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Chapter 11 - Chapter 20
956 Chapters
제11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양다인은 정유준의 핸드폰을 건네주려고 했다.그러나 전화가 온 사람이 하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동작을 멈칫했다.순간 머릿속은 고민이 되는 듯했지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그때.전화가 끊긴 것을 본 하영은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지금 바쁜가?’하영은 이를 악물고 정유준이 다시 전화할 것이라는 믿고 택시를 타고 카지노로 향했다.……한 시간 뒤.하영은 럭셔리하고 웅장한 카지노 입구에서 내렸다.그리고 홀을 지나 길을 물어 2번 룸 입구까지 찾아갔다.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문을 밀어 열었다.순간 피비린내가 뒤섞인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룸 안쪽에는 흉악한 얼굴의 남자가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아버지 강성문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놈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잘린 손은 거즈로 대충 감아 지혈 중이었다.입구의 인기척에 강성문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하영을 보자 강성문의 눈에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하영아! 하영아! 살려줘!”카지노에 들어서기 전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하영은, 강성문을 본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빠른 걸음으로 강성문을 향해 걸어갔으나, 이내 험악한 남자들에게 가로막혔다.“저기…… 미스 강, 이보세요! 뭐가 그리 급해? 돈부터 줘야지?”시가를 피우고 있는 얼굴에 흉악한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의 더러운 눈빛은 끊임없이 하영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눈빛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더러운 욕망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쳤다.하영은 마음속 공포와 분노를 누르고 고개를 돌려 칼 흉터 남자를 바라보았다.“우리 아빠 먼저 풀어줘요. 그러면 돈을 줄게요!”칼 흉터 남자가 손짓하자 강성문을 잡고 있던 무리가 뒤로 물러섰다.강성문은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그러고는 바로 하영에게 달려갔다. 그의 눈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감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영아! 나 먼저 갈게
Read more
제12화 아무도 건드리지 마
옆 룸입구까지 간 유준은 문을 걷어찼다.하영의 볼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눌려 있는 모습을 본 유준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검은 눈동자에서 피에 굶주린 듯한 음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웠다.유준은 대머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정강이를 걷어찼다.곧이어 그는 테이블 위의 술병을 집어 들어 대머리의 대가리를 내리쳤다.유준은 온몸에 차가운 피를 두른 염라대왕같이 무자비했다.장내에 감히 앞으로 나서서 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유준이 손에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을 본 허시원은 바로 다가가 자기 겉옷을 벗어 유준에게 건네주었다.유준은 몸을 돌려 하영 앞으로 가 옷으로 그녀를 감싸주었다.하영을 안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똑똑히 보았다.그녀의 눈물이 소리 없이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품속의 하영을 꼭 껴안고 차가운 소리로 허시원에게 명령했다.“저 새끼 병신으로 만들어!”허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사장님!”놀라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던 양다인은 유준이 하영을 안고 자신의 앞을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은 점차 짙은 불안과 질투로 변해갔다.……난원.가정부 임씨는 피와 상처로 얼룩진 하영을 보고 놀라 다리가 후덜거렸다.“사장님, 아가씨……”“여의사로 한 명 불러와!”유준은 말을 끝내고 하영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도착한 그는 기절한 하영을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그녀의 얼굴에 선명하게 찍힌 빨간 손자국을 본 유준의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 씨는 여의사를 모시고 왔다.의사는 하영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후 유준에게 말했다.“하영 씨는 보여지는 외상 외에 다른 큰 문제가 없습니다.”그제야 유준은 안심한 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주머니, 선생님 모셔다 드리세요!”임 씨는 곧 여의사를 데리고 떠났다.문이 닫히자, 유준은 휴대폰을 꺼내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
Read more
제13화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너 아직도 변명할게 남았어?” 유준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하영의 입술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뭘 어떻게 해명하라는 말인가?CCTV가 조작된 것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다.“말해!”유준의 고함소리에 하영은 몸을 떨었다.억울함이 치밀어 오르자 무기력하게 눈을 감았다.“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요?”하영의 담담한 대답에 유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때는 될 대로 되라는…….영상에서도 그랬고, 지금 자신의 앞에서는 그랬다!유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경고했다.“오늘 이후로, 출근할 때 외에, 별장에서 한 발짝도 나갈 생각 하지 마!”하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뭔데, 제 자유를 박탈하는 거예요?!”“내가 네 상사니까!”이 말을 남기고 유준은 문을 박차고 떠났다.하영은 아무 말 못도 하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아픔은 그녀의 신분이 얼마나 비천한지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온몸에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 하영은 책상에 기대어 몸을 지탱했다. 그런데 이때 책상 한가운데 잠긴 서랍이 눈에 들어왔다.잠긴 서랍 안에는 정유준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정유준이 술에 취했을 때 잠꼬대를 한 적이 있었다.“하영아, 다들 나를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는데…… 내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바로 저 서재 서랍 안에 있어. 매번 서랍을 열 때마다 내 심장은 쪼개지는 것만 같아…….”처음으로 유준이 실의에 빠진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당시에 서랍 속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이 완벽한 존재의 남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하지만 이제 하영은 알 것 같았다.서랍 속의 물건은 틀림없이 양다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지금껏 줄곧 그녀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으니…….여기까지 생각하니 하영은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아침 식사 후, 하영은 병원에 양운희를 보러 갔다.별장을 나서자 허시원의 그림자가 나타
Read more
제14화 너와 상관없어
승자의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영은 더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금전적인 부분에서 자기 능력으론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화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양다인 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서운하고 화날 텐데…… 괜찮으세요?”하영은 조심스레 유준의 표정을 살폈다.유감스럽게도 그는 무표정하게 몇 마디만 했다.“너와 상관없는 일인 거 같은데…….”……8시, 회사.정유준이 회의하는 동안 하영은 화장실에 갔다가 마침 손을 씻고 있는 양다인을 만났다.하영은 그녀를 한 번 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양다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강 비서는 정말 책임감이 강하시네요. 그렇게 얻어맞고도 나온걸 보면…….”하영이 씻던 손을 멈췄다. ‘그날 밤 혹시 양다인도 그 자리에 있었나?’‘그럼 유준이 자신의 전화를 끊은 것도 양다인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겠지?’하영은 무표정으로 답했다.“양 부팀장님!!부팀장님 본인 하시는 일만 관심 갖는 게 어떻겠어요?”양다인은 함박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유준 씨…… 강 비서님한테 화 안 내던가요?”하영은 곧장 일어나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양다인은 느릿느릿 페이퍼 타올로 손을 닦았다.“내가 봤을 때…… 유준 씨는 지금 강 비서를 엄청 혐오할 꺼 같은데요. 남자라면 누구라도 몸뚱어리 굴려서 도박 빚을 갚는 여자를 좋아하지는 않을 꺼 같은데요.”조작된 CCTV 파일이 생각나면서 양다인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이 모든 게 양다인의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하영은 화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양다인씨, 저한테 왜 그러세요? 혹시 저한테 감정 있어요?”양다인이 입술을 심술궂게 올리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내 남자를 빼앗으려 드는데 왜 감정이 없겠어? 강하영, 열 받지? 누가 널 더러 주제넘게 내 남자를 넘보라고 했어? 니 가족, 너네 집 식구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그런데 이 세상 어느 남자가 널 위해 진심을 다하겠어?”양다인의
Read more
제15화 그녀의 마지노선
임씨 아주머니는 얼른 입구 쪽으로 나가 유준을 맞이했다.“사장님, 오셨어요!!.”정유준은 입었던 외투를 건네주며 물었다.“그 사람은?”“아가씨…… 막 올라갔어요. 입맛이 없는지 두세 입도 안 먹었어요. 그리고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아직 왜 양다인을 밀었는지 따져 묻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지가 먼저 화를 내다니…….’식탁 위의 거의 먹지 않는 음식들을 힐끗 보고는, 화난 얼굴로 위층으로 올라가 탕, 탕, 탕, 방문을 두드렸다.곧 하영이 문을 열었다.문 앞에서 차가운 냉기를 풍기는 남자를 보면서도 하영은 무심하게 말을 했다.“무슨 볼일 있으신가요? 할 말 있으면 하세요.”자신과 거리를 두는 듯한 하영의 모습에 정유준은 되려 짜증이 밀려왔다.“나한테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아?” 남자가 물었다.하영은 눈도 깜짝 않고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정유준은 실눈을 뜨고 일갈했다.“강하영, 너 자꾸 내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지 마!”하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 정유준을 똑바로 쳐다봤다.“제가 어떻게 감히 도발할 수 있겠어요? 내가 말한다고 믿을 수 있겠어요?”정유준의 짜증 섞인 목소리.“그래서 해명조차도 하지 않겠다? 그쪽은 너 때문에 발목 삐었어!”하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봐봐,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뭘 더 물어봐?’하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내가 양다인 씨를 밀었다는 걸 인정하라는 말, 아닌가요? 네 맞아요. 이제 됐어요? 그래요, 난 이렇게 악랄한 여자예요.”하영에 대해선 의심하고…… 첫사랑에 대해선 안쓰러워하고…….그렇게 눈에 거슬리면, 내쫓으면 그만이다.잘못을 하고도 당당한 하영의 모습을 본 유준의 분노가 순간 폭발했다.그는 하영을 자신의 품으로 힘껏 당겨 안았다.고개를 숙여 하영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며 입술을 힘껏 물었다.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피비린내가 두 사람
Read more
제16화 남자가 있나 봐
[잠깐!]배현욱은 전화를 끊으려는 하영을 재빨리 붙잡았다.그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허 비서님, 지금 좀 멀리 있어서 올 수 없다네!]“……알았어요. 주소 보내주세요.”20분 뒤.하영은 몬스터 나이트클럽 입구에 도착했다.클럽 입구에 배현욱과 육기범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정유준을 가까스로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하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앞으로 다가갔다. 정유준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배어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그가 정말 취했다는 것을 확신했다.다만, 170센티미터의 자신이 어떻게 190의 유준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배현욱은 정유준을 강하영의 품에 밀어 넣으며 물었다.“강 비서님, 유준이 오랫동안 찾고 있던 그 여자…… 본 적 있어?”하영은 힘없이 시선을 내려 대답했다.“네. 있어요.”배현욱은 웃었다. “유준이 술을 많이 마신 것도 그 여자 때문일 거야.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고…… 암튼 잘 좀 챙겨줘. 부탁해.” 강하영의 심장이 비수가 꼽힌 듯 아려왔다.하지만 이전보다 고통의 강도가 세진 않은 것 같다.하영은 배현욱을 향해 멋쩍게 웃은 뒤, 힘겹게 유준을 데리고 떠났다.그들이 멀어지자 육기범은 얼른 입을 열었다.“야! 배현욱, 너 미쳤어?”배현욱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내가 뭐?”육기범은 화가 나서 하영의 뒷모습을 가리켰다.“너, 유준이, 강 비서때문에 술 마신 거 알면서…… 왜 그 첫사랑인지 뭔지 하는 여자 때문이라고 했어?배현욱은 가볍게 웃었다.“유준도 쓴맛을 좀 봐야 해. 마음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고. 다 그 녀석을 위한 거야.”육기범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무슨 마음고생?”“참 눈치 없구먼…….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육기범은 어이가 없었다. 그냥 시원하게 말해주지 뭔 뜸을 들이고 그러냐?……난원으로 돌아온 하영은 힘겹게 유준을 안방으로 데려갔다.한밤중에 술에 취한 남자를 데려오다 보니 너무 피곤했다. 침대 끝자락에 엎드린 하영은 손가락 움직일 힘조차도 없었다.
Read more
제17화 그가 받아들일까
식탁에 앉자 임씨 아주머니는 하영에게 방금 끓인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다.닭고기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것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갑자기 구토감이 확 몰려왔다. 하영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이 장면을 본 임씨 아주머니는 제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곧 놀라움과 기쁨의 기색이 얼굴에 나타났다.하영이 창백한 얼굴로 돌아오자, 임 씨는 웃으며 물었다.“아가씨, 혹시 요즘 생리가 늦어지는 건 아닌가요?”하영은 나른한 듯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들었다.“생리가 불규칙적이어서…… 잘 모르겠어요.”“저기…… 내가 봤을 때는 임신인 거 같은데?”하영은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임…… 임신요?!”임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따가 나가서 테스트기를 사다 줄 테니까, 테스트해보면 알 수 있어요.”하영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모님, 저와 사장님은 줄곧 피임을 해왔어요. 최근 위가 좋지 않아 그런 걸 거예요. 임신은 불가능해요.”아주머니는 다소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그럼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 안 되는 요리를 만들어 줄게요.”하영은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아, 맞다, 이모님, 제 속이 불편하단 건 유준 씨에게 말씀하지 마세요.”“사장님…… 사실 아가씨 걱정 정말 많이 하는데…….”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유준 씨 매일 바쁘잖아요. 괜히 저 때문에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저녁을 먹은 후, 하영은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사실 정말 임신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그날 밤 차에서는 확실히 아무런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다.하영은 불안한 듯 손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만약 정말 임신했다면, 이 아이는 낳아야 할까?오피스 와이프가 임신한 아이, 정유준은 틀림없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갑자기 몰려온 불안으로 하영은 침실에서 왔다 갔다 하며, 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꼭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했다.……밤 10
Read more
제18화 사장님이 오셨다
“당장 지워! 내가 왜 네 아이의 아빠야? ……구역질이 난다!”산부인과 앞에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낙태가 여자 몸에 얼마나 나쁜지 알아? 사람이 왜 이렇게 모질어?”“네 몸뚱어리가 내 꺼야? 나랑 뭔 상관인데?”커플의 다툼소리를 듣는 순간, 하영의 머릿속에 유준의 냉정한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는 단지 유준의 이부자리를 데워주는 ‘도구’일 뿐이다.유준은 배속의 아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갑자기 그 남자의 얼굴에 유준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덜컥 겁이 난 하영은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먼저 기회를 봐서 정유준의 의중을 파악해 봐야 한다.하영은 임신확인서를 가방에 넣은 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엄마의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그녀는 어머니의 병실 앞에서 한참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서야 문을 밀고 들어갔다.양운희는 사과를 먹고 있었다. 하영이 오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하영이 왔어?”하영은 양운희의 침대 옆에 앉아 다정하게 물었다.“엄마, 저 방금 출장 다녀왔어요. 오늘은 안색이 좀 괜찮은 것 같아 보여요.”양운희의 기분은 말처럼 좋아 보였다.“네가 출장 가 있는 동안 부진석 선생님께서 잘 챙겨 주셨어.”하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의사 선생님도 일이 바쁘시니까, 너무 폐 끼치지 말아요.”“나, 안 바쁜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진석의 온화한 목소리가 병실 입구에서 들려왔다.하영은 얼굴의 미소를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일어서서 감사를 표했다.“선생님, 우리 엄마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부진석의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양운희로 하여금 헛된 생각을 하게 했다.안 그래도 하영이 결혼해야 할 나이가 다 된 것에 양운희는 걱정하고 있었다.“하영아, 너 점심에 시간 되면 선생님께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 드려.”하영은 간곡히 거절하려
Read more
제19화 여자를 데려왔다
허시원은 차 옆으로 가서 하영이 차 문 여는 것을 도왔다.차문이 열리는 순간, 하영은 차 안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명치가 가라앉는 듯 가슴이 철렁했다. 귓가에는 정유준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들어와!”하영은 침을 삼키며, 긴장한 표정으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제대로 앉기도 전에 정유준은 손을 들어 하영의 턱을 쥐었다. 고개를 들며 분노에 찬 눈동자로 하영을 쳐다봤다.그는 금방이라도 하영을 잡아먹을 듯,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강하영, 너 내 말을 전부 귓등으로 들었어?!”하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해명하기 바빴다.“사장님, 방금 본 게 다가 아니라…….”“그럼 뭔데?” 정유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는 내가 본 것만 믿어!”한마디 할 때마다 정유준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하영은 너무 아픈 나머지 눈가에 눈물이 맴돌았다.어떻게 설명해야 정유준이 믿을까?아니면 아무리 설명해도 다 헛수고일까?그가 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정유준은 한참 하영을 쳐다보았다.그녀가 고분고분한 요령을 터득한 줄 알았다.그래서 어젯밤 그녀의 외출을 허락하였다. 또 혼자만의 외출도.그런데…… 그의 믿음을 이렇게 짓밟아 버리다니…….“말해봐!!”정유준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그의 표정은 하영으로 하여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두렵게 만들었다.하영은 눈가에 맴도는 눈물을 꾹 참았다. 감정을 억누르고 그에게 물었다.“그럼, 당신은?”정유준은 ‘이 여자가 왜 이래?’ 라는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정유준,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뭔데? 니 체면이 서지 않아서? 아니면 너의 강한 집착 때문에?당신은 첫사랑만 찾아다녔으면서, 한 편으론 나를 붙잡고 놔주질 않고 있자나…… 이런 양다리가 어딨어? 한 번이라도 내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어?”“무슨 네 생각?” 유준은 계속해서 하영에게 비수와 같은 말들을 내뱉었다.“강하영, 넌 오피스 와이프야. 나한테 네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넌 그럴
Read more
제20화 나한테 화내지 마
하영은 양다인의 계략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 침착하게 밥을 먹었다.양다인은 난처한 듯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내가 여기 와서 강 비서님 기분이 언짢은 거 아니야?”“뭔 상관이야?” 정유준은 앉으라며 손을 잡았다.양다인은 영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에게 한마디 던졌다.“강 비서님, 지난번 일은 괜찮아.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내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랬어.”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나한테 화 그만 내면 안 될까?”양다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하영은 구역질 나는 쓰레기를 보는 것 같았다.겨우 메스꺼움을 참고 있는데, 이번에는 정말 토할 것 같았다.하영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는 누구처럼 좀생이가 아니에요.”하영의 말을 듣고 양다인은 젓가락을 힘껏 쥐었다.그러나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그녀는 분노를 처량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바꾸는 연기를 선보였다.“아니, 아니야, 강 비서님, 그런 뜻 아니야.난 단지 앞으로 우리가 유준 씨 곁에 있으려면 서로 오해를 풀고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을 거 같아서…….”양다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두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이고 목멘 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유준 씨, 내가 괜히 와서 두 사람의 식사 분위기를 망친 거 같아. 미안, 미안해…….”정유준은 불현듯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담담한 어조로 위로했다.“대화가 안 되는 사람과 얘기하면 속이 답답하고 원래 그래. 그러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밥 먹이나 먹어.”정유준이 나서서 편을 들자, 양다인은 득의양양했다. 반면 하영은 속이 쓰렸다.유준의 눈에 자신은 악독한 여자다.양다인의 착한 척하는 연기는 완벽했다.하영은 입안의 음식이 마치 모래알 같아서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어려웠다.식사 후.정유준은 회사 업무로 인해 별장을 나왔다.하영은 주방으로 가서 임 씨 아주머니께 과일을 좀 부탁하려고 했다.자리에서 일어나자 양다인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정형편이 안
Read more
PREV
123456
...
9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