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Bab 1901 - Bab 1910

1990 Bab

제1901화

진서준을 문 앞까지 배웅한 안진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진서준 씨, 이틀 후에 저희 안씨 가문에서 가문 연회를 엽니다. 그때 범인이 섞여 들어와 또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입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그날 연회에 와주셔서 우리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물론이죠.”진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안씨 가문은 용의 호위대인 아홉 후손 가문 중 하나인지라 진서준도 이 세력을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정말 감사합니다. 진서준 씨, 그날 뵙겠습니다.”안진천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서준이 함께한다면 범인이 또 나타나도 안씨 가문은 무사할 것이었다.안씨 가문을 나선 진서준은 곧바로 허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사연이 지금 사케바에 있다는 걸 들은 진서준은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30분 후, 진서준은 사케바 입구에 도착했다.일반 술집의 시끄러움과는 달리 사케바는 훨씬 조용하고 여유로웠다.몇몇 손님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였다.입장하자마자 진서준은 허사연 일행을 발견하고 다가갔다.“여기 웬일이야? 관광하러 간 거 아니었어?”자리에 앉은 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오전 내내 걷다 보니 발이 좀 아파서 쉬러 왔어.”허사연이 대답했다.사실 허사연은 종사급 무인이라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황예은이 꽤나 지쳐 보였다.허사연은 황예은의 자존심을 고려해 일부러 피곤하다고 말한 거였다.“참, 아까 그 미녀가 널 초대해서 환자를 치료한다고 했잖아. 잘 치료해 줬어?”허사연도 질문을 던졌다.“당연하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 나왔겠어?”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어머? 그 말투 보니까 꽤 대단한 가문인 모양이네?”허사연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응. 여기선 꽤 영향력 있는 가문이야.”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씨 가문은 르벨 지역의 최상위 가문이었고 안씨 가문을 포함한 다른 두 가문은 하씨 가문의 아래였다.비록 하씨 가문만큼은 아니어도 일반인이 함부로 건드릴 상대는 아니었다.“저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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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2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이게 남자의 진짜 목적이었다.노래는 단순한 핑계에 불과했고 여자를 희롱하려는 게 본심이었다.진서준 일행 근처에 앉아 있던 한 무리 중, 명품으로 휘감은 잘생긴 청년이 벌떡 일어났다.“이 뚱돼지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내 친구가 노래 못 부른다잖아? 개수작 작작 부려. 술을 같이 마시자고? 주제 파악이 안 돼?”“그래, 거울 좀 보고 그런 소리 지껄여.”“저 돼지 같은 얼굴로 우리 학교 얼짱과 술 마시자고? 어림도 없지.”같은 테이블의 다른 친구들도 줄줄이 한 마디씩 보탰다.진서준은 그들의 말투를 통해 이 무리가 학생이라는 걸 눈치챘다.“관광 나왔다가 이런 장면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네.”허사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저 뚱뚱한 남자가 그냥 발정 난 거지.”진서준이 무심하게 반응했다.그 뚱뚱한 남자가 노린 건 애초에 노래가 아니었다.대놓고 여자에게 ‘올라타’ 같은 노래를 시킨 것부터가 수상했다.“내가 돈 썼는데 노래 좀 부르고 술 좀 마시는 게 뭐 어때서? 너희들 불만 있으면 나처럼 돈 써봐.”뚱뚱한 남자는 오만한 표정으로 외쳤다.“털도 제대로 안 난 애송이들이 어디서 함부로 짖어대?”“돈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야? 내가 질 줄 알아?”고급 브랜드로 한껏 멋을 낸 청년은 당당하게 일어나 카드로 400만 원을 결제했다.“대박, 이 청년이 찐 부잣집 도련님인가 본데? 이제 제대로 한 판 붙겠네.”둘의 돈 자랑 배틀이 시작되자 손님들은 하나둘 구경꾼으로 돌변했다.예쁜 여자보다 이런 싸움 구도가 훨씬 재미있는 법이었다.사케바 사장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돈 많은 손님 둘이 부딪치면 사장 주머니만 두둑해지니까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이런 사케바에서 사장은 때로 일부러 알바를 고용해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부자들은 체면이 생명인지라 돈 몇 푼 아끼다 굴욕당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법이었다.“400만 원 가지고 잘난 척이야?”뚱뚱한 남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카드 한 장을 던지며 말했다.“2,0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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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3화

상대가 이렇게까지 막 나가자 명품남은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화냈다.“뚱땡이가 자꾸 선을 넘네?”“선을 넘으면 어쩔 건데? 내가 돈 써서 술 한잔하자는데 뭐가 어때서?”뚱뚱한 남자가 싸늘하게 비웃었다.“그딴 개수작 당장 집어치워. 미리 말해두는데 난 성씨 가문 사람이야.”성용준이 당당하게 자기 신분을 밝혔다.그 말이 떨어지자 구경꾼들이 깜짝 놀랐다.성씨 가문은 르벨에서 유명한 명문대가였다.어쩐지 이 청년이 아까 돈을 막 쓰더니,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진서준도 이 청년이 성씨 가문 사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살짝 놀랐다.“네가 성씨 가문 사람이면 뭐 어쩌라고? 그거 믿고 갑질이라도 하겠다는 거야?”뚱뚱한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지금 갑질하고 있는 건 너잖아. 난 그냥 내 친구가 모욕당해서 한마디 한 거고.”성용준이 차갑게 받아쳤다.“네가 먼저 시비 걸지만 않았어도 나도 이렇게까지 말싸움 안 해.”“내가 돈 내고 내 술 마시겠다는데 그게 왜 갑질인 거야?”뚱뚱한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성씨 가문 사람인 네가 참 꼴불견인 거지. 고작 몇천만도 못 내면서 내게 시비를 걸어? 성씨 가문 얼굴에 먹칠이나 하니 좋아?”“이 뚱땡이가 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네. 감히 우리 성씨 가문을 모욕해? 그 입을 갈기갈기 찢어 줄까?”성용준의 얼굴에 살기가 번뜩였다.“한 번 해봐.”뚱뚱한 남자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잘 들어, 난 하씨 가문의 직계 하홍철이야.”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렸다.하씨 가문은 성씨 가문이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최상위 명문대가였다.그러니 이 뚱뚱한 남자가 성용준의 정체를 알고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던 것이다.성용준조차도 그 말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하씨 가문과 제대로 붙으면 성용준에게 결코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성용준이 말을 잇지 못하자 하홍철은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왜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아까는 입 털기 바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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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4화

상대가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는 걸 알자 성용준은 두 손을 꽉 쥐었다.바로 그때, 어디선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미영이 너랑 무슨 사이야?”사람들이 소리 난 쪽을 돌아보니 구석에 네 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그중 세 명이 말도 안 되는 미녀들이란 걸 확인한 순간, 하홍철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너 누구야? 우리 누나 이름은 또 어떻게 알지?”성용준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되물었다.진서준이 예전에 성씨 가문에 갔을 때, 성용준이 집에 없었기에 둘은 처음 마주하는 사이였다.“성미영이 네 누나야?”진서준이 다시 물었다.“맞아, 우리 친누나야. 넌 누구야?”성용준이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나랑은 그냥 일반 친구야.”성용준과 성미영의 관계를 알게 된 이상, 진서준은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뚱땡이야, 이쯤에서 그만하지 그래?”“너 지금 나한테 말한 거야?”하홍철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나한테 명령이야?”애초에 하홍철은 허사연 일행을 억지로라도 붙잡을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고 마침 진서준이 먼저 시비를 걸어온 셈이었다.“하나만 충고할게. 날 건드리면 진짜 끝장날 줄 알아.”진서준이 담담하게 경고했다.“이 자식 봐라? 폼은 혼자 다 잡고 있네? 내가 딱 일부러 너 열받게 해줄게. 어쩔래?”하홍철이 손을 휘젓자 건달들이 진서준 일행을 에워쌌다.“네가 허세를 부리고 싶다는 거지? 그럼 내가 제대로 상대해 주지. 저 자식 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밖에다 내던져. 저 세 미녀는 다치게 하지 마. 알겠지?”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테이블을 툭 쳤고 순간 젓가락들이 튕겨 올랐다.그다음, 진서준이 소매를 휘날리자 젓가락이 앞으로 날아갔다.푸슉!젓가락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건달들의 무릎을 뚫고 지나갔다.순간 피가 솟구쳤고 건달들 전부 비명을 질렀다.이 장면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사람 무릎을 젓가락으로 꿰뚫는다는 게 말이 쉽지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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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5화

하홍철은 눈앞의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싸움을 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홍철이 부른 건달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전투력을 잃었다.“아까 경고했을 텐데? 알아서 주제 파악하라고.”표정에 미동도 없는 진서준이 하홍철을 향해 걸어갔다.“멈춰, 오지 마!”하홍철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가 근처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며 위협했다.“잘 들어, 난 하씨 가문의 직계야. 감히 나한테 손대기라도 하면 우리 하씨 가문이 절대 널 가만 안 둘 줄 알아.”“직계면 뭐 어때? 난 그런 놈들 때려본 게 한두 번이 아니야.”진서준이 싸늘하게 대응했다.지금 하경범은 아직도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고 하경준은 존재감도 없는 일반 건달이었다.그리고 눈앞에 이 뚱보는 그 두 사람보다도 더 못난 망나니였다.“너 용기 있으면 이름이나 남겨봐.”하홍철은 겉으론 큰소리쳤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네가 내 이름을 알 자격은 없어.”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은 발을 번쩍 들어 하홍철의 배를 걷어찼다.그러자 하홍철은 농구공처럼 날아가 벽을 들이박았다.하홍철은 순간 속이 뒤집히고 통증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더니 전날 먹은 밥까지 죄다 토해냈다.진서준이 진짜 하홍철을 날려버리는 걸 본 성용준은 입이 떡 벌어졌다.이 사람의 용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하씨 가문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가문인지 설마 모르는 사람인가?“앞으론 밖에서 술 먹을 때 좀 조용히 처마셔. 오늘 날 만난 건 운이 좋았던 거야. 다른 사람 만났으면 발차기 하나로 끝났을 것 같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오늘 일, 절대 잊지 않겠어.”하홍철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이건 그야말로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치욕 중의 치욕이었다.진서준은 하홍철의 말 따위를 신경도 안 쓴 채, 허사연 일행과 함께 사케바를 나섰다.“형님, 잠깐만요.”성용준이 재빨리 따라가며 외쳤다.“형님, 저 대신 저 녀석을 혼내서 진짜 감사합니다.”성용준의 태도가 진솔한 걸 본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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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그 사람은 잘생겼어. 그리고 옆에 미녀 셋이 같이 있었어.”성용준의 말을 들은 순간, 성미영의 머릿속에 딱 한 사람의 이름이 번쩍 떠올랐다.“대충 알겠어. 네가 말한 그 사람은 아마 진서준일 거야.”성미영의 목소리는 살짝 차가워졌다.“그 녀석은 여자 좀 밝히는 바람둥이야.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그래?”성용준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보아하니 진서준이라는 사람이 누나한테는 별로 좋은 인상을 못 준 모양이었다.“됐고, 너는 빨리 집에 들어가. 괜히 밖에서 또 사고 치지 말고. 며칠 뒤에 안씨 가문 연회도 가야 하잖아.”성미영은 다짜고짜 성용준에게 집에 돌아가라고 재촉했다....한편.이 정도 규모의 소동으로는 진서준 일행의 기분을 망칠 수 없었다.여유가 생기자 진서준은 허사연 일행과 함께 르벨 이곳저곳을 구경했다.르벨의 풍경 하나는 기가 막혔다.20세기 유럽풍 건축물과 현대식 중식 스타일 건물들이 뒤섞여 묘한 매력을 뿜어냈다.시간은 훌쩍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버렸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진서준은 안세린의 전화를 받았다.“오늘 좀 일찍 와. 곧 안씨 가문 연회가 열릴 거야.”안세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예전처럼 차가웠다.“알겠어.”진서준은 짤막하게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진서준, 이따가 나가야 해?”허사연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응. 점심쯤이면 돌아올 거야. 딱히 다른 일이 없으면 내일쯤 돌아가자.”진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진서준이 중요한 일을 보러 간다고 하자 허사연은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샤워를 마치고 다른 준비를 마친 뒤, 진서준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안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저택에 도착하자 저택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수억 원짜리 슈퍼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남녀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다.소탈한 차림의 진서준은 이 사람들 사이에서 단번에 눈에 띄었다.입구에서는 안세린이 진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의 안세린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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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7화

“고모, 고모 몸에 아무 이상도 없잖아요. 지금 진서준 오빠한테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죠?”안서현이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은 병아리를 감싸는 암탉 같았다.안가인은 조카의 모습에 깔깔 웃었다.“얘야, 뭔 소리니? 고모는 벌써 서른을 넘겼어. 내가 진짜 진 신의님을 꼬신다고 해도 진 신의님이 날 눈여겨보긴 하겠어? 진 신의님, 꼭 나중에 저를 진찰해 주세요.”안가인은 요염하게 웃으며 진서준 옆을 지나쳤다.그 순간, 향긋하고도 묘한 향기가 진서준의 코를 스쳤다.“아직도 보고 있어?”진서준이 안가인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본 안세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경고하는데 우리 고모한테 이상한 마음 품지 마. 가만 안 둘 거니까.”진서준은 그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오해야. 난 그냥 저 사람 향기가 좀 특이해서 그런 거야.”“세린 언니, 요즘 남자들이 연상 좋아한다던데 진서준 오빠도 예외는 아닌가 봐.”안서현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진짜 오해라니까...”진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오해든 아니든 경고는 할게. 안가인은 우리 고모니까 절대 다른 생각 품지 마.”안세린이 단호하게 말했다.“진짜? 아무리 봐도 네 고모처럼 안 보이던데?”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안가인은 몸매도 완벽하고 언뜻 보면 안세린이랑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얼굴도 요염해서 기껏해야 20대 정도로 보였고 성숙한 매력이 철철 흘러넘쳤다.그러니 어린 남자든 나이가 든 남자든 이런 여자의 매력에 홀리지 않을 수 없었다.“쓸데없는 잡담은 그만하자. 오늘 널 부른 건 중요한 일 때문이야.”안세린은 굳은 인상으로 말문을 열었다.“우리 할아버지가 널 보고 싶어 하셔. 나 따라와.”진서준은 안세린을 따라가 안국성을 만났다.이틀 전 병색이 가득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안국성은 안색도 좋고 기력도 충만해 보였다.“할아버지, 이분이 며칠 전 할아버지를 살려주신 진 의사예요.”안세린이 진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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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8화

“진서준 오빠, 우리 집 진짜 크죠?”안서현이 자랑스럽게 물었다.“진짜 크긴 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결혼하면 나중에 여기서 같이 살 수 있어요.”안서현은 눈웃음을 지으며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진서준은 못 들은 척하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슬슬 연회장으로 돌아가자.”“그러죠...”안서현은 그 대답에 맥이 빠졌다.왜 진서준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지 안서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자기 얼굴 문제인지 몸매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연회장으로 막 돌아왔을 때, 익숙한 얼굴이 진서준의 눈에 들어왔다.“형님!”성용준이 진서준을 발견하고 허둥지둥 달려왔다.“또 만나네요.”성미영 역시 진서준을 발견했다.본래는 다가가서 진서준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안서현이 진서준의 팔을 꼭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정말 바람둥이가 따로 없었다.“진서준, 여기가 무슨 자리인 줄 알아? 여자랑 팔짱 끼고 돌아다니는 게 말이 돼?”성미영은 다가와 매서운 어조로 말했다.“진서준 오빠랑 팔짱 끼려고 한 건 저인데요?”안서현이 입을 삐죽이며 진서준을 감쌌다.“너...”성미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여자가 먼저 들이댔으니 성미영도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현아, 얼른 놔. 이러다 우리 안씨 가문 체면 다 구겨져.”안세린이 참다못해 한마디 하자 그제야 안서현은 아쉬운 얼굴로 진서준의 팔을 놓았다.“잘 들어, 또 이상한 짓 하면 내가 서지은 대신 널 제대로 혼내줄 거야.”성미영이 날이 선 목소리로 경고했다.“진서준 형님, 저쪽에 좋은 와인 있던데요? 우리 한잔하죠.”성용준이 민망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진서준은 고마운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용준과 함께 자리를 떴다.여자가 셋이면 드라마 한 편 나온다는데 지금 이 자리에 딱 여자 세 명이 있었다.여기 더 있다간 어떤 불똥이 튈지 예상할 수 없었다.“아까는 고마웠어, 성용준.”자리를 뜨자 진서준이 감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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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9화

“뭐라고? 중독됐다고? 그게 말이 돼?”안세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이번 연회에 나온 음식은 전부 여러 차례 검사를 거친 거야. 중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오늘은 안씨 가문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손님 중 한 명이라도 중독으로 사망하게 되면 안씨 가문은 체면이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안세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또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더니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입과 코에서 피를 쏟아냈다.두 명이 연달아 쓰러지자 현장 분위기는 금세 공포에 휩싸였다.아직 모두가 상황 파악도 못 한 그 순간,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듯 사람들이 하나둘 바닥에 쓰러져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사람들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얼굴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회에 참석한 대다수 손님이 중독되어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고작 5분 남짓한 시간에 떠들썩하던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안씨 가문 사람들도 하나둘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안국성도 바닥에 쓰러진 채 미간이 시커멓게 물들었고 입에서 피를 뿜고 있었다.안진천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할아버지! 아버지!”안세린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 부축하려 했다.“진정해.”진서준이 그런 안세린을 붙잡았다.“왜 날 제지해? 우리 할아버지가 쓰러진 거 안 보여?”안세린은 분노로 눈을 부릅떴다.“공기 자체에 독이 있어. 바로 저 안쪽에서 퍼지고 있어. 넌 물러서 있어. 내가 다녀올게.”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뭐라고? 공기 자체에 독이 있다고?”진서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물이나 음식이 문제였다면 다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공기가 문제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숨을 안 쉬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다.“일단 이 약부터 먹어요.”진서준은 흰색 알약 몇 개를 꺼내 안세린 일행에게 나눠주었다.이 약은 해독단이었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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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0화

“어르신, 과찬이 심합니다. 이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안씨 가문이 망한다고 해서 진서준에게 득 되는 일은 없었다.무엇보다 진서준은 남은 용맥의 일족을 찾기 위해 용의 호위대 겸 아홉 후손 가문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아버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그때, 잠자코 있던 안진해가 입을 열었다.“우리는 전부 중독됐는데 왜 저 사람만 멀쩡한 거죠?”“셋째야,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진서준 씨가 독을 뿌렸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안진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용자인 진서준이 안씨 가문을 해칠 이유 따윈 없었다.물론 안진해는 진서준의 정체를 모르니 의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내가 의심하는 건 단순해. 저 녀석의 정체가 수상하다는 거야.”안진해는 진서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안씨 가문 사람이거나 신원이 확실한 손님들이야. 하지만 저 녀석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잖아.”진서준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가 독을 퍼뜨렸다면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해서 너희를 살리겠어?”“그야 당연히 우릴 속여서 신뢰를 얻으려는 수작이지.”안진해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아마 나 빼곤 전부 너를 믿게 됐을 거야. 우릴 구해준 은인이니까 당연한 거지.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과연 진실일까? 모두가 바닥에 쓰러졌는데 너만 멀쩡했고 독의 출처도 너무 쉽게 찾아냈잖아.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가설은 바로 이 모든 게 네 각본대로 진행한 시나리오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사람들 일부가 슬금슬금 진서준을 주시하기 시작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진해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진서준이 안씨 가문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다들 진서준에 관한 정보가 결핍했다.그나마 알려진 건 안국성을 치료해서 살려낸 것뿐이었고 다른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헛소리 작작 해.”안진천이 단단히 화가 난 듯 외쳤다.“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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