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5월 20일, 유현진은 SNS에 이혼 합의서가 첨부된 게시글 하나를 올렸다.“싱글, 만남 추구. PS: 생리적으로 건강한 사람 우선”그녀의 이 게시글은 예전에 그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주 강씨 가문에 시집갔던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헤어지고 난 후, 전 남편이 남성 불임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시글을 올리다니.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걸까?강한서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언론사를 고소하여 그들이 파산할 지경에 이르게 만든 독한 남자다. 그런 그가 아무런 재산도 갖지 않고 이혼한 전처가 자신을 이런 식으로 얘기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있을까?하지만 20분이 흐른 후,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유현진의 게시글 아래, 새롭게 가입한 계정으로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날 블랙리스트에서 내보내 줘.”
View More웨이터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사실 저도 그 사람의 정체는 몰라요. 며칠 전 친구 대신 음식을 배달하러 갔다가 건물 내려오는데 전화가 왔어요. 음식이 신선하지 않다면서 다시 해달래서 다시 올라갔죠.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 손님은 대기업 고객이라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그래서 음식 회수해 왔는데 그렇게 비싼 걸 버리기 아까워서 뜯어봤죠. 그랬더니 안에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어요.” 그는 한현진을 힐끔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안에 쪽지랑 돈뭉치가 있었고 쪽지에 ‘이 봉투를 만라 호텔로 가져가 오늘 약혼식을 하는 신부에게 직접 전달하면 1600만 원을 준다’고 쓰여 있었어요.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고도 쓰여 있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열어봤죠.” 한현진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물었다. “군산 향화에 있는 아파트 단지 맞아요?” “맞아요, 거기예요.” 한현진은 휴대폰을 꼭 쥔 채 차량 창문을 올렸다. 경호원은 웨이터의 팔을 비틀어 그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 한현진은 휴대폰에서 유심칩을 빼내더니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한서, 집으로 와. 할 말 있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아주 중요한 일이야. 민서랑 연관된 일이니까.” 그 시각, 신미정은 하루 종일 초조한 상태였다. 강민서와 민경하의 결혼이 확정된 후, 줄곧 마음이 답답했다. 특히 예전에 자신을 떠받들던 그 여자들의 자녀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집안과 혼인을 했는데 그녀만은 자식들의 결혼 문제로 계속해서 체면을 구겼다. ‘강한서는 손 쓸 수 없다 쳐도 왜 강민서의 혼사까지 관여 못 해? 민경하? 걔가 뭔데 우리 집 사위가 되겠다는 거야? 하나둘씩 내가 세력을 잃은 걸 틈타 이렇게 모욕을 주다니!’ 그녀는 늦은 밤, 한 방송 채널에서 강민서가 약혼식장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본 후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때, 강한서는 군산 향화에 있는 아파트에 도
유현진이 그 웨이터를 찾았을 때 그는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누군가와 술을 마시며 밥을 먹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맥주잔을 들고 침 튀기며 말했다. “나보고 열어보지도 말고 그냥 상대방한테 전달만 하래. 그럼 16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지. 그런데 진짜로 돈을 보내더라고! 나 반년 동안 일해도 그런 돈 못 벌어. 와,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야! 알았으면 2000만 원이라도 더 부를걸!” “그런데 도대체 뭘 준 거길래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은 거야?” 옆에 있던 친구가 슬쩍 물어보았다. “불법적인 거 아니야? 뉴스 보면 마약 운반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고액 주고 심부름시키던데. 그런 거면 너 몰랐다고 해도 처벌을 피하기 힘들어. 괜히 돈 몇 푼에 인생 망치지 마.” 웨이터는 손을 휘휘 저으며 웃음을 흘렸다. “내가 그렇게 멍청해? 물건 받자마자 뜯어서 사진 찍어놨지.” 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는 상상도 못할 물건이 들어 있었어.” 친구는 호기심에 눈이 반짝였다. “궁금하잖아! 말해봐, 뭐였는데?” “별건 아닌데...” 그가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하고 두드렸다. 그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뒤에는 체격 좋은 남자 둘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그들의 묵직한 분위기에 웨이터는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왜요?”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우리 사장님께서 물어볼 게 있다네요. 잠깐 같이 가시죠.” “사,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전 그쪽 사장님 몰라요.” 웨이터는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어깨를 짓눌리는 바람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의 친구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쏘아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괜히 끼어들지 마세요.” 원래 술자리 친구란 게 다 그런 법이다. 같이 마실 땐 웃고 떠들다가도 일이 터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친다. “난 길가에서 기다릴게!”
그해 박안하는 차에 불이 나 참혹하게 죽었다. 불이 꺼지자마자 바로 화장되었고 추모회와 장례식도 아주 급하게 치러졌다.장례식이 끝난 후 박 씨네는 끝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당시 이웃들은 아주 가깝게 살고 있어 박 씨네에서 들려오는 흐느낌과 다툼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칠십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선우를 붙잡으며 이야기를 꺼냈다.“그땐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 그 무리들이 박 씨네 큰아들의 무덤을 파야 한다면서 우겨댔어. 감식해야 보험금을 줄 수 있다나 뭐라나. 우리야 박 씨네 큰며느리랑 그리 가깝진 않았지만, 그 집과 이웃 사이로 지낸 지 오래돼 눈뜨고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과부와 고아를 괴롭히는 걸 볼 수는 없었지. 그래서 우리 집 영감이랑 손 씨네와 장 씨네 남자들이 도와주러 갔는데 집도 못 들어가고 그 집 큰며느리한테 쫓겨났어. 나 정말 열받아서 말도 안 나왔어. 박 씨네 아니었으면 누가 그 여자의 일에 나섰겠어? 말라비틀어진 얼굴이 뭐가 좋다고 안 하는 그렇게 홀딱 빠져서 뭐든 다 들어줬는지 원...”감식, 보험금.이 네 글자는 천둥처럼 머릿속을 강타했다. 신우는 곧바로 단서를 찾았다.그는 방향을 찾은 듯 인맥을 총동원하여 박안하가 가입했던 두 보험사를 찾아냈다. 그중 한곳엔 박안하의 DNA 정보가 보관되어 있었다.현재 이 보험사의 지점장은 바로 당시 박안하의 보험을 맡았던 직원이었다.그는 당시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시신이 없었는데도 보험금을 지급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었다.그때 무덤을 파서 신원 확인을 하려 했던 것도 이 회사였다.당시엔 DNA 감식 기술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고 전국적으로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드물었다. 게다가 사람은 이미 화장된 상태여 샘플을 구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험금 수령을 위해 서해금을 도와 싸운 사람이 바로 한씨 가문의 딸이었다. 한씨 가문은 고담시에서 명망 높은 집안으로서 돈도 많고 평판도 좋았다. 고담시의 권세가들도 한씨 가문을 무시 못 했기에 보험사는 괜히
강한서는 눈꺼풀이 씰룩이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형은 진짜 손해 보는 법이 없어요.”송민준은 코웃음을 치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뗐다.“그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난 아버지를 절대 안 봐. 현진이한테도 보지 말라고 해!”강한서는 송민준을 슬쩍 바라보더니 말했다.“형이 아버지로 인정 안 하면 상속받을 재산은 현진한테 넘겨요. 현진이 장인어른을 아버지로 인정하게 해요. 오랜만에 찾은 딸이 돌아간 부인과 닮았으니 형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형이 장인어른의 맘을 상했으니, 현진을 점점 더 아낄 거예요. 나중에 재산을 현진한테 다 주면 장인어른을 양로원에 보내드려요. 그럼 형과 형의 장모님을 위해 복수를 한 것과 마찬가지잖아요.”“꺼져, 이 미친놈아!”‘이 자식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네!’그때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신우였다. 강한서가 전화 받았다.“할머니는 괜찮으셔?”“큰일은 아니야. 무슨 일이야?”강한서가 물었다. 신우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원래는 약혼식 끝나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당분간 정신없을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지금 전화했어.”“뭔데?”신우는 말했다.“네가 조사해달라고 한 그 운전기사의 생체 정보를 확인하다가 꽤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강한서의 눈빛이 깊어졌다.“뭘 찾았는데?”“한 사람을 찾았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은 사람 한 명을 찾았어.”“말 똑바로 해.”신우가 혀를 찼다.“그 운전사의 DNA가 27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과 완전히 일치해.”27년 전...강한서는 갑자기 박안수라는 이름이 떠올렸다 .강한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우는 그가 놀란 줄 알고 흥분해서 말했다.“이 정도 우연이면 운명이라고 생각 안 해?”강한서는 의문을 가졌다.신우는 말했다.“천벌은 피할 수 없다고 믿어?”“알아듣게 말해.”신우가 웃으며 말했다.“시스템에서 네가 원하는 결과는 안 나왔어. 그래서 샘플 들고 지인한테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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