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Bab 1221 - Bab 1230

2543 Bab

제1221화

서해금은 말을 마쳤다. 유현진은 빠르게 현장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것을 눈치챘다.조금 전까지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대하던 한태진의 표정도 다소 차가워졌다. 그리고 공영선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졌다.술잔을 들고 있던 한준웅은 그저 입술을 틀어 물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민준도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줌마.”송병천은 어색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서해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혈압약을 깜박하고 안 가져가셨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제가 가져왔죠.”송민준은 입술을 틀어 문 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혈압약은 심장질병에 먹는 약처럼 긴급상황에 먹는 약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굳이 매일, 매 순간 몸에 약을 지닐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송병천은 별다른 생각 없이 약을 받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보내도 되는데, 왜 직접 온 거야?”서해금이 답했다.“아저씨랑 아주머니께서 한주시에 이렇게 오래 머물고 계신 건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한 번쯤은 뵈러 올까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현진이, 현진이는 당신이 그동안 그렇게 집에 데리고 오고 싶어 했던 당신 딸이잖아요. 저도 당신이랑 친딸을 만난 기쁨을 같이 느끼고 싶었어요.”송병천은 다소 난감해졌다.한씨 집안의 두 노부부는 그의 재혼에 비록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불쾌한 심정 정도는 송병천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게다가 이번은 현진이와 가족 사이임을 밝히는 자리였기에 서해금이 이 자리에 나타나는 건 확실히 부적절했다.송병천이 나직하게 말했다.“당신 먼저 돌아가게. 나중에 현진이가 다시 어느 때에 시간이 난다면 그때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할 테니까, 오늘은 그냥 어르신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게.”서해금은 다소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지 않고 오히려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아저씨랑 아주머니께 몇 마디 하게 해줘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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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유현진은 목이 메어오는 것 같았다.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미묘해졌다.결국, 송병천이 먼저 말을 꺼냈다.“현진아, 받아. 그냥 어른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유현진은 하는 수 없이 받으며 예의상 감사 인사도 했다.공영선은 한참이나 서해금을 뚫어지게 보다가 고개를 돌려 한준웅에게 말했다.“준웅아. 가서 수저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해라.”서해금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전 괜찮아요, 아주머니. 어차피 지금 가려고 했어요.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병천을 보며 말했다.“집에 있는 방은 제가 얼른 치워볼게요. 나중에 현진 씨가 들어와 살아야 하니까요. 가람이 방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 가람이한테 바꾸라고도 말해볼게요. 얼른 아이를 집에 데려와야죠.”송병천의 표정이 다소 부드러워지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그래, 수고 좀 하게.”서해금은 웃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뭘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바로 떠나버렸다,비록 서해금이 갔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다소 서해금이 등장하기 전보다 무거워졌다.그녀는 한태진과 공영선의 기분이 살짝 불쾌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위가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속으로 어느 정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사실 그녀도 다소 신경 쓰였다. 특히 서해금이 방금 선심을 쓰는 듯한 그 어투는 마치 그녀가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닌 낯선 가정에 끼어든 침입자 같게 들려 기분이 불쾌했다.그녀는 송씨 가문으로 들어갈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식사 계속하죠.”한준웅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꺼냈다. 그리곤 웃는 얼굴로 유현진에게 물었다.“현진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많이 많이 먹어. 우리 집안엔 그렇게 복잡한 규칙 같은 거 없으니까 눈치 볼 필요도 없어.”유현진도 많이 누그러진 모습으로 답했다.“알았어요, 삼촌.”한준웅은 멈칫하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 한태진에게 말했다.“아버지, 들으셨죠? 얼른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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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3화

20분 전.강한서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한성우와 가격 흥정을 하고 있었다.“네가 알아보라고 한 사람 때문에 내가 새벽 3시 반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어! 그런데 200만 원? 내 고생이 200만 원이라고? 적어도 2억 정도는 줘야 할 거 아니야!”강한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2억? 네가 2억 받을 정도가 된다고 생각해?”한성우가 강한서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전부 한성우의 뻔뻔함 덕분이었다. 그랬기에 이 정도 타격은 그에게 솜방망이였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내가 왜 그 정도 받을 자격이 없는 건데?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내가 네 예전 장인어른 일로 밤을 얼마나 많이 샜는데! 밤새우는 게 쉬운 줄 알아? 건강에 안 좋다고! 내가 거의 매일 밤 자지 않고 알아봤어! 그런데 내가 밤을 새운 대가가 2억도 안 된다고? 네가 예전에 술집에서 다쳤을 때도 네 와이프가 나한테 5억을 달라고 했어! 너는 그만한 가치가 있고, 나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그때의 5억만 생각하면 한성우는 이가 갈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검소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반드시 이 기회에 그 돈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강한서는 유현진에게서 배운 가격 흥정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네가 앞으로 안 다치게 될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 만약 그때 내가 아니었으면 병실에 누워있는 건 너였어. 나한테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지금 억울하다는 거냐? 병실에 누워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넌 이미 충분히 돈 굳었어.”한성우의 입가가 파를 떨려왔다.“이 개자식! 이젠 형수님과 사귀고 있으니까 끝이라 이거지?! 나한테 저주를 해? 너야말로 미래에 병실에 누워있을 거야! 형수님이 네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 너에게 질려서 구정물을 너한테 확 쏟아부을지도 모르지!”강한서는 등받이에 기대며 입꼬리를 올렸다.“현진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야말로 미래에 병실에 입원하게 되면 누가 챙겨줘? 계속 차미주를 속일 거냐?”“...”한성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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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그는 유현진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부터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유현진이 자신의 사촌 누나라는 것을 알게 될 한열이 당장 죽일 기세로 송민준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주차장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열이 이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인 줄만 알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던 강한서의 손가락이 톡톡 소리를 내고 있었고 바로 휴대폰을 들고 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한열의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인이 강한서라는 것을 발견한 뒤 그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여신의 전남편이자 현남친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누가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전에 그의 도움을 받았었던 한열은 통화 수락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인데요?”한열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훤히 알렸다.강한서는 딱히 화가 나지 않았다. 여하간에 그는 어차피 미래에 그의 사촌 형부가 될 것이었고 인성이 개판인 송민준보다 자신의 인성이 한결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왼쪽을 봐.”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한열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열의 시야엔 벤츠 한 대가 창문을 스르륵 내리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고 운전석에는 강한서가 휴대폰을 들고 앉아 있었다.강한서는 전화를 끊고 손을 들어 가까이 오라는 제스처를 보였다.한열은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다가갔다.“여기서 뭐 해요?”강한서가 답했다.“친구 기다려.”‘여자친구.'“아, 네.”한열은 담담하게 말했다.“근데 저한텐 왜 전화했어요?”강한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난번 그 요리는 어땠어? 네 현진이 누나가 대신 물어봐달라고 했거든. 그런데 내가 깜박 잊고 있었지 뭐야. 맛있었냐?”“...”한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날의 기억은 이미 송민준의 사랑의 매로 뒤덮였기 때문이다.송민준은 그가 촬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얼굴만 피해 사랑의 매로 그를 혼냈다.한열은 당연히 바보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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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한열은 그를 힐끔 보며 다시 돌려주었다.“전 담배 안 태워요.”강한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이건 라이터가 아니야. 친구가 나한테 장난감이라고 선물해 준 거야. 근데 내 나이가 이런 걸 가지고 놀 나이는 아니잖아. 관심도 없고 말이야. 생각해 보니 네 나이대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너한테 준 거야.”한열은 그의 ‘애들'이라는 말에 다소 기분이 불쾌해졌다. 다만 몰래카메라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장난감에 그는 다소 흥미가 생겼다.그는 고개를 들고 강한서에게 물었다.“설마 물총처럼 물이 나오는 건 아니죠?”이렇게 정교한 물건에서 그저 물만 나온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예쁜 쓰레기인 것 같았다.강한서는 한열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그런 물건을 내가 굳이 너한테 줬겠어?”물을 내뿜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한열은 더욱더 흥미가 생겼다.“그럼 뭔데요?”강한서는 휴대폰을 들더니 한열의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네가 알아서 설명서 보고 확인해.”한열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바로 눈을 반짝였다.조금 욕심이 났다.하지만 강한서가 준 것이었기에 그는 망설였다.강한서는 그의 여신인 유현진의 전남편이었기에 이 선물을 받기에는 조금 껄끄러웠다.그렇게 생각한 한열은 헛기침을 내뱉었다.“세상엔 공짜가 없죠. 이렇게 거저 받을 수 없으니 가격을 말하세요. 제가 살게요.”강한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현진이는 너를 동생처럼 여기고 있어. 현진이한테 넌 동생이니까 나한테도 동생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 말고 그냥 가져가.”한열은 바로 선을 그었다.“형은 형이고, 누나는 누나예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강한서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이체했다.“전 공짜로 형 물건을 가질 생각 없어요.”‘웃기는군!'‘내가 연적의 물건을 그냥 받으면 앞으로 어떻게 계속 우리 여신님을 두고 경쟁해?'‘아직 나한테 유리한 건 하나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누나와 결혼할 기회는 있는 거잖아!'강한서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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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한열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모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기에 고모에 대한 감정도 없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촌 누나에 대해서도 그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식구 한 명 더 생긴다는 것에 대해 그는 아주 기뻤다. 적어도 나중에 그의 아버지인 한준웅이 그를 혼낼 때 사촌 누나에게 들러붙어 매를 덜 맞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사촌 누나가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자신보다 뛰어나지 못한 사람일 거로 추측했다. 정말 그렇다면 그는 더는 아버지한테 쓸모없다고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옷매무새를 정리한 한열은 손을 들어 문을 열었다.그리고 가족들 사이에 앉아 있는 그의 여신님을 발견하게 되었다.한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유현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젓가락으로 새우를 들어 입에 넣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어색해 보였다.강한서가 예전에 그녀에게 한열과 송민준의 관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이미 한열이 그녀의 사촌 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그녀가 이곳으로 왔을 때 한열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에 사정으로 불참한 것으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시간이 엇갈렸다.그녀는 얼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다소 민망했다. 여하간에 그녀와 한열은 예전에 드라마에서 커플로 연기를 하며 하마터면 키스까지 할 뻔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다시 생각해 보니 강한서의 방해가 없었다면 두 사람은 더욱 어색하고 민망했을 것이다.한열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한준웅이 미간을 찌푸렸다.“뭘 그리 멍청하게 서 있어? 얼른 들어와. 다들 너만 기다리시잖아.”공영선이 바로 한준웅을 쏘아보았다.“넌 애한테 말 좀 곱게 할 수 없니?”한준웅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이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들어와. 아니면 설마 모셔 와야 하는 거니? 톱스타 씨?”그러자 한열은 다소 욱한 감정이 올라온 듯한 모습으로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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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7화

송민준은 아주 얍삽한 사람이었다.예전에 한열이 그에게 사촌 누나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었지만, 그는 보여주지 않았다.미리 한열에게 보여주면 인간 티베탄 마스티프라고 불리는 그가 바로 그에게 달려들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그 자리에서 ‘실연'을 당하게 된 한열은 배로 자극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이 자리에 함께 있었기에 그는 소란을 피울 수가 없었고 성질을 꾹꾹 참으며 언젠가는 눈앞에 있는 송민준과 한판 붙으리라 다짐했다!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던 송민준은 한열이 난리를 피울 것을 예상하였지만 한열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 웃음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묘한 웃음이었다.송민준의 질문에 한열은 웃음기를 지우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평소에도 좋아했던 연예인이 내 사촌 누나였다니 너무 기뻐서.”공영선은 놀란 듯 물었다.“현진이가 네가 좋아했던 연예인이라고?”한열은 공영선과 사이가 아주 좋았다. 공영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열의 목소리가 바로 부드러워졌다.“할머니,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성우가 있다고요. 기억하세요?”공영선은 손자의 말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네가 전에 말했던 선셋인지, 스타인지 말이냐?”한열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촌 누나가 바로 선셋 스타예요. 바로 제가 좋아한다고 말한 그 성우예요.”공영선은 덕후들의 세계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손자의 방에 선셋스타가 더빙한 작품의 건담이나 포스터, 그리고 굿즈 같은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한열이 한때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그녀에게 말해줬기에 그녀는 유현진의 활동명을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었다.그녀는 손녀가 이미 예전부터 그녀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기뻐 웃음을 활짝 짓게 되었다.“영감, 내가 부처님한테 기도하면 효과가 있댔죠. 봐봐요, 부처님은 이미 예전부터 우리 현진이를 우리에게 보내려고 시도하고 있었어요. 다만 우리가 눈치를 못 챘을 뿐이죠.”한태진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따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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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유현진은 바로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가 입을 열려던 순간 한태진이 먼저 말했다.“노갱벼루는 이 할아버지 집에도 아주 많다. 별로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선물은 선물 받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선물이지 않겠느냐. 내겐 찻잎이 벼루보다 훨씬 낫구나.”유현진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전 노갱벼루를 본 적이 없었어요.”그녀의 뜻은 이렇게 희귀한 물건은 절대 싸구려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한태진은 서해금이 가져온 선물 상자를 뜯어버리더니 안에 있던 벼루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자, 자세히 보아라. 이따 돌아갈 때 집에 가져가. 혹시 다른 게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 본가 내 서재에 여러 가지 벼루가 가득하니까... 마음대로 골라 가져가. 다 마음에 들면 이 할아버지가 서재까지 한주시로 옮겨다 주마.”“...”유현진은 통이 큰 한태진에 감탄했다.그러나 그녀는 사양했다.“전 서예에 대해 잘 몰라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 전 벼루가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네 서예 실력은 아주 뛰어나단다. 전에 민준이가 나한테 네가 쓴 글씨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냥 보면 의미 좋은 글이고, 거꾸로 보면 초상화더구나.”한태진은 칭찬을 해대기 시작했다.“글도 아주 예쁘고 멋지더구나!”“...”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의 실력은 서예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까막눈이의 눈을 가릴 순 있었지만 정말로 서예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들에겐 실력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니 한태진은 그저 무턱대고 그녀를 칭찬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강한서의 서예 실력은 아주 좋았다.그녀는 강한서가 쓴 행서체를 본 적이 있었다. 그의 글씨야말로 진정한 전문가가 쓴 글씨처럼 아름답고 멋졌고 송가람보다 훨씬 몇 배나 뛰어났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와 달리 자랑질을 해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와 친한 사람들 제외하곤 그의 서예 실력을 본 사람은 몇 없었다.그녀의 할아버지는 서예를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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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송민준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얘 왜 이래? 충격에 바보가 된 건가?'“너... 너 나한테 다른 할 말은 없어?”여하간에 한열은 그의 동생이었고 비록 하는 짓이 여동생만큼은 예쁘지 않아 어릴 때부터 그에게 맞고 자라긴 했지만 어릴 때의 한열은 아주 귀여웠다. 만약 정말로 충격에 바보가 된 거라면 송민준도 당연히 마음이 아팠다.한열은 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뭘 더 말해? 형이 강한서한테 누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를 이용한 거?”찔린 구석이 있었던 송민준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형은 네가 현진이에 대해 진심이니까, 내가 말하면 네가 슬퍼할까 봐 그런 거지.”한열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뻔뻔한 개자식! 뻔뻔한 얼굴 좀 봐!'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슬퍼할 정도는 아니야. 어느 정도 속상하겠지. 하지만 누나는 원래부터 강한서를 좋아하고 있었잖아. 난 어차피 가망이 없었어. 지금이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르지. 여하간에 사랑보다는 가족이지 않겠어?”송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넌 대체 왜 현진이가 강한서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냐? 대체 어느 시점에서? 이혼 전적이 있는 남자가 우리 현진이한테 가당키나 해?”한열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는 그제야 강한서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리고 강한서가 말한 “현진이한테 너는 동생이니, 나한테도 넌 동생이나 마찬가지야.”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그는 이미 전부터 그에게 은근슬쩍 암시해 주고 있었다. 다만 그는 강한서를 그저 라이벌이라고 여기며 그가 한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그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서 왜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도와주겠는가? 당연히 유현진과 그가 가족이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그런데 정작 그의 사촌 형은 그를 위해 무엇을 했지?유현진의 정체를 숨기고 그를 이용해 강한서를 떼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뜻대로 되지 않자 일러바치기까지 했다!한열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표정은 아주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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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0화

강한서는 민경하에게 주문 제작을 지시할 때 민경하는 그가 무엇을 할지 이미 예상하였다.마음이 선했던 민경하는 직장 상사인 강한서가 미래의 형님이 될 송민준에게 미움을 살까 걱정이 되어 말려보기도 했다.그러자 강한서가 말했다.“민 실장은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오시면 됩니다.”민경하는 대충 강한서가 남의 손을 빌려 그 물건을 쓸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강한서는 겉으로는 송민준을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뒤에서는 몰래 골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뒤끝이 있었다.그랬기에 그는 가족들이 모인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고 미래의 형님에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현진은 핸드백을 들고 한세 한식당에서 나왔다.강한서는 바로 시동을 걸고 그녀의 앞까지 운전해 갔다.유현진은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았다.그녀가 분명 들어갈 때 쇼핑백 두 개를 들고 있었지만, 지금은 네 개가 되었다.유현진이 안전벨트를 하고는 바로 가방에서 두둑한 돈 봉투 세 개를 꺼냈다.“이거 봐봐, 봐봐! 부럽지?”그녀의 모습을 보니 식사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 강한서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랑 할머니께서 주신 거야?”“응, 그리고 삼촌이랑 송... 아니 우리 아빠.”이미 쓰레기 같은 가짜 아빠 유상수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그녀는 갑자기 새로 생긴 그녀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친아빠에 다소 아빠라고 부르기가 어색했다.강한서는 다시 시동을 걸며 말했다.“드디어 네 진면모를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겠군.”유현진은 상자를 꺼내 들면서 되물었다.“내 진면모라니?”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다가 말했다.“돈과 남자를 밝히는 모습 말이야.”“...”유현진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역시 강한서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상자를 열고 안에 있던 벼루를 꺼냈다.“이거 봐, 내가 널 위해 뭘 가져왔게?”강한서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가 든 것을 보더니 살짝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노갱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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