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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 Bab

제1541화

“좋아. 이제야 제대로 된 거지.”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참 아쉽네. 만약 너희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와서 솔직하게 사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어. 그랬다면 사실 대부분은 아무런 배상도 필요 없었을 거고 설령 보상을 해야 한다 해도 아주 조금이었을 텐데.”그 말을 듣는 모두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고 괴롭고 마음이 찢어지는지 알긴 할까.’예천우는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너희가 그나마 빨리 잘못을 인정했다는 거야. 적어도 목숨은 건졌으니까. 어떤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지.”말이 끝나자 예천우의 시선이 오아람을 향했다.그러자 오아람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고 그는 온몸을 떨며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예 가주님,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앞으로 예씨 가문을 위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정말 뭐든지요...”주변에선 오아람의 처절한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재산의 절반을 내놓기로 한 이들은 그나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스스로를 위안이 되었다.‘하지만 오아람은 이제 정말 끝장이겠네. 오아람이 죽으면 오씨 가문도 끝일 거야.’예천우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됐어. 너 같은 사람은 우리 예씨 가문에 두고 싶지 않아.”“하지만 굳이 네 목숨을 거두진 않겠어. 대신 네가 가진 회사의 모든 지분을 예씨 가문에 넘기고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 어때?”예천우의 말에 모두가 놀라운 듯 잠시 침묵했다. 용지천마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아람 정도면 예천우가 그냥 넘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오아람의 얼굴이 잠깐 복잡하게 일그러졌지만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예 가주님, 이렇게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는 건 그의 거의 모든 자산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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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화

“지금 망설였다는 건 아직 완전히 확신이 없다는 거겠지. 그래도 괜찮아. 나는 이번에도 너희 쪽에 기회를 줄 생각이야.”예천우는 아주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앞으로 남궁 가문이 예씨 가문과 화목하게 지내기만 한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깨끗이 없던 일로 해줄게. 어때?”남궁서정은 잠깐 놀란 듯 멈칫했지만 예천우가 이렇게까지 체면을 세워줄 줄은 몰랐고, 그 조건도 전혀 무리한 게 아니었다.바로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문제없습니다. 예 가주님, 이렇게 관대하게 배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네. 용도 4대 가문은 나라의 버팀목이야. 경쟁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같은 편끼리 싸워선 안 되고 모두 함께 용국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해.”이게 바로 예천우가 진짜 바라는 바였다.처음부터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고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다 이 결말을 위한 포석이었다.힘으로 제압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이런 선언이 끝나자 연회장에 있던 이들 역시 예천우에 대한 인상이 한층 달라졌다.남궁서정도 순간 예천우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찰나 그때 연회장 문 쪽에서 누군가 들어섰다.놀랍게도 그 인물은 바로 용국의 최고 권력자 용수의 옆에서 직접 보좌하는 비서였다.그를 보자 모두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비서는 부드럽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다들 앉으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제가 온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용수 님께서 예천우 님이 예씨 가문의 가주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예 가주님께서 예씨 가문을 이끌며 용국을 수호하고 더 높은 곳까지 이끌어 주시길 기대합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회장에 있던 이들의 마음이 한 번 더 크게 흔들렸다.용수가 직접 사람을 보내 공개적으로 축하를 전한다니 이전에도 축하 인사는 있었지만 전화 한 통이면 끝이었고 이렇게 비서가 직접 찾아오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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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예천우는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앉아 있었지만 갑자기 연회장 전체가 자기 앞에 절을 올리자 오히려 조금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자, 그냥 하나의 직함일 뿐이에요. 다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편하게들 앉아요.”그렇게 말한 예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와 잠시 조용히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비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 자체가 바로 그 임명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였으니 맡겨진 임무만 끝내고 깔끔하게 돌아간 셈이었다.사실 지금 이 타이밍에 임명 소식이 발표된 것 자체가 명확한 신호였다.말하자면 용수 쪽에서 분명하게 예씨 가문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보여준 셈이었다.이 점이 바로 남궁서정이 깊이 안도한 이유이기도 했다.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가문의 원로들이나 어르신들에게 따로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오히려 모두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그녀의 결정을 칭찬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연회장 분위기는 금세 누그러졌지만 남궁성주와 오민규 등 몇몇은 여전히 전혀 안심하지 못하고 있었다.예천우의 권위와 새로운 지위가 그들 마음속에 더욱 커다란 공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이제 서로 눈빛만 주고받으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자리를 뜨지도 못했다.예천우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 도망가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급한 일만 정리하고 나면 이런 쓰레기들도 제대로 손봐주겠다고 한 말이 떠올라 더욱 불안해졌다.그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손찌검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고 마음 같아서는 몇백 대라도 뺨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런 가운데 유수민은 이미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예천우의 정체와 권세, 그리고 연회장 전체의 분위기가 계속해서 자신이 상상했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마지막에 모두가 일제히 예천우 앞에 고개를 숙이는 그 장면은 특히 그녀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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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자. 됐으니 모두 일어나.”예천우는 더 이상 말 길게 하는 것이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비록 이 친구들의 행동이 좀 지나치긴 했지만 그래봤자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젊은이들의 실수일 뿐이야. 난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 물론 나였으니 이렇게 넘어가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전부 죽었을 거야. 그러니 이번 일은 따로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집에 돌아가서 얘네들을 제대로 교육해 줘. 그리고 가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경고해. 가문의 힘을 믿고 함부로 나대지 말라고. 설령 나를 만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혼이 날 수도 있어. 착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복 받을 거고 나쁜 마음을 품으면 언젠가 반드시 벌을 받는 법이야.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지. 명심해. 다들 알겠어?”“네. 예 가주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너희들 뭐 하고 있냐? 얼른 예 가주님께 감사 인사드려!”그러자 모두가 서둘러 예천우 앞에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예천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처리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감명을 주었다. 어느새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그들은 예천우의 압도적인 실력과 위압감에 대한 두려움을 품는 동시에 그의 뛰어난 인품까지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모든 일이 깔끔하게 정리된 걸 확인한 예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자, 그러면 여기 일은 이만 마무리됐으니 저는 이제 떠나야겠어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순간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다.처음엔 예천우가 허세 부리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비행기 시간에 쫓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예관희가 다급하게 나서서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아, 천우가 급한 일이 생겨서 급히 천해시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그 말을 듣고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사람들은 내심 예천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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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참, 그리고 용진성 일은 알고 있어?”옛 용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혹시 비밀리에 장용 세력을 조직하고 심지어 서방 교황청과 손잡았다는 얘기 말씀입니까?”예천우가 조용히 되물었다.“역시 용수님께서 네게 모든 걸 다 이야기하셨구나. 최근 시국이 워낙 안 좋으니 네가 반드시 용국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그럴 겁니다.”예천우는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상대가 누구든 우리 용국을 건드린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처리할 겁니다.”그의 목소리엔 단호함이 가득했다. 예천우는 원래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용국을 해치려 드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좋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안심이 돼.”옛 용왕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경고했다.“하지만 이건 네게 반드시 당부해야겠어. 만약 그분이 정말 네 앞에 나타난다면 절대 맞서지 마라. 옥패의 비밀을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간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순순히 넘겨드려라. 날 믿어줘. 우리가 모든 걸 하는 건 다 이 세상을 위한 일이니까.”옛 용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고 예천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담담히 대답했다.“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시죠.”옛 용왕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예천우가 자신을 아직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그렇게 대단한 존재라면 차라리 그분이 직접 용국을 지켜주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거 아닙니까?”예천우가 갑자기 의문을 던졌다.“그분은 손을 쓰실 수 없어. 언젠가는 너도 그 이유를 알게 될 거야.”옛 용왕은 그 말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미 그가 탈 비행기의 탑승 수속이 시작된 터였다.옛 용왕이 자리를 뜨자 예천우 역시 탑승구로 향했다. 그의 비행기 역시 이미 탑승 수속을 시작한 상태였다.한편 박민정은 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 결국 천해시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옥패가 아직 예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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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옆자리 남자의 무관심한 태도에 류서연은 내심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오히려 이게 더 편할 수도 있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덕분에 조용히 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그러나 역시 그녀의 매력은 쉽게 감출 수 없는 법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성화 그룹의 이사 이홍만이라고 합니다. 괜찮다면 연락처 교환하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요?”성화 그룹이라는 말을 듣자 류서연은 잠시 멈칫했다.‘성화 그룹이라면 자신이 속한 연예계에서도 손꼽히는 최정상급 대형 기업이잖아? 그런데 이홍만이라면...’이홍만이라는 이름 역시 낯설지 않았다. 그는 업계에서도 꽤 영향력 있는 대주주급 인사로 알려져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이 이홍만이라는 남자가 미녀들을 특히나 밝히는 성격으로 유명하다는 점이었다. 이미 업계에서는 그가 수많은 신인 배우와 연예인들을 곤경에 빠뜨린 소문이 파다했다.특히나 그가 지금 노골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류서연은 바로 경계심이 솟구쳤다.“죄송하지만 저는 모르는 분과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아요.”“하하.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인사하면 곧 친해질 수 있잖아요? 게다가 아가씨는 외모나 분위기가 워낙 훌륭해서 우리 성화 그룹의 톱스타로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매년 톱스타들을 수없이 배출하거든요.”이홍만은 능청스럽게 설득을 시도했다. 그녀의 우아한 자태와 완벽한 몸매를 보자마자 욕심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자신은 충분히 그녀를 손에 넣을 자신이 있었다.사실 이홍만의 자리는 원래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었다. 화장실 때문에 이코노미석 쪽에 내려왔다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것이다.류서연은 상대가 집요하게 자신을 바라보자 고민할 틈도 없이 딱 잘라 말했다.“필요 없어요.”이홍만은 순간 당황했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그녀 옆자리에 앉은 예천우를 힐끔 보고는 제안했다.“저기 젊은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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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그 말에 이홍만은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냉소를 띠며 말했다.“정말 남자 친구 맞아? 그냥 연락처 하나 달라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진짜예요. 제 남자 친구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 연락처를 받아요.”류서연은 이홍만을 자극하지 않으려 더욱 예천우의 팔을 꽉 붙잡으며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는 척했다.“흥!”이홍만은 주변 승객들의 시선까지 몰리자 어쩔 수 없이 화난 얼굴로 돌아서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떠나는 그의 눈빛에는 분명히 포기하지 않은 욕망이 서려 있었다.가질 수 없을수록 더 끌리는 법이었다.이홍만이 멀어지자 류서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예천우의 팔을 놓았고 잠시 망설이다 조용히 말했다.“도와주셔서 고마워요.”“별거 아니에요. 신경 쓸 거 없습니다.”예천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하며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그의 시큰둥한 태도에 류서연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흥. 끝까지 그렇게 무관심한 척하기는. 내가 진짜 모를 줄 알아?’처음부터 예천우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한 척했지만 실제로는 분명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평범한 차림의 이 남자에게 20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닐 텐데 그 돈을 주고도 좌석 바꾸기를 거부했다는 건 그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니까 말이다.마음속에 관심이 있으면서 겉으로 무관심한 척 연기하는 것이 분명했다.‘좋아. 그렇게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면 어디 계속해 봐. 난 절대로 먼저 말을 걸어주진 않을 테니까.’류서연은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자기 정도의 뛰어난 미녀가 자기에게 관심 없는 남자에게만 끌릴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었다.그렇게 생각한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당황스러워졌다.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 곧 착륙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도 그는 정말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한 번도 다시 쳐다보지 않았다.얼마 후 비행기가 착륙하고 승객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하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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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호텔 이름을 듣자 예천우는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쪽으로 모셔다 드리죠.”“정말요? 다행이에요. 고마워요!”류서연은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더 편하게 안전하게 호텔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공항에서 나가는 길에 그녀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 예천우에게 물었다.“참, 아직 이름도 못 물어봤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예천우입니다. 그쪽은요?”“저요? 조금 있다가 제가 선글라스를 벗으면 아마 바로 알아보실걸요?”류서연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데뷔한 지 3년밖에 안 되었지만 첫 데뷔 때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누구나 알아보는 최정상급 인기 스타였기 때문이다.‘두고 보자. 자꾸 관심 없는 척하는데... 내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면 계속 그렇게 무시할 수 있을까?’만약 조금 전 이홍만과 가까이서 제대로 마주쳤다면 아마 곧바로 알아봤을지도 몰랐다.예천우는 그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공항 밖으로 나온 그는 곧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을 발견했다.예천우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본 기사는 미리 지시받은 대로 용왕님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예천우 씨, 이쪽입니다.”예천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사는 최대한 평범한 차량으로 준비했고 가능한 한 겸손한 태도로 움직였다.그런데 류서연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든 건 예천우가 혼자 앞좌석에 앉아버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류서연은 자연스럽게 자신은 뒷좌석에 혼자 앉게 되었다.‘보통이라면 같이 뒷좌석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나? 이 남자 정말 이상하네.’게다가 차에 탄 뒤 예천우는 다시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로 돌아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류서연은 점점 짜증이 나서 결국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아예 벗어버렸다.‘이 정도면 당연히 내 얼굴을 알아보고 놀라겠지?’그런데 예천우는 전혀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고 시간이 계속 지나자 류서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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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류서연은 예천우가 그렇게 단호하게 연락처 교환을 거절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류서연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정말로 이 남자는 나와 엮이고 싶지 않은 걸까?’바로 이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남자는 정말로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그녀는 점점 더 이 남자에게 흥미가 생겼다.‘설마 이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자신을 향한 예천우의 철저한 무관심을 떠올리자 충분히 가능한 일 같기도 했다.‘아무튼 진짜 이상한 남자야. 그런데 묘하게 매력적이네?’언젠가 또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도 모르게 얼굴 가득 아름답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이 미소를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분명 마음을 빼앗겼을 터였지만 아쉽게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한편, 류서연을 내려준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해시 경찰서 앞에 멈췄다.천해시는 예천우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이자 가장 편안한 본거지였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뭐든지 간단한 전화 한 통이면 즉시 처리되는 일이 많았다.경찰서 앞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서장이 직접 나와 예천우를 맞았다.서장 장한식은 유은수의 일 때문에 황호건에게서부터 특별히 신경 써 달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임연 그룹 자체가 천해시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데다 예천우와의 관계 때문이기도 했다.둘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서장과 함께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안에서 유은수가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의 사위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조심하라고 위협하는 중이었다.유은수는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예천우의 이름을 팔아 꽤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사실 예천우의 정체가 정말로 만만치 않았기에 그동안은 효과가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자 그녀는 점점 더 초조하고 두려워졌다. 그녀는 절대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도 수십 년간 풍족한 사모님의 생활을 계속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유은수가 자신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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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예천우를 보자마자 유은수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격하게 감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역시 너밖에 없어. 넌 세상에서 최고의 사위야. 분명 나를 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던 날부터 나는 네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봤어. 착하고 훌륭하고 누구보다도 최고인 사위였는데... 내가 그동안 일을 너무 잘못 처리했어. 네가 내 진심을 몰라서 오해해서 내가 널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이렇게 다시 날 용서해 주고 구하러 와줘서 정말 고맙다. 천우야! 앞으로는 나한테 사위는 오직 너뿐이야. 너랑 완유가 다시 결혼식을 올리면 나랑 네 아버지가 직접 널 맞이할 테니 걱정하지 마!”유은수는 흥분한 나머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그 말들은 전부 그녀의 진심 어린 후회와 애정을 표현하는 듯했다.예천우가 다시 자신을 받아준다면 그녀는 다시 수많은 사람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지난번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가져왔던 그 모습을 생각하니 앞으로 딸이 다시 결혼식을 올리면 얼마나 더 화려하고 웅장할지 벌써 기대가 됐다.자신은 당연히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모두의 부러움을 받을 것이었다.이번 일도 예천우가 직접 찾아왔으니 그의 막강한 능력이라면 무조건 해결될 게 뻔했다.이곳에 갇혀 지내면서 그녀는 지난 모든 일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정말 뼈저리게 후회했다.‘이렇게 좋은 사위를 그동안 왜 그렇게 대했을까. 아무리 완유가 친딸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완유는 그 사실을 모르잖아. 완유 역시 그동안 날 진심으로 잘 대해주었기에 충분히 되돌릴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런 딸을 내쫓고 완유의 영향력까지 없애려 했다니...’돌이켜 보면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예천우가 나타났으니 그녀는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유은수는 이제부터 반드시 예천우라는 거대한 뒷배를 꽉 붙들고 절대로 놓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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