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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양다인은 정유준의 핸드폰을 건네주려고 했다.

그러나 전화가 온 사람이 하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동작을 멈칫했다.

순간 머릿속은 고민이 되는 듯했지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때.

전화가 끊긴 것을 본 하영은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지금 바쁜가?’

하영은 이를 악물고 정유준이 다시 전화할 것이라는 믿고 택시를 타고 카지노로 향했다.

……

한 시간 뒤.

하영은 럭셔리하고 웅장한 카지노 입구에서 내렸다.

그리고 홀을 지나 길을 물어 2번 룸 입구까지 찾아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문을 밀어 열었다.

순간 피비린내가 뒤섞인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룸 안쪽에는 흉악한 얼굴의 남자가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아버지 강성문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놈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잘린 손은 거즈로 대충 감아 지혈 중이었다.

입구의 인기척에 강성문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하영을 보자 강성문의 눈에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하영아! 하영아! 살려줘!”

카지노에 들어서기 전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하영은, 강성문을 본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빠른 걸음으로 강성문을 향해 걸어갔으나, 이내 험악한 남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저기…… 미스 강, 이보세요! 뭐가 그리 급해? 돈부터 줘야지?”

시가를 피우고 있는 얼굴에 흉악한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더러운 눈빛은 끊임없이 하영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눈빛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더러운 욕망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쳤다.

하영은 마음속 공포와 분노를 누르고 고개를 돌려 칼 흉터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빠 먼저 풀어줘요. 그러면 돈을 줄게요!”

칼 흉터 남자가 손짓하자 강성문을 잡고 있던 무리가 뒤로 물러섰다.

강성문은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러고는 바로 하영에게 달려갔다. 그의 눈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감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영아! 나 먼저 갈게, 너……, 너는, 돈 갚고 와!”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도망갔다.

“미스 강, 정말 좋은 아버지를 뒀네!”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영은 아버지에게 무자비하게 버려진 아픔을 참으며 칼 흉터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한테는 500만 원밖에 없어요. 이틀만 더 봐주세요. 꼭 갚을게요.”

칼 흉터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손에 든 술잔을 테이블에 세게 내리쳤다.

“X발,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뭐? 지금 나 보고 조건부로 사람을 풀어주란 거야?!”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하영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그럼 하루라도 여유시간 주세요!”

칼 흉터의 남자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꿈도 꾸지 마!”

말을 마친 그는 실눈을 뜨고 위아래로 하영을 몇 번 훑어보았다.

“돈이 없으면, 그럼 네 몸뚱어리로 500만 원을 갚아!”

하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너희들이 내 몸에 함부로 손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경찰에 신고한다고?”

칼 흉터의 남자는 크게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책상 위에 던졌다.

“야! 전화해봐! 내가 짭새를 무서워할 거 같아? 그랬다면 내가 성을 갈아버리지…….”

긴장한 하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절대 이놈들의 손아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오늘 밤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불구가 되든지 아니면 죽든지……!

하영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비상 버튼은 연속으로 누른 뒤 조심스럽게 뒤로 움직였다.

이들이 경계를 소홀히 한 틈을 타서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저년 잡아!”

문틈으로 빠져나가려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

하영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놈들에게 내팽개쳐진 하영은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마침 바닥의 흥건한 핏자국 위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받은 충격은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현기증으로 인해 눈앞이 칠흑 같았다.

하영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영이 일어서기도 전에 상대방은 그녀의 따귀를 세게 한 대 갈겼다.

강한 이명과 통증으로 거의 의식을 잃을 뻔했다.

머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다시 엄습하자 하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쳐들었다.

“도망가? 내 구역에서 살아서 도망간 놈은 아직 아무도 없어. 내가 오늘 밤 너 죽을 만큼 갖고 놀지 않으면 성을 간다!”

말이 끝나자, 대머리 남자는 하영의 옷을 벗기려 했다.

가슴에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하영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안 돼……. 하자 마!”

같은 시각, 룸 밖의 복도에 있던 허시원은 휴대폰을 들고 정유준이 있는 룸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그가 불쑥 들어오자, 룸 안의 VIP들은 흥이 깨져서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유준의 얼굴도 다소 굳었지만, 허시원이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유준도 알고 있었다.

그는 목에 맨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뭔 일이야?!”

허시원은 표정이 굳어졌다.

“사장님, 강 비서에게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

유준의 표정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깊고 검은 눈동자엔 불안감이 침습했다.

“지금 당장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허시원은 얼른 GPS로 하영의 위치를 찾았다.

고개를 들어 놀란 눈빛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

“어…바로 옆의 룸인데요…….”

유준이 벌떡 일어섰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양다인도 급히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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