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종의 부임전광판의 숫자는 잔인할 정도로 선명했다.0-7. 홈 구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남은 관객들조차 응원보다는 야유와 오물을 던지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잔디 위에 주저앉은 한서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을 내려다보았다.가슴에 새겨진 ‘레이븐스’라는 팀명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고 치욕스러웠다. 리그 최하위, 역대 최다 실점, 최다 패배. 그것이 현재 그들이 마주한 성적표였다.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윤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까져 피가 배어 나왔고, 허벅지는 경련이 일어날 듯 떨렸다.하지만 팀의 주장으로서 마지막까지 고개를 숙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자 동료들의 표정은 이미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어떤 이는 허망하게 하늘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고, 어떤 이는 아예 경기를 포기한 듯 라커룸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 서윤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정말 끝인 걸까. 우리 팀은 여기서 더 내려갈 곳도 없는데.'서윤은 6살 때 처음 공을 잡았다. 그때의 축구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 그것도 만년 꼴찌인 레이븐스에서의 축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이제는 경기장에 서는 것 자체가 공포였고, 매 순간이 패배를 확인하는 잔인한 절차일 뿐이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복도는 유난히 길고 어두웠다.벽에 붙은 과거의 영광스러운 사진들은 먼지가 쌓여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복도에서 마주친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투명 인간을 보듯 무심했다.라커룸 안의 공기는 습하고 무거웠다. 땀 냄새와 파스 향, 그리고 깊은 패배감이 뒤섞여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장비를 정리하는 부딪힘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구단주가 들어왔다. 평소 온화하던 구단주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Última atualização : 2026-05-04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