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문제적 군주의 아내: Bab 21 - Bab 30

100 Bab

21장

이정은 일에 있어 매우 철두철미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왕도 이번 사건을 직접 맡아 처리하라고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건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신호가 울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그가 직접 파헤쳐야 할 진실이 숨어 있다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이정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문제는… 그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거예요.”‘증거?’지윤은 튀긴 오리 껍데기를 집으려던 젓가락을 멈췄다.‘혹시 장인수의 명단장부를 말하는 건가?’그 순간, 이현도 젓가락을 멈췄다. 그녀의 속마음을 들은 듯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 지윤은 오리 껍데기를 자기 그릇에 옮겨 담고, 이번엔 아까보다 더 큰 조각을 집어 들었다.‘이런 것까지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이정은 형의 이상한 반응을 눈치채고 물었다. “형님, 음식이 입맛에 안 맞나요?”“아니, 그냥 너희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듣고 있었을 뿐이야. 계속해.” 이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다시 젓가락을 움직였다.채윤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럼 왕자님께서 생각하는 ‘증거’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이정은 젓가락을 그릇에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 듯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아마도 장부나 명단, 아니면 조정의 고위 관리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문서 같은 거겠죠?”‘정 왕자, 어쩜 이렇게 똑똑하기까지…’‘잘생긴데다가 지성까지 겸비하다니…’딱!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이현이 젓가락을 단숨에 두 동강 내버린 것이다.이정은 깜짝 놀라 외쳤다.“어… 형님! 무슨 일이에요?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요?”“아무것도 아니야. 젓가락이 너무 얇아서 오리를 집기가 불편하군.” 이현은 부러진 조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고는 호위무사 효성에게 말했다.“새 젓가락을 가져와.”효성은 재빨리 새 젓가락을 건네주며 부러진 조각을 치웠다. 그러곤 조용히 부서
Baca selengkapnya

22장

모두가 말없이 지윤을 바라봤다.특히 이현은 눈을 깜박이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말을 안 하겠다는 거야?’‘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뭔가 알고 있는 건 확실한데…’채윤이 급히 물었다. “동생아, 정말 배가 부른 거야?”“응, 배불러. 내려가서 시장 구경 좀 하려고.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부모님 선물도 사다 드리고.”지윤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는 왕자님 두 분과 계속 이야기 나누고 와. 이런 나랏일은 내가 끼어들 실력이 안 되잖아.”“하지만…” 채윤이 뭔가 말하려다 잠시 멈췄다. 그러다 결국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맘대로 해.”이현은 말리지도 않았고, 이정 역시 그녀가 지루해서 나가려는 것이라 생각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지윤은 미소 지으며 예를 갖춰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애나와 애춘이 바로 뒤를 따랐다.방 안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채윤이 다시 대화로 돌아갔다.“아까 정 왕자님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장인수의 저택은 이미 전부 수색을 마치신 거죠?”“네, 맞아요. 심지어 장인수의 외실 첩들까지도 전부 수색하도록 명했어요.” 이정이 재빨리 대답했다.“그럼 장인수의 측근들의 집도 수색하셨나요?”“물론이지요.” 이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대체 어디다 숨겨놓은 거람…”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장인수 측근들이 두고 있는 외실 첩들까지도 수색하셨나요?”‘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아까 지윤이 생각한 것과 똑 같은 말을 하네.’‘아니, 설마… 그냥 우연일지도.’이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묘하게 찜찜했다.그때 이정은 무릎을 치듯 탁자를 쾅 치며 외쳤다.“그렇지! 지금까지 나는 수사의 범위를 장인수 한 사람에게만 한정했어. 부인, 외실 첩, 측근들까지만 말이지.”“왜 그 측근들의 외실 첩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Baca selengkapnya

23장

“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증거가 분명 그 측근들의 외실 첩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정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채윤이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첩을 들이면 모두 집안으로 들이는 편입니다. 그러니 조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그들의 저택부터 샅샅이 뒤지게 되고, 다음 순서가 가까운 친족이나 외실 처가 되겠지요”“이미 장인수의 저택과 그의 외실 첩까지도 모두 수색을 마쳤는데도 증거가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측근들의 외실 첩뿐이죠.”“보통 외실 첩들은 중요 인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존재라면 정식으로 집안에 들여 공개적으로 함께 살 테니까요. 그렇기에 아무도 모르는 외실 첩이라면, 그 여자와 남자를 연결한 실마리를 찾기조차 어려워요.”“그러니 만약 제가 그런 엄청난 금액을 횡령한 장인수라면, 증거 같은 중요한 물건을 저택이나 측근의 집에 숨겨두진 않을 겁니다. 어차피 거기는 반드시 수색을 당할 테니까요. 측근의 외실 첩에게 맡겨두는 편이 훨씬 안전하겠지요.”“아가씨 말씀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이정이 채윤의 말에 깊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돌아가서 다시 조사 방향을 수정해 볼게요. 만약 측근의 외실 첩에게서 증거를 찾게 된다면, 이번 공은 모두 아가씨의 것이 될 것입니다.”“모든 공은 오히려 왕자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아까 전하께서 ‘외실 첩과 측근’이라는 말을 함께 언급하셔서 제가 문득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채윤이 살짝 미소 지었다. “게다가 왕자님의 조사를 돕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영광입니다.”“하하! 아가씨는 정말 겸손하시네요. 좋아요, 오늘 밤 식사는 제가 대접할게요. 감사의 의미로 말이죠. 하하하!” 이정은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크게 웃었다.이정과 채윤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현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처음부터 지윤이 내린 답과 거의 일치했다.다만 지윤의 대답은 훨씬 구체적이었다.만약 그녀의 말이
Baca selengkapnya

24장

이를 들은 이정이 채윤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어라, 형님. 벌써 배가 부르신 겁니까?”“그래.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가 볼게.”해야 할 일이라니? 형님은 한가한 왕이 아니었었나?이정은 급히 붙잡으러 했다. “어… 형님!”‘아직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형님이 가면 나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아가씨와 단둘이 남아 있을 수는 없잖아…’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을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배필을 고르기 전에 잘 살펴봐. 그래야 조연 신세를 면할 수 있을 테니.”그 말과 함께 이현은 이정의 어리둥절한 시선 속에서 기분 좋게 소매를 휘날리며 떠났다.때마침 문이 열리며 양성이 다양한 토끼 모양 연등을 한아름 들고 들어왔다. 방 안에 지윤이 보이지 않자 그는 효성에게 물었다. “어라, 둘째 아가씨는 어디 갔어?”효성이 담담히 대답했다. “이미 오래 전에 떠났어.”“그럼 이 토끼 연등들은… 어쩌라는 거야?” 양성이 양손 가득 수십 개의 연등을 흔들어 보였다.문가에 다다른 이현은 그것들을 힐끗 보고 무심히 지시를 내렸다. “임 후작님 저택으로 가져가.”“네, 왕자님.” 두 호위가 고개를 숙여 답한 뒤, 이현을 따라 난향을 나섰다.이현이 마차에 오르려는 순간, 효성이 물었다. “왕자님, 장인수 사건은 어찌하실 건지요.”“그저 말한 대로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된다. 나머지는 이정에게 맡겨.”“네, 왕자님.”이현이 마차 안으로 몸을 들이자, 양성과 효성은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리고… 둘째 아가씨에 대해서도 조사할 사람을 붙여.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군.”…임 후작 저택 앞. 하인 하나가 토끼 연등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와 멈춰 섰다.하인이 차 부인께서 주문하신 연등이라 하자 윤 집사는 급히 차 부인에게 알렸다.“어쩐 일로 이렇게 연등이 많은 거지?” 차 부인은 연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수레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난 주문한 적 없는
Baca selengkapnya

25장

다음 날, 이정은 장인수의 부패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수색 범위를 장인수의 측근들이 거느리고 있는 외실 첩들까지 넓혀 진행했다.그리고 마침내, 장인수의 오른팔인 천재영의 외실 첩의 집에서 이번 부패 사건의 배후 인물 명단이 적힌 장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이 장부 덕분에 이정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고, 수많은 부패 관리들을 체포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모든 처벌이 끝난 후, 이정은 궁으로 들어가 사건의 전말을 왕에게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에서 채윤이 내놓은 기발한 조언과 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에 태정 왕은 채윤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여 ‘귀족 공주 작위’를 하사하고, ‘민 공주’라는 봉호를 내렸다.이 작위 수여는 채윤에게 큰 명성을 안겨주었고, 그녀를 단순한 ‘도시의 미녀’에서 ‘수도의 진주’로 격상시켰다. 이제 그녀의 존재는 어떤 귀족의 딸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왕의 칙령이 내려지자, 각 귀족 가문에서는 앞다투어 민 공주를 며느리로 맞이하고자 하는 혼담을 들고 임 후작을 찾아왔다.그 소식에 임 후작은 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차 부인 역시 덩달아 체면이 서서 최근에는 채윤을 더욱 아끼고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채윤의 방에 들어가는 물품과 음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고급스러워졌으며, 이는 저택 안의 누구나 알아차릴 정도였다.예전에는 거리를 두던 하녀들까지도 다시 찾아와 청연정을 들락날락하며 채윤의 환심을 사려 했다. 원래는 온 집안의 비위를 맞춰주던 곳이 매화정, 즉 지윤의 거처였는데 말이다.비록 사람들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지윤이 여전히 임 후작과 차 부인의 ‘사랑 받는 막내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이런 상황에 애나와 애춘은 점점 불편하고 억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특히 부엌에 갈 때면, 서연과 서진이 자신들의 큰아가씨와 지윤을 비교하며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두고 봐. 우리 둘째 아가씨에
Baca selengkapnya

26장

“좋은 혼처를 얻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니?”지윤이 손에 든 책을 덮으며 물었다.“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언니가 좋은 짝을 만나면 결혼 후의 삶도 행복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지?”“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 애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왕자나 귀족의 정실 부인이 된다면,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잖아요.”“남자들은 첩을 셋, 넷씩 들일 수도 있잖아?” 지윤이 되묻자, 두 시녀는 말문이 막혔다. “좋은 상대와 혼인한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건 아니야. 결국 여자는 시집가서도 남자의 사랑을 얻으려고 싸우고 다투며 살아야 하지.”애나와 애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따라 아가씨 말씀이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지윤은 두 사람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곤 마른 웃음을 지었다.이 남존여비의 세상에서 ‘평등’ 같은 말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애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요, 아가씨. 큰아가씨에게만 청혼이 들어오는 게… 속상하지 않으세요?”“속상할 게 뭐가 있겠니?” 지윤은 몸을 옆으로 돌려 엎드린 채 편안하게 책장을 넘겼다. “애나, 와서 내 허리 좀 주물러 줘. 지난번에 네 손 힘이 참 좋더라.”“네, 아가씨” 애나는 수를 놓던 천을 내려놓고 다가와 조심스레 허리를 주물렀다. “하지만요… 그냥 좀 아쉬워서요. 왜 아무도 아가씨께는 청혼을 안 하는 걸까 싶어서요.”“바보 같은 것.” 지윤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책을 덮었다.“이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설명을 안 하면 너희 둘이 오늘 밤새 잔소리할 것 같으니 말해줄게.”“잘 들어봐. 언니는 내 언니야. 당연히 나보다 먼저 시집을 가야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언니에게 혼담을 넣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겠어?”애나와 애춘은 잠시 생각하더니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언니가 작위를 받고, 여러 왕자나 귀족들이 혼담을 넣으면 우리 집안의 체면도 함께 올라가는 거야. 더
Baca selengkapnya

27장

애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면… 아가씨, 아쉬운 마음 안 드세요? 그날 밤에… 있었던 일 말이에요.”“그 얘긴 다시 꺼내지도 마.” 지윤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그날 밤엔 아무 일도 없었어. 알겠지?”누군가 들을까 두려웠고, 더 이상 그 일을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았다.이미 지난 일이다. 현 왕자 역시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고, 그녀도 그 일을 하나의 꿈처럼 잊어야만 했다.애나와 애춘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지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춘, 너 아까 계화 과자 가져왔다고 했지?”“네, 가져왔어요.”“그럼 그거 좀 먹여줘. 입이 심심하네.” 지윤은 일부러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말을 바꿨다.“네, 아가씨.”애춘은 재빨리 다가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깨끗이 손을 닦은 뒤 과자를 집어 그녀의 입에 조심스레 넣어주었다. 그동안 애나는 여전히 그녀의 다리를 정성껏 주무르고 있었다.“그럼 말이에요, 아가씨.” 애나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큰아가씨는 결국 누구와 혼인을 하게 되실까요?”아가씨가 말하길, 큰아가씨에게 오는 남자가 훌륭할수록 아가씨에게 올 남자는 더 뛰어난 사람일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그래서 말인데, 지금까지 청혼한 집안이 어디어디 있지?”“문무를 겸비한 집안들이 줄줄이요. 위 후작 가문, 안 후작 가문, 최 장군 가문, 그리고…”“아가씨! 아가씨!”애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부인의 곁은 지키는 시녀 아경이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가 산산조각 났다.지윤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무슨 일이야?”“부인께서 아가씨를 대청으로 모시랍니다.” 아경이 소식을 전하며 숨을 헐떡였다.지윤은 몸을 일으키며 눈썹을 찌푸렸다. “대청이라니… 거기엔 지금 중매쟁이들만 모여 있는 거 아니야?”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지윤은 고개를 저으며 단칼
Baca selengkapnya

28장

“방금 거문고 소리 들었어? 매화정 쪽에서 들리던데.”“들었지.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더라. 잠깐 지나가기만 해도 귀를 막고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였어.”“이상하지 않아? 큰아가씨도, 둘째 아가씨도 똑같이 송 스승님께 배우고 있다면서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그야 당연한 거지. 큰아가씨를 낳은 부인은 명문 귀족 가문의 딸이지만, 차 부인은 상인 집안의 딸 아니야. 애초에 비교가 될 수가 있어?”“거문고만 그런 게 아니야. 전에 내가 매화정 청소하러 갔을 때 보니까, 글씨 쓰는 솜씨며 그림이며 뭐 하나 큰아가씨만 못하더라고.”“어쩔 수 없지 않아? 큰아가씨는 둘째 아가씨보다 네댓 살이나 많잖아.”“하지만 큰아가씨가 지금 둘째 아가씨 나이였을 때는 이미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 전부 다 수준급이었지.”“역시 큰아가씨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거야.”“아니면… 둘째 아가씨 노력이 부족한 걸지도.”빨래터엔 웃음 섞인 하녀들의 뒷말이 퍼져나갔다.그들이 알 리 없었다.큰 나무 뒤에서 연을 줍고 있던 한 소녀가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찢어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걸.......“또 둘째 아가씨의 거문고를 치워야 하나 보네?”“그렇지. 또 망가졌거든. 이번 달만 벌써 세 번째야.”“그렇게 연습을 죽어라 해도 아직도 큰아가씨 실력엔 한참 못 미치니…” 하녀 하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근데 참 신기하지 않아? 후작께서 일부러 좋은 거문고를 새로 주문해 주시고, 거기다가 둘째 아가씨 이름까지 새겨 넣으신다니까. 금방 고장낼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야.”“허허… 진짜 쓸데없는 돈 낭비지.”“둘째 아가씨도 참 대단해. 포기란 걸 몰라.”“나 같았으면 진작에 손 놨을 거야.”“됐어. 나 이거 창고에 갖다 놓고 올 테니까 내 술 좀 남겨둬.”“알았어, 알았어. 빨리 다녀와. 늦으면 술 다 떨어질 거야. 하하하!”......“춘 선생님 배웅은 잘했어?”“응, 잘 가셨어. 그런데 또 서예 스승님을 바꾸셨다네.”“
Baca selengkapnya

29장

챙!날카로운 검이 굵은 나무토막을 단칼에 두 동강 냈다. 그다음엔 검을 돌려가며 사방에 놓인 나무토막들을 연달아 베어냈고, 잘린 나무 조각들은 매서운 칼끝에 쓸려 바닥으로 흩어졌다.긴 검을 유려하게 칼집에 꽂아 넣은 남자는 그것을 옆에서 대기하던 부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져주었다.훈련장을 뒤덮었던 살벌한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자, 호위병들은 그제야 숨을 돌렸다.양성이 깨끗한 수건을 들고 다가와 예를 갖춰 바쳤고, 이현은 그것을 받아 손을 닦은 후 천천히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말해봐.”“네, 왕자님.”효성이 앞으로 나서며 보고를 시작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 후작의 둘째 아가씨는 두 달 전에 성인식을 치렀으며, 성격은 어리석고 제멋대로이며, 도덕심이 부족하고 첫째 아가씨를 질투한다고 합니다.”이현이 눈을 스치듯 흘겼다. “…정보가 그게 전부야?”“방금 말씀드린 건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뿐입니다.”“아직 다른 정보가 있다는 뜻이군.”“네, 왕자님. 제가 몰래 저택 내부를 조사한 결과, 창고 안에는 둘째 아가씨의 이름이 새겨진 망가진 거문고가 여러 대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를 가르쳤던 스승들 역시 입을 모아 말하기를, ‘배움이 더디고 가르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하지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심히 배우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효성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거문고만 해도, 피를 흘릴 정도로 연습하여 부서진 것이 많았습니다. 그림과 서예도 수없이 연습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또한 저택 내에서는 후작님과 차 부인이 둘째 아가씨를 극진히 아낀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실력 부족으로 좌절할 때마다 ‘괜찮다’고 달래고, 곧바로 새로운 스승을 붙여주곤 한다고 합니다.”“그리고 하인들 사이에서도 큰아가씨와 둘째 아가씨를 비교하는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제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들었으니, 둘째 아가씨 역시 그 소리를 듣지 않았을 리 없을 것입니다.”“큰아가씨를 질
Baca selengkapnya

30장

임중범 후작 저택.급히 달려온 지윤이 조심스레 몸을 숙여 인사했다.“현 왕자님.”그녀는 순순히 예를 갖춘 뒤 어머니 옆으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이현은 주인인 임 후작 옆 주빈석 앉아 있었다. 그의 복숭아꽃 같은 눈매가 부드럽게 그녀의 모습을 훑었다. 연분홍 비단옷 위로 흰 담비털 망토를 걸친 모습은 눈 속에서 피어난 매화처럼 고왔다.이현은 소매에 붙은 보이지 않는 먼지를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자, 이제 모두 모였으니 한 번에 말하겠습니다. 오늘 내가 이곳을 찾은 건 아주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입니다.”‘…현 왕자, 설마 내가 늦게 와서 기다렸다는 뜻이야?’지윤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투정을 들은 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지웠다.“최근 며칠간, 이곳에 혼사를 논하려는 중매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들었습니다.”임 후작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왕자님. 모두가 제 장녀의 재능을 높이 사서 청혼을 보내오고 있습니다.”“그럴 만도 하지요. 심지어 폐하께서도 장녀에게 귀족 공자 작위를 내리셨으니까요.”“지극한 은혜이옵니다.”이현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임 후작님과 차 부인께서 따님을 참 잘 가르치셨습니다.”“과찬이옵니다, 왕자님.”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왕자가 직접 찾은 이유를 이제는 짐작할 수 있었다.채윤은 고개를 숙인 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손수건이 손안에서 구겨질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좀 진정해… 언니.’지윤은 속으로 눈을 굴렸다. 손수건을 찢어버릴 기세로 들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흠.” 이현은 속으로 그녀가 언니를 흉보는 말을 들으며 피식 웃음을 참았다.“사실 오늘 내가 온 이유도 그 중매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지윤을 제외한 모두의 눈이 그에게로 쏠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의 입에서 직접 ‘혼사’라는 말을 듣자 방 안의 공기가 일순 얼어붙었다.모두가 각기 다른 감정으로 눈빛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