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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91 - Chapter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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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장

소만리와 기모진이 집을 막 나서려는데 갑자기 기모진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기 너머의 젊은 여인은 자신이 어느 병원 간호사라고 했다.간호사가 하는 말을 듣고 기모진과 소만리는 의논을 했고 바로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남연풍은 침대에 누워 벽에 걸린 시계에 시선을 꽂은 채 1분 1초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다.마침 병실 문이 열렸고 남연풍은 기대했던 소만리와 기모진이 온 줄 알았지만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고승겸이었다.고승겸은 남연풍의 얼굴에 가득한 기대가 갑자기 실망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누굴 기다리고 있어?”고승겸은 의아한 듯 물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승겸이 한 말은 무시한 채 눈을 감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그런 남연풍을 보며 고승겸은 침대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따가 나랑 같이 산비아로 갈 거야.”남연풍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당신이랑 산비아로 가지 않을 거야.”“돌아가면 안나와의 결혼은 파기할 거야. 그러면 당신은 명실상부한 내 아내가 되는 거야.”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당당한 자작 공자가 하반신이 마비가 된 여자를 아내로 삼겠다고? 당신 집안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신 마음도 조금 있으면 변할 거야.”“내 마음?”“그렇지 않을 것 같아? 당신의 목표는 산비아 왕실의 계승권인데, 나 같은 폐인이 당신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당신이 그 악마 같은 여자랑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듣고 고승겸의 얼굴에는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이미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안나가 남사택과 초요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미 벌어진 비극은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고승겸, 분명히 말해 두겠어. 당신과 나 사이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여기서 끝이야. 내 뱃속의 아이도 없어졌어. 이는 하늘도 우리가 함께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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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장

그녀는 소만리와 기모진을 자신의 가족이라 칭하며 간호사에게 부탁했고 그들이 그녀를 데리러 오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고 말았다.그녀가 그들 부부를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는데 어떻게 그들이 그녀를 도울 수 있겠는가?남연풍이 하염없이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소만리와 기모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다가오는 부부를 보며 남연풍의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정말 올 줄은 몰랐어요.”남연풍의 눈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무슨 부탁을 하려고 우릴 부른 거예요?”소만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고승겸은 한 시간 후에 나를 데리고 경도를 떠나 산비아로 갈 거예요.”소만리는 간절함에 가득한 남연풍의 눈을 바라보았다.“나에겐 이제 이 세상에 남은 가족이 없어요. 친구도 없어요. 당신들이 날 친구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남사택과 초요를 봐서 날 한 번만 도와줘요. 염치없는 부탁인 거 알아요. 그렇지만 한 번만 부탁할게요.”간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남연풍의 말을 들으며 소만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도와줄게요. 하지만 그건 남사택이나 초요 때문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에요.”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차츰 소만리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남연풍의 눈가가 먹먹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는 느낌은 처음이었다.“고마워요.”남연풍은 흐느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지체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얼른 절차를 밟아 남연풍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남연풍은 몸이 여러 군데 부러졌고 하반신은 마비가 되어서 들것에 누워야 했다.그들이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고승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당신, 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군.”고승겸은 오만하게 눈을 치켜뜨며 소만리와 기모진을 쏘아보았다.“그들이 당신을 데려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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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장

소만리와 기모진이 남연풍을 데리고 가려는데 갑자기 여지경이 들어와 문을 막아섰다.소만리는 여지경이 그렇게 억지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다가가 말했다.“여사님, 여사님은 사리에 밝은 분이시잖아요? 남연풍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남연풍은 산비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여지경은 소만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 걱정하지 마. 난 당신들을 막으러 온 게 아니야. 난 단지 미스 남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미스 남.남연풍은 들것에 실려 누워서 여지경이 자신을 향해 부르는 호칭을 들으며 잠시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여지경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를 이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미스 남'이라는 말은 그들의 관계에서 철저히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단어였다.남연풍은 여전히 정신이 멍해져 있다가 여지경이 묻는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미스 남, 정말 우리와 함께 산비아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어? 승겸이를 다시는 안 볼 거 확실해? 이제 우리 고 씨 집안사람들과는 상관없다는 거지?”여지경의 말투는 온화하게 들렸지만 남연풍은 이 질문이 세상 무겁게 느껴졌다.그녀는 자신을 계속 보고 있는 고승겸의 시선을 느꼈다. 그의 눈빛이 이렇게 뜨겁고 깊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그러나 남연풍은 고승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여지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그래. 알았어.”여지경은 흔쾌히 대답하며 고승겸을 돌아보았다.“승겸아, 엄마 말대로 해. 이제부터 미스 남 방해하지 마.”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바뀌었다.그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고승겸이 잠자코 있자 여지경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말했다.“승겸아, 엄마가 하는 말 들었어? 더 이상 미스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돼. 미스 남 말이 맞아. 우리에겐 그녀가 어디로 갈지 결정할 권리가 없어. 넌 그녀한테 남편도 애인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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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장

”네 것이라면 결국 너한테 돌아올 거야. 네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강요해도 소용없어.”여지경의 말에 고승겸의 눈을 가득 채웠던 소유욕이 한순간 잿빛으로 변했다.“그녀를 보내 줘. 우리도 돌아가야 해.”고승겸은 여지경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남연풍이 떠나가는 쪽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초점이 점점 흐려졌다....남연풍의 뜻에 따라 소만리와 기모진은 남사택이 살던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그곳은 사실 그녀의 부모님이 오래전에 남긴 집이었다.집에 들어서자 남연풍은 원래 자기가 쓰던 방으로 옮겨졌다.예전에 이 집에는 세 사람이 살고 있었고 분위기도 그렇게 시끌벅적하지 않았다.그러나 예전과 비교해 보니 지금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남연풍의 몸이 스스로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어서 소만리는 누군가 그녀를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남연풍은 소만리의 호의를 거절했다.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원하지 않았고 단지 여기서 자생자멸하며 이 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남연풍의 어두운 마음을 간파한 소만리는 한마디 충고했다.“남사택은 당신이 이러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초요도 마찬가지예요. 더 이상 스스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랄 거라구요. 이건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슬프게 할 뿐이에요.”남연풍은 눈시울을 붉히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 세상에 나를 신경 써 주는 사람은 이제 없어요.”그녀는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았다.“해독제 받았죠? 상자 안에 용법을 써 놓았으니까 기모진의 몸속에 있는 독소는 곧 완전히 제거될 거예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속죄인 셈이죠.”“날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제 나 좀 혼자 있고 싶어요.”남연풍은 소만리와 기모진이 지금 떠나주기를 에둘러 말했다.소만리는 남연풍을 혼자 두는 것이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소만리, 우리 이제 돌아가자. 요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잖아. 혼자 있고 싶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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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장

고승겸은 베개를 살포시 들어보았다. 작은 노트였다.겉표지에 쓰인 글씨는 의심할 여지없이 이것이 남연풍의 것임을 한눈에 알게 해 주었다.고승겸이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남연풍의 일기장이었다.내용은 AXT69의 해독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의 실험 데이터를 기록한 것이었다.역시 그녀는 해독제를 만드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녀는 작은 데이터 하나하나도 모두 꼼꼼히 기록해서 다음 데이터가 더 완벽해지도록 노력했다.고승겸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훑어보다가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인 해독제가 완성되는 날의 기록까지 왔다.고승겸은 실험 데이터를 기록해 놓은 곳 말미에 남연풍이 쓴 코멘트를 보았다.이를 본 고승겸의 두 눈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일기장을 쥔 손가락이 떨림과 동시에 눈에서는 시커먼 증오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갑자기 일기장을 덮었고 온몸이 사나운 기운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남연풍의 침실에서 나왔다.그때 마침 여지경은 고승겸을 찾아 위층으로 올라왔는데 고승겸이 노기 어린 얼굴로 황급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승겸아, 너 왜 그래? 우리 산비아로 가야 돼.”“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고승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여지경은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남연풍 만나러 가려는 거야? 잠시 연풍이를 혼자 좀 내버려둬. 방해하지 말고.”“저 분별없는 사람 아니에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다 알아요.”고승겸은 여지경이 끼어들 틈도 없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성큼성큼 내려갔다.“승겸아, 승겸아!”여지경은 말리고 싶었지만 고승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남연풍은 혼자 침대에 누워 깊은 잠을 잤고 일어났을 때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다.그녀는 소만리가 떠나기 전에 약간의 음식과 물을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간 것이 떠올랐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역시나 음식과 물이 있었다.그러나 순간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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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장

남연풍은 힘겹게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인 손톱깎이를 손에 쥐었다.사택아, 엄마 아빠, 초요,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한 내 아기. 내가 속죄하러 갈 테니 기다려 줘.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톱깎이를 자신의 손목에 대고 조용히 눈을 감고 죽음을 결심했다.그런데 그녀가 손톱깎이를 손목에 그으려 했을 때 마침 침실 문이 확 열렸다.남연풍은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눈물로 흐려진 그녀의 눈동자에 차갑고 어두운 표정을 한 고승겸의 모습이 들어왔다.성큼성큼 다가오는 고승겸을 바라보며 남연풍은 손에 쥔 손톱깎이를 움켜쥐었고 눈에는 초조함과 반발심이 드리워졌다.“고승겸, 왜 넌 자꾸 날 방해하고 못살게 구는 거야?”남연풍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예전에는 그녀가 그토록 많이 사랑하던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짜증만 나는지 그녀도 모를 일이었다.고승겸은 냉랭한 얼굴로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그는 모든 것을 경멸하는 왕처럼 높은 곳에서 남연풍을 힐끔 내려다보았다.“남연풍, 당신은 정말 날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군.”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손을 들어 남연풍의 일기장을 그녀의 곁에 세차게 내동댕이쳤다.남연풍은 고승겸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일기장을 보고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이게 뭔지 기억나지?”고승겸이 얇은 입술을 가볍게 들썩이며 물었다.그는 폭발하기 직전이었고 애써 분노를 참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남연풍을 노려보았다.남연풍은 당연히 자신의 일기장을 알아보았다.얼마 전 AXT69 해독제를 개발할 때 데이터를 기록해 두고 코멘트도 써 두던 것이었다.하지만 갑자기 남연풍의 눈이 번쩍였다.그녀는 해독제를 완성한 날 맨 마지막에 감회를 적어둔 것이 생각났다.고승겸은 남연풍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보자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더 치밀어 올랐다.“남연풍, 너 정말 잘났어!”고승겸은 비꼬며 말했고 그의 눈동자에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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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장

고승겸이 눈을 가늘게 뜨자 음산한 기운이 그의 눈에서 흘러나왔다.남연풍은 마음이 초조해지긴 했지만 이미 죽음도 두렵지 않은 몸이 되었기 때문에 두려움이나 공포는 느끼지 않았다.“고승겸, 내가 선택한 길은 내가 감당할 테니까 더 이상 내 삶에 간섭하지 말아 줘.”“당신이 내 아이를 죽였는데 이제 와서 당신 삶에 간섭하지 말라고? 남연풍, 당신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게.”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하고는 그녀의 턱에서 천천히 손을 떼었다.“고승겸, 뭘 하려는 거야? 뭘 하고 싶은 거냐구? 난 당신과 함께 산비아로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날 강제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남연풍은 강하게 저항했다.고승겸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번졌다.“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남연풍은 입술을 들썩여 보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다만 그녀는 고승겸의 눈 속에서 진한 증오의 불꽃이 타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증오?그녀가 그를 속인 것에 대한 강한 배신감에 증오가 불타오른 것인가?아니면 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그녀에 대한 원망 때문인가?...저녁 무렵, 소만리는 혼자 차를 몰고 남사택이 살던 집으로 갔다.남연풍은 혼자 있고 싶다고 했지만 낮시간을 보내는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어 남연풍이 적잖이 힘들었을 거라고 소만리는 생각했다.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고 게다가 유산한지 얼마되지 않은 환자가 어떻게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을까.소만리는 현관 비밀번호를 기억해 두었기 때문에 쉽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그런데 들어가고 보니 소만리는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남연풍의 방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방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방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소만리가 가까이 가 보니 방 안에 아무도 없었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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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장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성숙했으면 이런 불안한 마음을 가슴속에 담아 둘 수 있었을까.소만리는 가슴 아파하며 아이의 볼에 뽀뽀를 했다.“기란군, 엄마가 약속할게. 앞으로 어딜 가든 기란군에게 먼저 말할게. 다시는 기란군이 걱정하지 않게 말이야. 어때?”기란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쁜 눈을 진지하게 깜빡였다.“엄마, 사실 나도 알아. 어른은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걸. 그래서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말고 착하게 행동해야 된다는 거 나도 잘 알아.”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하게 아파왔다.눈앞의 어린 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기란군, 엄마는 네가 너무 그렇게 빨리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래.”“엄마, 나 즐거워.”기란군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은 서일이랑 서윤이도 있잖아. 나 정말 즐거워. 내 여동생이 좀 보고 싶긴 하지만.”순간 기란군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기란군이 말하는 여동생은 당연히 기여온을 가리켰다.소만리는 기란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의 여린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여온이가 지금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 병이 다 나으면 엄마가 여온이 데리고 집으로 올 거야.”“그럼 내가 여온이 보러 병원에 가면 안 돼?”기란군은 기대에 부푼 얼굴로 물었다. 정말 여동생이 많이 그리운 것 같았다.소만리는 아직도 F국에 있는 여온이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음...”기란군은 약간 실망한 듯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소만리가 기란군을 위로하려는데 녀석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그럼 여온이가 병이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릴게. 여온이는 얼른 나아서 집으로 올 거야! 난 믿어!”밝고 명랑한 아들의 대답에 소만리는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도 집으로 돌아왔다.기 씨 집안은 확실히 요즘 떠들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쨌든 식구가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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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장

고승겸은 점점 얼굴이 어두워졌다.“그 대가로 나와 그녀의 아이가 피투성이가 되었지.”이 말을 하는 순간 고승겸의 눈에서 증오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허.”그는 또 헛웃음을 지으며 아주 불쾌한 눈빛으로 소만리와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자식이 셋이지? 부모가 된 기분은 당연히 행복하고 좋겠지? 자식이 죽으면 부모로서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고승겸.”기모진이 고승겸의 말을 끊었다. 기모진은 더 이상 고승겸의 말을 참고 들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세 자식을 두고 저주스러운 말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고승겸, 남연풍이 유산을 하게 된 것은 당신이 남사택과 초요를 간접적으로 죽였기 때문이야. 그녀에게서 살아갈 희망을 빼앗아 이 세상에 미련이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당신은 그걸 자꾸 우리 부부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어.”기모진의 말에 고승겸은 다시 비웃으며 말했다.“기모진, 당신 정말 그렇게 알고 있는 거야?”“사실은 말이야. 처음부터 그녀가 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는 거야. 왜냐하면 그녀의 몸에는 AXT69 독소가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해독제를 한 번 맞았기 때문에 그 아이는 온전하게 태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지.”그는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기모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 AXT69 독소는 당신이 남연풍의 몸에 주사한 거잖아, 기모진. 그러니까 이제 알겠어? 내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고승겸의 말에는 모든 책임을 기모진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하지만 소만리는 고승겸이 이 모든 책임을 기모진에게 돌리려는 시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승겸, 당연히 우리는 알고 있어. 모르는 사람은 당신이야.”소만리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고승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극도로 불만스럽게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물러서지 않고 증오에 찬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고승겸, 우선 AXT69 독소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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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장

소만리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각자 걸어가는 삶의 길은 자기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고로 책임도 당연히 자기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오늘날 남연풍에게 벌어진 일은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이 모두 그녀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굳이 책임져야 할 다른 사람을 꼽으라면 그 사람은 반드시 고승겸일 것이다.고승겸의 집.여지경은 고승겸이 남연풍을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남연풍을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던 남연풍은 고승겸의 집에 온 후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그냥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여지경은 갓 끓인 제비집 죽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고 남연풍이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찡그려졌다.“지금 네 마음이 지옥 같고 승겸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거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네 몸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어.”여지경은 시중에게 죽 그릇을 달라고 말한 다음 남연풍을 일으켜 앉히라고 지시했다.그러나 시중이 남연풍의 몸에 손을 대자마자 남연풍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여사님 호의는 고맙지만 지금은 전혀 입맛이 없어요.”남연풍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돌려 여지경을 바라보았다.“여사님이 절 집으로 좀 데려다주세요. 전 여기에 있고 싶지도 않고 그를 보고 싶지도 않아요.”여지경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승겸이의 성질 몰라서 그러니? 너희들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승겸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거 너도 알잖니?”남연풍이 여지경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도 항상 여사님 뜻은 존중하잖아요.”“맞아. 승겸이가 항상 내 말은 존중해 주었지. 그렇지만 지금 이 일에 대해 승겸이가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니?”여지경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고 초췌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연풍이 너무나 안쓰러웠다.여지경은 시중에게 나가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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