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141 - Chapter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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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1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

추지성은 그동안 온시환이 농담 삼아 말하는 줄로만 알았다.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번번이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공지민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있었다.추지성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내가 지금은 도와줄 시간이 없어요. 저쪽은 당분간 끝날 기미도 없고 난 빨리 가봐야 하니까 알아서 기다리세요.”추지성은 밖에서 남의 소리를 엿듣는 취미는 없었다. 원래는 온시환과 몇 마디 더 나누고 싶었지만 잠깐 사이에 그가 여자를 데리고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공지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추지성은 더 이상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화장실 문이 열린 건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아무리 이곳이 깨끗하다 해도 결국 밖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문을 열고 나온 온시환은 의자에 앉아 있는 공지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보온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온시환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의심했다. 뒤에 있던 여자가 천천히 손을 올려 그의 팔을 감았다.“시환 씨.”온시환은 갑자기 불편한 기분이 들어 여자의 손을 툭 뿌리쳤다.여자는 조금 놀랐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그럼 전 먼저 갈게요.”“그래.”온시환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갑자기 공지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약간 짜증이 난 듯 이마를 찌푸린 채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여기는 왜 온 거야?”“시환 씨한테 약재가 들어간 국 좀 가져다주려고.”“필요 없어.”“필요해지면 말해요.”온시환은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공지민, 넌 눈치도 없어? 내가 짜증 내는 거 안 보여?”공지민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온시환은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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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2화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온시환은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10분 정도 바라보았다. 공지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천천히 차를 몰고 가서 그녀 앞에서 멈췄다.공지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를 보고 살짝 웃었다.“전 시환 씨가 이미 간 줄 알았어요.”“타.”그녀는 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차 창문은 모두 열려 있었지만 은은하게 담배 냄새가 느껴졌다.“담배 피웠어요?”“싫어?”많은 여자가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지민은 그의 앞에서 무언가를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표현을 잘하지 않았다.공지민이 가장 좋아하는 건 언제나 온시환 그 자체였다.이 사실을 떠올리자 온시환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그는 갑자기 오늘 밤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침 공지민이 자연스레 물었다.“올라와서 좀 쉴래요?”온시환은 그녀의 말에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었고 방 안은 여전히 아늑했다. 그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한편 공지민은 남은 국을 데워 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온시환은 아무 말 없이 국을 다 마신 후 몸을 뒤로 기대며 말했다.“이리 와.”공지민은 온시환의 옆으로 다가갔지만 몸을 기울인 순간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가 끌어안으려 하자 공지민은 드물게 몸을 살짝 뒤로 빼며 거리를 두었다.“먼저 씻어요.”온시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의 소매를 맡아 보았다. 확실히 여성용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뭐야? 싫어?”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네 방 화장실 좀 쓸게.”“손님방에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 제 화장실 쓰는 거 좋아하지 않거든요.”공지민은 늘 온시환에게 순응적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온시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침실 문을 바라보았다.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그녀의 침실 안에 도대체 뭐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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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3화 정말 우연이네요?

온시환은 그녀가 자신의 코끝에 있는 작은 점을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첫날 밤에도 그녀는 그 점에 입을 맞췄고 그 후에도 매번 손끝으로 그곳을 살며시 만지곤 했다.남자든 여자든 침대 위에서는 각자만의 습관이 있다. 어떤 이는 입맞춤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목을 애무하기를 즐긴다. 아마 공지민은 조금 특별한 편일 것이다. 그녀는 코끝에 점이 있는 남자를 좋아했다.온시환은 눈에 잠시 자신만만한 빛을 띄웠다. 그의 외모가 아마 그녀의 취향에 꼭 맞았던 모양이다.“정말 그렇게 좋아?”“네, 좋아요.”그는 이 질문을 처음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온시환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고 이후의 일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새벽까지 이어진 뒤 그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기고 잠들었다.공지민은 조용히 휴대폰을 들었고 추지성이 그녀에게 친구 추가 요청을 보낸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친구 요청을 수락했다.다음 날 아침,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온시환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공지민은 일어나 간단히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때 추지성이 그녀를 단톡방에 초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단톡방에서는 사람들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남자가 구질구질하게 구는 건 봤어도 여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 봤어.][시환아, 너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그 여자가 너밖에 모르게 된 거야?][이것도 꽤 귀찮겠는데? 한 여자랑만 자다 보면 금방 질리지 않겠어? 특히 시환이는 여자들의 유통기한이 3개월도 안 되잖아.][내가 봤을 때 그 여자도 참 한심해. 외모가 다른 여자들보다 못하니까 그런 집착으로 버티는 거겠지.][2천만 원 건다. 시환이는 절대 그 여자에게 넘어가지 않아.]곧이어 단톡방에서 내기를 시작했다.공지민이 내용을 더 확인하려는 순간 이미 단톡방에서 강퇴당한 상태였다.곧바로 추지성이 개인 메시지로 연락을 해왔다.[미안해요. 실수로 잘못 초대한 것 같아요.]추지성은 그 순간 몹시 불안해했다. 공지민을 친구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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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4화 진짜 자존심도 없는지

오하윤은 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공지민이 말을 끊어버렸다.공지민의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온시환의 손을 잡았다.“저 좀 피곤해요. 아마 멀미 때문인 것 같아요.”다른 남자들이 서둘러 맞장구쳤다.“그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네요.”이 펜션은 휴가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고 이 계절에는 산 위 꽃이 만개하는 때였다. 온시환도 예전에 한 번 왔던 곳으로 모두가 좋아했기에 이번에도 다시 함께 오게 되었다.펜션에 들어선 이후로 공지민은 줄곧 말이 없었다. 온시환이 가끔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왜 그래? 그렇게 힘들면 조금 쉬어.” 공지민은 고등학교 때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말 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반대로 오하윤은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오하윤은 공지민이 차갑고 도도한 척한다고 생각해 그녀를 차도녀라고 불렀다.오하윤의 눈에 공지민은 남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그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으로 보였다.한 번은 오하윤이 공지민을 곤란하게 만들려 여학생 화장실에 가두려고 했는데 구은우가 이를 목격하고 공지민을 데리고 나왔다.구은우는 공지민의 소꿉친구로 그녀를 매우 아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모두에게 인기 있는 인물이었다.오하윤은 구은우를 열렬히 좋아했기에 그가 공지민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며 더욱 그녀를 싫어하게 되었다.그 3년 동안 구은우는 공지민의 곁을 지켰다. 등하교 때마다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 그녀의 편의를 항상 챙겼다.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공지민은 연예인이 되었고 그녀의 곁에는 더 이상 구은우가 없었다.‘하, 연예인이 되었다고 은우 같은 사람은 이제 안중에도 없다는 거겠지. 그래서 은우를 차버리고 온시환을 만났을 거야.’오하윤은 온시환을 알고 있었다. 그런 남자는 그녀가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공지민이라고 가능할까?공지민이 분명 예전처럼 남자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거라고 생각했다.오하윤은 비웃음을 흘리며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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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5화 빛날 수밖에 없는 존재

오하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차갑고 도도하던 공지민이 지금은 다른 남자에게 매달리는 모습이라니.구은우가 그녀의 지금 모습을 본다면 과거에 그렇게 잘해줬던 걸 후회하지 않을까?오하윤은 속으로 쾌감을 느꼈다. 공지민은 몇 년 동안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매년 누군가는 공지만과 구은우가 결혼했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오하윤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나 공지민 만났어. 정말 우연히.]단톡방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공지민의 학창 시절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구은우가 그녀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공지민이 구은우의 고백을 거절했지만 구은우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지민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왜 거절했는지 알아. 오늘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아. 공부 가르쳐줄까? 저녁에 너희 집에 갈게.”공지민은 공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대신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한 번은 부모님에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가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집안의 체면이 구겨질 거라며 극구 반대했다. 하물며 옆집에는 전교 1등인 구은우가 살고 있었으니.구은우는 공지민이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감탄했다.“지민아, 너 정말 요리사로서의 재능이 있어. 공부는 너랑 안 맞는 것 같아.”공지민은 요리 레시피를 연구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선해 더욱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가족들은 요리사를 하겠다는 그녀의 꿈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특히 여자로서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 결과 공지민은 집에서 요리할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구은우의 집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공지민의 부모님은 구은우를 무척 좋아했고 딸이 구은우와 더 가까워져서 두 사람이 이어지기를 바랐다.어차피 구은우는 한눈에 봐도 훌륭한 사람이었으니 공지민이 구은우의 집에 가서 늦게 돌아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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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6화 자업자득

학교 다닐 때 구은우를 짝사랑하던 여학생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의 눈에는 오직 공지민 뿐이었다.그런데 이제 공지민이 타락하여 누군가의 개처럼 살고 있다니 오하윤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오하윤은 단톡방에서 대화를 이어갔다.[지민이 걔 요즘 돈 많은 사람 따라다녀. 은우랑은 벌써 오래전에 끝난 거 같더라. 연예계 들어가더니 결국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설마 은우가 차였다고? 은우 같은 사람이? 은우 제원대 합격했잖아. 제원대 나오면 월급도 꽤 높을 텐데?]오하윤은 속이 쓰리고 시큰거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구은우를 잊을 수 없었다.수능이 끝난 이후로 구은우는 모두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가 대학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상을 받았는지조차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는 공지민과 함께 사람들의 세상에서 사라졌다.지금 공지민은 나타났지만 구은우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혹시 공지민의 배신 때문에 구은우가 해외로 떠난 건 아닐까?’오하윤은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공지민이 미워졌다.마침 온시환이 물었다.“지민이는 고등학교 때 연애한 적 있어요?”공지민은 너무 조용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듯했지만 가끔은 뾰족한 가시를 세우기도 했다.온시환은 애인의 과거를 궁금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지민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싶었다.오하윤은 구은우 얘기를 꺼낼까 망설이다가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 구은우처럼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공지민 같은 하찮은 사람을 빛나게 만들 뿐이었다.그렇게 잘난 남자가 고백했으니 공지민이 분명 우쭐해할 거라 생각했다.“연애한 적 없어요. 누가 걔를 좋아하겠어요. 맨날 조용히 있고 사람들한테 말도 잘 안 걸었어요.”온시환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담배를 하나 물었다.“정말 아무도 지민이 좋아하지 않았어요?”공지민의 외모는 꽤 괜찮았다. 이런 외모라면 고등학교 때 인기가 많았어야 정상이었다.“없어요. 성격이 별로라 사람들이 안 좋아했어요.”옆에 있던 남자가 오하윤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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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7화 유순해서 손해만 보는 스타일

온시환은 말을 마치고 침대에 눕더니 그녀를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공지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고집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그녀의 입에서 단호한 대답이 튀어나왔다.“좋아요.”사실 공지민도 더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오하윤을 본 순간 오래된 혼란스러운 기억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어 그녀를 괴롭혔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그 어떤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온시환은 코웃음을 쳤다. 여기서 산 아래까지 걸어가려면 날이 밝아야 겨우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를 데려다줄 사람도 없었고 가는 길에 멧돼지를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이곳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녀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걸 누가 막겠는가.온시환은 방 안의 불을 끄고 눈을 감아버렸다.한편 공지민은 옷을 챙겨 입고 이미 1층으로 내려왔다. 아래층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즐기고 있었는데 추지성과 오하윤은 이미 서로에게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분명 오하윤은 추지성의 파트너가 아니었는데 이미 교체된 모양이었다.공지민이 내려오는 걸 본 추지성이 먼저 말을 걸었다.“어, 지민 씨 내려왔네요? 좀 나아졌어요?”공지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오하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나섰다. 공지민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공지민!”정원에 도착했을 때 오하윤이 마침내 그녀를 붙잡았다.“너 이제 온시환한테 꼬리 치고 다니는 거야? 그럼 은우는? 몇 년 동안 은우는 단 한 번도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네가 차버린 뒤에 해외로 나간 거 맞지? 공지민, 너 어쩜 이렇게 비열할 수가 있어. 은우 같은 남자를 두고 온시환한테 붙어먹다니, 어떻게 이 정도로 타락할 수 있냐고? 은우도 참 눈이 멀었나 봐. 너 같은 여자를 좋아했다니!”오하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지민은 갑자기 돌아서더니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오하윤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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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8화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온시환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는 이 남자와 친구 사이였지만 두 사람이 쓰는 글의 소재가 같아 경쟁 관계에 있었다.평소에는 함께 먹고 마시는 것으로 대충 넘어갔으나 지금처럼 체면 문제가 얽히면 누구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온시환의 시선이 다시 공지민을 향했다.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공지민, 사과하지 않을 거면 혼자 걸어가.”방금 방에서 공지민이 나가려 했을 때는 온시환은 그녀가 허세를 부린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가라고 한 것은 진심으로 내쫓는 말이었다.공지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시선은 누구의 얼굴에도 머물지 않았다.“좋아요,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추지성이 소파에 앉아 있다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평소에는 얌전하더니 이번엔 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네. 그런데 지민 씨가 진짜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려고?”온시환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게 더 화가 났다.“헤어진다고? 원래 사귄 적도 없는데, 뭘 헤어져. 내가 그동안 너무 봐준 거지.”그의 시선이 오하윤의 발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발목은 확실히 부어 있었다.“일단 의사 불러서 하윤 씨 발목 좀 봐야겠어요.”오하윤은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괜찮아요. 지민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저런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아무도 지민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온시환은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비벼 끄며 더욱 짜증이 밀려왔다.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를 넘겼고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공지민은 달랑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나갔다. 정말 혼자 산길을 내려갈 생각일까?공지민이 설마 그 정도로 어리석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기껏해야 근처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겠지.’온시환은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며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몇백 미터를 걸어가고 있었다. 이 산길은 끝이 없을 만큼 길고도 길었다. 공지민은 한 시간 넘게 걷다가 아무 데나 자리를 찾아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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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9화 무서워하지 마

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빵빵빵.하지만 공지민은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온시환은 원래부터 화가 나 있었는데 지금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공지민!”그는 버럭 소리치며 재빨리 차에서 내려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휴대폰은 꺼져 있고 혼자 산길을 이렇게 걷고 있는 그녀가 정말 죽을 작정인지 의심스러웠다.공지민도 화가 나서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내 일에 참견하지 마.”평소 순종적이던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고집을 부리니 온시환은 무척 당황스러웠다.“그래, 내가 너한테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그는 분을 삭이며 차로 돌아가려다 여전히 산 아래로 걸어 내려가는 공지민을 보자 갑자기 마음속의 분노가 깨끗이 사라져갔다.“하, 오늘 왜 그래?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공지민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구은우와 관련된 기억만 떠오르면 다른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구은우 앞에서는 모든 것이 뒤로 밀려났다.온시환은 차에 올라 헤드라이트를 켜고 조용히 그녀를 따라갔다. 가끔 차를 그녀 옆에 바짝 붙이며 말을 걸었다.“너 고집 좀 버려. 내가 고집 센 여자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공지민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코끝에 있는 점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부드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그녀는 열린 창문 너머로 손가락을 뻗어 그의 점을 살짝 따라 그렸다.온시환은 순간 자신감이 차올랐다. 역시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그만 투정 부리고 차에 올라타. 돌아가자. 다른 사람들한테 웃음거리 되기 전에.”“돌아가고 싶지 않아.”온시환은 오늘 밤 이미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 공지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그럼 참지 마.”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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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이제야 정신 차리나 했더니

말을 마치자마자 온시환은 추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추지성은 그가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직접 봤기에,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게 조금 신경 쓰이고 있었다.“시환아?”“지성아, 밧줄 좀 가져와. 지민이가 떨어졌어.”“얼마나 긴 줄이 필요해?”“5미터쯤 되는 걸로. 될 수 있으면 좀 더 긴 게 좋겠어.”온시환은 전화를 끊고 다시 공지민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직접 뛰어내렸다.3미터 높이의 절벽은 꽤 위협적으로 보였다. 최대한 다치지 않으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며 뛰어내렸지만 결국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그러나 그는 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절뚝거리며 공지민에게 다가갔다.“너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그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공지민의 뺨은 긁힌 상처가 있었고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창백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시환은 화가 가라앉으며 그녀의 턱을 놓고 한숨을 쉬었다.“여기서 기다려. 지성이가 금방 올 거야.”공지민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온시환은 남아 있던 화마저 사라졌지만 입을 떼며 말했다.“너 평소에 이렇게 고집부리진 않았잖아. 오늘은 대체 왜 그래? 정말 혼자 밤새 걸어가려고 했어?”“시환 씨는 나한테 잘해주지 않잖아.”“내가 뭘 잘못했는데? 다른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신경도 안 썼을 거야.”사실 온시환은 어떻게 누군가에게 잘해줘야 하는지 몰랐다. 특히 상대가 여자라면 더더욱 그랬다.그의 세계관에서 사람과의 관계란 우정이 전부였고 남녀 간의 감정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세를 바꿔 그의 품에 기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온시환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자신이 여자를 대할 때 느꼈던 무관심이 지금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왠지 낯설었다.한 시간 후, 추지성이 도착했다. 온시환의 차를 보며 그는 긴 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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