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오전 내내 반복된 훈련에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당에 모인 선수들 중 제대로 숟가락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넋이 나간 채 식탁을 응시할 뿐이었다.
“진짜 미친 거 아냐? 무슨 여자 축구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수준을 요구해?”
민아름이 신경질적으로 식판을 밀어냈다.
“그 감독,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는 것 같아. 그냥 로봇을 만들고 싶은 거겠지.”
동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윤은 묵묵히 밥을 씹어 삼켰다. 모래를 씹는 것 같았지만, 버티려면 먹어야 했다.
“그래도… 틀린 말은 없었잖아.”
서윤의 말에 식탁이 조용해졌다.
“우리 어제 0-7로 졌어. 팬들은 이제 우리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돌려. 독종이든 뭐든, 이 수렁에서 나갈 방법이 이거라면 난 할 거야.”
“서윤 언니, 언니는 주장 완장까지 뺏기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완장이 중요한 게 아냐. 이 유니폼을 입고 다시는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을 뿐이야.”
서윤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선수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후 훈련은 더 가혹했다. 강도욱은 선수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자세를 교정했다. 아니, 교정이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까웠다. 조금만 무게 중심이 무너져도 그의 손가락이 가차 없이 어깨를 눌렀다.
“수비수는 벽이 되어야 한다. 네가 흔들리면 골키퍼는 공포를 느껴. 다시 버텨.”
강도욱이 서윤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서윤은 휘청거리면서도 발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압도적인 힘에 숨이 막혔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그의 숨결은 차갑고도 단단했다.
“눈 떼지 마.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흐름을 읽어.”
그의 목소리가 귀 근처에서 낮게 울렸다. 서윤은 본능적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로지 승리를 향한 집요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냉정함뿐이었다.
훈련이 끝난 후,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운동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노을이 지는 훈련장에 가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강도욱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모습으로 전술 장비를 챙겼다.
“내일은 오늘보다 강도를 높인다. 근육통 왔다고 징징거릴 거면 애초에 나오지 마라. 이상.”
그가 사라지자마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윤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무릎의 보호대는 이미 다 헤져 있었고, 발목은 욱신거렸다.
‘조금만 더. 저 남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내가 먼저 확인해야 해.’
서윤은 공을 몰고 구석으로 향했다. 벽에 대고 패스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텅 빈 운동장에 툭, 툭, 하는 공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밤안개가 내려앉아 시야가 불투명해졌을 때, 감독실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서윤의 발치를 비췄다. 강도욱은 여전히 퇴근하지 않은 채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를 분석하고 있었다.
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공에 집중했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실 문이 열리고 강도욱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담배를 피우려다, 서윤을 발견하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미련한 건가, 독한 건가.”
강도욱이 천천히 다가왔다.
“둘 다입니다.”
서윤이 공을 멈추며 대답했다. 강도욱은 서윤의 엉망이 된 축구화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축구화, 이번 주 못 넘기겠군. 스터드가 다 닳았어.”
“돈 벌어서 새 거 사야죠. 승리 수당 받아서요.”
서윤의 농담 섞인 진심에 강도욱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
“승리 수당이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편의점 알바 수당도 과분해.”
“지켜보세요. 감독님이 절 주장에 다시 앉히고 싶어서 안달 나게 만들어 드릴 테니까.”
서윤의 당돌한 선언에 강도욱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서윤에게 다가와 그녀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자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강도욱은 서윤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시선을 맞췄다.
“난 한 번 버린 카드는 다시 쓰지 않는다. 네가 주장이 되고 싶다면, 내가 널 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네가 없으면 이 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해. 그때는 내가 네 앞에 완장을 들고 찾아가지.”
“약속하신 겁니다.”
“내 사전에 빈말은 없어.”
그는 손을 떼고 차갑게 돌아섰다. 서윤은 그가 남긴 압박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독종 감독이 자신의 가슴 속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거칠게 깨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윤은 다시 공을 찼다. 어둠 속에서도 공은 정확히 벽의 정중앙을 때리고 돌아왔다.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 같은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을 계속 붓다 보면, 언젠가는 그 항아리가 넘쳐흐를 날이 올 것이다. 서윤은 그렇게 믿었다.
다음 날 새벽, 서윤은 어제보다 10분 더 일찍 운동장에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역시나 강도욱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를 강렬하게 의식하며 레이븐스의 두 번째 아침을 열었다.
비웃음과 야유로 가득했던 레이븐스의 훈련장에, 아주 작지만 단단한 변화의 씨앗이 심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을 키우는 것은 독종 감독의 가혹한 채찍질과, 그것을 받아내는 한 여자의 꺾이지 않는 의지였다.
멀리서 동이 터 오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꼴찌 팀의 훈련장을 비추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의 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독이 든 성배
훈련 3일 차. 근육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온몸을 트럭이 밟고 지나간 듯한 통증에 서윤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억 소리를 내며 다시 쓰러졌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어제 강도욱 감독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내 사전에 빈말은 없어.' 주장이 되고 싶다면 증명하라는 그 차가운 목소리가 채찍질이 되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서윤은 억지로 몸을 씻고 진통제를 삼켰다. 거울 속의 자신은 초췌했지만, 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 새벽 공기는 어제보다 더 차가웠다. 하지만 훈련장 문을 열었을 때 느낀 긴장감은 공기의 차가움을 압도했다. 이미 운동장에는 강도욱이 전술판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는 서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7시 30분, 주심의 거친 휘슬 소리와 함께 중국전의 막이 올랐다.경기는 시작부터 예상보다 훨씬 더 잔인한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갔다. 중국 대표팀은 전방에서부터 무자비한 신체 접촉을 감행하며 한국의 빌드업을 원천 차단하려 들었다. 패스의 경로를 예측하기보다 사람을 먼저 멈추겠다는 노골적인 의도였다.빗물에 미끄러지는 잔디를 핑계로 그들의 축구화 스터드는 서윤과 혜진의 발목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 주심의 판정 성향마저 관대해 웬만한 거친 파울에는 경고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둥근 공이 물웅덩이에 걸려 멈출 때마다 사방에서 거친 어깨싸움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전반 15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서윤의 앞으로 중국의 에이스 미드필더이자 거구인 왕리가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그녀는 아예 서윤의 디딤발을 부숴버릴 기세로 깊은 슬라이딩 태클을 들어왔다. 잔디가 파여 나가며 진흙과 빗물이 공중으로 비산했다.쿵!거친 파열음과 함께 서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잔디 위로 거칠게 굴러떨어졌다. 흙탕물이 유니폼을 더럽혔고, 순간적으로 왼쪽 발목에 찌릿한 충격이 전해졌다. 이전의 부상 부위에 가해진 충격에 서윤은 순간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잔디를 움켜쥐었다."언니! 괜찮아?"혜진이 깜짝 놀라며 서윤에게로 달려왔다. 벤치에 앉아 있던 채리안과 기존 주전 파벌 선수들은 안타까워하기는커녕, 역시 수중전에서는 무리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주전 자리를 빼앗긴 자들의 해묵은 원망이 서려 있었다.서윤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증이 신경을 타고 척추까지 올
"내 축구 인생을 통틀어, 너처럼 내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더 발전시키는 미드필더는 없었다. 한서윤, 넌 이미 완벽한 레지스타야. 중국 놈들이 아무리 거칠게 밀어붙여도, 내 지식과 네 발끝이 결합한 이상 우린 지지 않아. 그러니까 잔디 위에서 다치지만 마라. 네 몸은 전적으로 내 것이기도 하니까.""네. 오빠가 뒤에서 이렇게 단단한 성벽으로 버티고 서 있는데 제가 왜 다쳐요. 레이븐스의 완장, 그리고 국대의 10번 유니폼 절대 안 부끄럽게 하고 올게요."서윤은 그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이마를 기댔다. 사방을 채운 고요한 분석실의 공기 속에서, 서로의 심장이 완벽하게 같은 궤적과 속도로 박동하고 있음을 느끼며,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갈 다음 전장은 두려움이 아닌 완벽한 승리의 무대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진흙탕 속의 지휘관동아시아컵 2라운드가 열리는 당일 새벽부터 하늘에는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상공을 가득 메운 먹구름은 이내 붉은 노을마저 집어삼키며 거대한 폭우의 전조를 알렸다.경기 한 시간 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장대비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초록색 잔디를 순식간에 축축하게 적셨다.잔디 배수 시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리는 비는 군데군데 물덩이를 만들어냈다. 수중전은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배로 늘릴 뿐만 아니라, 공의 궤적을 불규칙하게 바꾸고 부상의 위험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특히 선 굵고 거친 피지컬 축구를 구사하는 중국 대표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었다.라커룸 안의 공기는 가라앉은 습도만큼이나 무거웠다. 서윤은 벤치에
도욱의 거침없고 서늘한 경고에 권 위원장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흙빛으로 변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무서운 기세로 명장 반열에 오른 강도욱의 사회적 영향력을 알기에, 권 위원장은 감히 더 대꾸하지 못하고 혀를 차며 자리를 피했다.주변의 소음이 잠시 가라앉은 틈을 타, 도욱은 웨이터의 트레이에서 와인 대신 시원한 생수 한 잔을 집어 서윤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의 커다란 손가락 끝이 서윤의 손등을 가볍게 스쳐 지나갈 때, 따뜻한 온기가 피부를 타고 심장까지 전해졌다."과음은 축구선수에게 독이다, 한서윤 선수. 경기 끝났다고 긴장 풀지 마."그의 무뚝뚝한 어조 속에 담긴 지독한 다정함과 염려를 알기에 서윤은 생긋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감독님. 오빠가 제 타이밍에 딱 맞춰서 나타나 주신 덕분에 살았어요."서윤이 주변에 들리지 않게 아주 나직하게 '오빠'라는 호칭을 섞어 속삭이자, 도욱의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서윤의 곁을 굳건히 지키며, 다른 스폰서나 위원들이 감히 그녀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방패 역할을 자처했다.매번 경기 후에 후미진 곳으로 끌고 가 거칠게 입을 맞추던 강박적인 패턴 대신, 공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막강한 권위와 능력으로 한 여자를 완벽하게 에워싸고 보호하는 그의 모습은 서윤의 가슴에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설렘을 선사했다."주말에 있을 2라운드 중국전은 오늘보다 훨씬 더 진흙탕 싸움이 될 거다. 저들은 피지컬로 우리 중원을 부수려 들 테지. 그러니까 오늘 밤에는 푹 자 둬.""네, 오빠만 믿고
도욱은 아무런 말 없이 서윤의 허리를 강하게 낚아채듯 끌어당겨 자신의 단단한 가슴팍에 완벽하게 밀착시켰다. 셔츠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뜨거운 체온과 규칙적이지만 거칠게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 서윤의 온몸을 전율케 했다."오늘 경기, 내 전술의 완벽한 증명이었어."도욱의 목소리는 지독하리만큼 낮고 갈라져 있었다. 운동장에서 냉혹하게 호령하던 폭군 감독의 위엄은 지워진, 오직 한 여자의 성장에 감탄하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 안달이 난 남자의 음성이었다."오빠가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잖아요. 전국의 카메라가 날 비추고 협회 노인네들이 내 이름 옆에 낙서를 해도, 전 오빠가 설계해 준 최고의 레지스타니까요. 도욱 오빠."도욱은 낮게 탄식하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그대로 입술을 부딪쳐 왔다.한참 뒤 입술이 떨어졌을 때, 도욱은 서윤의 달아오른 뺨을 자신의 거친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이 타오르고 있었다."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놈이 경기 끝나자마자 나한테 와서 네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하더군. 당장 다음 경기부터 널 주전 고정으로 가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널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게 내 감독으로서의 전술이지만…… 내 솔직한 마음은 그 오만한 시선들 속에 널 내어주는 게 지독하게 질투 나. 아무 데도 가지 마라, 서윤아. 넌 내 심장이니까."그의 거칠고도 애절한 독점욕에 서윤은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깊은 사랑을 느꼈다. 서윤은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잡으며 든든하게 미소 지었다.
'오빠, 내가 왜 오빠의 레지스타인지 똑똑히 보여줄게.'서윤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위치로 걸어갔다.삐익-!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의 막이 올랐다.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숨이 막힐 듯한 템포로 전개되었다. 일본 대표팀은 소문대로 기술적 완성도가 엄청났다. 미드필더진의 정교한 삼각 패스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한국의 압박 라인을 유려하게 벗어났다.전반 10분,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의 에이스 미드필더가 한국의 수비진 사이로 칼날 같은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패스의 궤적이 너무 정교해 포백 라인이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렸다. 일본 공격수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골키퍼의 육탄 방어에 막혀 간신히 코너킥으로 이어졌다."라인 올려! 중원에서 공간 주지 마!"서윤은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동료들의 위치를 재조정했다.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이 땀으로 빠르게 젖어 들어갔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석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일본 선수들이 공을 돌리는 패스의 리듬과 동선이, 그녀의 시야 속에서 선형적인 데이터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강도욱 감독과 함께 매일 밤 지옥 같은 포지셔닝 훈련을 하며 체득한 공간 압축의 감각이었다.전반 25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일본의 사령탑이 다시 한번 전방으로 패스를 찌르려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서윤은 이미 상대가 공을 놓을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길목을 선점했다.탁!
한참 뒤 입술이 떨어졌을 때, 도욱은 서윤의 달아오른 뺨을 자신의 거친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서윤을 향한 무한한 자부심과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주말에 있을 동아시아컵 첫 경기 개막전 일본전, 네가 선발로 낙점됐다. 오길상 감독이 방금 전 협회 기술위에 최종 명단 통보했어. 채리안은 벤치다."도욱의 든든한 소식에 서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침내 기득권의 성벽을 실력으로 깨부수고 국가대표팀의 진짜 주전 사령관 자리를 쟁취해 낸 순간이었다."오빠가 위에서 버텨준 덕분이에요.""아니, 네 실력이 저 눈 먼 노인네들의 눈을 강제로 뜨게 만든 거야. 서윤아, 주말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가 뭔지 온 세상에 똑똑히 보여줘. 네 뒤에는 언제나 내가 가장 단단한 성벽으로 버티고 서 있을 테니까.""네. 나 절대 안 무너져요. 오빠의 명예도, 우리 레이븐스의 이름도 내가 그라운드 위에서 다 지켜낼게요."서윤은 그의 품에 다시 얼굴을 묻으며 세상 그 어떤 성벽보다 단단한 안정감을 느꼈다. 머나먼 거리에서도, 혹은 외부의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완벽하게 같은 속도로 요동치고 있는 한, 다가올 동아시아컵의 전장은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기적의 무대가 될 것이었다.밤이 깊어 외출 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윤은 다시 파주 NFC로 돌아왔다. 본관 대강당 게시판에는 주말 일본전의 공식 선발 라인업 시트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MF : 10. 한서윤 (레이븐스)]그녀
삐익, 삐이익.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긴 휘슬 소리가 베어스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0-1, 레이븐스의 패배였다. 기적 같던 5연승 행진이 리그 최하위 팀의 콘크리트 수비벽에 막혀 허무하게 중단되는 순간이었다.원정 라커룸은 지독한 패배의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결승 골의 빌미를 제공한 혜진은 유니폼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가늘게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름은 축구화 끈을 거칠게 풀어헤치며 분통을 터뜨렸
"백 코치님, 오늘 혜진이한테 주신 앰플 효과가 정말 좋았나 봐요.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저런 발리슛을 날릴 줄은 몰랐거든요."서윤이 작게 속삭이자, 태오는 눈꼬리를 접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데이터상으로 혜진 선수의 근지구력은 이미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본인이 페이스 조절을 못 해서 후반에 과부하가 걸리던 거였죠. 영양 공급도 중요했지만, 오늘 경기장에서 혜진 선수가 보여준 집중력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였습니다. 참 매력적인 선수예요, 거칠어
서윤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국가대표 상비군.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무대였지만, 지금 서윤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었다. 자신을 믿고 이 진흙탕 속에서 구원해 준 단 한 사람, 그리고 그가 완성하려는 전술의 심장이 되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는 가장 소중했다.선수들이 오후 전술 비디오 분석을 위해 다시 폭풍처럼 빠져나간 뒤, 방 안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서
"알아요. 오빠가 다 날 위해서 그러는 거. 그러니까 경기장 안에서는 서운해하지 않을게요. 도욱 오빠."달콤한 호칭이 그의 귀에 닿는 순간, 도욱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낮게 탄식하며 서윤의 입술을 집어삼켰다.낮 동안 공적인 경계선 뒤에 숨겨두었던 모든 애틋함과 갈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한 깊고 진한 입맞춤이었다. 도욱의 큰 손이 서윤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당겨 틈도 없이 밀착시켰고, 서윤은 그의 단단한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