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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作者: 뚱보라
나는 코끝이 시려 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 내며 차오르는 눈물을 밀어 넣으려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서재휘를 향해 쏘아붙였다.

“내가 임신한 거 몰라서 이래? 겨우 몇 시간 전에 피를 왕창 뽑고 왔다고. 그런 사람한테 지금 갈비찜에 해물탕까지 차려 내라는 게 말이 돼?”

순간,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가식적인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재휘는 대뜸 짜증을 내며 받아쳤다.

“징징대기는. 밥 한 끼 차려주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겨우 피 400ml 뽑아놓고 엄살 좀 부리지 마. 의사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더 뽑았어야 했는데!”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억눌렀던 눈물이 둑이 터진 듯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 눈엔 내가 그냥 움직이는 피 주머니로밖에 안 보였던 거지? 그럴 거면 나랑 결혼은 도대체 왜 한 거야?”

서슬 퍼런 질문에 서재휘의 눈동자가 찰나의 불안으로 흔들렸다.

그가 다급히 입을 열어 나를 달래려던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온청아의 가냘프고 연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부, 나 너무 힘들어요... 언니는 내가 이렇게 아픈데도 밥 한 끼 해다 주기가 싫대요? 알아요, 언니 나 미워하는 거.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면 속이 후련하려나...”

수화기 너머로 온청아를 달래는 부모님의 목소리와 함께 나를 향한 저주 섞인 폭언이 쏟아졌다.

“청아야, 울지 마. 온아린 그년이 안 하고 배길 것 같아? 끝까지 고집부리면 내일 당장 호적에서 파버릴 거야.”

“그래, 밥 한 끼 차리는 게 뭐가 어렵다고. 당장 죽으라는 것도 아닌데!”

서재휘는 눈이 뒤집혔는지, 내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휴대폰 액정 앞으로 끌고 갔다.

그러고는 핏대를 세운 채 악에 받쳐 으르렁거렸다.

“빨리 대답 안 해? 당장 청아한테 만들어 주겠다고 말해!”

두피가 통째로 뜯겨 나가는 것 같은 통증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왔다.

한때 내 삶의 유일한 구원이라 믿었던 남자가, 이제는 악마가 되어 나를 끝없는 심연 속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완벽한 절망이었다.

“할게. 한다고!”

나는 어금니를 깨물고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그제야 서재휘는 만족스럽다는 듯 손을 놓아주었다.

이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나를 쓱 흘겨보고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유유히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

홀로 남겨진 나는 비참한 몰골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이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서재휘가 언제 등 뒤로 다가왔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너도 참 매를 버는 스타일이다. 좋게 말할 땐 귓등으로 듣다가 꼭 이렇게 사달을 내야 속이 후련하지?”

나는 대꾸할 가치도 못 느꼈다.

한때는 나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남자였다.

내 몸에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날까 봐 어쩔 줄 몰라 했다.

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와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상대 운전자가 문을 쾅 닫고 내려 내게 삿대질하며 윽박지를 때, 늘 온화하고 다정했던 남자가 처음으로 입에 거친 욕을 담았다.

급기야 길거리 한복판에서 멱살잡이까지 벌였다.

당시 그는 맹세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평생 지킬 거야. 내가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게.”

평생의 수호자가 되겠노라 다짐했던 남자는 이제 내게 가장 깊은 흉터를 남기는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에도, 마음속에도, 나라는 존재는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다.

요리를 마치고 나니 이미 새벽녘이었다.

나는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서재휘는 이른 아침부터 정성스레 포장한 음식을 들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멍하니 시곗바늘을 바라보다 9시가 되자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섰다.

중절 수술을 예약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차가운 병상에 누운 채, 간호사가 수술실로 나를 밀고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집도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겠어요?”

그 순간, 내 표정은 지독하리만치 덤덤했다.

“네, 지우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

이윽고 차가운 마취제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동식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향하던 그때, 복도를 지나던 서재휘와 마주쳤다.

아무런 의식도 없이 누워 있는 내 얼굴이 이불 틈새로 살짝 빠져나와 그의 시야에 걸려들었다.

순간, 서재휘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마치 사지가 마비된 것처럼 두 다리가 사정없이 흐느적거렸다.

그러다 간호사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이 사람이 여기 왜 누워 있어요? 지금 무슨 수술을 하러 들어가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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