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의 비밀다섯번 째 영상은 경릉이 거였다.그녀는 나한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폰은 나한상 앞 티테이블에 두고 있나 보다. 눈가가 빨간 게 울고나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것 같다.미소 띤 얼굴로 살짝 숨을 고르더니, “아빠, 엄마, 오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얘기하는 건 진짜 이상한 기분이야, 방금 본 건 남편이랑 애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야, 행복해. 처음 여기 왔을 땐 좀 방황했지. 일도 잃어버리고, 가족도 잃어버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남편이 있어서 내내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알콩달콩 지내. 오빠, 여자친구 만나라. 솔로 못써. 아빠, 나한테 실망한 거 아냐? 지금 주부로 살아서 연구과제는 비장의 수단으로 숨겨둘 수밖에 없어. 엄마, 앞으로 다시는 나때문에 울지 마. 엄마아빠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늘 엄마아빠가 건강하고 즐겁기를 바래. 날 잃어버린 게 아니야, 난 다른 시공에서 살고 있을 뿐.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뚝. 경호는 계속 계산 해서, 이생에 엄마아빠랑 다시 만나는 게 내 가장 큰 꿈이야.”셋은 보고 또 봤다. 눈 깜박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들었다.“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걱정하다니 하여간 오지랖이라니까.” 오빠가 웃으며 울었다.엄마는 손가락으로 액정 너머 원경릉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도 입가엔 웃음꽃을 피운다. 꿈꾸듯이 원교수에게, “걔가 태어날 때 기억나세요, 당신이 침대 곁에서 걔를 안고 달도 못 채우고 태어났는데 이렇게 크다며 굉장하다고 했죠, 걔가 세 살 때 당시(唐詩)를 외우니까 당신이 정말 굉장하다 그랬죠. 유치원 다닐 때 매일 100점 스티커를 받아올 때도 당신은 진짜 굉장하다고 했어요.”원교수가 아내를 품에 안고 한숨을 쉬면서도 흐뭇하게, “그래, 걔는 항상 굉장했지. 어릴 때부터 다 커서도, 걔는 우리의 자랑이야.”“전부 어제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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