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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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도예나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두 아이와 함께 해외에서 4년을 지내며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레스토랑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트레이북!”“트레이북이 돌아왔어!”그 소리에 도예나가 고개를 들었다.검은색 코트를 몸에 두른 남자가 입구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다.훤칠한 키와 듬직한 몸매, 그러나 얼굴은 금색 가면으로 가려졌고 한 쌍의 까만 눈동자만 보였다.이 눈동자만으로도 도예나는 남자가 아시아인임을 알아챘다.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는데 그 시선이 레스토랑 내부를 쓱 훑었다. 그에게서 마치 왕좌에서 태어난 것과 같은 강한 위압감이 느껴졌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어디서 본 것만 같아…….’도예나의 턱을 감싸 쥐고 있던 요크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그는 급하게 여자의 턱을 놓고 고개를 돌려 굽신거리기 시작했다.“형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식사하시려고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한 끼 대접해도 될까요?”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요크를 바라보다가 도예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익숙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도예나는 자기 심장이 쿵쿵대는 게 느껴졌다…….“형님, 이 여자는 길거리에서 남자와의 하룻밤 일로 먹고사는 여자인데, 자꾸 나한테 집적거리며 여기까지 찾아왔지, 뭡니까. 그런데 저는 아직 할 일이 많아 거절하던 참이었습니다…… 하하…….”요크가 진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행여나 꼬리가 밟힐까 노심초사하면서.“그래?”금색 가면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럽 본토 발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눌한 발음은 아니었다. 대신 이 지역의 발음과 섞인 느낌이 들어 더 특별한 느낌이었다.‘그렇다면 이 남자는 적어도 이곳에서 3~5년은 살았다는 말 아닐까.’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졌다.그리고 방금 문 앞에서 경호원들이 이 남자를 트레이북이라고 불렀던 걸 기억했다.이 이름을 설민준이 예전에 꺼낸 적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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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요크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경호원이 직접 그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당겼다.요크의 동생들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리의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용서를 구했다.트레이북은 그들을 벌레 보듯 쳐다보며 말했다.“꺼져.”이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을 개조하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도 요크를 처리하면 이 거리가 적어도 반달은 조용해질 수 있었다…….트레이북이 바닥에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덤덤하게 말했다.“메뉴판.”레스토랑의 사장이며 직원들은 방금까지 꽁꽁 숨어있다가 그 말에 황급히 달려왔다. 사장이 손을 덜덜 떨며 메뉴판을 건넸다. 그는 트레이북의 얼굴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다.사장은 이 레스토랑을 수십 년 동안 운영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구역은 김두철의 구역이었다. 김두철은 사람을 죽이는 손놀림이 아주 재빠르고 잔인했는데 사장은 김두철의 살인을 한번 목격한 뒤로 매일 밤 악몽을 꿨다.그러나 그렇게 두려워하던 김두철이 트레이북의 손에 죽었다니, 트레이북이 한 수 더 위라는 걸 설명했다.최근 들어 트레이북의 새 정권 아래 레스토랑 운영은 아주 순리로웠다.‘오늘은 이게 대체 무슨 일 이래…….’도예나는 몇 발짝 뒤에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녀는 트레이북을 향해 걸어갔다…….“예나야!”설민준이 그녀를 다급하게 품에 안았다.“이 사람은 김두철보다도 더 무서운 악마야. 절대 다가가지 마.”그 말에 도예라도 정신을 차렸다.아무리 익숙한 기분이 들어도 결국은 모르는 사람이었다.이 익숙한 기운은 어쩌면 뉴스에서 트레이 북을 본 적이 있어 생긴 느낌인지도 모른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아까 날 도와줬으니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겠어.”‘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할 수도 있지, 뭐.’‘더구나 우리 설씨 그룹과 트레이북은 앞으로도 협력할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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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설민준은 도예나와 함께 빠르게 H 지역을 떠났다.30분 후, 차는 별장 입구에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네 아이가 뛰쳐나왔다.“엄마, 민준 삼촌, 드디어 돌아왔어요?”“엄마, 어디 다쳤어요?”“삼촌, 어디 갔었어요?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도예나의 옷소매가 긁힌 걸 발견했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피부 위로 빨간 자국이 남은 게 보였다.네 쌍이 눈동자에 근심걱정이 가득했다.설민준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별일 아니니까 일단 집으로 들어가자.”도예나는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30분만 기다려, 점심 바로 해 줄게.”“엄마, 우린 이미 밥을 먹었어요.”강세윤이 큰 소리로 말했다.“형이랑 제훈이랑 같이 스테이크 구워 먹었어요.”도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랑 민준 삼촌 것도 남겼으니까 여기로 와서 먹어요.”설민준이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더니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정말 대단한걸, 우리 집 셰프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내가 너희들 아빠하면 안 돼……?”“지금은 이 문제를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강세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진지하게 물어볼 게 있어요.”도예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똑똑한 네 아이가 모이면 도예나 못지않은 총명함을 발휘할 수 있었다.요즘 들어 비정상적인 도예나의 행동과 오늘의 부상, 이 모든 것에 아이들이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런 날이 언젠간 올 줄 알았지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엄마, 아빠가 보고싶어요…….”수아가 울망울망한 눈을 한 채로 말했다.“집에 가고 싶어요. 성남시로 돌아가고 싶어요…….”강세윤도 말을 보탰다.“엄마, 우리 하루만 더 있다가 돌아가요. 저도 아빠가 보고싶어요…….”“아빠는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자주 혼내고 엄격하게 대했지만, 저는 아빠를 사랑해요. 아빠를 너무 오랫동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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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거의 눈치를 채고 있던 설민준도 도예나의 말에 깜짝 놀랐다.“강씨 가문에 아들은 강현석 하나 아니었어?”“아빠에게 쌍둥이 형이 있긴 했어요.”강세훈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제가 세 살일 때, 할아버지 제삿날에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수아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언제부터 삼촌이 아빠였던 거예요?”“결혼하고 나서부터 사람이 바뀐 거 아니에요?”강세윤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엄마랑 아빠가 결혼하고 아빠가 보름 동안 출장을 다녀왔잖아요. 그리고서 무서워진 거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이 아빠가 아니라니…… 그러면 우리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강세윤은 말하며 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도예나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아빠가 여기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너희들과 함께 이렇게 아빠 찾으러 온 거야. 엄마가 이미 단서를 찾기 시작했으니까 곧 아빠를 찾을 수 있을거야…….”도제훈의 표정은 경악에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점차 바뀌었다.‘난 또 아빠가 엄마와 결혼하고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줄 알았어…….’도제훈은 어렵게 아빠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아빠의 비이상적인 행동에 바로 마음의 문을 닫았었다.문을 닫는 과정은 여는 과정보다도 더 힘이 들었다. 겨우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 한 편이 텅 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지금, 도제훈은 변한 건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여전히 엄마와 동생,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것을…….‘그렇게 큰 사람이 어떻게 감쪽같이 사라진 거지?’방금까지 안도하던 도제훈은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겁먹은 것 좀 봐…….”설민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 한 달 만에 아빠는 다시 너희들 곁으로 돌아오실 거야.”도예나가 약속했다.“아빠는 너희들을 사랑해. 이런 너희들을 두고 어딜 갈 수가 있겠어. 바로 돌아오실 거야.”그녀는 이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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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태양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시간,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도예나는 세수를 마치고 일부러 다운 톤으로 메이크업하고 내려왔다.설민준은 이미 아래층에서 수아와 강세윤과 놀고 있었다. 강세훈과 도제훈은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굿모닝이에요, 엄마.”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아침 인사를 했다.도예 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오늘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해. 엄마가 이따가 돌아와 점심 해 줄게.”“엄마, 동생들을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세훈이 얌전히 말했다.“말 잘 들을게요.”강세윤도 약속을 했다.“동생이랑 잘 놀고 있을 테니 안심하고 일 보고 오세요.”수아가 눈을 깜빡거렸다.“엄마, 꼭 조심하세요…….”도예나가 차례대로 아이들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며 말했다.“엄마도 조심할게, 너희들도 얌전히 있어…….”문을 나서자 도예나 얼굴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설민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예나야, 오늘은 또 어디로 갈 거야? 같이 가 줄게.”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대답했다.“트레이북과 협상하러 갈 거야.”그녀는 어젯밤 내내 트레이북에 대한 자료를 검토했다.그의 몸에 흐르는 아시안의 피가 어쩌면 평화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죄악이 많은 곳에 살면서도 악마가 되지 않은 게 바로 그 원인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새로운 정권을 세우고, 치안을 다스리고, 암흑 세력을 처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미쳤어?”설민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트레이북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혼자서 김두철은 물론, 그 전의 우두머리도 죽이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야. 취임 당일, H 지대 다른 조직을 내쫓은 걸 보아 이 사람의 실력이 상당히 무서운 거라고 판단되는데, 왜 굳이 그를 만나려는 거야?”“실력이 있으니까 만나려는 거야.”도예 나가 굳센 표정으로 말했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강현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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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설민준은 마음 한 편이 아려왔다. 입안도 마치 떫은 매실을 베어먹은 것처럼 썼다. 너무 쓴 나머지 눈물이 쏟아져 내리려고 했다.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차 문을 열었다.“차 타.”도예나는 바로 조수석에 앉았고, H 지역으로 가는 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발달하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건물 아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깔렸는지 셀 수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었다.이곳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었다. 삼엄한 경비 속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불안했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도예나와 설민준은 경호원의 수색을 거쳐 순리롭게 H 지역에 들어섰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큰길을 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의 가장 핵심 구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3, 4층 높이의 별장이 보였는데, 별장은 네댓 개의 문간채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이 집은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안에 적지 않은 수의 군용차가 보였다.두 사람의 등장에 두 명의 경호원이 길을 막아섰다.도예나는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안녕하세요, 경호원분. 저희는 트레이북 씨를 만나러 왔어요. 어제 저를 구해주셔서 이렇게 감사 인사드리려 찾아왔어요.”이렇게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을 오랜만에 본 두 명의 경호원의 표정이 너무 차갑지는 않았다.그중 한 명은 손을 내밀며 물었다.“초대장 있으십니까?”도예나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다.‘무슨 한번 만나는데 초대장 따위가 필요해? 들어본 적도 없는데.’“없으시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경호원이 딱딱하게 말했다.“형님의 전화번호가 있으시면 통화를 하셔도 됩니다. 통화로 허락을 받으시면 입장 가능하십니다.”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했다.어제 밤새 해킹 기술을 동원해 검색했지만 트레이 북의 전화번호는 알아내지 못했다.너무 신비로운 사람이라 개인적인 정보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실망한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에 쥔 찻잎 상자를 건넸다.“이건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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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저 두 분이 형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데 초대장이 없어 입장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경호원이 공손히 답변했다.“이건 저 아가씨가 형님께 준비한 선물입니다.”엘리자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손가락으로 상자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보이차, 꽤 비싼 찻잎이네.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야.”도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엘리자의 말에서 강한 적대감을 느꼈다.‘혹시 이 여자가 바로 트레이북의 아내 혹은 애인이라서 내가 만나는 걸 꺼리는 걸까.’도예나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엘리자 씨. 저와 제 남편이 트레이북 씨에게 감사 인사드리러 왔어요.”설민준과 도예나는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그도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젠틀하게 말했다.“아름다우신 엘리자 님, 어제 저와 제 아내가 곤란에 처했을 때 트레이북 씨가 도와주셨어요. 작은 선물일지라도 저희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어요.”그의 말이 끝나자 도예 나를 바라보던 엘리자의 눈빛이 그렇게 차갑지 않게 느껴졌다.엘리자는 빨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선물은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이만 돌아가 보세요.”그리고 그녀는 다시 또각또각 구두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엘리자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또 경호원이 두 명이 나와 몸수색을 진행하고 나서 그녀는 별장 안으로 사라졌다.엘리자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지만 트레이북이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도우미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트레이북 님은 현재 회의 참석 중이십니다. 이런 회의는 보통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엘리자가 콧방귀를 꼈다.‘맨날 회의야. 회의가 끝나면 또 새로운 법규가 제정되고,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그녀는 마피아 장로의 가장 어린 딸이었다. 가족 세력을 공고히 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그녀가 아시아 남자를 꼬시려 직접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반 시간이 훌쩍 넘겨버렸다. 이건 그녀의 한계였다.몸을 일으켜 집 문밖으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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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엘리자 얼굴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내가 예쁘지 않은 거야? 내가 찾아온 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감히 날 내쫓는다고?’그녀는 윗 단추 하나를 풀며 말했다.“멀리서 찾아왔는데 차 한잔도 대접하지 않는 거예요?”“엘리자 씨는 이곳에서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저는 서재로 돌아가야 해서 이만.”트레이북의 눈빛이 여전히 쌀쌀맞았다.그는 우두머리 자리에 앉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그의 곁을 맴돌았다. 모두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멍청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그는 자신의 계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려 했다.그가 서재로 발걸음을 돌리자, 여자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트레이북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고, 그는 매몰차게 잡힌 손목을 빼냈다.엘리자는 그의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너무 무서운 남자야.’‘그래서 김두철 사건도 혼자 잠입해서 처리할 수 있었던 거겠지.’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시아에서 온 찻잎을 가지고 왔어요. 보이차라고 마셔본 적 있으세요?”트레이북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는 자신의 기억이 겨우 한 달 전으로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억이 삭제된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꿈에서도 파편 같은 기억들만 있었다.자신이 검은색 눈동자, 황인 피부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던 기억이 있은 걸 보아 아마도 아시아인인 듯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가장 익숙한 언어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았지만, 자신이 적어도 일곱 가지의 언어를 다를 줄 안다는 걸 발견했고 언어의 유창한 정도는 거의 비슷했다.‘보이차.’‘너무 익숙한 단어야. 어쩌면 마셔봤던 차일지도 모르지.’그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끓여서 한 잔 서재로 가져다줘요.”엘리자는 차를 마시지 않았으니 끓이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하인에게 일을 넘겼다.하인은 세 명의 우두머리 모두 섬긴 경험이 있는 자였고 차를 끓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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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그날 밤.온 세상이 조용해진 시간이었다. 거리에는 가로등만 켜져 있을 뿐 오가는 차와 행인이 없었다.평화로운 지대였지만 그래도 H 지역과 가깝게 붙은 곳이라 변경 지대는 절대 조용하지 않았으며 자주 강도 사건이 벌어졌다.도예나는 베란다에서 두 남자가 행인의 가방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걸 보았다.너무 혼란스러운 지역이라 뉴스에서도 유람객들의 방문을 추천하지 않는 곳이라 했다.도예나는 창가에서 생각 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거실이 이미 조용해진 뒤였다.네 아이가 잠에 든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매일 밤 뜬 눈으로 보낸 도예나였지만, 날이 밝으면 또다시 씩씩하게 강현석의 소식을 찾으러 다녔다.“예나야, 우리 아빠가 초대장을 보내주셨어.”설민준이 흥분에 겨워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일 년에 한 번 있는 비즈니스 모임인데 설씨 그룹이 초대받았어.”도예나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축하해. 드디어 아버지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서.”“예나야, 내가 지금 아버지를 도울 수 있게 되어서 이렇게 좋아하는 거로 생각해?”설민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알아보니까 많은 마피아가 이번 모임에 참가할 거래. 그들의 목표는 옆 마을의 재건 프로젝트고. 이번 투자 규모가 꽤 커서 마피아 윗분들이 오는데 우리는 이 기회에 그 사람들을 만나는 거지.”어두컴컴한 도예나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오늘 트레이북의 만남을 실패한 뒤로 그녀는 한참이나 속상해했다. 그러나 빠르게 다음 만난을 계획했다.‘그런데 기회가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이야.’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내일 모임에서 주의할 사항들을 짚었다…….이와 동시에 서재에서.네 아이들은 잠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재 카펫 위에 앉아 대량의 서류들을 보고 있었다.도제훈이 서류를 한장 한장 넘기며 말했다.“이건 이곳 아시아인들의 리스트야. 하나하나 검토하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강세윤이 조금 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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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도제훈은 입술을 매만졌다.“군 시스템은 해커들도 잠입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트레이북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하지만 그건 모든 조직의 핵심 기밀이라 트레이북도 우릴 돕지 않을 거야.”강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우리와 만나고 싶어 했잖아. 그냥 한번 만나서 알아보는 게 어때?”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된 이상 그 방법밖에 없었다.이튿날 오후, 도예나와 설민준은 이웃 나라의 비즈니스 연회에 참석하러 떠났다.H 지역은 7~8개의 나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번 연회에 참석한 나라는 모두 발달 국가이며, 프로젝트 내용은 전란 속에 망가진 도시와 마을, 건물, 도로, 철도, 그리고 기초 시설 등의 재건에 대한 문제였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익 관계가 생길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주변 국가 상인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니 연회 시작 전부터 수백 대의 고급 차가 호텔 문 앞에 줄지어 섰다.도예나는 딱 붙는 원피스와 숄더를 거치고 설민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로 연회장 입구에 들어섰다.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동방의 여인은 만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정교한 이목구비와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인 그녀는 다른 유럽 미녀들의 옆에 서도 손색이 없었다.그녀의 등장에 수많은 이목이 쏠렸다.설민준은 조금 언짢아 보였다.“원피스를 입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도예나가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모가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경우도 있어.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라면 어려운 길도 피해 갈 수 있지.”그러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아름다운 미모로 마피아 내부에 소속이 되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목표였으니.설민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도예나에게 강현석의 소식을 알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이 물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을 꺼냈다가는 도예나의 차디찬 눈빛에 베일 수 있었다.두 사람은 만인의 주목하에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나 경호원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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