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신호를 줬음에도 왕철수가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이제 1조 8,000억을 돌려받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더 중요한 건 용왕님을 기만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버렸다는 점이었다.백강호는 힘이 풀린 듯 무릎을 꿇은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끝났어. 이젠 완전히 끝장났다.’결국 용왕님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하하, 너희 평소에 나를 얼마나 무시했냐? 내가 못난 놈이라 쓸모없다고 생각했지?”“근데 이제 나한테 1조 8,000억이 있어. 그러니 너희 눈치를 볼 이유도 없지.”왕철수의 목소리는 뻔뻔하고 거만했다.“참, 나는 지금 해외에서 한껏 즐기고 있어. 이 번호는 곧 없애버릴 거야. 잘 지내. 우리 착한 누님.”뚝...전화가 끊겼다.왕철수는 자신이 방금 저지른 짓이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니, 알았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1조 8,000억이었다.그 정도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안 돼... 안 돼!”김희자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고 절망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겼고 그녀의 울부짖음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강호 오빠, 제발 나 좀 살려줘. 나 죽기 싫어!”김희자는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예천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공포에 휩싸였다.그녀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백강호는 차갑게 김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증오와 혐오가 서려 있었다.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를 향해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김희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이제는 더 이상 희망조차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을 살려 달라고?’이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당신... 왜 날 그렇게 봐?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김희자는 다급히 백강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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