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면… 아가씨, 아쉬운 마음 안 드세요? 그날 밤에… 있었던 일 말이에요.”“그 얘긴 다시 꺼내지도 마.” 지윤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그날 밤엔 아무 일도 없었어. 알겠지?”누군가 들을까 두려웠고, 더 이상 그 일을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았다.이미 지난 일이다. 현 왕자 역시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고, 그녀도 그 일을 하나의 꿈처럼 잊어야만 했다.애나와 애춘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지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춘, 너 아까 계화 과자 가져왔다고 했지?”“네, 가져왔어요.”“그럼 그거 좀 먹여줘. 입이 심심하네.” 지윤은 일부러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말을 바꿨다.“네, 아가씨.”애춘은 재빨리 다가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깨끗이 손을 닦은 뒤 과자를 집어 그녀의 입에 조심스레 넣어주었다. 그동안 애나는 여전히 그녀의 다리를 정성껏 주무르고 있었다.“그럼 말이에요, 아가씨.” 애나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큰아가씨는 결국 누구와 혼인을 하게 되실까요?”아가씨가 말하길, 큰아가씨에게 오는 남자가 훌륭할수록 아가씨에게 올 남자는 더 뛰어난 사람일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그래서 말인데, 지금까지 청혼한 집안이 어디어디 있지?”“문무를 겸비한 집안들이 줄줄이요. 위 후작 가문, 안 후작 가문, 최 장군 가문, 그리고…”“아가씨! 아가씨!”애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부인의 곁은 지키는 시녀 아경이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가 산산조각 났다.지윤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무슨 일이야?”“부인께서 아가씨를 대청으로 모시랍니다.” 아경이 소식을 전하며 숨을 헐떡였다.지윤은 몸을 일으키며 눈썹을 찌푸렸다. “대청이라니… 거기엔 지금 중매쟁이들만 모여 있는 거 아니야?”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지윤은 고개를 저으며 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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