련도 없었다.중현은 한참 그녀를 바라봤다.혹시라도 투정이 아닐지 생각했지만,아무리 봐도 그 눈빛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캐리어 가져와.”중현은 경호원에게 얘기했다.잠시 후, 경호원은 밝은 베이지색 캐리어 하나를 거실로 갖고 내려왔다.캐리어를 받아 든 강솔은 캐리어 지퍼를 열었다.‘캐리어 받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줄 알았는데...’아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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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중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의가 아니면, 내 성을 갈겠어!’중현이 그렇게 생각할 만큼, 강솔의 행동은 확실했다.카드를 떨어뜨린 게 아니라, 버린 거였다.“중현 씨가 준 걸 어떻게 이렇게 버릴 수 있어?”아연이 서둘러 허리를 굽혀 카드를 주워들었다.손끝으로 그 카드를 꼭 쥔 채,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애틋하게 바라봤다.“그래도 이건, 중현 씨가...”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강솔은 이미 캐리어를 들고 나간 뒤였기에....곧장 차에 오른 강솔의 목적지는 소담의 집.아직 새로 머물 집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짐을 맡길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지금은 거기 있는 게 제일 안전해.’...소담은 문을 열자마자, 놀란 눈으로 강솔을 바라봤다.하루 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그 개 또라이 쓰레기 같은 놈이 또 뭔 짓을 벌였지? 그렇지?”“응.”강솔은 짧게 대답했다.소담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진짜 미친 새끼네. 인간이냐, 그 새끼가?”강솔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오늘 점심때 짐을 가지러 갔더니, 소아연 앞에서 내 캐리어를 검사하겠대.”“내가 뭘 훔쳤을지도 모른다고.”말은 차분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그리고 오후에 전화했을 땐... 소아연이 벌써 옆에 있더라.”“그러면서,‘중현 씨, 나 샤워 끝났어.’ 이러더라고.”소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완전 제정신 아니네, 그 새끼. 뇌가 있긴 한 거야?”친구의 분노가 오히려 위로되었다.강솔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담아.”“응?”“나 좀 안아 줘.”그 말엔 울음보다 더 큰 절망이 묻어 있었다.소담은 바로 강솔을 안아주었다.단단하고, 따뜻하게.강솔은 처음엔 버티려 했다.‘울면 안 돼. 지금 울면 더 초라해져.’그렇게 이를 악물었지만, 눈물이 제멋대로 쏟아졌다.콧등이 시큰거리면서 어깨가 자꾸 들썩였다.마음이 갈기갈기 찍어졌다.“괜찮아, 그냥 시원하게 울어. 참지 말고, 그냥 다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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