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객실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되어갔다.어느 날 퇴근이 빨라 집에 들어섰는데 현관의 불이 꺼져 있었다.허리를 숙여 신발을 벗으려는데 신발장에 본 적 없는 신발 한 켤레가 보였다.연분홍색의 새 신발, 밑창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상태였다.반면 나의 짙은 남색 슬리퍼는 구석 맨 아래 칸으로 밀려나 양쪽이 겹쳐진 채 찌그러져 있었다.나는 슬리퍼를 꺼내 다시 첫 번째 칸으로 옮겨 놓았다.다음 날 저녁, 돌아와 보니 남색 슬리퍼가 또다시 맨 아래 칸으로 밀려났다.대신 연분홍색 신발은 첫 번째 칸에 얌전히 놓여 앞코가 밖을 향해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였다.부엌 찬장에는 [채연 전용]이라 수놓은 컵 받침이 그대로 있었다.나는 그것을 꺼내 거실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그때 정인우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넥타이가 느슨하게 풀린 채 티 테이블 위의 컵 받침을 보더니 남자의 동작이 잠시 멈췄다.“채연이가 직접 수놓은 거야.”“[채연 전용]이라는 컵 받침이 왜 우리 집에 있어야 해?”그는 가방을 소파에 던져두고 넥타이를 풀었다.“원래 성격이 아이 같아서 그래. 너도 알잖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걔 이제 스물일곱이야.”그날 밤, 서재 앞을 지나가는데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그 안에서 정인우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통화 중이었다.“채연아, 울지 마. 유리가 원래 말만 저렇게 쏘아붙이지 진짜로 너 내쫓거나 할 사람은 아니야. 이 집 주인은 나니까 걱정 말고 마음 편히 놀러 와.”문 안쪽에 있는 정인우와 문밖에 있는 나, 저 남자는 지금 이 집 주인이 자기라고 선전포고를 한다.나는 복도에 서서 손에 든 물컵을 오랫동안 꽉 쥐었다. 끝내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했다.다음 날, 티 테이블 위에는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본사 로고가 찍힌 하얀 봉투에 검은색 글씨, 겉면에는 [정인우 귀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건 바로 할아버지의 필체였다.봉투를 열어보니 다음 주 토요일 오후 6시, 가족 모임 초대장이었다.초대받은 사람 명단에는 정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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