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나서고 임정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여기 팔았다고 말했잖아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와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송지원이 키를 꺼내 문을 손쉽게 열더니 단숨에 임정아를 품에 안아 카운터 옆에 앉혔다.그리고 신발장에서 예쁜 실내화를 찾아 직접 신겼다.임정아는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잠자코 있었고 다 갈아 신은 뒤 송지원은 그 옆에 놓인 문서를 임정아에게 건넸다.“내가 다시 찾아왔어. 네 이름이고, 앞으로 이런 유치한 일은 하지 말아줘.”임정아는 건넨 문서를 받지 않았다.“지원 씨, 모르는 척 시치미 떼지 마요. 우리 이혼했고 서류도 이미 제출했는데 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어요?”송지원은 임정아를 벽으로 몰아세우고 가만히 쳐다봤다. 그 시선이 너무 차갑고 노골적이라 임정아는 처음 느끼는 공포를 느꼈다.“지원 씨, 우리가 이혼한 걸 잊은 건 아니죠? 비록 아버님이 진행한 일이긴 하지만 우린 오래전에 이미 끝난 사이니까 굳이 원망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괜히 사람을 끌어들여 애매하게 분위기 잡지 마요. 더 이상 그런 건 안 먹히니까!”송지원을 밀어낸 임정아는 문서를 송지원에 흩뿌렸다.“이미 내놓은 집을 다시 구매했다면 지원 씨가 알아서 또 처리해요. 난 이제 필요 없으니까.”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 강연희라면 좋다고 받아 갈지도 모르겠네요. 크진 않지만 사람 살기 편한 집이니 새로 살림 차리기 딱 좋을 거예요.”“강연희가 등 뒤로 껴안는 걸 참 좋아하던데 이 탁 트인 창 앞에서 밤새 껴안고 붙어 지내요. 비 오거나 눈 오는 날 등 뒤에서 꼭 껴안는 장면이 참 예쁘겠네요.”“그만해!”송지원이 말을 잘랐다.“수아야, 난 이혼 인정할 수 없어. 내가 죽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거야!”임정아가 턱을 치키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지원 씨가 인정 못 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이미 법적으로 끝난 사이인데.”“우린 이미 법적으로 남남이고 재혼하든 뭐를 하든 서로 아무 상관 없잖아요.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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