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별저 문밖이 소란스러워졌을 때 나는 약방 아이에게 어머니의 병세를 설명하고 있었다.박연휘의 웃음소리 사이로 송연화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휘 오라버니, 제가 직접 끓인 연자죽이에요."약방문을 쥔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내 앞에서는 한 번도 저렇게 웃은 적이 없었다.꿀을 머금은 듯 부드럽고 가벼운 웃음이었다.박연휘는 내가 자신을 '연휘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지나치게 살갑다는 이유였다.송연화의 곁에서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기다려 주었다.송연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치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박연휘는 살짝 허리를 굽혀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쓰렸다.내게 한 번도 저렇게 해 준 적이 없었다.내 앞에서는 언제나 닿을 수 없이 높은 후작가의 후계자였다.나는 늘 그의 뒤를 쫓으며 조심스레 우러러보기만 했다.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이토록 선명한 것이었다."어머, 채령 소저도 계셨네요."나를 발견한 송연화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억지로 웃으며 인사했다."연화 소저, 오셨군요."송연화가 시녀에게 눈짓하자 화려한 비단함 하나가 내 앞에 놓였다."연휘 오라버니가 탐화랑에게 접근하라고 했다면서요? 제가 특별히 선물을 하나 골라 왔지요.""그분 취향은 제가 제일 잘 아니까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함을 받아 열어 보니 천이 민망할 만큼 적은, 붉은빛의 얇은 비단 춤옷이 들어 있었다.손바닥 위의 비단함이 나를 짓누르는 듯했고, 모욕감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박연휘도 안색이 좋지 않은 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송연화가 '그분 취향은 제가 제일 잘 아니까'라고 한 말이 거슬린 줄 알았다.제 여자가 다른 사내를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할 남자는 없을 테니까.간신히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참으로 고맙군요."송연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박연휘의 팔에 다정히 매달려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채령 소저,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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