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혼례식 당일, 신부가 사라지다: Chapter 1 - Chapter 10

10 Chapters

제1화

"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강여원은 강씨 가문의 정실부인에게서 태어난 딸이고 너와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지 않았느냐. 왜 굳이 밖에서 데려온 첩의 딸에게 네 아이를 낳게 하려는 것이냐?"주연우의 친구가 물었다."하아!"그 말에 주연우는 한숨을 내쉬었다."여원이는 어려서부터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여진이는 밖에서 자라다가 열세 살이 되어서야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다. 고생을 너무 많이 했지. 여원이는 가진 게 너무 많으니, 조금 나눠 준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지 않느냐.""그래도 사람을 시켜 강여원을 얼음 호수에 밀어 넣어 아이를 못 가지는 몸으로 만들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 평생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게 할 셈이냐?""여원이에겐 잘해줄 것이다. 본처로서의 체면도 세워줄 거고. 그저 여진이와 아이에게만 잘해주면 된다.""하지만 강여진이 아이를 낳은 뒤에, 아이의 어머니라는 걸 내세워 강여원을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러느냐?"주연우가 웃으며 말했다."여진이는 내가 본 여인 중 가장 착하고 연약하다. 결코 선을 넘을 아이가 아니다…"누군가 내 심장을 꽉 움켜쥔 듯이 아파왔다. 너무 아파 감각이 무뎌졌고,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었다.나는 주연우가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서 혼인하려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며 쌓아온 소중한 정이, 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모두 내가 얼음 호수에 빠진 것이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다.나를 얼음 호수에 밀어 넣었던 그 어린 거지가, 사실은 주연우가 일부러 보낸 사람이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주연우는 강여진을 위해서라면 내가 병으로 고통받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나는 심지어 그 어린 거지가 불쌍해서 그냥 보내주기까지 했고, 결국 상처를 입은 사람은 나뿐이었다.주연우와 강여진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나는 얼굴의 눈물을 닦아내고 뒤돌아 취춘루를 나왔다."강여원!"뒤를 돌아보니 임태우가 말을 탄 채 나를 내려다보
Read more

제2화

내가 막북에서 경성(京城)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강여진을 강씨 가문 저택으로 들인 상태였고, 그 무렵 주연우도 강여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나도 안채에 갇혀 사는 여인이라 어쩔 수 없었다.""막북에는 네 외숙부와 외조부, 그리고 사촌 오라버니 세 명도 있지 않느냐. 네가 경성을 떠나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내가 대답이 없자 임태우는 잠시 뜸을 들였다."이번엔 아버지를 대신해 폐하께 서신을 전하러 특별히 경성에 온 것이라 사흘 뒤면 떠나야 하니, 네 혼례식을 직접 보지는 못하겠구나."말을 마친 그는 허리춤에서 옥패를 풀어 내게 건넸다."이 옥패를 너에게 주마. 나의 혼인 선물이라 생각하거라."나는 옥패를 바라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사흘 뒤에 나를 막북으로 데려가 줄 수 있느냐?"임태우는 동작을 멈췄고,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진심이냐?""진심이다."주연우와 강여진의 정이 그토록 깊다면, 나도 그들을 도와주는 수밖에 없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여진이 기다렸다는 듯 내 처소의 문을 두드렸다."언니, 연우 오라버니는 만나셨습니까? 집까지 잘 모셔다드렸습니까?"그녀의 눈에는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난 그저 과자 가게에 들러 과자를 좀 샀을 뿐이지, 취춘루에는 가지 않았다. 주연우가 걱정된다면 네가 직접 가서 찾아보거라.""언니."강여진이 내 팔을 붙들었다."언니야말로 광평후부의 정식 며느리가 될 분이고 저는 그저 언니에게 딸려가는 몸인데, 어찌 제가 감히 선을 넘겠습니까?"나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러느냐? 난 네가 하루라도 빨리 광평후부에 시집가고 싶어 안달이 난 줄 알았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여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언니, 지금 저를 탓하시는 겁니까? 제가 연우 오라버니에게 시집가는 게 싫으시다면 지금 당장 아버지께 가서 말씀드립시다. 그래야 언니도 나중에 저를 원망하고 미워하지 않으실 테니까요.""그러자꾸나."나는 강여진의 손을 뿌리치고
Read more

제3화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손에 들고 있던 붓을 강여진에게 던졌고, 붓에 묻은 먹물이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처음 네 의견을 물었을 때, 언니를 대신해 광평후부의 대를 잇겠다고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광평후부에서도 네가 함께 가는 것을 허락했는데, 혼례식이 코앞인 지금에 와서 감히 번복하려 드는 것이냐?!""그게… 언니가 속상해할까 봐…"강여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여원아, 너도 이제 철 좀 들거라."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네 몸이 좋지 않아 광평후와 광평후 부인께서도 걱정이 많으시다. 여진이를 함께 보내는 것은 네 짐을 덜어주려는 것뿐이다.""주씨 가문에서 저를 싫어한다면 시집가지 않겠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아버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탁상 위의 찻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찻잔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언니, 조심하십시오!"강여진이 일어나 내 앞을 가로막으며 내 팔을 붙잡았다.그녀의 손톱이 내 살 속을 깊숙이 파고들어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살짝 밀쳐냈다.하지만 강여진은 그 힘을 이용해 짧게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이 휘청거렸다."여진아!"어느새 나타난 주연우가 소리치며 나를 거칠게 밀치고 강여진을 품에 안았다.그 바람에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날카로운 찻잔 파편이 내 손바닥을 깊게 찔렀다.주연우는 술 냄새를 풍기며 나를 노려보았다."강여원! 어서 여진이에게 사과하거라!""여원아, 여진이가 몸을 던져 너를 보호했는데 어찌 이런 짓을 하느냐! 어서 일어나서 여진이에게 사과하거라!"아버지마저 강여진의 편을 들었다.나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일어나 피투성이가 된 손바닥을 내밀었다."주연우가 먼저 제게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주연우는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눈빛에 미안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가 입을 열려던 찰나, 강여진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아버지, 연우 오라버
Read more

제4화

아버지는 내 손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팔을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나를 서재 마당 밖까지 끌고 가더니, 멈춰 서자마자 내 뺨을 세게 내리쳤다."네가 오늘 내 얼굴에 먹칠을 제대로 하는구나!""어릴 때부터 너에게 큰 기대를 걸었는데, 밖에서 키운 여진이만도 못하다니!""어찌 이리도 여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냐? 엄연히 네 친동생이거늘! 광평후부는 우리 강씨 가문과 다르니, 네 어미처럼 질투심에 사로잡혀 행동해서는 안 된다!"‘허!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밖에서 딴살림을 차린 건 본인이면서, 이제 와서 어머니가 질투가 심했다고 비난하다니.’경성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그 일로 아버지께서 슬퍼하실까 봐 걱정했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나 같은 딸 하나 잃는 것쯤은 아버지께 아무 일도 아닌 모양이었다.처소로 돌아온 나는 시녀 백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약방에서 손의 상처를 치료한 뒤, 어머니가 물려주신 보석과 장신구가 가득 담긴 상자를 모두 은자로 바꾸었다.어머니의 유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갈 생각이었다. 강여진에게 조금이라도 넘어가게 둘 수는 없었다.그리고 백아에게 은자 두 냥을 주며 이야기꾼을 찾아가 오늘 강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적당히 부풀려 퍼뜨리라고 시켰다.떠날 때 떠나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질 순 없었다.첩이 낳은 여동생과 정혼자에게 등 떠밀려 떠난다는 이야기야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소재였다.온갖 손가락질을 받게 된 불륜 사이인 강여진과 주연우가 과연 언제까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강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강여진의 처소를 지나가는데 안에서 시녀들과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둘째 아가씨께서 오늘 큰아가씨의 기를 아주 제대로 꺾어놓으셨습니다. 큰아가씨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나리와 세자께서는 둘째 아가씨 편이시잖습니까.""큰아가씨가 정실부인의 딸인 게 무슨 대수인가요? 날마다
Read more

제5화

혼례식 당일에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첩이 낳은 딸인 강여진이 과연 무사히 광평후부에 시집갈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했다.다음 날 점심, 주연우가 차를 마시자며 나를 불러냈다.그는 붕대가 감긴 내 손을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정교하고 아름다운 옥비녀 하나를 건넸다."여원아, 어제는 내가 술에 취해 실수로 너를 밀쳤다. 나한테… 화가 많이 났느냐?"나는 그 옥비녀를 힐끗 바라볼 뿐, 손을 뻗어 받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주연우는 나에게 비녀를 선물하는 것을 좋아했다.어릴 때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비녀나 향나무 비녀였고, 조금 더 커서는 양뿔로 만든 비녀와 물소 뿔 비녀를 선물해 주었으며, 그 후로는 줄곧 다양한 옥비녀를 선물했다.지금껏 주연우가 준 모든 비녀는 그가 직접 깎아 만든 것들이었다.그는 내 머릿결이 검고 윤기가 나서 자신이 만든 비녀를 꽂으면 정말 예쁘다고 말하곤 했다.하지만 지금 내민 이 정교한 옥비녀는 진연각(珍緣閣)의 신상품이었는데, 어제 장신구를 팔러 갔을 때 눈여겨보았던 물건이었다.이제 나는 그가 직접 만든 비녀조차 받을 자격이 없는 모양이었다."주연우, 정말 진심으로 나와 혼인하고 싶은 것이냐?"그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당연히 진심이지!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설마 아직도 나를 못 믿는 것이냐?"말을 마치며 그는 비녀를 내 앞으로 좀 더 내밀었다."믿는다."내가 비녀를 받아 들자, 주연우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여원아, 이 비녀가 너한테 참 잘 어울리는구나. 혼례식을 올리는 날에 이걸 꽂고 나에게 오거라.""그렇게 하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틀 동안 푹 쉬거라. 모레면 널 부인으로 맞이할 테니까. 우리가 혼인하면 분명 경성에서 가장 금슬 좋은 부부가 될 것이다.""응."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집으로 돌아온 나는 하인들을 시켜 내 혼수 상자들을 마당으로 옮기게 했다.그리고 밤이 깊어진 뒤, 값나가는 혼수품들을 전부 꺼내 마차에 한가득 싣고는, 백아를 시켜
Read more

제6화

묘시가 됐을 때, 화장을 해주는 여인이 내 방으로 들어왔으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다급히 아버지를 찾아갔다."나리! 큰아가씨께서 사라지셨습니다!""뭐라고?!"그 말에 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큰아가씨가 어디 갔단 말이냐?! 당장 찾거라!"집안의 하인들이 총동원되어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나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강여진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아버지,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제가 연우 오라버니에게 시집가는 게 싫어서 언니가 심술을 부려 숨어버린 게 분명합니다. 일부러 저를 난처하게 만들려고요!""정말 그런 짓을 한 거라면, 내 다시는 여원이를 딸로 여기지 않겠다!"어느덧 진시(辰時)가 되었고, 주씨 가문에서 보낸 신부를 맞으러 오는 일행이 곧 도착할 터였다.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강여진의 시녀를 끌어당겼다."이 아이에게 네 혼례복을 입혀 대신하게 하고, 너는 네 언니의 옷을 입거라. 일단 혼례식부터 올리고 봐야 하니, 절대로 주연우가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예."강여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물러갔다.오랫동안 공들여 계획한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오늘, 그녀는 주연우의 부인의 신분으로 주씨 가문의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이제 맞절을 나누고 혼례식을 마치면 강여진과 주연우는 정식 부부가 될 것이고, 그녀는 진짜 부인이 될 터였다.‘나중에 강여원이 돌아온다 해도, 이제는 내 발 밑에 있을 수밖에 없겠지.’그동안 밖에서 온갖 고생을 겪으며 살았는데, 드디어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그동안 10년 넘게 참아 온 서러움을 모두 풀 수 있게 된 것이다.강여진이 옷을 갈아입자마자 주연우가 신부를 맞이하러 왔다.그녀는 서둘러 면사포를 썼고, 시녀장이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연우의 곁으로 이끌었다."여원아, 오늘 왜 내가 선물한 비녀를 꽂지 않았느냐?"강여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찾으려던 찰나, 한 무리의 관아에서 보
Read more

제7화

주연우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 없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여원이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단 말이다!""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몇 년인데, 나를 두고 도망쳤을 리가 없다!"강여진은 주연우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연우 오라버니, 언니는 오라버니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정말 사랑했다면 혼례식을 올리는 날에 도망쳐서 오라버니와 광평후부에 망신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포졸이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흘렸다."둘째 아가씨, 큰아가씨를 죽이려고 해놓고 도망쳤다고 탓하는 겁니까? 도망치려 한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법을 어기고 경성에 천연두 전염병을 퍼뜨리려 한 혐의로 둘째 아가씨를 데려가 조사하겠습니다."포졸들이 다가와 강여진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싫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아버지, 연우 오라버니,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주연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강여진은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내 뱃속에 광평후부의 핏줄이 있는데 감히 누가 날 건드리는 것이냐?!""짝—"아버지가 다가와 강여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이 버릇 없는 것!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그는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거짓말이 아닙니다! 제 뱃속에 있는 아이는 이미 두 달이 넘었습니다! 연우 오라버니께서 저 때문에 강씨 가문에 청혼한 것이라고 직접 말씀도 하셨습니다. 언니는 제 덕을 본 것뿐이고, 광평후부 세자의 부인 자리는 원래 제 것이었다고요!""연우 오라버니,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하지만 이번에 주연우는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강여진, 네 어미는 기껏해야 거문고나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여인일 뿐이다. 광평후부가 너 같은 걸 세자의 부인으로 들였다간 온 경성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그동안 여원이의 동생이라 하기에 너도 여원이처럼 온화하고 착할 줄 알았거늘, 네 속마음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구나. 여원이의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끝내 너를 집으로 들이
Read more

제8화

[여원이는 어려서부터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여진이는 밖에서 자라다가 열세 살이 되어서야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다. 고생을 너무 많이 했지. 여원이는 가진 게 너무 많으니, 조금 나눠 준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지 않느냐.][주연우, 네 바람대로 널 강여진에게 양보하마. 둘이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내가 남긴 서신을 읽은 주연우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갑자기 힘이 풀린 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내가 이미 그와 강여진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가 강여진을 위해 나를 그토록 잔인하게 해쳤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한참 뒤, 주연우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 통곡했다.손님들을 배웅하고 방으로 들어온 아버지 역시 내가 남긴 서신을 읽고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연우를 걷어찼다."이렇게 된 일이었구나!""광평후부의 세자가 아주 대단한 재주를 가졌군! 내 두 딸을 이토록 농락하다니!""지금 바로 궁으로 들어가 폐하께 우리 강씨 가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청할 것이다!"주연우가 고개를 들었다."나리, 잊으셨습니까? 애초에 저에게 몰래 약을 먹인 것은 강여진이었습니다. 이 일이 폐하께 알려진다 해도, 결국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책임은 나리께 돌아갈 것입니다.""게다가 나리의 장인어른과 처남들이 이제 막 전쟁에서 승리하여 폐하의 큰 포상을 받지 않았습니까? 이 일이 커진다면 나리의 관직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빨리 여원이를 찾아 혼례식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주연우는 자신과 강여진의 추잡한 이야기가 이미 이야기꾼에 의해 소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그와 강여진은 곧 온 경성에 이름을 떨치게 될 터였다.두 달 동안 길을 달린 끝에, 나는 마침내 다시 막북에 도착했다."여원아!"외조부와 외숙부는 나를 보자마자 몹시 감격해하셨다."네
Read more

제9화

듣자 하니 강여진은 광평후부로 들어간 첫날 밤부터 주연우에게 방으로 끌려가 반쯤 죽을 만큼 시달렸다고 한다.주연우는 강여진을 향한 증오를 잠자리에서 모두 풀어냈다.심지어 채찍 같은 도구까지 사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하룻밤 사이에 강여진은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고, 뱃속의 아이마저 잃고 말았다.그녀가 울며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주연우는 차갑게 돌아설 뿐이었다."이 아이는 애초에 네가 수작을 부려 생긴 것이다. 내가 너한테 홀려 여원이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는데, 감히 내 아이를 낳으려고 하다니. 강여진, 너는 천한 네 어미랑 똑같다. 첩 자리도 아깝다!"나는 주연우라는 사람을 한 번도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설령 강여진이 유혹했다 한들, 본인도 즐기지 않았던가?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분명 주연우 본인이었다.내가 떠난 뒤에야 저런 애틋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걸까?하지만 나는 주연우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다.외숙모는 막북의 무당 의원을 찾아 주셨다. 의원은 매일 두 시간씩 사막 모래에 몸을 묻고 약초를 함께 쓰면 몸이 차가운 증세가 자연스레 나을 것이라고 했다.그 덕분에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임태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막으로 나를 찾아왔다.내게 과일이나 간식을 챙겨다 주며, 내가 모래찜질을 하는 동안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여원아, 만약 다시 혼인을 하게 된다면 어떤 부군을 만나고 싶느냐?""글공부를 하는 선비가 좋느냐? 내가 보기엔 무예를 닦는 이들이 생각도 단순하고 정도 깊은 것 같더구나.""평생 너 하나만을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심인 법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거라, 어머니 한 분만 모시고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인은 두지 않으셨지. 우리 집안은 첩을 두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해가 지고 노을빛이 사막을 붉게 물들였다. 그 빛은 임태우의 몸을 감싸며 금빛 윤곽을 드리웠다.나는 문득 이렇게
Read more

제10화

"여기에 웬 염치도 없는 인간이 기어들어 와 있는 것이냐?"주연우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임태우는 내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혼인하라는 교지가 내려왔다. 우리의 혼례식을 경성에서 올리고 싶느냐, 아니면 막북에서 올리고 싶느냐?""그게 무슨 소리냐?!"주연우가 벌떡 일어섰다."혼인 교지라니?!"임태우는 그를 곁눈질로 한 번 흘겨본 뒤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당연히 나와 여원이의 혼인 교지이지…""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절대 그럴 리 없다! 여원이는 나랑 혼인해야 하는데, 폐하께서 어찌 너희에게 혼인 교지를 내리신단 말이냐?!"주연우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붙잡으려 달려들었지만, 임태우에게 곧바로 제압당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 호되게 얻어맞았다."주연우,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느냐! 나는 애초에 너와 다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네가 여원이에게 잘해주기만을 바랐지.""그런데 정작 너는 여원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끝내 상처만 주었지.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서 후회하며 붙잡으려는 것이냐? 여원이처럼 좋은 여인이 언제까지나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줄 거라 생각했느냐? 원망하려거든 네 자신을 원망하거라!"나는 임태우에게 깔려 꼼짝도 못 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있는 주연우를 한번 힐끗 보고는, 그의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돌아섰다.임태우는 화풀이를 마친 뒤 주연우를 꽁꽁 묶어 광평후부로 보내버렸다.그는 주연우의 몸에 임씨 가문의 서찰까지 꽂아 보냈고, 광평후 부부는 그것을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그들은 다시 주연우의 외출을 금지시켰고, 주연우는 화를 풀 곳이 없자 결국 다시 강여진의 방으로 향했다.이번에는 거의 1년 동안 모진 매질을 당해온 강여진이 견디지 못하고 침상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아버지는 큰오라버니의 권유에 따라 관아에 신고했고, 주연우를 딸 강여진을 학대해 죽인 죄로 고발했다.주연우는 감옥에 갇혔고, 결국 광평후는 전 재산을 털어 넣은 끝에야 그의 형벌을 면하게 할 수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