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Chapter 1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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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제 경기에서 뛴 거리가 6km도 안 돼. 골키퍼보다 조금 더 뛴 수준이지.공격수라는 인간이 상대 진영에서 압박 한 번 제대로 안 하고 숨만 고르고 있던데, 그게 네 최선이라면 넌 축구에 재능이 없는 거다. 재능 없는 인간이 노력도 안 하면 쓰레기지. 당장 짐 싸서 집에 가.""뭐라고요? 저, 저는 이 팀의 주득점원입니다!""주득점원? 한 시즌에 3골 넣은 게 주득점원이면, 이 팀 수준이 알만하군. 내 팀에 무능한 최선은 필요 없어. 증명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게 프로다. 한 번 더 말대꾸하면 그 즉시 계약 해지다."민아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강도욱의 기세에 눌려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도욱은 시선을 돌려 선수 전체를 훑었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마침내 서윤의 눈과 마주쳤다.차갑고 예리한 시선이 마치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둔 패배 의식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듯했다."주장이 누구지?"서윤은 마른침을 삼키고 손을 들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힘을 주었다."한서윤입니다.""그래, 한서윤. 네 유니폼이 그나마 가장 더럽더군. 유일하게 뛰고 있더라는 뜻이지. 하지만 주장이 팀을 이 꼴로 만들었다면 그 책임은 네가 가장 크다. 넌 오늘부로 주장 완장 반납해."서윤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팀을 사랑했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었던 그녀였다. 주장의 자리는 그녀에게 자부심이자 고통을 견디는 유일한 보루였다. 그것을 첫날부터,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없이 박탈하겠다는 선언에 서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감독님, 그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제가 부족했던 건 맞지만, 저도 이 팀을 위해서….""공평? 전쟁터에서 공평 찾는 소리 하고 있네. 넌 리더로서 실패했어. 결과가 증명하잖아. 0승 5무 20패. 이게 네가 주장으로 이끈 성적표다. 이래도 이의 있나?"강도욱의 목소리는 평온해서 더 잔인했다. 서윤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대답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의 처참한 성적이 그녀의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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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증명하겠어. 당신이 틀렸다는 걸. 그리고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서윤의 눈에 서린 열기는 밤공기를 뚫고 타올랐다. 최악의 팀과 독종 감독,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전설의 서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다음 날 새벽 4시 50분. 서윤은 평소보다 더 일찍 운동장에 나왔다. 하지만 그녀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 강도욱이었다. 그는 이미 잔디 위에 작은 콘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두고 있었다. 밤새 전술 고민을 한 듯, 그의 눈 밑은 약간 거뭇했지만 기세는 여전히 서슬 퍼랬다."일찍 왔군."그는 서윤을 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주장 완장은 뺏겼어도, 제 마음속의 책임감은 뺏기지 않았습니다. 이 팀을 가장 잘 아는 건 저니까요."서윤의 말에 강도욱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책임감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실력으로 동료들을 닥치게 만드는 거지. 오늘 훈련은 어제보다 세 배는 힘들 거다. 버틸 수 있겠나?""죽어도 경기장에서 죽겠습니다. 아니, 죽어도 공은 넣고 죽겠습니다.""좋아. 그럼 시작하지."강도욱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훈련장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레이븐스의 처절한 부활을 알리는 전쟁의 서곡이었다. 서윤은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발자국 소리와 겹쳐 크게 울렸다.'보여주겠어. 우리가 어떤 팀인지.'이제 시작이었다. 모든 것을 걸고, 최고의 팀을 향한 그들의 무모하고도 치열한 항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전국의 어떤 팀보다 약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독한 감독을 만난 여자 축구단.그들이 써 내려갈 기적의 첫 페이지가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뜨겁게 쓰여지고 있었다.강도욱은 멀어지는 서윤의 뒷모습을 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가 먼저 무너지나."그의 눈동자 속에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차가운 얼음 속에서 타오르는 뜨거운 불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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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반복된 훈련에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당에 모인 선수들 중 제대로 숟가락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넋이 나간 채 식탁을 응시할 뿐이었다.“진짜 미친 거 아냐? 무슨 여자 축구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수준을 요구해?”민아름이 신경질적으로 식판을 밀어냈다.“그 감독,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는 것 같아. 그냥 로봇을 만들고 싶은 거겠지.”동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윤은 묵묵히 밥을 씹어 삼켰다. 모래를 씹는 것 같았지만, 버티려면 먹어야 했다.“그래도… 틀린 말은 없었잖아.”서윤의 말에 식탁이 조용해졌다.“우리 어제 0-7로 졌어. 팬들은 이제 우리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돌려. 독종이든 뭐든, 이 수렁에서 나갈 방법이 이거라면 난 할 거야.”“서윤 언니, 언니는 주장 완장까지 뺏기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완장이 중요한 게 아냐. 이 유니폼을 입고 다시는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을 뿐이야.”서윤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선수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오후 훈련은 더 가혹했다. 강도욱은 선수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자세를 교정했다. 아니, 교정이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까웠다. 조금만 무게 중심이 무너져도 그의 손가락이 가차 없이 어깨를 눌렀다.“수비수는 벽이 되어야 한다. 네가 흔들리면 골키퍼는 공포를 느껴. 다시 버텨.”강도욱이 서윤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서윤은 휘청거리면서도 발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압도적인 힘에 숨이 막혔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그의 숨결은 차갑고도 단단했다.“눈 떼지 마.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흐름을 읽어.”그의 목소리가 귀 근처에서 낮게 울렸다. 서윤은 본능적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로지 승리를 향한 집요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냉정함뿐이었다.훈련이 끝난 후,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운동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노을이 지는 훈련장에 가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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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늦었군.""아직 6시 안 됐는데요?""내 시계는 5시 55분이다. 너는 5시 50분에는 도착했어야 했어. 어제보다 해이해졌군."강도욱은 가차 없었다. 서윤은 입술을 깨물며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억울함이 치밀었지만, 그와 말씨름할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걸 이미 깨달은 뒤였다. 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강도욱은 어김없이 호루라기를 불었다."오늘부터는 단순 체력 훈련은 끝이다. 실전 압박 훈련을 시작한다. 좁은 구역 안에서 5대 2로 공을 돌린다. 수비수 두 명에게 공을 뺏기면 뺏긴 사람이 바로 빠지고 버피 테스트 20회다. 한 번도 안 뺏기고 5분을 버티면 그 세션은 끝난다."선수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좁은 공간에서 5분 동안 공을 안 뺏기는 것은 프로 선수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레이븐스처럼 조직력이 무너진 팀에게는 고문에 가까운 과제였다.훈련이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다. 강도욱은 수비수들에게 더 거칠게 압박하라고 소리쳤다."민아름, 발만 뻗지 마! 몸 싸움을 해! 축구는 발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몇 번 말해! 지혜진, 패스 길 안 봐? 상대가 어디로 올지 예측하란 말이야!"그의 독설은 송곳처럼 선수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서윤에게는 더욱 가혹했다. 서윤이 공을 잡을 때마다 그는 직접 수비수들 뒤에서 지시를 내리며 그녀를 코너로 몰아넣었다."한서윤, 거기서 뒤로 돌 거야? 전진해! 공간이 없으면 만들란 말이야!"서윤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눈앞이 하얘졌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공을 지키기 위해 상대 수비수와 몸을 부딪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서윤이 잔디 위로 굴렀다. 무릎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녀는 곧바로 일어나 공을 쫓았다."그만."강도욱의 신호에 훈련이 잠시 멈췄다. 그는 서윤에게 다가왔다. 땀범벅이 된 서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축구화 끝을 툭 찼다."자세가 너무 높아. 무게 중심을 낮춰야 상대가 밀어도 안 넘어져. 네가 넘어지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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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은 코 끝이 찡해졌다. 독종이라 불리며 선수들을 몰아붙이던 남자는, 사실 누구보다 이 팀에 진심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잠든 시간에도 그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저… 감독님.""말해.""왜 저한테 그렇게 엄격하신가요? 주장 완장도 뺏으시고, 다른 선수들보다 더 심하게 몰아붙이시는 것 같아요."그제야 강도욱이 마커를 내려놓고 서윤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그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묘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네가 이 팀의 심장이니까."서윤의 숨이 멎는 듯했다."심장이 멈추면 몸은 죽어. 네가 흔들리면 이 팀은 영원히 쓰레기통에서 못 나와. 널 강하게 만드는 게 이 팀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이해하나?"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그 안에 담긴 신뢰의 무게는 서윤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다. 그는 서윤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서윤을 완전히 덮었다."그리고 넌, 내가 본 선수 중 가장 고집이 세더군. 그 고집이 실력이 되면 넌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될 거다."강도욱의 손이 서윤의 머리 근처로 향했다가, 이내 멈칫하며 내려갔다. 짧은 침묵 사이로 두 사람의 거칠어진 숨소리만이 전술실을 채웠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윤은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축구 때문인지, 아니면 이 남자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늦었다. 가서 자.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 테니까."강도욱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서윤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전술실을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의 열기를 식혀주었지만, 가슴 속의 울렁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심장이라니.'서윤은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이 독종 감독이 독이 든 성배일지, 아니면 구원의 손길일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공이 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다음 날 새벽, 서윤은 어김없이 훈련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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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멍청하게 서 있을 거야? 내가 공간 보라고 했지!”터치라인에 선 강도욱의 고함이 경기장을 울렸다. 박소희는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서윤은 필사적으로 뛰었다. 강도욱이 준 새 축구화 덕분인지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팀의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니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전반전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0-3이었다. 선수들은 벤치로 돌아와 주저앉았다. 강도욱은 물병 하나 건네지 않고 그들 앞에 섰다. 그의 얼굴은 분노를 넘어 차가운 멸시로 가득했다.“이게 너희의 수준이다. 투 터치? 공간? 개뿔. 너희는 공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눈빛조차 무서워하고 있어. 특히 한서윤.”서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넌 주장이랍시고 뭘 했지? 동료들이 무너질 때 소리 한 번 제대로 질렀나? 네가 제일 많이 뛰면 뭐 해, 팀을 하나로 묶지 못하는데. 넌 여전히 자격 미달이다.”서윤의 가슴에 칼날이 박히는 기분이었다. 민아름이 참다못해 일어났다.“감독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서윤 언니 진짜 죽을 힘을 다해 뛰었어요! 저희가 부족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요!”“무시당하기 싫으면 실력으로 보여줘. 질질 짜면서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여긴 유치원이 아니라 프로 구단이다.”강도욱은 전술판을 거칠게 두드렸다.“후반전엔 포메이션 바꾼다. 서윤, 넌 미드필더로 올라가. 수비만 하지 말고 네가 직접 경기를 조율해. 만약 한 골이라도 못 넣으면 오늘 저녁 훈련은 두 배다.”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서윤은 입술을 깨물고 미드필더 라인으로 전진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강도욱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독설이 힘이 되었다. ‘자격 미달’이라는 말이 그녀를 더 독하게 만들었다.공이 서윤에게 왔다.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압박해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뒤로 패스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윤은 강도욱의 조언을 떠올렸다. ‘중심을 낮추고 흐름을 읽어.’서윤은 어깨로 상대를 밀쳐내며 턴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비어 있는 민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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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종의 문법 새벽 4시 4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서윤은 눈을 떴다. 온몸의 근육이 마치 가느다란 실로 팽팽하게 당겨진 듯 팽팽한 긴장감과 통증이 동시에 몰려왔다. 어제 강도욱이 직접 발목을 주물러주며 얼음 찜질을 해주었던 감각이 아직도 발목 언저리에 화끈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서윤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부기는 신기하게도 가라앉아 있었다. 독종이라 불리는 그 남자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확실했다.  서윤은 훈련장으로 향하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 마셨다.이 시점에서 그녀는 깨닫고 있었다. 이 팀은 죽어가던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껍질을 깨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훈련장 정문에 도착했을 때, 서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평소라면 강도욱 감독 혼자 서 있어야 할 그곳에, 민아름을 비롯한 주전 멤버 몇몇이 이미 도착해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언니 왔어?” 민아름이 땀방울을 훔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눈 밑은 퀭했지만, 눈빛만은 어제 후반전의 열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서윤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미소 지었다. 변화는 전염병보다 빠르게 팀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처럼 전술판을 노려보고 있는 강도욱이 있었다.  그는 선수들이 일찍 모인 것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칭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호루라기를 불어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일찍 온 건 상관없다. 하지만 일찍 와서 설렁설렁 몸 풀 거면 잠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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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도욱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평소의 조롱 섞인 비웃음이 아니라,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자조적인 미소였다.  “난 이미 한 번 멈춘 몸이다. 내 다리가 멈췄을 때,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지. 하지만 축구는 멈추지 않더군. 내가 없어도 경기는 계속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를 찾아 떠나. 그게 얼마나 잔인한지 넌 모를 거다.” 그는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툭툭 쳤다.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그곳이 그의 영광과 좌절의 흉터임을 서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팀이 더 짜증 나. 멈춰있는 꼴이 보기 싫거든. 너희는 아직 뛸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왜 포기하고 앉아있어? 그게 죄악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것뿐이다.” “감독님….” “감상적인 소리 들으려고 부른 거 아냐. 자, 이거 받아.” 그는 주머니에서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서윤이 펼쳐보니 그것은 그녀만을 위한 특별 식단과 보강 운동 스케줄이었다.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라. 괜히 편애한다고 소문나면 귀찮으니까.” “감독님, 이거 혹시….” “심장 관리하는 거다. 심장이 고장 나면 팀이 죽으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장 너머로 걸어갔다. 서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종이를 가슴에 꼭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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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야, 일찍 왔네?” 서윤의 부름에 은주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어, 언니. 아…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어제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자꾸 생각나서… ‘골키퍼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공포에 질린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그동안 너무 무책임했던 것 같아서요.”  서윤은 은주의 어깨를 꽉 쥐었다. “아냐, 너 잘하고 있어. 우리가 앞에서 더 잘 막아줄게. 오늘 훈련도 힘내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꼴찌 팀의 선수들이 처음으로 서로를 ‘짐’이 아닌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오전 6시 정각. 강도욱은 어김없이 시계를 확인하며 그라운드 중앙에 섰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선수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전술판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전술 주기화 훈련(Tactical Periodization)을 실시한다.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경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움직여야 한다. 특히 미드필더진, 한서윤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오늘 점심은 없다.”  강도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훈련장 구석구석까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그는 선수들을 4-3-3 포메이션으로 배치했다. 서윤은 역삼각형 미드필더진의 꼭짓점, 즉 수비형 미드필더인 ‘홀딩’ 역할을 맡았다. &l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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