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시환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는 이 남자와 친구 사이였지만 두 사람이 쓰는 글의 소재가 같아 경쟁 관계에 있었다.평소에는 함께 먹고 마시는 것으로 대충 넘어갔으나 지금처럼 체면 문제가 얽히면 누구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온시환의 시선이 다시 공지민을 향했다.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공지민, 사과하지 않을 거면 혼자 걸어가.”방금 방에서 공지민이 나가려 했을 때는 온시환은 그녀가 허세를 부린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가라고 한 것은 진심으로 내쫓는 말이었다.공지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시선은 누구의 얼굴에도 머물지 않았다.“좋아요,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추지성이 소파에 앉아 있다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평소에는 얌전하더니 이번엔 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네. 그런데 지민 씨가 진짜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려고?”온시환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게 더 화가 났다.“헤어진다고? 원래 사귄 적도 없는데, 뭘 헤어져. 내가 그동안 너무 봐준 거지.”그의 시선이 오하윤의 발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발목은 확실히 부어 있었다.“일단 의사 불러서 하윤 씨 발목 좀 봐야겠어요.”오하윤은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괜찮아요. 지민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저런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아무도 지민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온시환은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비벼 끄며 더욱 짜증이 밀려왔다.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를 넘겼고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공지민은 달랑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나갔다. 정말 혼자 산길을 내려갈 생각일까?공지민이 설마 그 정도로 어리석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기껏해야 근처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겠지.’온시환은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며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몇백 미터를 걸어가고 있었다. 이 산길은 끝이 없을 만큼 길고도 길었다. 공지민은 한 시간 넘게 걷다가 아무 데나 자리를 찾아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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