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너, 눈물도 너》全部章節:第 11 章 - 第 20 章

30 章節

제11화

한정빈이 떠나는 쪽을 바라보며 성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그가 부른 ‘선배’라는 호칭, 그 목소리까지 왜 이토록 윤채아를 연상시키는 걸까?아무래도 착각이겠지.어제 그녀가 얄짤 없이 자신을 차단해 버린 일로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목소리가 좀 비슷하다고 해서 바로 그녀를 떠올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윤채아 따위가 무슨 학문을 연구한단 말인가?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그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제대로 된 학벌 하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성우현은 그녀의 과거를 캐묻지 않았다. 아는 거라곤 아내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뿐이었다.비서를 시켜 알아볼까 싶었지만 지은수가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하라며 끊임없이 투정을 부려대는 통에 그는 금세 이 생각이 잊혀지고 말았다.그날 밤.막 잠들려던 윤채아는 절친 이나연의 집요한 독촉 전화에 못 이겨 술집으로 향했다.“너 요즘 마음고생 심한 거 다 아니까 마셔 얼른!”윤채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두 사람이 몽롱하게 취해갈 무렵, 입술에 피어싱한 남자가 다가와 윤채아를 향해 치근대기 시작했다.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남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밀었다.“그쪽도... 한잔할래요?”눈앞의 절정의 미모를 가진 여자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그녀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 그게 아니라 연락처 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시커멓게 굳은 성우현이 나타나 그 남자를 거칠게 낚아챘다.남자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성우현의 눈빛을 보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술집에서 잔뼈가 굵은 그 남자는 누굴 건드려도 되고 누구는 안 되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한편 성우현의 뒤에 있던 기사는 사모님이 대표님께 안겨 가는 모습을 보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찬가지로 술에 잔뜩 취한 사모님의 친구를 일으켜 세웠다.차 안.성우현은 뒷좌석에 앉아 아무런 경계 없이 그의 허벅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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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른 아침, 윤채아는 숙취로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 쥐며 어렴풋이 눈을 떴다.정신을 차리기도 전, 옷장 앞에서 정장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성우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돌아왔다.“깼어?”성우현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 나름 기분이 좋은가 보다.“일어나서 이것 좀 골라봐. 오늘 어떤 넥타이가 어울릴까?”시력을 잃기 전, 윤채아는 늘 그의 출근길을 도우며 넥타이를 골라주곤 했다.성우현은 이제 그녀가 시력을 회복했으니 다시 예전처럼 아내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믿는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때 윤채아의 입에서 나온 것은 냉랭한 질문뿐이었다.“내가 왜 여기 있어? 나연이는 어쩌고?”성우현은 대답 대신 컬러가 다른 넥타이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불쾌한 기색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온화한 표정을 유지했다.“일단 이것부터 골라봐.”윤채아는 2초간 침묵하다가 마지못해 아무거나 하나 툭 가리켰다.이 남자의 대꾸를 기다릴 것도 없이 옆에 둔 휴대폰을 홱 집어 들려고 했다. 이나연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집에 돌아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어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탓에 상황 파악이 시급했다.하지만 성우현은 휴대폰을 잡으려던 그녀의 손을 꽉 쥐고서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윤채아에게 이토록 비참하게 무시당해본 적이 있었던가?그의 시선이나 생각 따위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 이건 명백한 무시였다.전에는 둘이 다투면 늘 그녀가 먼저 다가와서 달래주었는데 지금은 성우현이 몇 번이나 굽히고 들어갔다.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어젯밤 그녀가 술집에 갔던 일조차 책망할 생각이 없었는데 대체 왜 자꾸만 이토록 화를 돋우는 걸까?“이거 놔!”또 이렇게 먼저 심기를 건드리려 들다니.성우현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침대에서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녀의 몸부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전에 다 설명했잖아. 지금 누구 보라고 이러는 거야?”윤채아는 눈을 감고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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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잠에서 깬 윤채아는 일어나 씻은 뒤 욕실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와 보니 지은수가 방 안의 큰 침대 위에 요염한 자세로 앉아서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윤채아가 욕실에서 나온 걸 보고도 지은수는 태연했다.“얼마 전에 이혼하겠다면서 큰소리친 사람이 왜 다시 돌아왔대요? 성씨 가문의 재산이 탐나서? 아니면 우리 우현 오빠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서? 그런데 어떡하죠? 당신 것이 아닌 건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 당신 것이 될 수 없어요. 그 정도는 알고 있죠? 아, 깜빡했다. 그쪽 고졸, 아니 중졸이었나요? 우현 오빠 말로는 대학교도 못 나왔다던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윤채아는 지은수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표정으로 스킨케어 제품을 집어 들고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윤채아 씨, 당신이 내연녀인 건 알고 있죠? 나랑 우현 오빠 사이에 끼어든 건 당신이라고요. 알겠어요? 시력을 회복했다고 우현 오빠가 갑자기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요. 애초에 오빠는 당신이 나랑 조금 비슷하게 생겨서 당신이랑 결혼했던 거였으니까.”“할 말은 다 했어?”윤채아는 토너 뚜껑을 열면서 말했다.“다 했으면 나가.”“어머, 벌써 긁힌 거예요?”윤채아가 말했다.“성우현 아내는 나야. 누가 내연녀인지 정말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내연녀죠!”윤채아는 지은수의 말에 대꾸해준 것을 후회하며 방문을 가리켰다.“나가.”지은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나가야 할 사람은 당신이에요! 당신은 3년 동안 내 자리를 차지하고 살았던 거라고요!”방 안이 잠시 적막에 잠겼다.“걱정하지 마. 짐 정리 끝나면 바로 나갈 거니까.”윤채아 역시 자신을 숨 막히게 만드는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지은수는 윤채아의 침대에 누운 적이 있었다.지은수가 윤채아의 침대를 저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성우현은 지은수의 바람대로 지은수와 함께 그 침대에서 잤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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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성우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윤채아를 거칠게 밀어냈다.성우현은 지은수가 매우 걱정되었는지 윤채아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손에 힘을 주었다.그 탓에 윤채아는 테이블 모서리에 아랫배를 세게 부딪치게 되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너무 아파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성우현은 지은수를 안아서 들어 올렸고, 성우현의 품에 안긴 지은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우현 오빠... 저 너무 무서워요. 저 또 해외로 쫓겨나고 싶지 않아요...”“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성우현은 안쓰러운 얼굴로 아주 빠르게 말했다.“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내가 꼭 지켜줄게.”말을 마친 뒤 성우현은 지은수를 안고 자리를 뜨려고 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느닷없이 고개를 돌려 윤채아를 바라봤다.윤채아는 아랫배를 감싼 채 창백한 얼굴로 성우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마침 소란을 듣고 변미진이 달려왔고, 성우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채아 휴대폰을 회수하세요. 수리할 필요는 없고 그냥 버리면 돼요.”말을 마친 뒤에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성우현은 조금 전 자신을 바라보던 윤채아의 눈빛을 떠올렸다.윤채아의 눈에서 보인 감정은 너무도 복잡했다. 그 속에는 엄청난 실망과 고통뿐만 아니라 황당함도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성우현은 짜증이 치밀어올라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결국 성우현은 눈을 감으며 더 이상 윤채아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지은수는 성우현의 품에 안긴 채 침실을 나서면서 윤채아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이것 봐. 우현 오빠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잖아.’애초에 지은수는 불안해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3층.핑크빛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안.성우현이 자신을 침대 위에 내려놓자마자 지은수는 성우현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당겼다.“오빠...”성우현은 지은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별안간 지은수의 손을 떼어내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성우현이 떠나려고 하자 지은수가 초조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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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지만 윤채아와 이혼하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성우현이 윤채아와 이혼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오빠, 그 여자랑 이혼하면 안 돼요?”“그만하라니까!”왠지 모르게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성우현은 짜증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삼키던 성우현은 마침내 이유를 찾아냈다.‘그래. 지난 3년 동안 윤채아는 내 아내로서 충분히 나를 사랑해 주었고 최선을 다해 나를 챙겨줬어. 심지어 나 때문에 3년 동안 시력을 잃었잖아. 우연히 시력을 되찾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앞을 보지 못했을 거야.’비록 성우현은 윤채아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으나, 그 은혜 때문에라도 윤채아와 이혼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래, 맞아. 그것 때문이야.’성우현은 서서히 호흡을 가라앉힌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지은수는 성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독기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오빠, 여전히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네. 그렇다면 오빠가 이혼할 수 있게 제가 도와줄게. 이혼만 하면 결국은 저랑 결혼하게 되겠지...’2층 침실.윤채아가 상의를 살짝 걷어 올리자 흰 피부와 함께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아랫배가 드러났다.그런데 아랫배 쪽에 보랏빛의 멍이 들어 있었고 피부도 까져서 군데군데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윤채아는 이를 악문 채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변미진은 약을 발라준 뒤 안쓰러운 표정으로 방을 나갔다가 마침 성우현과 마주치게 되었다.성우현을 본 변미진은 처음으로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가볍게 목례만 한 뒤 떠났다.성우현이 안으로 들어오자 윤채아는 상의를 내렸는데 안색이 여전히 창백했다. 마치 아픔을 참는 것처럼 말이다.성우현은 그제야 조금 전 자신이 윤채아를 너무 세게 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며칠 동안 지속된 갈등 때문에 성우현은 예전처럼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윤채아를 달래줄 수가 없었다.“다음에 은수가 또 시비를 건다면 나한테 얘기해.”성우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카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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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저녁.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윤채아는 성우현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입체적인 성우현은 거리낌없는 눈빛으로 윤채아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윤채아는 볼이 살짝 붉었고 피부는 매끄럽고 부드러웠으며 예쁜 몸매는 흰색 가운 아래 감춰져 있었다.윤채아는 성우현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걸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리며 성우현의 존재를 무시하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곧 성우현의 숨결이 가까이 다가왔다. 성우현은 한 손으로 윤채아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고 고개를 숙여 윤채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뭔가 차가운 것이 목덜미에 닿는 게 느껴지자 윤채아는 몸이 굳었다.“성우현.”“응?”성우현은 얇은 입술을 윤채아의 목덜미에 붙인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애인은 3층에 있으니까 욕구를 풀고 싶은 거라면 내가 대신 네 애인을 불러올게.”말을 끝맺자마자 윤채아는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걸 느꼈다.성우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자를 잡아당겨 억지로 윤채아가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내가 말했지. 걔랑은 그런 사이 아니라고. 내 아내는 너야.”윤채아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성우현을 바라봤다.잠시 후, 흥이 식은 성우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윤채아를 놓아주었다.성우현은 오늘 윤채아가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언급했을 때 윤채아가 드디어 마음을 고쳐먹고 화를 풀고 자신과 화해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성우현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쾅.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윤채아는 마음속 무언가가 한 겹 벗겨지는 걸 느꼈다.두 사람은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서재 안.회사에서 개발한 신약 때문에 의료사고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은 성우현은 매우 언짢아하며 곧바로 임원들을 몇 명 불러 화상회의를 진행했다.회의가 끝났을 때는 매우 늦은 시간이었다.그때 지은수가 시원한 디저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우현 오빠, 늦게까지 일하느라 고생했어요. 많이 피곤하죠?”성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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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지은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성우현에게 또 한 번 뽀뽀한 뒤 서류들을 챙겨서 떠났다.그날 밤, 성우현은 또다시 홀로 게스트룸에서 잠을 잤다.새벽쯤 잠결에 눈을 뜬 성우현은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윤채아의 이름을 불렀다가 뒤늦게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성우현은 윤채아가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면 윤채아를 달래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내가 버릇을 잘못 들였다니까.’성우현은 윤채아가 생각을 정리한 뒤 먼저 자신을 찾아와 화해를 청하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한편 윤채아는 이미 잠에서 깼다.아랫배의 상처가 점차 낫고 있어 예전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질 듯이 아프지는 않았다.윤채아가 짐을 정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지은수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지은수는 자신이 들고 온 서류들을 침대 위에 내던지며 건방지게 말했다.“우현 오빠는 이미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했으니까 그쪽도 얼른 사인해요.”잠시 눈앞이 아찔했다. 윤채아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곧바로 서류를 집어 들고 확인했다.확실히 이혼합의서였다.그리고 사인을 보니 성우현의 필체가 맞았다.윤채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어젯밤 성우현의 태도 때문에 윤채아는 아주 잠깐 성우현이 자신과 이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줄 알았다.그러나 전혀 아니었다.지은수가 설득했는지 윤채아의 앞에 이내 이혼합의서가 놓였다.윤채아는 시선을 들어 지은수를 바라봤다. 지은수는 혈색이 좋았고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리고 지은수에게서는 사랑받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우월감이 보였다.어젯밤 성우현은 윤채아와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그렇다면 성우현은 어디로 갔을까?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윤채아는 시선을 내려뜨린 뒤 천천히 가방 안에서 펜을 꺼냈다. 윤채아의 늘씬하고 예쁜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윤채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빠르게 사인을 마친 뒤 지은수에게 서류를 건넸다.“잠깐만요.”지은수는 윤채아가 건넨 서류를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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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윤채아는 자신이 임차한 아파트로 돌아왔다.윤채아는 지난 3년간 성우현이 준 선물들을 전부 꺼내서 확인해 봤다. 대략 계산해 보니 6억 정도 될 듯했다.그제야 윤채아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앞으로 윤채아는 성우현을 향한 마음을 조금씩 정리할 것이다.그리고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윤채아는 너무 쉽게 진심을 내어주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불안해했다. 게다가 쉽게 사랑에 빠졌고,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그래서 앞으로는 그저 커리어에만 집중하고 싶었고 다른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임지호에게서 연락을 받은 윤채아는 곧바로 이원대 생명과학연구원으로 향했다.“채아야.”임지호가 윤채아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 위에는 앞으로 윤채아가 연구해야 할 과제가 정리되어 있었다.서류를 넘겨보던 윤채아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그것은 윤채아가 3년 전 시력을 잃어 포기해야만 했던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당시 자금 부족 문제로 인해 임지호 또한 윤채아의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은...“아이고, 이 녀석아. 왜 울고 그래? 이건 네가 직접 구상했던 거잖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니까 나도 마음이 안 놓이더라. 그리고 이제 자금도 충분해. 네가 추진한 이 바이오 의약품 프로젝트, 나는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고 믿어. 이제 모든 건 네 손에 달렸어.”만약 윤채아가 항암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임지호 역시 지도교수로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터였다.윤채아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면서 눈물을 닦았다.“절대 교수님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학업과 연구로 바쁜 일상을 보낸 윤채아는 며칠째 성우현을 떠올리지 않았다.물론 성우현이 그동안 윤채아에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성우현은 이를 악물며 차갑게 물었다.“왜 집에서 나간 거야?”윤채아는 황당하기만 했다.솔직히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매일 그들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걸 지켜봐야 할 텐데, 마지막 한 달조차도 마음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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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윤채아 씨, 혼자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몰라 그러고 계신 건가요?”“네?”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자 윤채아는 휴대폰을 꽉 쥐면서 시선을 피하며 남자를 경계했다.남자는 윤채아의 긴장한 모습을 보자 곧바로 미안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사실은 저희 대표님께서 윤채아 씨를 발견하시고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어요.”“괜찮아요!”윤채아는 곧 성우현과 이혼할 것이다.남자가 말한 사람이 누구든 성우현의 지인인 이상 그 사람의 차를 탈 수는 없었다. 윤채아는 앞으로 그들과 전혀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쯧.”마이바흐 뒷좌석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강해준이 차에서 내렸다. 강해준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일 하나 시켰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요?”운전기사는 비위를 맞추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윤채아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흠칫했고, 뒤늦게 이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다.“왜? 성우현 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차에는 앉기 싫어서 그래?”윤채아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숙이며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런 거 아니야...”강해준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윤채아의 손목을 잡아 그대로 차에 태웠다.얼떨결에 차에 타게 된 윤채아는 더 긴장했다.“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 내가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아니야.”강해준과 같은 공간에, 그것도 이렇게 밀폐된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다는 사실이 윤채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너무 어색해서 죽을 것 같았다.윤채아가 불편해하는 걸 눈치챈 건지 강해준은 말없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하지만 강해준이 조용히 있을수록 압박감은 더 강해졌다.윤채아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으나 용기를 내어 운전기사에게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소를 알려주었다.강해준은 그 말을 듣고서도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대신 눈꺼풀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가는 길에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아무리 비싼 차라고 해도 흔들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강해준은 실수로 윤채아의 하얗고 매끄러운 팔을 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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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아파트 아래 도착한 뒤 윤채아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강해준은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어두운 눈빛으로 윤채아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윤채아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강해준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이제 가죠.”...윤채아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는데 그때 마침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윤채아는 힘겹게 눈을 뜨고 메시지를 확인했다.그것은 지은수가 보낸 메시지였다.사진을 보니 성씨 가문 별장 2층 안방 침대 위에 지은수가 윤채아의 것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고서 몽롱한 표정으로 성우현의 아무것도 입지 않은 가슴팍 위에 기대어 있었다.침대는 어질러져 있었고 조명은 은은했으며 지은수의 속옷은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윤채아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러다 갑작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술을 마신 탓일까? 윤채아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결국 토하고 말았다.한참 뒤 다 토하고 난 윤채아는 다시 한번 씻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이마에 달라붙었고 안색은 창백했으며 눈시울은 빨갰다.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윤채아는 벽을 짚고 밖으로 나간 뒤 휴대폰을 켜서 지은수와 성우현의 연락처를 차단했다.이혼숙려기간이 끝나면 성우현에게 직접 전화할 것이다.그때를 제외하면 더 이상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다음 날, 성씨 가문 별장.성우현은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 속에서 눈을 떴다.옆에 누군가 있는 걸 느낀 성우현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여자의 팔을 잡았다.그러나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성우현은 흠칫했다.그때 마침 지은수가 눈을 떴다.“오빠, 일어났어요?”지은수는 마치 연인처럼 성우현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어젯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설령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성우현은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다만 조금 실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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