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윤채아는 숙취로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 쥐며 어렴풋이 눈을 떴다.정신을 차리기도 전, 옷장 앞에서 정장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성우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돌아왔다.“깼어?”성우현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 나름 기분이 좋은가 보다.“일어나서 이것 좀 골라봐. 오늘 어떤 넥타이가 어울릴까?”시력을 잃기 전, 윤채아는 늘 그의 출근길을 도우며 넥타이를 골라주곤 했다.성우현은 이제 그녀가 시력을 회복했으니 다시 예전처럼 아내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믿는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때 윤채아의 입에서 나온 것은 냉랭한 질문뿐이었다.“내가 왜 여기 있어? 나연이는 어쩌고?”성우현은 대답 대신 컬러가 다른 넥타이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불쾌한 기색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온화한 표정을 유지했다.“일단 이것부터 골라봐.”윤채아는 2초간 침묵하다가 마지못해 아무거나 하나 툭 가리켰다.이 남자의 대꾸를 기다릴 것도 없이 옆에 둔 휴대폰을 홱 집어 들려고 했다. 이나연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집에 돌아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어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탓에 상황 파악이 시급했다.하지만 성우현은 휴대폰을 잡으려던 그녀의 손을 꽉 쥐고서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윤채아에게 이토록 비참하게 무시당해본 적이 있었던가?그의 시선이나 생각 따위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 이건 명백한 무시였다.전에는 둘이 다투면 늘 그녀가 먼저 다가와서 달래주었는데 지금은 성우현이 몇 번이나 굽히고 들어갔다.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어젯밤 그녀가 술집에 갔던 일조차 책망할 생각이 없었는데 대체 왜 자꾸만 이토록 화를 돋우는 걸까?“이거 놔!”또 이렇게 먼저 심기를 건드리려 들다니.성우현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침대에서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녀의 몸부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전에 다 설명했잖아. 지금 누구 보라고 이러는 거야?”윤채아는 눈을 감고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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