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명의 왕비: Bab 1891 - Bab 1900

3481 Bab

제 1891화

홍엽은 누구인가“감사합니다. 그런데 군왕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별일이 아니시면 전 가서 아이들을 봐야 해서요.” 원경릉은 최대한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은 게 홍엽의 눈빛이 여전히 불편했기 때문이다.“급한 일 없습니다. 그저 마마를 좀 뵙고 싶어서.”원경릉이 약간 화가 나서, “군왕께서 하신 말씀은 다소 선을 넘으셨습니다. 저와 군왕 사이에 안면이 있다고 해도 친구라 할 정도도 못 됩니다. 군왕의 얘기는 미담이지만 저는 믿지 않아요, 본인은 믿으십니까?”“그럼 다른 얘기는 태자비 마마께서 좀 믿어 주실지도 모르겠군요.”원경릉의 목소리가 싸늘해 지며, “오늘은 얘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얘기 하고 싶으시면 직접적으로 하시기 바랍니다.”홍엽이 과거의 엷은 미소를 거두고 정색하자 일말의 어두운 빛이 눈동자에 어리며, “박사님, 정말 저를 기억 못하시겠습니까?”원경릉이 화들짝 놀라 이상하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홍엽을 쳐다보며, 두 손은 의자 팔걸이를 꼭 쥐었는데 몸이 차갑게 굳어졌다. “뭐라고 하셨죠?”“언젠가 생각이 날 겁니다. 전 기다릴 수 있어요.” 홍엽이 일어났다.원경릉이 바로 일어나며, “말 정확히 해요. 당신 누구예요?”“여기에 나타날 수 있고, 당신의 신원을 알죠. 박사님이 생각해 보세요. 제가 도대체 누구인지.” 홍엽은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나갔다.이 동작은 우문호와 똑같다. 홍엽은 정말 우문호를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잠깐!” 원경릉이 쫓아 나가다 문간에서 갑자기 나타난 못생긴 얼굴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못생긴 여자가 차갑게, “태자비 마마 멈추시지요. 배웅하실 필요 없습니다.”“무엄하다!” 만아가 앞으로 나와 못생긴 여자를 막자 분위기가 험악해 졌다.못생긴 여자가 만아를 보더니 한동안 쳐다보다가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띠더니 사라졌다.만아는 방금 그 여자가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머리털이 쭈뼛이 곤두서며, “그 사람 정말 이상해요. 못생긴 게 꼭 정집사 같아요.”원경릉도 그 얘기를 듣자 정집사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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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2화

소홍천을 시험하다경호에 가기 전에 우문호는 먼저 한 명을 처리해야 했다. 처리의 이유는 이자가 사랑 외에 다른 흑심을 품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전에 소홍천에게 맡긴 몇 가지 임무는 일견 중요해 보이나 사실 그렇게 절박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우문호가 여전히 소홍천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그래서 이번에 우문호가 소홍천을 오라고 해 상자 하나를 주고 직접 셋째형인 위왕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일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 비단 상자 안에 있는 것은 바로 병여도라고 귀뜸해 주었다.소홍천은 깜짝 놀라, “병여도를 왜 위왕 전하께 보내죠? 위왕 전하는 믿을 수 있나요?”“믿을 수 있어. 가져다 주면 돼.” “왜죠?” 소홍천은 전에 일할 때는 보통 묻지 않았지만 병여도는 사안이 막중하므로 위왕의 손에 떨어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아직 위왕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아바마마께서 은밀하게 병기와 전차를 대량으로 주조할 것을 명 하셨어.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는데 제일 좋은 건 셋째형이 있는 강북 일대라, 넌 가기만 하면 돼. 반드시 직접 셋째 손에 쥐어 줘야 해. 매우 중대한 안건이니 몇 명 데리고 가면서 절대 보안을 지키고.” 우문호가 신중하게 말했다.소홍천이 황제의 성지란 얘기를 듣고, 병장기를 제조하는 건 보통 극비사안으로 더이상 따지지 않고 상자를 받아서 갔다.소홍천이 홍매문에 도착해 무공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내일 같이 떠나자고 했다.“멀리 가나?” 임소는 지금 홍매문에 묵고 있어서 소홍천의 엄숙한 태도를 보고 물었다.소홍천이 비단 상자를 내려놓으며 임소에게 작은 소리로, “맞아요, 강북부에 좀 다녀올 게요. 아마 보름쯤 걸릴 거예요.”“강북부에 간다고? 그렇게 멀리?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내가 같이 갈까?” 소홍천이 그러자고 하고 싶지만 참고,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오래 시간을 낼 수 있겠어요?”임소가 소홍천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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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3화

깊은 상처우문호도 소홍천이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비록 임소는 정말 안심이 안되는 인간이지만 감정 문제는 때론 사람의 인품과 무관하다. 만약 임소가 소홍천에게 어느 정도 진심이라면 앞으로 반드시 소홍천에게 잘할 것이다.다음날 아침 일찍 서일이 소월각 문을 열고 달려 들어와 목소리를 낮추고, “태자 전하, 소홍천 문주께서 오셔서 본관 밖에 꿇어 앉아 계십니다.”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옷을 대충 꿰어 입고 맨발로 나가, “밖에 꿇어앉아 있다고?”서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에는 상처가 있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먼저 가서 소문주를 보고 있어, 내가 바로 갈 테니.” “예!” 서일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우문호가 침대로 돌아오자 원경릉도 일어났다. 부부는 마주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두사람은 재빠르게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약상자를 들고 나갔다.소홍천이 본관 밖 마당에 꿇어 앉아 있는데 옷은 얇고 어깨와 팔에 상처가 난 데다 입술엔 핏자국이 있고 머리는 산발이다. 찬바람을 맞고 꿇어앉아 있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사식이가 옆에서 권하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완강하게 꿇어 앉아 있다.“전하!” 우문호 부부를 보고 소홍천이 고개를 들고 코맹맹이 소리로 불렀다. 복숭아처럼 퉁퉁 부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일어나!” 우문호가 소홍천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아뇨!” 눈물이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병여도를 잊어버렸어요. 전하 저를 죽여주세요.”“원 선생, 당신이 일단 상처를 봐줘, 서일은 서재로 날 따라오고.” 우문호가 한 마디를 남긴 뒤 서재로 갔다.원경릉이 앞으로 다가와 소홍천을 부축하는데 팔에 상처는 비교적 심해서 찢어진 옷 안에 상처가 벌어진 걸 볼 수 있었는데, 뼈가 다 드러나고 상처의 양쪽 끝을 밧줄으로 묶어 지혈 해 둔 상태였다.어깨는 검으로 한 차례 베었으나 상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사식이가 부축하는 걸 돕고, 방으로 들어가 원경릉이 상처를 처리하는 동안 소홍천은 말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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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4화

소홍천의 통곡소홍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을 한동안 뚫어지게 보더니 느릿느릿, “사람을 잘못 믿었어요. 제가 다친 건 중요하지 않은데 병여도를 잃어버렸어요. 만 번을 죽어도 죄값을 치를 수 없어요.”원경릉은 그 병여도 가짜라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건 우문호가 소홍천과 할 얘기다.“마마는 그가 이상하다는 걸 일찌감치 아셨죠?”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전 사람을 잘 볼 줄 몰라요, 하지만 태자 전하는 계속 그를 믿지 못했죠. 왜냐면 그가 전에 소문주를 다치게 했으니까요.”소홍천이 자괴감으로 비웃으며, “전에 손왕비 마마를 무시했던 적이 있어요. 좋고 나쁜 걸 구분을 못하고 자신에게 악담하는 손왕비를 태자비 마마는 반대로 구해냈죠. 그걸 본 제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말이죠.”사식이가 듣고 놀라서, “임소가 다치게 한 건가요? 그 사람이 왜 이렇게?”“병여도 때문이죠. 내 곁에 온 건 목적이 있어서 였어요.” 소홍천이 심호흡을 하더니 증오와 집착으로 혼란한 가운데 자책감이 가득했다.“일단 상처를 치료해요.”소홍천은 마취 후 봉합하는 것을 계속 거부하고 상처가 너무 깊어 몇 층이나 봉합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통이 참기 힘들었다.소홍천이 고집을 부리며 눈도 깜짝하지 않았고, 이런 고통은 그녀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그렇다. 깊이 사랑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마음의 고통은 때론 육체의 고통보다 훨씬 사람을 무너뜨린다.봉합을 마치고 소홍천은 전신이 땀에 젖고 모공이란 모공은 전부 파르르 떨고 있는데, 사식이가 가슴이 아파 땀을 닦아주고 마음속으로 임소를 천만번 저주했다.상처를 봉합하고 나서 원경릉은 소홍천을 쉬게 하고 서재로 가서 우문호를 만나려고 하는데 소홍천은 바로 같이 서재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하는 수 없이 원경릉과 사식이가 소홍천을 부축하는데 고통을 참는 소홍천의 걸음은 심하게 비틀거려서 사식이가 버티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다.서재에 도착하자 우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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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5화

경호의 물우문호가 소홍천 대신 한바탕 욕을 한 뒤, “사람을 쫓으러 보냈어. 네가 원하면 체포동의안을 발급해 전국에 수배하도록 하지.”소홍천이 이를 갈며, “발급하세요!”한번은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홍천은 두번이나 다친 자신을 용서할 수도, 그를 용서하지도 못하겠다. 그동안 어렵게 천천히 헤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소홍천은 눈도 마음도 먼 상태도 그를 믿고 고스란히 두번째 상처를 받고 만 것이다. 몇 마디 위로하고 쉬라고 돌려보냈다.경호로 갈 채비를 마쳤으나 소홍천이 상처를 입은 게 부부의 마음을 상당히 괴롭게 했다.“사식이가 그러는데 소문주 쌍칼을 쓴다면서, 왼손은 앞으로 칼을 못 쥘 텐데.” 원경릉이 암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소홍천이 하는 무공이 여러 개라 쌍칼을 못 써도 검을 쓸 수 있어. 알아서 조정할 거야. 내가 걱정하는 건 앞으로 사랑에 완전 담을 쌓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원경릉도 그 말에 동의했다. 소홍천이 전에 쭉 보여준 단념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소와 헤어진 지 그렇게 오래 됐는데도, 결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바보같이 임소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것이다.다음날 두 사람은 사식이 부부를 데리고 경호로 갔다.경호에선 옥허도인이 직접 맞이했다. 방원도장에 대해 물으니 옥허도인이 탄식하며 사숙조가 또 경호에 뛰어들며 여행을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여행이요?”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말 멋대로 네. 가고 싶으면 가고, 어느 시공을 가든 다시 돌아올 방법을 찾고.’옥허도인이 상당히 걱정하며, “사숙조가 이번엔 그릇을 잔뜩 들고 갔는데 값이 나가는 게 아니었어요. 여정동안 구걸을 할 계획인 건지 원.”우문호도 약간 놀라며, “그릇을 가져갔다고? 은자는 안가지고 가고?”“은자는 가져 가지 않았습니다. 지폐를 좀 가져가라니까 필요 없다고. 거기서는 지폐를 쓰지 않는다고 해요. 아니 지폐를 못 쓰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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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6화

도랑과 트렁크경호 동남쪽에 작은 도랑이 있어 물이 졸졸 경호에서 흘러 나간다. 물은 대나무 관을 따라 흘러내려 가는데 쭉 더 내려가면 밭이 나온다.옥허도인이, “소승이 너무 큰 도랑은 감히 팔 엄두를 못 낸 게 문제가 생길 까봐.” 어쨌든 경호는 상당히 이상한 곳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었으면 옥허도인도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우문호는 근처 도랑을 보니 분명 조그마한 소용돌이가 있다. 순리대로 아래로 흐르는 거면 이렇게 소용돌이가 생겨서는 안된다.“내 생각에 밑으로 물이 흐르는 게 아닌가 싶어.” 우문호가 말했다.서일이 엎드려 둑에 고개를 내밀고 수면에 닿지 않은 채 아래를 주목해보니 소용돌이가 보이는 곳은 거의가 콸콸하는 소리가 들린다.“도장, 홍엽 공자가 산에서 묵을 때 수로를 파지 않았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옥허도인이, “산에 관개할 물이 없는 것을 알고 홍엽공자가 소승에게 수로를 뚫어 물을 대는 걸 제안했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그자 생각이었어, 이 도랑이 장인 어른이 물건을 못 받으신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모르겠어. 하지만 이번에 물을 끌어 댄 이후로 확실히 전에 못 봤던 소용돌이를 봤고, 이 소용돌이가 관건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원경릉은 자신이 경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조금은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도장, 우리가 볼 테니 먼저 돌아가시죠.” 서일이 말했다.옥허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예를 취하고 갔다.“홍엽이 호의로 산중의 도인에게 제안을 한 건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지 지금 우린 알 수 없어. 만약 다른 의도가 있었으면 이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홍엽을 찾아가라고 강요하는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이 하지 않은 한마디는 만약 후자가 진짜라면 홍엽이 경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원경릉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홍엽도 시공을 넘어 온 건가? 어느 시공에서 온 거지? 그 가능성이 어쩌면 그렇게 크지 않은 게 홍엽은 병여도를 알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시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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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7화

트렁크 발견동영상은 탁톡에 올려져 있는데 이 영상을 올린 사람은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나운산(羅雲山)에 갔다. 놀랍게도 리트리버가 수풀에서 트렁크를 하나 꺼내 왔고 트렁크는 악간 낡은 채 비밀번호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트렁크를 파출소에 가져다 줬으며 당연히 동영상을 업로드한 목적은 자신이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았다는 걸 밝히기 위해서다.동영상에서 본 그 트렁크는 브랜드, 색, 모델명, 찌그러진 위치까지 우리집 것과 같은데 트렁크가 더럽고 산중에서 오래 방치되어 개가 끌고 나올 때 진흙과 썩은 낙엽이 묻은 듯 했다.오빠는 차 키를 들고 달려나갔다.한동안 애를 끓인 뒤에 마침내 트렁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경찰이 트렁크를 열어봤는데 비밀번호를 몰라서 비틀어 열었지만 핸드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열어보지 못해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안에 물품을 정리해 보니 만두가 말한 것에서 빠진 게 없었다.휴대폰은 배터리가 없고 파출소에 있을 때 오빠의 휴대폰과 연결되는지 검사하기 위해 현장에서 충전했는데 오빠가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누르니 휴대폰이 켜지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 폰에 전화를 걸자 통화가 됐다. 경찰이 자연스럽게 트렁크가 왜 산속에 있었냐고 묻자 오빠가 오면서 만든 거짓말로 그럴 듯 하게 산에 여행 왔다가 갈 때 큰 비가 내려서 트렁크를 가져가는 걸 깜박했다고 했다.민둥산에 여행을 왔다는 게 미심쩍긴 하지만 확실히 휴대폰은 그의 것이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파출소에서는 트렁크를 그에게 주었다.오빠는 날듯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폰을 충전하며 어서 영상을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집에 돌아오자 배터리가 꽉 차서 셋은 같이 둘러앉아 동영상을 시청했다.“엄마가 안색이 괜찮으신 게 그쪽도 살기 괜찮으신 가봐.” 할머니 영상을 보고 원교수가 흐뭇해 했다.오빠가 다음 영상을 틀자 우리 떡들이다.“세상에, 세상에, 어쩜 이렇게 닮았지? 너무 잘 생겼네, 정말 귀엽다!” 엄마가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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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8화

트렁크의 비밀다섯번 째 영상은 경릉이 거였다.그녀는 나한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폰은 나한상 앞 티테이블에 두고 있나 보다. 눈가가 빨간 게 울고나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것 같다.미소 띤 얼굴로 살짝 숨을 고르더니, “아빠, 엄마, 오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얘기하는 건 진짜 이상한 기분이야, 방금 본 건 남편이랑 애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야, 행복해. 처음 여기 왔을 땐 좀 방황했지. 일도 잃어버리고, 가족도 잃어버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남편이 있어서 내내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알콩달콩 지내. 오빠, 여자친구 만나라. 솔로 못써. 아빠, 나한테 실망한 거 아냐? 지금 주부로 살아서 연구과제는 비장의 수단으로 숨겨둘 수밖에 없어. 엄마, 앞으로 다시는 나때문에 울지 마. 엄마아빠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늘 엄마아빠가 건강하고 즐겁기를 바래. 날 잃어버린 게 아니야, 난 다른 시공에서 살고 있을 뿐.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뚝. 경호는 계속 계산 해서, 이생에 엄마아빠랑 다시 만나는 게 내 가장 큰 꿈이야.”셋은 보고 또 봤다. 눈 깜박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들었다.“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걱정하다니 하여간 오지랖이라니까.” 오빠가 웃으며 울었다.엄마는 손가락으로 액정 너머 원경릉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도 입가엔 웃음꽃을 피운다. 꿈꾸듯이 원교수에게, “걔가 태어날 때 기억나세요, 당신이 침대 곁에서 걔를 안고 달도 못 채우고 태어났는데 이렇게 크다며 굉장하다고 했죠, 걔가 세 살 때 당시(唐詩)를 외우니까 당신이 정말 굉장하다 그랬죠. 유치원 다닐 때 매일 100점 스티커를 받아올 때도 당신은 진짜 굉장하다고 했어요.”원교수가 아내를 품에 안고 한숨을 쉬면서도 흐뭇하게, “그래, 걔는 항상 굉장했지. 어릴 때부터 다 커서도, 걔는 우리의 자랑이야.”“전부 어제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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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9화

닮은 사람원경릉이 다 듣고 신기한 게 어째서 나운산이지? 나운산이랑 백운산은 100km이상 떨어져 있고 위치도 나운산은 동경 23도 북위 114도고, 백운산은 동경 113도 북위 23도다. 시간상으로도 차이가 있는 게 정확한 도달 시간은 알 수 없다고 해도 원래 동일 시점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그리고 외삼촌 친구가 양자전송이란 개념의 가설을 세웠는데, 양자가 적절한 자기장에 얽히면 시공의 터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이건 일종의 가설에 불과해서 자세히 연구해봐야 안대요.” 만두가 말했다.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에 대해 원경릉이 알고 있는 정도는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정도로 양자얽힘을 이용하면 SF소설처럼 물체가 양자상태로 순간 이동하면 한 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뒤 어떤 매체가 없이도 다른 곳에서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정도다.하지만 현재 양자전송은 정보 전송에 국한되어 있고 물체를 다른 시공간에 전송하는 레퍼런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다음 일은 더욱 복잡하게 변할 듯하다. 게다가 원경릉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 걱정이 앞서 우문호에게 얘기했더니, 글자는 다 아는 건데 모아 놓으니 뜻은 하나도 모르겠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바라보며 ‘날 좀 가르쳐 봐라’하고 멍하니 있었다. 원경릉이 이번에는 가르쳐줄 방법이 없는데다 이건 일종의 가설일 뿐이다. 물론 이 가설은 아무것도 없는 것 위에 뜬금없이 세워진 건 아니다. 적어도 파장이 맞는 자기장에서 시공간의 왜곡 또는 시공간 터널이 발생한다는 걸 제시한 사람이 존재했으며, 실험을 통해 해당 이론을 제시한 게 아니라 이론을 통해서 였다.뭐가 어찌됐든 가족들이 동영상을 봤으니 원경릉은 기뻤다.지금 원경릉 쪽에서 물건을 보낼 수 없지만 집에서 그녀에게 보내는 역방향 전송은 아직 가능하다. 제3터널이 천천히 조정되고 있다고 해도 뒤집어 질 만한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걸 증명한다.경호의 도랑은 아직 메꿔지지 않은 게 산 위에 도인들도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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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0화

홍엽의 과거경악이 진정된 후에 이리 나리는 홍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홍엽의 어머니는 북당 취주(聚州)사람으로 독고와 어떻게 알게 되고 어떻게 독고를 따르게 되었는지는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독고 주변의 오랜 지인은 대부분 죽고 그 일은 상당히 은밀했던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전하는 말에 따르면 독고가 한때 그녀를 총애했으나 그녀가 임신하고 독고를 떠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취주로 가서 홍엽 공자를 낳은 뒤 미혼모가 낳은 아들이라고 현지 사람들에게 무시당해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홍엽을 데리고 단주(端州)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단주 시절 이웃들은 이미 대부분 죽었고 사인은 불분명한데 어떤 사람이 몇 달간 밖에 나가 있어서 살아남았고, 이 그림은 그 사람이 묘사한 대로 화가가 그린 겁니다.”“그 사람들은 누가 죽인 거죠?” 원경릉이 물었다.“아마 독고겠죠. 독고가 그들을 찾아내 단주 이웃을 죽이고, 홍엽의 어머니를 죽였던 겁니다. 어머니는 아주 처참하게 죽었는데 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죽기 전에도 상당한 고통을 당했을 겁니다. 시신이 토막이 나 있는 걸 홍엽이 직접 목격했죠. 독고가 홍엽을 잡아 다가 억지로 보게 했다고 합니다. 배반한 사람의 마지막을 똑똑히 보고 기억하라는 거죠. 그때 홍엽은 14살이었을 겁니다. 엄마를 구하고 싶었지만 결과 독고의 채찍에 맞고 얼굴에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고 해요. 평소엔 분으로 가리고 있지만.”원경릉은 홍엽이 왔던 그날을 떠올리고 얼굴에 확실히 흉터가 한 줄 있었지만 당시는 우문호를 흉내내서 일부러 그린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 흉터는 예쁘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눈에 확 띄어서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원경릉은 부들부들 떨렸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의 14살 된 아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자신의 어머니를 보게 하다니, 상상할 수가 없다. 너무 잔인하다. 소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이리 나리는 계속, “홍엽의 어머니가 죽은 후 독고는 늑대 두 마리를 끌고 와서 홍엽 앞에서 늑대에게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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