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귀에 똑똑히 박혔다.저녁이 되어 침대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어느샌가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서재휘를 처음 만난 건 한 뮤지컬 공연장이었다.나는 무대 위의 무용수였고, 그는 음악 감독이었다.스승님의 주선으로 처음 안면을 텄던 날, 나는 서재휘가 음악에 몰두할 때 풍기는 특유의 진중하고 압도적인 분위기에 단숨에 매료되었다.문제는 리허설 중에 터졌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내가 무대 아래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그때 서재휘가 지체 없이 뛰어와 온몸으로 충격을 받아내 준 덕분에 나는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대신 그의 오른발이 골절상을 입었다.사고 직후, 나는 너무 무섭고 죄송해서 사시나무 떨듯 울고만 있었다.서재휘는 그런 나를 와락 끌어안았었다.“왜 이렇게 떨어요? 아린 씨한테 책임지라고 안 해요. 나야 다리 좀 부러져도 별 타격 없지만, 아린 씨는 다르잖아요. 무용수한테 오른 다리 골절이 얼마나 치명적인데.”단 한마디에 나는 그의 다정함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하지만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음악에 미쳤다고 해서, 사랑에도 일편단심은 아니라는 걸.나비처럼 춤을 추던 내게 반했던 인간이라면, 파릇파릇한 젊음을 무기로 다가오는 온청아에게도 똑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정신이 몽롱해져 막 잠에 빠져들 무렵, 서재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심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란죽을 들고 있었다.“여보, 일어나 봐. 아무것도 안 먹고 그냥 자면 어떡해. 속 버려.”그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지만,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평소 같으면 진작 짜증을 냈을 텐데 웬일인지 조용했다.심지어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나한테 화나서 밥 먹기 싫은 건 알겠는데, 배 속의 아이도 생각해야지. 아직 자라나는 시기라 한창 영양분이 필요할 때잖아. 일단 이 죽부터 먹어. 그러고 나서 화풀이 마음껏 해, 다 받아줄 테니까.”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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